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은 2·13합의에 따른 2단계 조치로서 ① 「모든」 核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申告)와 ② 「모든」 현존하는 核시설의 불능화(不能化, disablement)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申告대상인 「모든」 核프로그램에 영변 核시설만을 포함시켜 왔다.
북한의 核관련 시설은 태천(200MW원자로), 신포(경수로발전소), 길주(핵 실험장), 박천(우라늄 정련공장), 평산(우라늄 정련공장), 순천(우라늄 광산) 등 다수이다. 核관련 물질 역시 고농축 우라늄, 이미 추출한 무기급 플루토늄, 이미 제조해 놓은 核폭탄 등이 포함된다. 정작 중요한 核시설·核물질은 제외한 채 「다 퍼먹은 김칫독」으로 비유되는 영변 核시설만 신고하겠다는 게 북한 입장인 것이다.
< 不能化 대상에 5MW원자로·재처리시설만>
북한은 不能化할 「모든」 核시설 역시 영변 核시설 중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만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중국 심양(瀋陽)에서 열린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심양회의)에서 不能化할 核시설로 영변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만 거론했다.
그러나 영변에는 이들 외에도 50MW원자로, 연구용원자로, 核연료봉 제조시설, 核연료 저장시설, 원소 생산가공연구소, 폐기물시설 등 다수의 核시설이 있다. 이처럼 不能化에서도 일부 시설만 대상으로 하겠다는 게 북한 입장인 것이다.
不能化이행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심양회의 역시 17일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회의 종료 후 국내 언론은 온갖 전문(傳聞)과 추측(推測)을 동원, 북한이 核폐기에 적극적인 양 선전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2·13합의 2단계에 이뤄져야 할 기본적 문제들에 대한 합의도출은 실패했다.
< 先後 뒤바꾼 경수로 제공 요구>
북한의 核폐기 의지가 없음은 核폐기의 전제조건(前提條件)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들 조건은 2005년 9·19합의와 2007년 2·13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서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수용하지 못할 조건을 제시해 核문제 난항(難航)의 책임을 미국에 돌려온 셈이다.
우선 북한은 不能化를 위해선 경수로(輕水爐)가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7월21일 김계관 외무성(外務省) 부상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 核계획, 다시 말해 영변 核시설을 가동중단하고 무력화를 거쳐 궁극적으로 해체하려는 것이며, 해체하려면 경수로(輕水爐)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17일 한 소식통을 인용, 『심양회의에서도 북한이 「核시설 不能化를 하려면 경수로(輕水爐) 제공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美北양자 협의 등 과정에서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不能化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 요구를 하는 것은 2005년 9·19합의의 명시적 위반이다. 9·19합의는 『모든 核무기와 현존하는 核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早速)한 시일 내에 NPT와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고, 미국 등 5개국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적절(適切)한 시기에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즉 조속(早速)한 시일과 적절(適切)한 시기의 선후(先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조속한 核폐기는 하지 않은 채, 경수로 제공을 빌미로 不能化를 거부하고 있다.
<9 ·19합의 무시한 채 『적대정책 폐기』요구>
북한이 核폐기를 거부하며 내세우는 또 다른 억지는 소위 對北적대시 정책 폐기(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등이다.
북한은 2·13합의 1단계조치 약정시기인 4월14일을 3개월이나 넘긴 7월15일, 영변 核시설을 가동중지(shut down)했다. 不能化이행단계로 들어선 이날, 북한 외무성(外務省)은 『향후 北核협상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적대(敵對)정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철회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7월15일 김명길 UN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2단계 조치를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북한이 不能化 전제조건으로 주장한 對北적대정책 폐기 등도 2·13합의에 대한 명시적 위반이다. 2·13합의에 따르면, 「申告」와 「不能化」는 2단계에 완결(完決)될 조치이나, 對北적대시 폐기는 2단계에 개시(開始)될 사항이다. 합의문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開始)하고』 『對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進展)시킨다』고 돼있다. 對北적대정책 先폐기 요구 역시 선후(先後)가 뒤바뀐 주장인 것이다.
