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지갑을 주웠습니다 그런데...

심란하다.2007.09.28
조회665

안녕하세요.

수시붙은 고3 남학생입니다.

전 버스의 뒷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해서 뒷자리를 쓱 봤는데

고등학생 2명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더군요.

고등학생 2명은 잡담하고 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자고 있었어요.

평소에 그 버스에서 퍼질러 자거나 조는 대학생들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뒷자리 앞에 앉았습니다.

한 20분 달렸나요.

자던 2명은 대학가에서 황급히 내리더군요.

그때 "직이네 땡잡았다" 이러한 말들과 함께 고등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왜 그런가 싶어 궁금했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고등학생들 몇 정거장 안가서 히죽히죽 웃으면서 내리더군요.

이제 뒷자리에  앉을 수 있겠구나 싶어 냅다 뒤로 올라갔죠.

기분 좋았습니다.

그때 엉덩이에 무언가가 걸거치더군요.

크기나 감촉으로 보아 지갑일꺼라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깔고앉은 그것을 뺐습니다.

역시나 지갑이네요.

아까 자던 대학생의 지갑이였습니다.

아까 그 고등학생들의 말과 웃음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이것 때문에 행복해 한건가.

바닥하고 자리 근처를 둘러보니

지갑주인의 이름이 적힌 헌혈증하고 종이쪼가리 몇개가 널려 있더군요.

누군가 그 지갑을 그 자리에서 뒤진 흔적이겠죠.

지갑을 열어보니 돈은 없네요.

아쉬운 마음에 지갑을 여니 유도단증에 무슨 보증서, 민증 등 많이 들어 있습니다.

더 뒤져보니 부적에 친구들 증명사진도 수두룩하네요.

그 중에 딱 하나있던 여자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쁘네요.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더군요.

파마하고 화장하고 찍어서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갑주인이랑 성이랑 이름이 비슷한 걸로 보아 그 여자가 지갑주인의 여동생 같았습니다.

그 여학생이랑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안면 있는 사람의 가족꺼란 생각이 드니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가지기도 그렇고 영 찝찝하네요.

그렇게 그 지갑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집에 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갑 잃어버린 주인의 좌절감이 느껴지는거 같기도 하고

좋은 일 한번 해보자하는 생각도 들고 하는데

그 여학생에게 지갑을 주면 제가 돈을 가져갔다고 오해를 받을까봐 겁나서 못 주겠네요.

제가 주웠을땐 돈이 없었지만 원래 돈이 있고 누군가 빼간거라면...

그래서 제가 의심 받는다면...

물론 제가 지갑에서 돈을 빼간건 아니지만

내가 나를 잘 아니 있었다면 분명히 빼갔을테고...

그래서인지 더욱 금마 앞에서 떳떳하지 못 할꺼 같네요.

그 문제의 지갑.

먹어버릴까요?

집 앞 하천에 버릴까요?

아니면 그 여학생에게 줘버릴까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괜히 지갑은 주워가지고...

나뒀으면 제3자가 주인에게 돌려줬을지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