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준비의 필요성에 관한 경험 %

초이2007.10.08
조회5,697

내용이 길지만 차분히 읽다보면 공감하실꺼예요~

 

********************************************************************

정말 사랑했던 한 남자가 있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사람이지만.. 사랑은 우연이 아닌듯 그렇게 다가왔어요..

 

수많은 연인들처럼 평범한 데이트를 하며 싸우기도, 때론 미친듯이 웃기도 했지요.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엑스트라인듯 드라마 같은 세상에 그와 나는 주인공이 되어 있었답니다.

'우리 이만큼이나 사랑하고 있어요!' 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아끼지 않고 모두 보여 주었지요.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고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끊겨 버렸어요.

뜬금없지요..? 네..

정말 뜬금없이 연락이 끊겼어요.

3월 14일.. 화이트 데이날 커다란 곰인형과 사탕을 받았고.. 그게 마지막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114 안내원으로 부터 전화가 왔어요~ 상대방이 커플요금제 해지요청을 했다고..

 

저는 미칠것만 같았답니다.

나는 아직 사랑 진행 중인데 그 사람은 나 몰래 혼자 이별 준비 중이었나 봅니다.

 

정확히 2개월을 그 사람 행방을 찾아 돌아다녔답니다.

자취하던 집.. 다니던 직장.. 친구.. 모두 뒤져 보았지만 어디에도.. 누구도 그의 흔적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저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았고.. 직장 때문에 부산에 와 있었거든요..

모든걸 다 버리고 부산을 떠났나 봐요.. 제가 사기라도 당한걸까요..

 

몰래 친구 전화를 빌려 전화를 해보고.. 큰일이 난듯 문자도 보내보고.. 제 자존심 다 버려가며 비참하게 매달리고 매달렸답니다.

대답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끝없이 문자를 보냈죠..100통.. 200통..

아무 준비없이 다가온 이별을 그런식으로라도 해소하지 않으면 감당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 가장 비참한 상황까지 가보자.. 내 모습에 내가 질릴때까지 매달려보자' 라고.. 그때는 생각했었죠..

 

이별한 사람에게 가장 뻔하면서도 식상한 위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 라는 말..

네.. 저도 그 식상한 말에 동의 합니다..

 

1년.. 2년이 지나니.. 그때 내가 했던 비굴한 매달림들이 서서히 부끄러워지고.. 후회도 되면서..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쿨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답니다..

시간은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흘러가더라구요..

 

2달이나 지우지 못해 매일 봤던 문자..  그 사람과 나눴던 편지, 메일.. '사랑해' 라고 녹음 된 메세지..

모든걸 다 삭제 했고.. 내 마음속에서도 그 사람을 묻어 버렸답니다.. 아니 묻혀버렸어요.. 저절로..

시간이 지나니 되더라구요..

죽을려고 밥도 안먹고 끙끙 앓았던 제가.. 드디어 쿨하게 모든걸 다 삭제 할 수 있는 날이 오더라구요..

 

단 한번만이라도.. 그 사람 입에서 '헤어지자' 라는 말을 들을수 있다면..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그 이유만 들을수 있다면..

좀 더 마음 편해질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모든게 미련이었던 같았어요..

어차피 우리는 헤어질 사이였기에 헤어졌나 보다.. 라고 내 스스로 결론 내버린거죠..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새벽.. 익숙한 번호로 문자가 왔답니다..

이상하게 그날은.. 짧은 문자 소리에 눈이 떠졌어요..

'미안하다..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다.. 부산에서의 내 추억은 니가 처음이고 마지막이다.'

그 사람의 문자였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 같았고.. 결국 이렇게 연락 할 사람이 그때는 어쩌면 그렇게 모질었는지 참..

 

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답니다.

다시 연락 하면 흔들릴것 같았고.. 정말 힘들게 정리한 마음 이렇게 흐트러 놓으려는 그 사람이 더욱 밉다는 생각만 들었죠..

우리가 이별하게 된 이유가 너무도 궁금했지만 참기로 했어요.. 이제와 그 이유를 들어 무엇 하겠어요..

지금 우린 이렇게 헤어졌는데 말이죠..

 

미친듯이 잡으려고.. 잊지 않으려고 꽉꽉 잠궈두었던 그 사람과의 추억상자는..