< 폐연료봉 제거 안한 불안한 이행>
核폐기 협상은 과거(過去)와 미래(未來)가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뒤늦게 이뤄진 2·13합의 1단계 조치는 원래 영변 核시설을 폐쇄(閉鎖)·봉인(封印)한다고 돼 있지만, 북한은 영변 核시설 중 5MW원자로만 가동중지(shut down)했다.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동결대상이었던 △영변 50MW원자로, △核연료봉 제조시설,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해 △연구용원자로, △동위원소생산가공연구소, △폐기물시설 등 영변의 다른 시설은 제외시켰다.
북한은 7일 IAEA 관계자들에게 5MW원자로의 폐연료봉 8천개도 제거하지 않겠다고 통고했다. 원자로 가운데 폐연료봉이 제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 북한은 9월중 개최될 예정인 6자회담에서 폐연료봉을 포함한 핵물질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 난항에 빠진 6자회담>
향후 6자회담을 통해 核폐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극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 3월22일 이래 장기 「휴회」중이던 6자회담 참가국들은 7월18일부터 7월20일까지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담」이라는 막간극(幕間劇)을 벌였다. 그러나 「수석대표 회담」 역시 아무런 합의도 생산치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다만 『휴회 중인 6차 회담을 9월 초에 속개하고 이에 이어서 6개 참가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회담 주최국인 중국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발표」했을 뿐이다.
(미래한국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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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제네바에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일부 언론들은 회담결과 평가에서 북한의 핵폐기 문제를 낙관적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의 핵폐기는 또다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들고 있으며, 진정한 핵폐기는 실종되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금번 미국의 대표 크리스토퍼 힐(Hill)과 북한의 대표 김계관 간에 진행되었던 실무회담 결과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 적성국 교역법 북한적용 해제 ▲ 북핵 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하였으며 양측이 매우 유익하고 실질적인 논의를 하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미국 대표 힐은 "연내 북핵 불능화 확신"이라고 회담결과를 자평하였고, 북한 대표 김계관은 "우리는 합의한 대로 우리의 핵계획(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무력화(無力化)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했다. 미국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북한의 핵폐기 문제는 또다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들고 있고 진정한 북한의 핵 폐기(dismantle)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에 대한 그 첫 번째 이유는 김계관 및 북한의 언론들은 '불능화(disablement)'라는 용어 대신에 '무력화(incapacity?)' 혹은 '가동중단(shutdown)'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무력화라든가 가동중단은 불능화와는 큰 의미 차가 있다. '북핵 불능화'의 진정한 의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 생산시설, 핵개발 프로그램 모두를 다시는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함을 뜻한다.
그런데 김계관이 주장하는 '무력화'란 그저 '힘을 뺀다'는 의미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시 '유력화(有力化)'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동중단'도 마찬가지 의미다. 중단된 가동은 얼마든지 재가동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미국이 의미하고 있는 '불능화(disablement)'가 북한이 주장하는 '무력화'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면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든 셈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애매한 용어 혹은 내용을 합의한 후 실천하는 단계에서 엄청나게 다른 해석을 함에 능수능란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정권이다.
둘째, 북한의 김계관은 '우리의 핵계획(program)을 신고할 것'이라면서 기존 보유 핵무기라든가 핵 생산시설, 핵 생산 물질들의 신고에 대하여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은 미래에 개발할 핵개발 프로그램만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보유 핵무기 및 핵 생산 시설 등에 대한 정확한 목록 신고가 없는 한 북한의 진정한 핵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김계관은 "미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인 약속사항은 테러 지원국 명단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명단에서 북한 삭제를 의미한다. 문제는 경제적인 보상조치다. 본 경제적인 보상조치에는 다시 '선 경수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이 예상치 못하는 엄청난 또 다른 경제적인 보상조치들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미국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경우 다시 북핵 폐기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북한은 금년 말까지는 실제 '무력화'라는 용어를 '불능화' 대신에 사용하면서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이면서 6자회담을 진행시킬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은 테러 지원국 명단 및 적성교역법 적용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시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제2단계 북핵 폐기 문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시키기도 하고 또는 미국-북한 간 군사회담을 개최하여 양국의 핵군축 문제로 다루겠다는 의도를 이미 노출시키고 있다. 북한이 그들의 군사제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진정한 핵폐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북한은 오직 각종 사술들을 동원하여 6자회담이 성공할 것 같은 희망을 주면서 미국의 부시행정부의 남은 임기를 소모시키는 '시간끌기작전'을 익숙하게 구사하고 있을 뿐이다.
