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했던 아버지가 암에 걸렸어요......

잘살아보세2007.09.14
조회196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아요...

 

내용이 좀 길어도 이해해 주세요;;

 

집이 어릴 적엔 잘 살았어요

아빠도 감투 쓰는 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랄까

남들한테 인정 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근데 어느 날부턴가 집이 기울기 시작하고

(몇 번 돈 떼이고 보증 서고 부터..)

아빠가 술 마시는 날이 잦아지면서

언젠가부터는 술 안마신 아빠가 낯설 정도로

술에 쩔어 살았어요 ..

 

사실 알콜 중독자들이 다 그렇듯이

술 마시면 정말 개 보다도 못했습니다

때리고 부수고 엄마 때리고...............

정말 그 때부터 내 살과 뼈가 그 사람에게 왔다는 사실도

너무 혐오스럽고, 빨리 그 인간을 벗어나야지

어서 어른이 되어서 돈 벌어서 엄마랑 동생이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며 꿈꿔 왔습니다

 

전 집이 너무 싫어서

대도시의 학교로 전학을 가서 친척집에서 생활 했구요

동생은 고등학교를 가면서 기숙사가 있는

타지역으로 가버렸어요

모두 아빠가 싫어서 집구석에 있는 게 싫어서였죠

차라리 고생해도 밖에 있으면

마음만은 편하더라구요............

엄마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아빠가 술 마시니까

일도 잘 안하고 엄마만 죽어라 일하다 보니까

정말 돈에 치여서 살았아요..

엄마는 거지 행색 하고 다녀도

저희 학비 대신다고 허리가 휘어져도

아버지라는 사람은 맨날 말로만 걱정하고

술 들어가면 신세 한탄만 하고

뭐랄까,

과거 속에 사는 사람처럼 살았어요

항상 옛날에 그렇게 안했으면 우리 이렇게 안 살텐데...

이런식으로요

그럼 훌훌 털고 더 열심히 살면 되잖아요

우리 가족은 그게 이해가 안되서 아빠를 더 미워 했어요

 

술 깨면, 정말 미안해 하면서 풀죽어 있는 모습 보면

참 저렇게 사는 것도 왠지 측은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한테 욕 먹고 손가락질 받고

자식한테도 마누라한테도 대우 못 받는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술마지고 꼬장 부리면 정말 정내미가 뚝뚝 떨어졌어요

 

엄마는 맨날 아빠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고

있느니만 못하다고 그러고

저도 차라리 아빠가 없는 게 낫겠다

아빠 있어 봤자 뭐 도움 되는 것도 없고

사고만 치고 맨날 깨고 부수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찢어지게 없는 형편에

욕심은 많아 가지고.....

제 분수도 모르고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든요

(근데 비싸게 학비 드는 곳이 아니예요, 너무 구체적으론 말씀 못 드리겠어요 )

사립대 가는 것만큼 드는데,

저희 집 형편에는 정말 쪼들리면서 

엄마가 안간힘 써가면서 저 보내는 거거든요

그 때도 너무 돈에 쪼들리니까

아빠가 많이 깨닫고 술 안 마시고 일을 열심히 하시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참 다행이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옛날부터 수십 번 그랬다 말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믿고 싶었습니다....... 

 

제가 방학이라서 집으로 돌아 왔거든요

엄마는 제가 걱정할까봐 항상 집안일을 말을 잘 안해줘요

특히 돈문제 같은 거요

근데 집에 와보니까 정말.........

집이 풍비박산이더군요....

아빠가 술마시고 다리 부러져서 일 몇 달 못하는 바람에

당장 쓸 돈도 없고

동생은 고3이고 저는 이제 스무살인데

엄마는 그런 아빠가 한심해서 쳐대도 안봐요

아빠는 거실에서 맨날 티비나 보고 다리를 못 쓰니까

누워만 있구요

정말 제가 봐도 한심했어요

그새 술 마시고 다리 부러뜨려서 일도 못하고

정말 담학기 등록금이나 댈 수 있을까,

동생은 객지에서 고3인데 혼자서 낑낑 거리고

엄마는 발만 동동 구르고..........................

 

정말,

제 현실이 너무나 싫어서 눈물만 나더군요

저라도 돈 벌어야 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 뛰는데요

힘들게 일하고 늦게 들어오면

티비나 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싫어서

인사도 안하고 쌩~하고 방에 들어가 버려요

 

그 다리를 하고도 술을 마시더라구요

또 신세 한탄에

누구를 죽이네 마네......

 

사실은 아빠가 옛날에 공부를 참 잘했는데

홑어머니 밑에서 정말로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대학을 못 들어 갔어요

그래서인지 아빠 바로 밑에 있는 삼촌을

쎄가 빠지게 엄마랑 일해서

4년 졸업 시키고 장가까지 보내줬거든요

정말 농사일 하면서 쎄 빠지게 해서

뒤 다 봐줬거든요

근데 그렇게 키워줬는데도 배신 당하고

돈도 할머니 모시다가 이간질 해서 살림 나가면서

몇 천 떼가고 암튼...

집안일이 좀 복잡한데

 

항상 자기가 해준 것만큼 못 받고

뒷통수 맞고 사니까

사람이 좀 악에 받쳐 있거든요

 

오늘도,

술 마시고 내가 다 죽이고 죽네 마네

진짜 듣기도 싫고

그냥 콱 죽어라 제가 막 그랬거든요

 

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냐고

내 어차피 죽으면 끝이다

근데, 니랑 니 동생 공부는 우째 시키노 ..

동생은 쎄가 빠지고 공부 시키고

지 새끼들은 공부도 못 시키고 이게 무슨 꼴이고

하시면서 통곡을 하시더이다

 

계속 죽는다 죽는다 하시기에

그래 죽어라,

죽을 때 우리집 빚 다 아빠 앞으로 하고 죽어라

제가 막 그랬거든요

청소기로 청소하면서

아빠가 말하는 거 듣기 싫어서 안 듣고 ........

 

근데 갑자기 그러시더라구요

위암 3기에 간암 2기라고 ..

그 말 듣고 너무 억울해서

은혜도 모르는 사람 아닌 것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하늘이 내같이 불쌍한 놈은

왜 데려 가는지 너무 억울해서

도저히 술이 아니면 견딜 수가 없어서

술 마셨다가 사고로 다리 다친거라고....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엄마가 알면 엄마도 미친다고.....

지금 저만

아빠가 암이란 거 알고 있어요

 

맨날 소화 안된다고, 피곤하다고 그러는거

그러게 술 작작 마셔라,

일이나 해라

이랬는데......................................................

 

맨날 사람들한테 무시 당하고

뒷통수 맞고

이제는 개뿔도 없어서

치료도 못 받게 생겼어요...............

 

제가 엄마한테 말해도

정말 집이 찢어져서

돈 나올 곳도 없고.....................

 

오늘 하루 종일

암에 대해서 검색해 봤는데

전이암이면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으신 것 같아요

 

오늘도 그냥 죽어라 죽어라

그랬는데......이렇게 빨리 가시게 될 줄 몰랐습니다........

 

과일이나 이런 거 많이 먹으면 좋다고 나오길래

엄마가 저 먹으라고 사오신 키위랑 토마토 좀 갖다 드리니까

느그 엄마 갖다 주라고 안 드시더라구요.............................

 

진짜 엄마 알면 엄마도 미치고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 수도 없고........

설사 안다고 해도

치료비도 없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제가 곧 가장인데 .........

 

아빠가 그렇게 미웠는데

오늘 보니까 너무 불쌍해요 ...................................

조언 좀 해주세요..

정말 가슴이 아리고 미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