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10

katerina2003.07.04
조회176

철이:

 

하하. 드디어 휴가를 나갑니다.

 

짝대기 두개를 달고 말입니다.

 

군복이 자랑스럽습니다.

 

에이급군화에 에이급군복을 입고 부러운 후임병들의 인사를 받고

 

아침일찍 부대를 나왔습니다.

 

군복이 조금 덥군요.

 

학교는 지금 한창 기말고사 준비로 바쁘겠군요.

 

집에 들리지 않고 학교를 먼저 들렸습니다.

 

군모로 내려쓰고 눈에 힘을 주며 학교 캠퍼스를 들어섰습니다.

 

참 오랜만이군요.

 

이 캠퍼스정경이 조금은 낯섭니다.

 

하하. 자전거탔던 놈도 영장이 나왔다는군요.

 

확 강원도 최전방이나 걸려버려라.

 

캠퍼스를 그와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그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이 캠퍼스를 아름답게 꾸미며

 

매일 다른이들의 시선을 받았겠지요.

 

모자를 더 눌러썼습니다.

 

그녀가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갔습니다.

 

하지만 예전 나와 눈이 마주칠때처럼

 

눈길을 이쪽으로 잠깐동안 준것이 아니라 찰라의 순간으로

 

그냥 같이가던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고개를 잠시동안 돌린거 뿐이었습니다.

 

그리운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지나쳐만 갈수밖에 없는 내 마음이 애처롭습니다.

 

그녀가 많이 성숙해져 보였습니다.

 

 

민이:

 

다음주가 시험이라 참 바쁘네요.

 

친구와 전공레포트 때문에 복사실로 가다가

 

그의 친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친구옆에는 군복입은 사람이 같이 있었습니다.

 

군모 때문에 얼굴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후. 그들이 나를 지나쳐가고 난다음 뒤돌아 봤습니다.

 

군복입은 사람의 뒷모습이 그와 닮았습니다.

 

혹시 그였을까요? 내가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그가 안보이게 된 이유가 군대를 갔을것 때문이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한번 물어봐야 겠습니다.

 

 

철이:

 

휴가를 잘못 나왔습니다.

 

이렇게 찬밥 신세라니 다들 시험 때문에 나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날무렵 난 부대로 복귀를 해야했습니다. 설버라.

 

다시 부대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부모님 마음도 아프겠지요.

 

오늘 부모님과 형과 함께 갈비를 뜯었습니다.

 

잘먹고 군대생활 잘 견뎌내라고 하시더군요.

 

형은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방위산업체에 들어갈거라고 하는군요.

 

한대 맞았습니다.

 

군대가더니 혀가 꼬부라졌냐고 자기보고 제가 해철이라고 한답니다.

 

자기도 나보고 개철이라고 하는줄은 모르는가 보죠.

 

내일밤은 부대 내무반에서 보내겠군요.

 

 

민이:

 

오늘 시험을 끝마쳤습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

 

자전거타고 가는 그의 친구를 보았습니다.

 

때마침 그의친구가 내앞에서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담배를 필려고 휴지통 근처에서 멈추어 선 것이었습니다.

 

그냥 가서 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군요.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깐요.

 

계철씨는 어디갔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개철이 집에 있을거라고 답했습니다.

 

예? 라고 다시 물었더니 휴가나와 오늘 집에 있을거라고 하며

 

불쌍한 놈 내일 부대복귀인데 잘 놀지도 못하고...

 

그러며 아는사이냐고 묻더군요.

 

언제 군대 갔어요? 라고 잠시간 시간을 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작년 12월 22일 갔었는데 몰랐었냐고 그러는군요.

 

생크림빵값은 언제 줄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돌아섰습니다.

 

하하. 그랬군요.

 

그가 군대로 처음 떠나던날 나는

 

커피점에서 그를 기다렸던 거군요.

 

그리고 내 느낌처럼 저번주에 본 그 군복입은 사람의 모습은 그였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그는 그렇게 편지는 보냈으면서 나한테 말한마디 없었을까요?

 

참 그의 군대주소나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그의 친구는 다시 볼수있겠죠.

 

그가 내일이면 다시 군대로 돌아가겠군요.

 

오늘 혹시 그가 학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저기 벤취가 나보고 앉아가라고 합니다.

 

햇살은 조금 따갑게 땅으로 쏘아지고 있습니다.

 

 

철이:

 

내무반장이 나보고 새로온 소대장한테 인사갔다 오랍니다. 씨...

 

내가 짬밥이 있지. 그래도 할수없습니다.

 

나보다 3개월이나 짬밥없는 놈한테 경례부치기가 서럽습니다.

 

자전거타는 친구가 얼마안있어 입대를 한다는군요.

 

편지를 보니 오늘이 입대일이군요.

 

이렇게 더운날 연병장 돌아보거라 하하하.

 

그녀의 모습. 그녀는 이 여름 어떤 추억을 남기며 보내고 있을까요?

 

 

민이:

 

뒤늦게 가입한 3수생 신입생이 선배와 아는사이였습니다.

 

비리입니다.

 

우리기수와 맞먹어라니요. 어떻게 그럴수가...

 

방학이라 그럴까요?

 

그의 친구의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와의 인연 정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불안하기만 합니다.

 

 

철이:

 

새까만 4월군번들도 애인이 면회를 오고 하는데...

 

부모님 한번 오신것 말고는 아직 면회조차 없습니다.

 

서럽습니다.

 

병장들 사물함안에는 자기 애인들 사진도 붙어 있습니다.

 

고참들 연애편지나 대신 써주어야 하는 내 신세여...

 

 

민이:

 

날씨가 많이도 덥군요.

 

그는 잘지내고 있을까요?

 

점점 그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잊혀져 가는군요.

 

 

철이:

 

야. 비다. 비한번 시원하게 오는구나.

 

이런날은 딱 자기 좋죠. 하하. 너무 옵니다.

 

3일만에 햇빛을 보았습니다.

 

대민지원을 나갔습니다.

 

우유한잔. 맥주한병.

 

그리고 곰보빵. 그거 받아먹고 5만원짜리 노가다를 뛰었습니다.

 

허리가 빠질려고 합니다.

 

 

민이:

 

동아리 엠티날짜를 잘못 잡았습니다.

 

비가 너무 옵니다.

 

이틀내내 민박집안에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이야기들로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 날 여기저기 벼가 물에 잠겨 쓰러져 있었습니다.

 

풍년이 들어야 하는데...

 

다시 모습을 빛내고 있는 저 햇살을 받고 기분좋게 자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걸 누가 다 세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