( 미래한국 200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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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베이징 합의 이후 북한의 전략적 선택
2007 년 2월 13일 베이징 6자회담의 타결과 관련하여 김정일 정권의 입장을 가능한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핵타결 이후 예상되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전망하고 효과적인 대응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하다.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그들의 프로파간다와 외교적 총량을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한반도 지배권 확보'라는 정치군사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구체적 대미 실천전략이란 미국의 대북 불가침선언 확약,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프로그램의 실체 부인, 핵협상 타결 시한의 최대한 지연 및 살라미 전술에 의한 상당한 경제적 이득 확보, 핵협상타결을 통한 한미동맹의 실질적 와해 시도 등이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주목되는 사항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적대관계 청산과 핵협상 타결을 통한 한미동맹 와해이다.
이번 2.13 핵타결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합의문 3조 2항)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실무그룹(합의문 3조 5항)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북한은 미북관계 정상화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통해 한미동맹관계 와해를 위한 실천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듯하다.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북한은
△1953년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축소 내지 철폐, △남한 내 미군의 대폭감축 내지 완전 철수, △남한 내 미국의 신무기 배치 금지, △미국 핵무기의 한국일본 내 반입 금지,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군훈련 대폭 감축, △미국과 북한간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 등을 관철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과 같은 북한 당국의 대미 핵외교 정책은 그들이 비핵화 과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미관계 개선'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폐와 한미관계 이완을 가능케 한다는 전략적 포석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의 수교문제를 관철시킨다는 것은 한미관계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과거 수십년 동안 일관되게 노려왔던 '핵능력 보유'와 '미북수교 달성'이라는 두 개의 정치군사적 목표는 2007년 2월 13일 6자회담 핵타결을 계기로 그 실천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양개 목표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관철시키려 할 것인가에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이 핵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란 어떤 경우인가. 그것은 표면에 부상된 플루토늄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수면 밑에 숨겨진 HEU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를 비밀리에 확보하는 경우일 것이다. 국가정보원장은 2월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의 추정은 2004년 4월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주역인 칸 박사의 증언에 따라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북한이 HEU에 매달리는 것은 HEU 프로그램의 은닉성 때문이다. 북한이 추진한 HEU 생산시설인 원심분리기는 소규모 비밀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북한에 있는 8천여 개의 지하 군사시설에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로와 대형 재처리 시설이 필요한 플루토늄 프로그램과는 은닉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의 우라늄 광산에서 HEU의 재료인 천연우라늄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우라늄 원자탄은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 플루토늄탄처럼 굳이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또는 IAEA 사찰단이 증거자료를 내밀면서 현장방문을 요구하면 북한은 제2의 금창리 시설을 보여주면 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미북수교를 관철시킬 수 있는 조건이란 어떤 경우인가. 그것은 한국전 종료선언을 통해 정전협정, 유엔사 폐기, 전시작통권 이양,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제거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한-미 군사동맹을 청산하는 경우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김정일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까지 가는데 별다른 장애는 없다고 간주할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의 청산은 또한 김정일에게 '과도기 청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남조선 혁명'이 완수되면 한반도에서 과도기가 끝난다는 이론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끼워 넣은 것이 바로 '민족대단결'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등 표현만 바꾼 민족우선론이다. '민족'을 내세워 