어느 구멍인지 조금씩 새어 나가 버려.. 이젠 기억하려고 애를 쓰고,, 더듬고 더듬어 그때 썻던 일기까지 봐도 정확한 느낌이 떠오르지가 않아요..

그만큼 난 괜찮아졌으니까..

그리고... 저는 이사를 했답니다. 다시는 날 찾지 못하게 이젠 내가 도망가버리려구요.

 

한번 큰 이별을 겪고 나면 꼭 이런 얘기를 하죠..

'나.. 다시는 사랑 못할것 같아.. 누구도 못믿을것 같아..'

하지만.. 웃기게도 새로운 사랑은 찾아오고.. 또 이별은 찾아오고.. 아픔을 겪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이별할껄 알면서도 사랑하는건 어쩔수 없나봐요.

우리가 죽을껄 알면서도 살아가는것과 마찬가지로요.

 

답답하고 막막한 미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잖아요..그게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예의예요..

때론 힘들고 마음 아프지만 사랑해야 한다면 열심히 사랑하는것 또한 예의라고 봐요..

 

그 사람은...

어느 여름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답니다..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형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왜 이별하게 되었는지...

그 사람이 정말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많이 아팟었나 봐요..

삼류 드라마같은 얘기가.. 내 상황이 될수도 있나봅니다..

 

며칠전 꿈을 꾸었어요..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급커브에 속도를 줄이지 못해 안전대 밖으로 튕겨 나가는 꿈이요..

3초 후 쯤이면 붕~ 떠 있는 자동차는 절벽으로 떨어져 폭발하게 되고 그럼 저는 죽게 되겠지요..

그 짧은 3초 동안, 누구 말처럼 영상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지나가고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자동차가 떨어지면 난 이제 끝이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못했는데 어쩌지..

나 정말 세상을 떠나는 건가? 그 후엔 어떻게 될까? 사후세계라는게 있을까?

무섭다 두렵다..최악의 공포다..라는 너무도 생생한 느낌..

 

의식도 불분명하던 마지막 순간 그 사람은 또렷하지 않은 발음으로 제 이름을 불렀답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얼마나 겁났을까요.. 제가 함께해주길 바란걸까요..?

아니면... 저에게 모질게 대했던 시간들이 그사람 마음에 마지막까지 한으로 남았던 걸까요..?

 

처음 이별했을 때도... 그리고 정말 이별했을 때도... 

우리는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답니다..

많은 원망과 예전에 날 힘들게 했던 미움보다..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한 이별인사가 참.. 가슴아픕니다..

떠나가버린 그 사람도 아마..그랬겠죠..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하다못해 키우던 강아지도...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상... 꼭 이별을 하게된답니다..

그게 10년 후든, 20년 후든... 지금 당장 닥쳐보지 않으면 머나먼 미래이기에 막연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세상에 영원이라는건 없어요...

 

죽을 날을 알고 살아가는 공포처럼..

이별 할 날을 알고 사랑하는게 아닌걸 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게 얼마나 무서운데요..

그렇게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수 없겠죠..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소개팅도 하고, 동호회도 들고 여러가지 준비를 하지만..

정작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과의 언젠가 다가올 이별 준비는 하지 않는것 같아요..

제가 그 사람과의 갑작스런 이별에 무척이나 당황해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낸것처럼..

언제, 어느순간 사라질지 모를 내 주변사람들과의 이별준비도 필요할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아가고... 열심히 사랑하고..

10% 정도의 마음은 '다시는 이 사람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이라는 뜬금없는 상상으로 이별준비를 해보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지금 주무시고 계실 부모님.. 나와 함께 하는 유쾌한 친구들.. 직장동료.. 사랑하는 연인... 그 누구던지요..

 

그리고.. 이별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

식상한 말.. 본인도 너무 잘 아는 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겪었고.. 가장 정확하고.. 잘 알기 때문에.. 위로의 말 베스트 1위가 된 것 같아요...

이별했는데 조금도 아프지 않다면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다만,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인하는 마음에 본인이 더 아파지는것 같아요..

담담히 받아들이고..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다독여 보세요..

그리고....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답니다.. 조금만 참으면요...

거짓말 아님.. ^^

 

이 글을 그 사람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네요..

 

 

****************************

 

출처 :  초이,, 그녀의 심리 ( http://cafe.daum.net/choecho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