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친구들을 그리는 마음으로...

애비2003.07.04
조회153

지금으로부터 18년전
녀석들은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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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중에는 23년전부터 알았던 녀석들도 있고,
게중에는 30년 그 이전부터 서로를 알았던 녀석들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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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서로에게 별에별 꼴을 다 보여줍니다.
녀석들은 누구먼저라고 말할꺼 없이
세상의 모든 행위는 다 펼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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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할수있는것은 다 표현합니다.
서로가서로에게 갖은 수작을 다 부려봅니다.
때론 집쩍거리기도 하구..어쩔땐 껄떡거리기도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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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날도 있었답니다..기쁜날도 부지기수구요..
욕은 얼마나 잘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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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박질도 무지 잘합니다.
뱃속에 그지새끼가 있는것 마냥 먹기도 얼마나 잘 쳐먹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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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꼴통짓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진지하긴 어찌나 진지했는지...
헤아릴수없는 만큼의 많은 말들을 어찌나 주절거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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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 그렇게 젊디 젊은날을 보내고.
세월이 흐릅니다..
비루먹을 시간은 그렇게 녀석들을 밖으로 내동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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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파에 시달리는 녀석들...
세월의 무게에 저울질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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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얼굴 보기가 힘들어 집니다.
녀석들 어릴땐 상상도 못했던 "들고 다니는 전화"가 생겼는데도.
연락조차두 힘들어 합니다.
...삶이라는 독한녀석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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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어느여름
우리동네엔 40계단이라는 굉장히 길고 넓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 한쪽은 유리병조각이 다닥다닥 박혀있는 시멘트담장의 하꼬방같은 집이 여러집 있었고,
그 반대쪽은 굵기도 꽤 굵은 파이프가 난간이란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다.
난간을 끼고 내려다 보이는 곳은 너저분한 집들뿐이였고 
그집들을 뒤로하고 시장이보이고 저 멀리에는 도로에 자동차에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하나같이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허구한날 이 40계단이라는 위험한 놀이터에서
장난질을 치곤 했다.
엎어져서 코가 깨지는 놈..맨 위부터 아래까지 굴러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놈.
코밑에 코가 말라붙어 있는놈이 있는가 하면, 흐르는 콧물을 줄줄 빨아먹는 놈까지.
하루는 어떤 녀석하나가 5원주구산 먹으면 혓바닥이 물이드는 아스께끼로
다른 녀석들을 우롱했다.
그땐 그게 얼마나 먹구 싶었는지....

하루종일 온몸에 때와 먼지가 까맣게 낄때까지 놀다가.
저녁밥 먹으라는 엄마목소리에 한두놈씩 기어들어가곤 했다.
어쩌다 조금 더놀라 치면 예의엄마가 나와서 귀를잡혀 강제로 끌려가기도..
끌려가는 녀석의 눈가엔 아쉬움과 더불어 내일또 놀자는 무언의 약속이 찰라지간 
비취었다.

어린마음에 그약속은 절대적이였으며 희망이였다.
지금 그아이들을 기억할수는 없다.
이제와서 찾을수도 없다.
찾아도 알아볼수도 없다.

그러나 기다린다...녀석이 약속한 내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