한-미 군사동맹을 와해시키고 '과도기'를 끝낸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의 2.13 핵타결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국제사회를 속이며 핵개발을 진행해 왔듯이, 북한은 우라늄 핵무기를 손에 넣은 다음, 플루토늄 핵의 포기를 협상수단으로 해서 외교군사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기엔 이번 6자회담 타결이 마치 북한이 핵포기를 전제한 핵동결 대가로 에너지를 제공 받고 체제안전을 보장 받는 수준인 듯이 보이지만, 기실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일본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주임연구원은 2월 16일 PBC 평화방송 대담에서 "북한은 외부지원을 생각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도로 통일하려는 통일전략에 따라 개발한 것"이라며, 북한은 적화통일을 포기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2월 19일자 자유북한방송(FNK)을 통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원자로는 10년 전부터 필요가 없어졌고, 현재 북한은 얼마든지 쓰고 남을 만큼의 우라늄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진짜 목적은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남한에 좌파용공반미 성격의 정권을 세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전 비서의 주장이 사실인 경우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핵타결이 북한이 폐기시설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내걸고 국제시세로 3,270여억 원에 해당하는 중유 100만톤 제공, 막대한 인도적 지원, 북-미북-일 수교협상까지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초기에는 영변 흑연감속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1996년 이전에 파키스탄과 손잡고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황 전 비서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북한 HEU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는 이번 2.13 핵합의는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이번 타결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신중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엄청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예컨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월 13일 6자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유 100만톤 지원 대가로 핵시설 불능화 대신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라는 합의문과는 다른 소리를 했다. 이로 미루어 북한은 핵시설의 영구적인 불능화에 끝까지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 양국으로서는 고도의 전략적 대처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북한이 4월 13일이 기한인 핵 프로그램 신고 때 HEU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제 하에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철저히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konas)
또다시 대한민국을 속이는 김정일정권
북한 核폐기 의사 없음, 거듭 확인
2 ·13, 9·19합의 위반한 각종 선행조건들
북한의 核폐기 의지가 없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 申告대상에 주요 核시설·核물질 제외>
현재 북한은 2·13합의에 따른 2단계 조치로서 ① 「모든」 核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申告)와 ② 「모든」 현존하는 核시설의 불능화(不能化, disablement)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申告대상인 「모든」 核프로그램에 영변 核시설만을 포함시켜 왔다.
북한의 核관련 시설은 태천(200MW원자로), 신포(경수로발전소), 길주(핵 실험장), 박천(우라늄 정련공장), 평산(우라늄 정련공장), 순천(우라늄 광산) 등 다수이다. 核관련 물질 역시 고농축 우라늄, 이미 추출한 무기급 플루토늄, 이미 제조해 놓은 核폭탄 등이 포함된다. 정작 중요한 核시설·核물질은 제외한 채 「다 퍼먹은 김칫독」으로 비유되는 영변 核시설만 신고하겠다는 게 북한 입장인 것이다.
< 不能化 대상에 5MW원자로·재처리시설만>
북한은 不能化할 「모든」 核시설 역시 영변 核시설 중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만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중국 심양(瀋陽)에서 열린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심양회의)에서 不能化할 核시설로 영변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만 거론했다.
그러나 영변에는 이들 외에도 50MW원자로, 연구용원자로, 核연료봉 제조시설, 核연료 저장시설, 원소 생산가공연구소, 폐기물시설 등 다수의 核시설이 있다. 이처럼 不能化에서도 일부 시설만 대상으로 하겠다는 게 북한 입장인 것이다.
不能化이행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심양회의 역시 17일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회의 종료 후 국내 언론은 온갖 전문(傳聞)과 추측(推測)을 동원, 북한이 核폐기에 적극적인 양 선전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2·13합의 2단계에 이뤄져야 할 기본적 문제들에 대한 합의도출은 실패했다.
< 先後 뒤바꾼 경수로 제공 요구>
북한의 核폐기 의지가 없음은 核폐기의 전제조건(前提條件)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들 조건은 2005년 9·19합의와 2007년 2·13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서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수용하지 못할 조건을 제시해 核문제 난항(難航)의 책임을 미국에 돌려온 셈이다.
