내 새끼들 죽이기

참돌2003.06.24
조회17,307

혼자 사는 인생은 특별한 전쟁터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특별히 더 그럴것이다.

재혼한 여자가 한 달도 못돼 도망간 후 내 코는 몇자가

빠져있었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안스러워 하는 모습과 위로의

말들을 들으며 대강 짐작을 할 뿐이다.

그렇게 꺼져가던 숨을 추스리고 아이들 두 놈을 잘 키

워 보자고 잠시 동안 할머니 집에서 맡겨 두었던 녀석

들을 끌고 지긋지긋한 아픔이 남아 있는 집으로 이사

를 왔다.

 

이 틀전 아들 녀석이 할머니 집을 출발해 새로 이사한

집으로 오는 즉시 전화를 해 달랬는데 아무리 기다려

도 전화가 없다.

워낙 요즘 방황하고 있는 녀석이라 마음이 불안해 집

을 찾아 갔더니 아직 도착전이다.

몇 번이나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 했을 시간이다.

막 집에서 나오는데 녀석이 저만큼에서 오더니 돈을

쥐어준다.

"아빠. 이제 왔어. 여기 동네 동생이 아무말 하지 말라고

하면서 돈을 줬어."

웬 돈을 8천원이나 가지고 있을까 의아했지만 일단 접고

어디서 이제 오냐고 다그쳤다.

녀석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한다.

"버스가 이제 왔어."

"버스가 이제 오다니 그게 말이되냐?

너 어디서 무얼하다 이제 왔는지 진실을 말해라."

"아니야. 이제 버스를 탔다니까..."

"그래. 너 당장 차에 타!"

 

사무실.

텅빈 사무실에 지 누나와 녀석을 세워 놓았다.

"너 바른대로 말해. 어떻게 됐어?"
"......."

"말을 못 하겠다?"
갑자기 험악해지는 내 얼굴을 보며 녀석이 중얼거

린다.

"친구집에서 놀다 왔어요."

"그래. 누구야?"
"네. 00이네 집에요."

"뭐 했어?"

"게임하고 놀았어요."

"잘 했다. 근데 왜 아빠에게 거짓말을 한거야?"

"......"

"바르게 서."

 

빗자루 몽둥이가 열 살 아들의 엉덩이를 친다.

'이건 못할 짓이야.'

마음으로는 그러지만 늘어나는 녀석의 거짓말이

너무너무 싫다.

부족한 가운데서 친구처럼 사랑해 주고 나누어

주고 했지만 자기 딴엔 그래도 이것저것 고픈게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말로 가벼운 매로 약이 되지

않겠다 싶었다.

한동안 나는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한 자부심을 가

지고 있었다.

소위 문제아들이라고 하는 아이들을 잡는데는 가

히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두 아이들을 보면서 난 절망했다.

 

녀석이 몽둥이맛에 못견뎌 울음이 터질듯 한다.

"여기서 울었다간 아예 죽여버릴거야."

녀석은 그 아픈 매를 맞으면서도 울음을 울지 못

한다.

아이를 잃느냐 찾느냐의 갈림길에 선 느낌.

'제발 오늘로 끝이길 바란다. 녀석아.'

군대서도 쫄병 한 번 때려본 일이 없는 내가 회초

리도 아닌 빗자루 몽둥이를 가지고 그것도 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고, 그도 모자라 다시 다른 빗

자루 몽둥이를 가져다 더 때리고......

아동학대.

아동폭력이란 낱말이 떠 올랐다.

엉덩이가 다 터져버린 아들을 보며 난 절규하고 싶

었다.

그러나 난 소리쳤다.

'아무도 아이의 교육에 대해 말하지 말라.

거짓과 사기, 돈을 훔치는 버릇을 키우기 보다는 차

라리 아픈 경험을 갖더라도 돌아서게 하는 것이 사랑

이 아닐까!

난 언제나 매 맞는게 싫어서 비폭력주의자였다.

군대에서 맞지 않아도 되는 매를 맞았을땐 정말이지

죽고 싶도록 싫었었다.

매를 맞는것은 공포 그 자체였었으니까.

그런데 자식들에게 만큼은 매를 대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랑한다면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에 감옥에 들어가

기 전에 돌아서게끔 해 주는 것이 마음은 아프지만

약을 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매를 대라?

아니다. 난 지금도 매를 맞기 싫어하고 매를 드는 그

느낌이 너무너무 싫다.

 

아이를 밤에 할머니 집에 바로 보냈다.

그리고 어느 모임에 참석하고 혼자서 잠을 자기를 작

정했다.

하지만 모임에 갈 수가 없었다.

다시 마음을 돌이켜 녀석의 할머니 집에 들어 갔다.

"아야. 도대체 먼 일이냐?

얘가 아주 죽겠다."

도착하자 마자 어머니께서 불호령이시다.

녀석은 두 눈을 말똥말똥하니 뜨고 이불위에 엎드려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옷를 벗겨 보니 엉덩이 부위가 무섭게 부풀어 있다.

찢어져 내리는 가슴.

하지만 난 매몰차게 말했다.

"옷 입어. 그리고 일어나. 집에 가자."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태우고 집에 왔다.

침대에 엎드리게 한 후 아래옷을 다 벗기고 숯가루와

알로에를 짓이겨 수건에 포를 만들어 덮고 비닐로 감

쌋다.

"많이 아프냐?"

"아니요. 괜챦아요."
"아빠가 밉지?"
"아니요. 제가 잘 못했어요."

"아빠 마음은 찢어지는것 같구나. 네가 아빠 마음을 알

겠니?"
"아니요. 잘 몰라요."

