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질경이20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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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그 여름의

칠월의 벽제 화장장에는

마른 눈물들이 비눗방울로 떠다니고 있었고

살아남은 자의 오열이

오한으로 남아

같이

불구덩이에 뛰어 들고도 싶었으나,

산 자는 입장불가였다.

건장한 청년은

영원토록 살라는 이승의 배려로

'영생함'에 한 줌 재로 담기었지만

억울해서 꺼질 수 없는

불은

살아남은 자의 몸에 빙의 되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손바닥에서,

발바닥에서,

혓바닥 날름거리며 작열할 때

임시방편이나마 물이라도 뒤집어 써야 했다.

간신히

건져 올린 몸뚱이만 불붙은 게 아니었나보다.

새벽하늘에도 누군가 불을 놓았다.

해도,

달도,

주연이 될 수 없는,

청춘을 불살라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조선의 어머니는,

한삼자락에 불을 붙여 살풀이춤을 추고

환영받지 못한 삶으로 태어난

사생아 출신의 청년은

무지개다리에서 횃불을 들고

흔들 그네를 타고 있었다.

유품으로

유일하게 남긴

땀내 절은 작업복대신

결혼예복을 입고는 화사한 웃음으로

흔들 그네를 타고 있었다.

평생을 아까워서

만지다  만 어머니의 옷은

하얀 날개옷으로

새로 지어 입으시고

두 볼 가득 불 꿈 머금으시니

서럽다.

골절(骨折)된 손목이 그대로 붙을 세월동안

자식은 무관심했고

자식들 다 퍼주고

농부의 쌀독에 쌀이 떨어져도 모르던

자식은 냉정했다.

어쩌나,

이 비 온다고 저 불 꺼지랴

열정을 이해 못하는 욕심은

빈 무쇠 솥에 군불을 땐다.

 

 

글/이희숙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