우선 북한은 不能化를 위해선 경수로(輕水爐)가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7월21일 김계관 외무성(外務省) 부상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 核계획, 다시 말해 영변 核시설을 가동중단하고 무력화를 거쳐 궁극적으로 해체하려는 것이며, 해체하려면 경수로(輕水爐)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17일 한 소식통을 인용, 『심양회의에서도 북한이 「核시설 不能化를 하려면 경수로(輕水爐) 제공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美北양자 협의 등 과정에서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不能化 단계에서 경수로 제공 요구를 하는 것은 2005년 9·19합의의 명시적 위반이다. 9·19합의는 『모든 核무기와 현존하는 核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早速)한 시일 내에 NPT와 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약속했고, 미국 등 5개국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적절(適切)한 시기에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즉 조속(早速)한 시일과 적절(適切)한 시기의 선후(先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조속한 核폐기는 하지 않은 채, 경수로 제공을 빌미로 不能化를 거부하고 있다.
<9 ·19합의 무시한 채 『적대정책 폐기』요구>
북한이 核폐기를 거부하며 내세우는 또 다른 억지는 소위 對北적대시 정책 폐기(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등이다.
북한은 2·13합의 1단계조치 약정시기인 4월14일을 3개월이나 넘긴 7월15일, 영변 核시설을 가동중지(shut down)했다. 不能化이행단계로 들어선 이날, 북한 외무성(外務省)은 『향후 北核협상은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적대(敵對)정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철회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7월15일 김명길 UN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2단계 조치를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북한이 不能化 전제조건으로 주장한 對北적대정책 폐기 등도 2·13합의에 대한 명시적 위반이다. 2·13합의에 따르면, 「申告」와 「不能化」는 2단계에 완결(完決)될 조치이나, 對北적대시 폐기는 2단계에 개시(開始)될 사항이다. 합의문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開始)하고』 『對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進展)시킨다』고 돼있다. 對北적대정책 先폐기 요구 역시 선후(先後)가 뒤바뀐 주장인 것이다.
< 폐연료봉 제거 안한 불안한 이행>
核폐기 협상은 과거(過去)와 미래(未來)가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뒤늦게 이뤄진 2·13합의 1단계 조치는 원래 영변 核시설을 폐쇄(閉鎖)·봉인(封印)한다고 돼 있지만, 북한은 영변 核시설 중 5MW원자로만 가동중지(shut down)했다. 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동결대상이었던 △영변 50MW원자로, △核연료봉 제조시설, △방사화학실험실을 비롯해 △연구용원자로, △동위원소생산가공연구소, △폐기물시설 등 영변의 다른 시설은 제외시켰다.
북한은 7일 IAEA 관계자들에게 5MW원자로의 폐연료봉 8천개도 제거하지 않겠다고 통고했다. 원자로 가운데 폐연료봉이 제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 북한은 9월중 개최될 예정인 6자회담에서 폐연료봉을 포함한 핵물질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 난항에 빠진 6자회담>
향후 6자회담을 통해 核폐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극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 3월22일 이래 장기 「휴회」중이던 6자회담 참가국들은 7월18일부터 7월20일까지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담」이라는 막간극(幕間劇)을 벌였다. 그러나 「수석대표 회담」 역시 아무런 합의도 생산치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다만 『휴회 중인 6차 회담을 9월 초에 속개하고 이에 이어서 6개 참가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회담 주최국인 중국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발표」했을 뿐이다.
