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오늘 우연찮게 그녀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친구를 붙잡아 뒷자리를 신세졌었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갔었지요. 지나치는 가을냄새가 상큼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모는 놈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니 헨들을 한쪽을 홱 틀었습니다.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 여학생은 바로 그녀더군요. 다행히 그녀를 치인건 아니었읍니다. 그리고 자전거 운전한 친구에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멋모르고 뒷좌석에서 손놓고 있던 나만 공중에 붕 떴다가 한바퀴 굴렀지요. 속력 때문에 난 그녀가 서있던 바로 앞에까지 굴러가 쳐박혔습니다. 치마입은 그녀의 다리가 참 예쁘더군요. 손바닥에서 피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픈줄을 몰랐습니다. 왜냐면 쪽팔렸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사람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얼굴을 못들겠습니다. 그녀가 보는앞에서 이 무슨 창피냐... 저기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들고는 차마 그녀의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자전거 운전수놈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죽어라 뛰었습니다. 민이: 오늘은 큰일날뻔 했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에서 길건편 친구가 부르길래 무심결에 길을 건너다가 급히 내려오는 자전거에 치일뻔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 자전거는 내 바로앞에서 멈추었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학생하나가 날라서 내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내 앞에 떨어진 남학생은 바로 그였습니다. .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정도로 그는 심각하게 자전거에서 떨어져 굴렀습니다. 갑자기 맘이 아프더군요. 손을 잘못 짚었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그는 많이 아팠는지 한동안 얼굴도 못들었습니다. 난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줄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는 자기와 같이 떨어진 가방을 들고는 단지 주먹만 쥐어보이고 뭐가 급한지 엄청 빠르게 뜀박질하여 멀리 사라져 갔습니다. 손수건을 들고 한동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습니다. 철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생긴 손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창피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녀 볼일이 막막합니다. 그래도 수업은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책은 주지 못하겠습니다. 강의실 앞좌석 한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내 앞자리에는 가방 몇개만 남겨놓고 주인들은 어디를 나갔나봅니다. 앗 그 가방들의 자리는 그녀일행들의 자리였습니다. 수업이 시작할 무렵 그녀와 그녀친구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와 그자리에 앉더군요. 좀 머쩍어 했습니다. 제법 긴 머리 때문에 그녀의 하얀목은 볼수가 없었지만 대신 그녀머리결의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는 하긴 했나봅니다. 그녀가 시위를 하듯 이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전에 내가 베고 잠이들어 침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그 책과 같은 책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책표지사이에는 크게 9243** 일교과 소수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수민은 그녀의 이름인가 봅니다. 하하 그녀는 약간 공주병이 있나봅니다. 저렇게 크게 자기이름을 광고하는걸 보면 말입니다. 내가 사놓은 책과 또한 그녀의 예전 그책은 이젠 어떡하지요? 이름도 그녀처럼 예쁩니다. 소수민. 소수민? 소수민... 근데 속으로만 중얼거린다는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예?"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그것이 그녀와의 첫대화였습니다. 때마침 교수가 우리민족은 동북아의 소수민족 만주족이 한반도쪽으로 남하하여...라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족."이라고 대답해 주었지요. 뭔가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나에게 주더니 아까 그녀의 이름이 적힌 그 책에다 무언가 적고는 나에게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놓더군요. 그 책을 보았습니다. 그 책에는 새로이 여덟자가 적혔있었습니다. "할수없이 새로산책" 책내놔란 무언의 시위란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책을 안들고 왔는데 어떡하지요? 그렇게 그날은 그녀의 바로 뒷자리에서 교양수업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제 도서관처럼 이자리를 제 고정자리로 할렵니다.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그때 자전거사건 이후로 아직 그를 못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를 볼수 있겠군요. 