"자꾸 거짓말하고 그러면 감옥에 가.

그 때는 아빠도 너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너 아빠 사랑한다고 그랬지?"
"네. 아빠 사랑해요."

"아빠를 사랑한다면서 자꾸 거짓말하고 돈을 훔치고 그

러면 어떻게 아빠와 함께 살겠냐?

자꾸만 나쁜 습관을 기르게 되면 어른이 되서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아."

"네."

"이제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 알았니?"

"네. 아빠. 다시는 안 그럴께요."

난 안방으로 건너가 가슴을 치며 울었다.

내 죄를 아이가 다 뒤집어 쓰고 매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부모 잘 못 만나서 그 모진 아픔을 견딘다고 생각하니 내

가 밉고 죄가 미웠다.

'그러나 넌 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야 해.'

난 아이에게 가슴으로 말하고 있었다.

 

매를 때리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일까!!

여기서 글이 끝났으면 좋으련만 다음날로 넘어가지 않

을 수 없군요.

 

제 2 탄

아프디 아픈 밤을 녀석의 주위에서 거의 뜬 눈으로 보내고

아침에 빵과 우유로 먹이고 학교를 보냈다.

아이들의 하교시간.

 

녀석들이 매가 무서웠는지 일찍 집에를 와 있었다.

퇴근을 서둘러 하고 할머니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 갔다.

우연히 KT의 요금 고지서를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다.

부가서비스 음성정보이용란에 10만원이 넘는 액수가 찍혀

있었다.

'녀석들이 또 일통을 저질렀군'

 

두 녀석은 할머니집에 있으면서 컴퓨터에서 세 달 사이에 백

만원이 넘는 통신요금을 써서 기절을 시켰었다.

그게 불과 두 세달 전이다.

그것 때문에 할아버지한테 맞기도 하고 욕도 먹었건만 다시

또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보고 분노가 솟구쳤다.

큰 아이를 다그쳤다.

이제 6학년인 딸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바른대로 말 못하냐.

어떻게 된거야?"
"그냥..."

"뭐라고? 이 녀석이 사람이 아니라 왠수구만.

넌 맞아야 바른 말을 하냐?"
"다음 캐쉬를 샀어요."
"그래 뭐했어?"
"친구들한테 선물했어요."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말이 자꾸만 꼬일것 같았다.

어제 아들 녀석을 패던 생각이 나면서 미칠것만 같

았다.

이건 둘 다 공범인데 그렇다고 아들녀석을 또 때릴수

도 없었다.

손에 잡히는 쫄대를 가지고 딸아이의 종아리를 치기

시작했다.

녀석은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아! 아!

혼자사는 삶의 고뇌여! 아픔이여!

난 때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

못된 습관들을 죽여야만 그들을 살릴수 있다.

뭐라고 했는지 다 기억도 못하겠다.

많이 매를 치기보다 많이 말을 했다.

아들 녀석은 빤히 지 누나의 매 맞는 꼴을 보면서 한

마디도 못하고 있었다.

"넌 네 동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

너만 착하게 살면 동생은 자연스럽게 너를 닮아 갈

텐데 네가 오히려 나서서 못된 짓을 한다니 그게 말

이되냐?"
"아빠. 잘 못 했어요."

"인석아. 악마라는게 따로 있는게 아니야.

마음에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악마야.

넌 사람이 되고 싶냐? 악마가 되고 싶냐?"
"사람요. 흑흑..."

아이를 다 때리고 혼자 건넌방에 가서 또 가슴을 쥐

어뜯고 울어야 했다.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이렇게 철저하게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데 뭐하고 계

십니까?하고 항의하고 싶었다.

그러나 난 그럴 수 없었다.

죄가 얼마나 무섭고 질기며 지긋지긋하게 달라 붙는

지 알기 때문이다.

죄는 무섭게 여러 경로를 통하여 유전되고 전염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죽게 만들어 왔다.

지금하는 아이들과의 전쟁은 죄에 대한 전쟁이다.

그 지긋지긋한 죽음으로 부터 함께 탈출하기 위해

이제 마지막 체벌이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의 여린 가슴, 아픈 마음을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오랜동안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다가 내가 나서서 키

워볼려고 했으나 여건이 안돼 오히려 부모님 집에 얹

혀 살다가 어떻게 한 재혼마저 파경에 이르고 아이들

은 말없이 상처받고 있었다는 것을.

교회를 가도 녀석들은 엄마없는 이유로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에 의해 아이들은 무섭게

사랑의 기운을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활발하고 너무나도 착하고 정직했었던 녀석

들이라 어느 정도 힘든 가운데서도 위안을 받고 살아

왔었는데 그렇게 빨리 변해 버릴 줄 몰랐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그 아픔을 감싸주고 행복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몇 달 전만 같았으면 난 자살해 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 있었던데 버팀돌이 됐고 그렇게 이겨

오다가 아이들이라는 산을 만나 투쟁을 해야 했다.

난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한다.

총각시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었던 나였기에 내가

부모가 된 이후로는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만큼이나 더

아이들을 사랑하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많이 아프다.

난 언젠가 아이들을 때리는 대신 그들에게 나를 때리게

한 일이 있다.

그 때 아이들은 때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내가 무섭게 아이들을 때리면서 처절한 아

픔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내가 맞았다면 덜 아팠을것을.

 

난 언젠가 아이들이 바르게 생각하고 스스로 선악을 구별

하여 행동 하기를 바란다.

그 날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대소전쟁이 있을런지...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언젠가 선

이 승리해서 지옥같었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내가 제대로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홀로 인생을 사시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이 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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