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어도 유산시키고 결혼하랍니다.

유산200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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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

언제부턴가 엄마는 불같은 성격에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화가 나면 쌍욕을 마구 하십니다.

 

저는 스물 여덟이고 식당 알바, 과외 알바, 설문조사 알바 등등 해가면서 용돈벌어가며 대학, 대학원 다녔어요. 지금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이고 나이는 많지만... 아직 벌어놓은게 없다는거.
남친은 서른이고, 대기업 건설회사 다녀요. 1년 반 다녔는데 월급 70% 적금들어놓아 이제 3000만원 모았습니다.

저희 대학 선후배로 만나 1년전부터 교제했습니다. 1년 만나면서 한번도 싸운적 없고.. 마음도 잘 맞고.. 서로 이해하면서.. 집안 환경도 비슷하고.. 계획으로는 내년 가을쯤.. 남친 적금도 끝나고, 저도 직장 잡고.. 결혼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임신을 한거에요.. 지금 5주째 들어가는데..
오빠 적금 깨고, 집에서 조금 도움 받으면 저희가 있는 곳이 자방이라서 20평대 아파트 전세하나 얻을 수 있을것 같거든요.. 다행히 오빠는 걱정 안하고 형편껏 어머니가 해주시는만큼만 해오면 된다. 너도 1년 쉬다가 직장 잡고, 애기 맡겨두고 일하면 된다.. 이해해주고.. 애기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는거에요.. 오빠집에서도 부모님께서 첫 손주 얻으신거라서 무척 좋아하시고 계세요. 늘 전화하시면 몸조심하라고, 맛있는거 사달라고 해서 많이 먹고 있어라... 하시구요. 어차피 제가 내년에 스물아홉이 되기때문에 일찍 이렇게 된게 잘 된걸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

 

근데 문제는 저죠... 돈 모아둔게 없어서 걱정했는데...

제 욕심엔 부모님한테 많이는 못해드리고 가도, 손벌려서 시집가고싶진 않았는데... 어찌 이런 사고를 쳐서...

딸은 저 하나라서 부모님이 갑자기 간다고해서 서운하실것 같다는거.. 이런거 걱정이었어요..

저희 나이도 있고, 오빠 경제적 능력이 없는것도 아니고...

처음엔 놀라고, 실망하시고, 걱정하실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아빠는 갑자기 간다고해서 서운하긴 하지만, 어차피 시집 보낼거 임자있을때 빨리 보내면 좋다고 하시면서 집에 여유자금이 없는것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고 몸관리 잘하고 잘 먹고 다녀라.. 하시거든요.

 

근데 진짜 문제는 엄마예요..
오빠가 인사하러 온날 분위기 괜찮았거든요..엄마 기분도 괜찮고..

갑자기 집에 남친이 온다고해서 결혼얘기 하려고 하는지 조금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셨다고 하시던데...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오빠가 "어머니, 저 OO랑 조금 일찍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니까..

상냥한 말투로 "형님도 결혼 안하셨다면서 먼저해도 되겠어? OO가 맏며느리 노릇까지 해야 하니까 부담될것같아서..."하시더라구요..

오빠는 "어차피 형님이 결혼에 관심도 없고, 부모님도 먼저해도 된다고 하십니다" 라고 했어요.

이때까지도 상냥상냥... 오빠가 ".. 그런데 어머니,,, 사실 저희.. 아기 가졌습니다... 병원 다녀왔는데 4주 됐다고 합니다.."라고 하는 순간.

 


긴장감이 감돌면서 갑자기 엄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저한테.

" 너 이 개같은년. 나이가 몇살이니. 너 철부지 어린애가 사고쳤다면 이해를해. 너 알거 다 아는 나이에 이게 뭐하는 지랄이니. 너 지금 당장 짐싸가지고 나가 이 개같은년아. 얘 짐싸서 당장 델고가.." 이러시면서 제 머리채를 잡고 흔드셨습니다.

"너 죽을래? 너가 죽던지 유산시켜버려 난 죽어도 이꼴 못보니까" 하면서 갑자기 주먹이 머리통으로 날라왔습니다.

