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같이 맑은 햇살이 내 눈꺼풀 속으로 파고들어 동공을 간지르는 바람에.. 뭔 소리냐. 어쨌건 아침일찍인데도 나는 눈이 부셔서 깨어났다. 정말 지옥으로 변하기 일보직전인, 아니 내가 자고있는 사이에 이미 지옥으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를 이 나라를 비웃기라도 하듯 화창한 날씨였다. 나는 등을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별로 손님이라고 우대해주는 성격이 아니라(여자손님이면 모르지) 친구놈들에게 알아서 퍼자라고 한 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내 침대에 들어가 따뜻하게 잘 잤다. 이 놈들은 마루에서 잤든 소파에서 잤든 알아서 잤겠지.. 설마 안방에 들어가 우리부모님 침대에서 잔건 아니겠지?
"아함.. 굿모닝 여얼."
내가 하품을 하면서 방에서 나오자 곧바로 두 놈의 얼굴이 보였다. 다만 태완이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윤호 혼자 깨어서 소파의 손걸이에 걸터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얼굴색이 안 좋은것이 밤새 잘 자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킬킬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윤호는 엄청나게 걱정인 듯한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꿀꿀하게 시작하면 온 하루가 꿀꿀하대서 나는 아침부터 우울한 놈을 보면 가만히 못 두는 주의인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태완이는 아버지는 해외출장, 어머니는 대형 빌딩에서 대피중이고 우리 가족은 죄다 미국에 가 있는데 이 녀석만 부모님에다가 심지어 여친까지 연락이 안 된다. 나 같아도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여친같은 건 나중에 만들으라고 했잖.. 아 조크야 조크. 알았으니까 쌍절곤 내려놔. 그거 좀비 때리려고 가져온거지 나 때리라고 가져온 거 아니잖아."
"걱정마 김윤호. 연락이 안 된다고 무조건 어떻게 된 건 아니잖아."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는지 태완이가 부시시 일어나며 윤호에게 말했다. 윤호는 또 성을 내려고 머리카락을 세우다가 이를 꽉 물고 가라앉히며 말했다.
나랑 윤호는 깜짝 놀라 태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태완이에게는 누나가 있었지. 부모님들 생각 때문에 그건 깜빡했다. 태완이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안 그래도 윤호 니가 가족들이랑 연락 안돼서 어두운 판에 나까지 그러면 더 어두워질 것 같아 얘기는 안 했어. 하지만 이럴때야말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내 경험으론 불행한 상상이 긍정적인 상상보다 맞을 확률이 몇 배 이상 높거든.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고, 우리도 이렇게 잘 있으니까 믿고 기다려보자."
"..알았어."
태완이의 설득 덕에 패닉에 빠지려던 윤호는 마음을 가라앉힌 듯 했다. 역시 이런 이성적인 사람이 있어야 이런 상황에서 그룹이 살아남는다. 아마 지금 나와 윤호 둘뿐이었으면 서로 신나게 싸우고 잘하면 윤호놈이 반쯤 돌아서 무기들고 가족들 구하러 간다고 뛰쳐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럼 다 죽는거지..
나는 아까 윤호가 들어서 나를 치려 했던 쌍절곤을 바라보고 있다가, 내 방으로 돌아가 곤봉을 하나 집어들고 긴팔과 재킷, 두꺼운 스키바지를 입었다. 갑자기 정신없이 부시럭거리는 내 뒤로 태완이가 와서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2층 가서 뭐 좀 챙겨오게. 만에 하나라도 뜰에 좀비가 있을 지 모르고, 혹시 밖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하는거야."
태완이는 고개를 돌려 윤호를 슬쩍 한번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나는 피식 웃고 곤봉을 꽉 잡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역시 아직 우리 집 담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폭 쉬며 마당으로 걸어나가 기지개를 폈다. 다행히 오늘은 해가 가려져있어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여름에 재킷에 솜바지라니.. 후끈후끈하다.
"좀비가 다가오면, 일단 앞차기 한방. 엎어지면 곤봉으로 친다."
나는 허공에 앞차기를 힘껏 질러본 뒤, 곤봉을 땅으로 확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걸어다니는 시체에 힘이 있을리 만무하니, 제일 안전하면서도 사정거리가 긴 앞차기로 제압하면 반드시 넘어질 것이다. 그리고 넘어져 버둥거리는 놈을 안전하게 곤봉으로 처리. 수가 많으면 달려서 도망가고.. 대충 그렇게 하면 되겠어. 나는 다시 한번 곤봉을 휘둘러본 뒤, 조심스레 정찰하는 곳으로 다가가 몇 계단을 남겨놓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골목을 쳐다보았다.