(미래한국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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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제네바에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일부 언론들은 회담결과 평가에서 북한의 핵폐기 문제를 낙관적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의 핵폐기는 또다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들고 있으며, 진정한 핵폐기는 실종되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금번 미국의 대표 크리스토퍼 힐(Hill)과 북한의 대표 김계관 간에 진행되었던 실무회담 결과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 적성국 교역법 북한적용 해제 ▲ 북핵 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하였으며 양측이 매우 유익하고 실질적인 논의를 하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미국 대표 힐은 "연내 북핵 불능화 확신"이라고 회담결과를 자평하였고, 북한 대표 김계관은 "우리는 합의한 대로 우리의 핵계획(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무력화(無力化)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했다. 미국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북한의 핵폐기 문제는 또다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들고 있고 진정한 북한의 핵 폐기(dismantle)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에 대한 그 첫 번째 이유는 김계관 및 북한의 언론들은 '불능화(disablement)'라는 용어 대신에 '무력화(incapacity?)' 혹은 '가동중단(shutdown)'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무력화라든가 가동중단은 불능화와는 큰 의미 차가 있다. '북핵 불능화'의 진정한 의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 생산시설, 핵개발 프로그램 모두를 다시는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함을 뜻한다.
그런데 김계관이 주장하는 '무력화'란 그저 '힘을 뺀다'는 의미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시 '유력화(有力化)'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동중단'도 마찬가지 의미다. 중단된 가동은 얼마든지 재가동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미국이 의미하고 있는 '불능화(disablement)'가 북한이 주장하는 '무력화'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면서 북한의 사술에 말려든 셈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애매한 용어 혹은 내용을 합의한 후 실천하는 단계에서 엄청나게 다른 해석을 함에 능수능란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정권이다.
둘째, 북한의 김계관은 '우리의 핵계획(program)을 신고할 것'이라면서 기존 보유 핵무기라든가 핵 생산시설, 핵 생산 물질들의 신고에 대하여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은 미래에 개발할 핵개발 프로그램만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보유 핵무기 및 핵 생산 시설 등에 대한 정확한 목록 신고가 없는 한 북한의 진정한 핵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김계관은 "미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인 약속사항은 테러 지원국 명단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명단에서 북한 삭제를 의미한다. 문제는 경제적인 보상조치다. 본 경제적인 보상조치에는 다시 '선 경수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이 예상치 못하는 엄청난 또 다른 경제적인 보상조치들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미국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경우 다시 북핵 폐기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북한은 금년 말까지는 실제 '무력화'라는 용어를 '불능화' 대신에 사용하면서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이면서 6자회담을 진행시킬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은 테러 지원국 명단 및 적성교역법 적용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시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제2단계 북핵 폐기 문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시키기도 하고 또는 미국-북한 간 군사회담을 개최하여 양국의 핵군축 문제로 다루겠다는 의도를 이미 노출시키고 있다. 북한이 그들의 군사제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진정한 핵폐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북한은 오직 각종 사술들을 동원하여 6자회담이 성공할 것 같은 희망을 주면서 미국의 부시행정부의 남은 임기를 소모시키는 '시간끌기작전'을 익숙하게 구사하고 있을 뿐이다.
( 미래한국 200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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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베이징 합의 이후 북한의 전략적 선택
2007 년 2월 13일 베이징 6자회담의 타결과 관련하여 김정일 정권의 입장을 가능한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핵타결 이후 예상되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전망하고 효과적인 대응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하다.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그들의 프로파간다와 외교적 총량을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한반도 지배권 확보'라는 정치군사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구체적 대미 실천전략이란 미국의 대북 불가침선언 확약,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프로그램의 실체 부인, 핵협상 타결 시한의 최대한 지연 및 살라미 전술에 의한 상당한 경제적 이득 확보, 핵협상타결을 통한 한미동맹의 실질적 와해 시도 등이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주목되는 사항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적대관계 청산과 핵협상 타결을 통한 한미동맹 와해이다.
