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할 때요..

바람소리2007.09.10
조회1,933

안녕하세요.

저는 27살(여)이고, 2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려니 두렵고 근심이 쌓여 가네요.

 

사실 저는 부모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어머니와 쭉 살다가 생활고로 사춘기 시절 아버지와 살게 되었습니다. 새어머니가 저를 받아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집 저집 눈칫밥도 먹으며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제 밥벌이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사실은 물론 남자친구도 알고 있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그게 다는 아니랍니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이 심하셨고, 어머니 역시 온전한 분은 아니셨습니다.

이혼 후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과 그로 인한 알코올 치매로 고생하셨죠. 병원에도 보내보고 함께 상담도 받고 했지만, 알코올이라는 게 참 무섭더군요.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훨씬 전에 사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도 물론 좋은 사람이었지만, 제 어머니의 주사에 결국 헤어졌습니다.

(술만 드시면 어떻게 아셨는지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알아 내어 가족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합니다. 남자친구에게도 할 소리, 못 할 소리 다 하셨더군요.)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하려했지만 갈수록 저도 힘들어졌고, 가슴 속에 응어리는 더욱 딱딱해져 어떨 때는 부모 자식간의 천륜이 원망스럽기만 하더군요.

다행히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와 이모들의 보살핌으로 늘 밝고 행복한 생각을 하며, 불우한 가정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내가 과연 결혼을 해서 올바른 가정을 이끌 수 있을까..늘 고민하며 결혼은 꿈도 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의 내 남편과 아이들에게 짐을 안겨주는 것만 같아서요.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정말 저를 많이 생각해주고 놓치기 싫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 역시 저를 소중히 여겨주고 앞으로 남은 인생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길 원합니다.

 

남자친구는 시부모님께 저의 이혼 사실이나 가정사는 이야기하지 말자고 하네요. 어차피 아버지와 새어머니란 존재가 있으니 결혼식만 무사히 넘기면 되지 않겠냐면서요..제 모습 하나로도 충분히 시부모님께 사랑받을 수 있을테고(지금 많이 예뻐해주세요..), 제 가정배경으로 인해서 제가 상처받는 것 보고싶지 않다고 하네요. 살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는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친정부모님 없어도 자기는 이쁜 색시(남자친구 눈에만요..^^) 얻어서 괜찮다구요.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는건지..시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남자친구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상견례는 누가 나가야하는 건지..아버지는 상견례는 물론 결혼식에 오시지도 않을 것 같고, 어머니는 온전한 정신이 아니므로 제발 훼방만 놓지 않기를 모든 가족이 바라는 상황입니다.

결혼식 때 내 손은 누가 잡아줘야 하는 건지..

앞으로 살면서 친정어머니, 친정아버지가 필요한 자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이런 제가 결혼을 결심하는 게 올바른 걸까요..?

마치 평온한 남자친구의 가정에 제가 들어가는 게,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킬까봐 두렵기만 합니다.

 

행복한 글만 올려도 부족한 데, 이런 고민거리를 올려서 너무 죄송하네요.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늘 행복하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