손은 괜찮을까요? 이번엔 혹시나하고 앞자리에다 자리를 맡았습니다. 그가 저번에 앉았던 바로 앞자리입니다. 그에게 내가 그가 앉았던 자리근처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은 주기싫었기에 친구를 꼬셔서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강의실로 돌아와보니 반갑게도 그는 내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 교양수업은 출석을 부르지 않는군요. 수강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교수는 출석 부를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를것입니다. 난 책에다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단지 글자를 알아볼수 없는 사인만 해놓지요. 그러나 난 그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교수가 출석을 불렀다면 굳이 이런짓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가 주지 않아 새로산책에다 크게 이름을 적어 밖으로 내어 놓았습니다. 충분히 그가 이책의 내이름을 볼 수 있을겁니다. 호호 역시 그는 내이름을 보았나봅니다.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 그의 입에서 내이름 석자가 불리어 졌습니다. 나도모르게 뒤돌아 "예?"라고 답해버렸지요. 에그 쑥스러워라... 근데 그는 약간 멋적은듯 멀뚱거리더니 "족"이라고 답했습니다. 무슨뜻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에서 소수민족이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그가 내이름가지고 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좀 분했습니다. 책도 안돌려 주고 그가 좀 얄밉더군요. 그래서 책에다 다시 열네자를 썼습니다. "네가 주지않아 할수없이 새로산책" 앞에 여섯글자는 연필로 아주 작게 썼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지워버렸구요. 내가 무슨 짓하나 모르겠습니다. 자기이름은 뭐 그렇게 좋나? 혜철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구나... 그가 좀 얄미웠던 건 사실이지만 다음주부터 이자리는 제자리가 될것 같습니다. 철이: 수요일 오후가 한가롭습니다. 가을이라 사내가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군요. 이럴때면 아무여자나 막 좋아해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하하 그녀가 있었군요. 그때 자전거를 태워준 녀석을 꼬셔 사대앞 벤취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낭만이 있더군요. 녀석이 왜 하필이면 사대앞이냐고 따지더군요. 이쁜 여학생들이 많은 예술대나 생문대쪽으로 가자고 그랬습니다. 하하 녀석아 여기도 예쁜 여학생이 있다네... 혹시 그녀가 사대쪽에서 나오지나 않을까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도 계속 눈은 사대건물 현관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벤취뒤쪽에서 누군가 나를 스쳐지나 사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을적입니다. 머리결이 여린바람에 날리고 벌써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하나가 그녀의 눈망울처럼 내 앞에 내려 앉더군요. 눈이 마주쳤습니다. 좀 쑥스럽더군요. 그녀와 난 잘 마주치는거 같습니다. 애써 태연한척 담배를 찾아 꺼내어 물었습니다. 하하. 부끄럽습니다.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빨리 가세요. 책은 나중에 꼭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사대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민이: 수요일 오전은 여유롭습니다. 오전엔 수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점심이 다가와서야 천천히 집을 나섰지요. 이크. 잘못하면 수업에 늦겠습니다. 오늘따라 길이 너무 막힙니다. 이런 교통사고가 났군요. 체증은 접촉사고가 난 승용차와 택시때문이었습니다. 그 두 자동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길이 막혔습니다. 수업시작시간은 이미 지났군요.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급히 뛰었습니다. 숨이 찹니다. 이제 걸어가야겠습니다. 사대앞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벤취에 앉은 두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한사람의 뒷모습은 낯이 익은 모습이군요. 벤취를 지나치다가 뒤를 돌아 봤습니다. 그였습니다. 벌써 떨어져버리는 낙엽이 그가 앉은 벤취에 몇개가 내려 앉습니다. 그모습이 가을날의 동화같습니다. 어색한 듯 담배를 문 모습마저 정겹게 보입니다. 수업엔 늦었지만 그 보상이라도 하듯 사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호호 뭘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세요? 알았어요. 전 이만 수업에 들어가볼께요. 1
우연..3
철이:
오늘 우연찮게 그녀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친구를 붙잡아 뒷자리를 신세졌었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갔었지요.
지나치는 가을냄새가 상큼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모는 놈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니
헨들을 한쪽을 홱 틀었습니다.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튀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 여학생은 바로 그녀더군요.