이번 2.13 핵타결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합의문 3조 2항)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실무그룹(합의문 3조 5항)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북한은 미북관계 정상화와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통해 한미동맹관계 와해를 위한 실천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듯하다.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북한은
△1953년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축소 내지 철폐, △남한 내 미군의 대폭감축 내지 완전 철수, △남한 내 미국의 신무기 배치 금지, △미국 핵무기의 한국일본 내 반입 금지,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군훈련 대폭 감축, △미국과 북한간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 등을 관철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과 같은 북한 당국의 대미 핵외교 정책은 그들이 비핵화 과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미관계 개선'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폐와 한미관계 이완을 가능케 한다는 전략적 포석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의 수교문제를 관철시킨다는 것은 한미관계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북한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과거 수십년 동안 일관되게 노려왔던 '핵능력 보유'와 '미북수교 달성'이라는 두 개의 정치군사적 목표는 2007년 2월 13일 6자회담 핵타결을 계기로 그 실천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김정일 정권이 양개 목표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관철시키려 할 것인가에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이 핵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란 어떤 경우인가. 그것은 표면에 부상된 플루토늄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수면 밑에 숨겨진 HEU 프로그램을 통해 핵무기를 비밀리에 확보하는 경우일 것이다. 국가정보원장은 2월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의 추정은 2004년 4월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주역인 칸 박사의 증언에 따라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북한이 HEU에 매달리는 것은 HEU 프로그램의 은닉성 때문이다. 북한이 추진한 HEU 생산시설인 원심분리기는 소규모 비밀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북한에 있는 8천여 개의 지하 군사시설에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로와 대형 재처리 시설이 필요한 플루토늄 프로그램과는 은닉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의 우라늄 광산에서 HEU의 재료인 천연우라늄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우라늄 원자탄은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 플루토늄탄처럼 굳이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또는 IAEA 사찰단이 증거자료를 내밀면서 현장방문을 요구하면 북한은 제2의 금창리 시설을 보여주면 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미북수교를 관철시킬 수 있는 조건이란 어떤 경우인가. 그것은 한국전 종료선언을 통해 정전협정, 유엔사 폐기, 전시작통권 이양,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제거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한-미 군사동맹을 청산하는 경우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김정일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수교까지 가는데 별다른 장애는 없다고 간주할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의 청산은 또한 김정일에게 '과도기 청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남조선 혁명'이 완수되면 한반도에서 과도기가 끝난다는 이론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끼워 넣은 것이 바로 '민족대단결'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 등 표현만 바꾼 민족우선론이다. '민족'을 내세워 한-미 군사동맹을 와해시키고 '과도기'를 끝낸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의 2.13 핵타결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국제사회를 속이며 핵개발을 진행해 왔듯이, 북한은 우라늄 핵무기를 손에 넣은 다음, 플루토늄 핵의 포기를 협상수단으로 해서 외교군사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기엔 이번 6자회담 타결이 마치 북한이 핵포기를 전제한 핵동결 대가로 에너지를 제공 받고 체제안전을 보장 받는 수준인 듯이 보이지만, 기실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일본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주임연구원은 2월 16일 PBC 평화방송 대담에서 "북한은 외부지원을 생각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도로 통일하려는 통일전략에 따라 개발한 것"이라며, 북한은 적화통일을 포기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2월 19일자 자유북한방송(FNK)을 통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원자로는 10년 전부터 필요가 없어졌고, 현재 북한은 얼마든지 쓰고 남을 만큼의 우라늄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진짜 목적은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남한에 좌파용공반미 성격의 정권을 세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전 비서의 주장이 사실인 경우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핵타결이 북한이 폐기시설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내걸고 국제시세로 3,270여억 원에 해당하는 중유 100만톤 제공, 막대한 인도적 지원, 북-미북-일 수교협상까지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초기에는 영변 흑연감속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1996년 이전에 파키스탄과 손잡고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황 전 비서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북한 HEU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는 이번 2.13 핵합의는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이번 타결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신중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엄청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예컨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월 13일 6자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유 100만톤 지원 대가로 핵시설 불능화 대신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라는 합의문과는 다른 소리를 했다. 이로 미루어 북한은 핵시설의 영구적인 불능화에 끝까지 저항할 가능성이 높아, 한미 양국으로서는 고도의 전략적 대처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북한이 4월 13일이 기한인 핵 프로그램 신고 때 HEU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제 하에 여러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철저히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