오빠가 자기 잘못이라고 죄송하다고 하는데 "얘 데리고 가지 말라는거 아니야. 데리고 가더라도 유산시키고 데리고가. 아니, 안데리고 가도 상관없어. 유산시켜"

그래서 제가 울면서 "엄마, 오빠 부모님도 모두 다 아셔" 그랬더니 상관없다십니다.

그쪽 부모 알아도 상관없다고 유산시키라고 하면서 뒤로 넘어가셨어요.

오빠랑 저랑 놀래서 진정시키고 물떠다 드리고 했는데 갑자기 물컵도 집어던지시고... 

결국엔 오빠한테 유산시키겠다는 대답 받아내고, 각서까지 쓰라십니다.

오빠랑 저랑 "내일 함께 병원가서 유산시키겠습니다" 각서썼습니다.
그날 새벽까지 아빠도 못말리실만큼 난리를 치고는 5시쯤 잠들었어요...

오빠네는 가족이 너무 화목해서 큰 소리 한번 안내고 살았다고 하는데... 이런꼴을 처음 봐서인지 저보다 더 놀래고....

 

문제는... 그러고 1주일째 아직도 눈만 마주치면 잡아먹을듯... 유산 시켰냐, 병원 안갔냐. 개같은년... 등등의 욕을 하면서... 날짜 채우느냐고 애 안지고 있냐 이 미친년아.... 그 쪽 부모님 아셔서 오빠도 오빠 맘대로 못한다고해도... 그쪽 부모만 중요하고 니 부모는 안중요하냐고 하고.... 내가 그새끼한테 시집 안보내줄까봐 애부터 만들었냐 이년아.. 시집도 안간년이 배불러 다니면 챙피하지도 않냐 이년아. 요즘 세상이 어느땐에 콘돔도 안썻냐, 약도 안처먹었냐, 요새는 세상이 좋아서 유산시키는거 별것도 아니다.....

결혼을 하지 말라는건 아니랍니다. 죽어도 유산시키고 하랍니다. 동네사람 챙피해서 안된다고 합니다.

공부하던거 그만둬야 하고, 빨리 시집가야 하고... 서운하고, 이런 저런 이유도 아닙니다. 단지, 창피해서.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싫다고. 그게 이유입니다.

 

오빠 부모님은 이번주에 빨리 상견례해서 11월이라도 결혼하자고 하시는데.... 엄마때문에 아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경우.... 대부분 처음엔 난리가 나더라도 결국엔 화가 나셔도 결혼 시키지 않나요? 저 정말 유산 시켜야 하나요? 부모님 세분은 좋아하시는데 엄마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저 정말 엄마 못꺾고 결국 유산시키게되면 오빠 얼굴 못봅니다.

오빠는 우리가 잘못한거니까 이해하자, 우리 잘못이다. 조금 심하시긴 했지만 그러시는게 당연한거다... 기다리자... 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보여준거 있어서 결혼해서도 부끄러울것같은데 정말 유산 시키게되면 제가 오빠랑 오빠 부모님 볼 면목이 없어서 헤어져야 합니다.

요즘 잠못자고 신경쓰고 요즘 한창 석사논문 쓰는 기간이라서 이것저것 너무 피곤합니다... 이러다가 행여라도 자연유산 되면... 그꼴까지 다 보이고 저 절대 오빠 얼굴 못봐요.. 정말 헤어져야지요... 그럼 다른사람 애까지 가졌던 제가 그 누구와 결혼을 할 수 있겠어요..

 

정말... 답답합니다.
손자라면 만사제쳐두시는 엄마가 정말 그렇게 까지 하실줄 몰랐어요. 제 뱃속 애기도 나중엔 제 조카들처럼 예쁜 손주가 될텐데.... 정말 저 끌고가서 수술대 위에 눕히기라도 할것같아 무섭습니다.

 

정말.. 제가 잘못한거 알고, 죄송한거 알지만... 애 가졌다는 딸한테 너무 심하다는 생각밖엔 안들어요. 몸은 괜찮은지, 먹을건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부터 되는게 부모마음 아닌가요?

아빠도 엄마 설득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주워온딸도 아니고, 밖에서 낳아온 딸도 아닌데 왜그러는지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