다행히 그녀를 치인건 아니었읍니다.
그리고 자전거 운전한 친구에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멋모르고 뒷좌석에서 손놓고 있던 나만
공중에 붕 떴다가 한바퀴 굴렀지요.
속력 때문에 난 그녀가 서있던 바로 앞에까지 굴러가 쳐박혔습니다.
치마입은 그녀의 다리가 참 예쁘더군요.
손바닥에서 피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픈줄을 몰랐습니다. 왜냐면 쪽팔렸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사람들까지 모여들었습니다.
얼굴을 못들겠습니다. 그녀가 보는앞에서 이 무슨 창피냐...
저기 떨어진 내 가방을 주워 들고는
차마 그녀의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자전거 운전수놈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죽어라 뛰었습니다.
민이:
오늘은 큰일날뻔 했습니다.
사대앞 내리막길에서 길건편 친구가 부르길래
무심결에 길을 건너다가 급히 내려오는 자전거에 치일뻔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 자전거는 내 바로앞에서 멈추었지만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학생하나가
날라서 내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내 앞에 떨어진 남학생은 바로 그였습니다. .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정도로
그는 심각하게 자전거에서 떨어져 굴렀습니다.
갑자기 맘이 아프더군요.
손을 잘못 짚었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그는 많이 아팠는지 한동안 얼굴도 못들었습니다.
난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줄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는 자기와 같이 떨어진 가방을 들고는
단지 주먹만 쥐어보이고
뭐가 급한지 엄청 빠르게 뜀박질하여 멀리 사라져 갔습니다.
손수건을 들고 한동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습니다.
철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생긴 손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창피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녀 볼일이 막막합니다.
그래도 수업은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책은 주지 못하겠습니다.
강의실 앞좌석 한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내 앞자리에는 가방 몇개만 남겨놓고 주인들은 어디를 나갔나봅니다.
앗 그 가방들의 자리는 그녀일행들의 자리였습니다.
수업이 시작할 무렵 그녀와 그녀친구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와 그자리에 앉더군요.
좀 머쩍어 했습니다.
제법 긴 머리 때문에 그녀의 하얀목은 볼수가 없었지만 대신
그녀머리결의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는 하긴 했나봅니다.
그녀가 시위를 하듯 이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전에 내가 베고 잠이들어 침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그 책과 같은 책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책표지사이에는 크게 9243** 일교과 소수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수민은 그녀의 이름인가 봅니다.
하하 그녀는 약간 공주병이 있나봅니다.
저렇게 크게 자기이름을 광고하는걸 보면 말입니다.
내가 사놓은 책과 또한 그녀의 예전 그책은 이젠 어떡하지요?
이름도 그녀처럼 예쁩니다.
소수민.
소수민? 소수민...
근데 속으로만 중얼거린다는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니 "예?"라고 그랬습니다.
하하 그것이 그녀와의 첫대화였습니다.
때마침 교수가 우리민족은 동북아의 소수민족 만주족이
한반도쪽으로 남하하여...라는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족."이라고 대답해 주었지요.
뭔가 기분나쁘다는 인상을 나에게 주더니
아까 그녀의 이름이 적힌 그 책에다 무언가 적고는
나에게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놓더군요.
그 책을 보았습니다.
그 책에는 새로이 여덟자가 적혔있었습니다.
"할수없이 새로산책"
책내놔란 무언의 시위란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책을 안들고 왔는데 어떡하지요?
그렇게 그날은 그녀의 바로 뒷자리에서 교양수업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제 도서관처럼 이자리를 제 고정자리로 할렵니다.
민이:
오늘은 교양수업이 있는날입니다.
그때 자전거사건 이후로 아직 그를 못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를 볼수 있겠군요.
손은 괜찮을까요?
이번엔 혹시나하고 앞자리에다 자리를 맡았습니다.
그가 저번에 앉았던 바로 앞자리입니다.
그에게 내가 그가 앉았던 자리근처에 자리를 잡았다는 인상은 주기싫었기에
친구를 꼬셔서 커피를 마시러 나갔습니다.
강의실로 돌아와보니 반갑게도 그는 내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 교양수업은 출석을 부르지 않는군요.
수강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교수는
출석 부를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를것입니다.
난 책에다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단지 글자를 알아볼수 없는 사인만 해놓지요.
그러나 난 그에게 내 이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교수가 출석을 불렀다면 굳이 이런짓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가 주지 않아 새로산책에다 크게 이름을 적어 밖으로 내어 놓았습니다.
충분히 그가 이책의 내이름을 볼 수 있을겁니다.
호호 역시 그는 내이름을 보았나봅니다.
소리는 작았지만 분명 그의 입에서 내이름 석자가 불리어 졌습니다.
나도모르게 뒤돌아 "예?"라고 답해버렸지요. 에그 쑥스러워라...
근데 그는 약간 멋적은듯 멀뚱거리더니 "족"이라고 답했습니다.
무슨뜻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교수가 강의하는 내용에서 소수민족이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그가 내이름가지고 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좀 분했습니다.
책도 안돌려 주고 그가 좀 얄밉더군요.
그래서 책에다 다시 열네자를 썼습니다.
"네가 주지않아 할수없이 새로산책"
앞에 여섯글자는 연필로 아주 작게 썼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지워버렸구요.
내가 무슨 짓하나 모르겠습니다.
자기이름은 뭐 그렇게 좋나? 혜철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구나...
그가 좀 얄미웠던 건 사실이지만
다음주부터 이자리는 제자리가 될것 같습니다.
철이:
수요일 오후가 한가롭습니다.
가을이라 사내가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군요.
이럴때면 아무여자나 막 좋아해버리는 습성이 있는데...
하하 그녀가 있었군요.
그때 자전거를 태워준 녀석을 꼬셔 사대앞 벤취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낭만이 있더군요.
녀석이 왜 하필이면 사대앞이냐고 따지더군요.
이쁜 여학생들이 많은 예술대나 생문대쪽으로 가자고 그랬습니다.
하하 녀석아 여기도 예쁜 여학생이 있다네...
혹시 그녀가 사대쪽에서 나오지나 않을까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도 계속 눈은 사대건물 현관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었는데
벤취뒤쪽에서 누군가 나를 스쳐지나 사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을적입니다.
머리결이 여린바람에 날리고
벌써 떨어져 버리는 나뭇잎하나가 그녀의 눈망울처럼
내 앞에 내려 앉더군요.
눈이 마주쳤습니다. 좀 쑥스럽더군요.
그녀와 난 잘 마주치는거 같습니다.
애써 태연한척 담배를 찾아 꺼내어 물었습니다.
하하. 부끄럽습니다.
뭘 그렇게 쳐다봅니까? 빨리 가세요.
책은 나중에 꼭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사대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민이:
수요일 오전은 여유롭습니다.
오전엔 수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점심이 다가와서야 천천히 집을 나섰지요.
이크. 잘못하면 수업에 늦겠습니다.
오늘따라 길이 너무 막힙니다.
이런 교통사고가 났군요.
체증은 접촉사고가 난 승용차와 택시때문이었습니다.
그 두 자동차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길이 막혔습니다.
수업시작시간은 이미 지났군요.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급히 뛰었습니다.
숨이 찹니다. 이제 걸어가야겠습니다.
사대앞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벤취에 앉은 두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한사람의 뒷모습은 낯이 익은 모습이군요.
벤취를 지나치다가 뒤를 돌아 봤습니다. 그였습니다.
벌써 떨어져버리는 낙엽이 그가 앉은 벤취에 몇개가 내려 앉습니다.
그모습이 가을날의 동화같습니다.
어색한 듯 담배를 문 모습마저 정겹게 보입니다.
수업엔 늦었지만 그 보상이라도 하듯
사대앞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호호 뭘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보세요?
알았어요. 전 이만 수업에 들어가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