"익!"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다시 집어넣었다. 내가 있던 곳 바로 밑에, 좀비 한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옷차림이 눈에 익은 것이 아마 어제부터 계속 여기서 맴돌았던 것 같다. 가만,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다면 혹시..
"우리가.. 있다는 걸 아는건가?"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담 아래를 쳐다보았다. 좀비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였다. 다만 무슨 일을 당해 좀비가 된 건지 뒤통수가 완전히 벗겨져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아니, 혹시 저기 보이는 허연 게 혹시 뇌 피질인가..?
"웁!"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입을 막은 채 다시 녀석을 관찰했다. 옷은 초록색 남방을 입고 있었고, 밑은 반바지. 신발은 신지 않고 있었다. 추측해보건데 아마 슬리퍼를 신고 있었을 것이다. 좀비가 되어 로봇처럼 걸어다니다보니 벗겨졌겠지.
다행히 내 예상과는 다른 것 같았다. 녀석은 이곳에 완전히 신경을 끊고 있었다. 그저 이 앞에서 계속 배회했을 뿐이겠지. 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해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약 4미터정도 되는 바깥복도가 있고, 그대로 왼쪽으로 다시 꺾으면 정면으로 이층 문이 보인다. 쇠로 된 현관문이다. 이층 바깥복도에는 화분이 다섯 개가 있는데, 그 중 세 번째 화분의 아래 두껍게 깔린 신문지 속에 사무실 예비열쇠가 있었다. 나는 별로 어렵지 않게 열쇠를 찾아내 현관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검이 어딨더라.. 아 쇠파이프 찾았다."
이층에 들어가면 바로 큰 거실이 있고, 거실 왼쪽에 방이 둘, 정면에 화장실과 녹음실, 오른쪽에 기계들이 가즉 찬 큰 스튜디오가 있다. 운좋게도, 거실의 오른쪽 모퉁이에 기자재 고정용으로 쓰이는 쇠파이프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나는 그중 휘두르기 좋은 크기의 견실한 놈으로 셋을 골라내어 따로 추려놓았다.
일단 무기를 확보한 나는 여기에 올라온 최고 목적인 목검을 찾아 헤맸다. 두 개의 방과 녹음실을 찾아본 나는 녹음실의 스튜디오와 연결된 창문을 통해 목검을 볼 수 있었다. 저 목검 두 자루는 비록 장식용이지만, 호신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단단한 나무로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스튜디오로 건너가 목검을 챙겼다. 하나는 상당히 길고, 하나는 내 팔뚝보다 좀 긴 정도였다. 검은색으로 옻칠이 되어 있고 손잡이에 용 무늬가 새겨져있는 이 목검은 언젠가 썩은 피와 살이 마구 묻어 흉한 몰골이 되리라고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멋진 물건이었다.
"태완이에게 맡기면 되겠군."
태완이는 덩치가 상당히 작고 공부를 잘 한다. 흔히 말하는 범생이다. 하지만 숨겨진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대한검도 2단이라는 사실. 검도 삼배단이라고, 내가 격투기로 작대기 든 태완이 상대하려면 6단은 되야 한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니 더 믿음직하겠지. 무기술이니.. 뭐 상대가 움직이는 사람이라도 목검 들었으면 손목 부러뜨리는거 일도 아닌데 천천히 걸어오는 마네킹같은 좀비라면 10초동안 대가리 15개쯤은 뽀갤 수 있을거다. 이건 나도 무기술을 해 봐서 안다.
"..가만."
쇠파이프와 목검을 들고 다른 무기 쓸만한 게 없나 서성거리던 나는 문득 체육관을 생각해냈다. 분명히 체육관엔 관장님이 쓰시는 진검이 한 자루 있었다. 관장님은 애들을 데리고 급히 나갔기 때문에 분명 남아있을 것이다. 그걸 태완이가 든다면 아마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체육관에 가려면.. 집 앞에 서성거리고 있던 그 녀석을 해치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얼마나 더 만날지 모르지.
나는 목검을 양쪽 다리에 하나씩 끼워넣고, 쇠파이프 뭉치를 왼쪽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리고 들어올 때 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밑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가다 보니 아까 그 좀비가 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벽에 달라붙어 최대한 시야를 넓혀 주변을 살폈다. 너무 갑작스레 닥친 일이라서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집은 골목 안에 위치한 상황. 이 골목은 ㄴ자 모양의 골목인데, ㄴ자의 구석 부분에 우리집이 북쪽을 향해 나 있다. 정면을 바라보면 저 쪽에 큰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보면 다른 골목이 보인다. 잘 보니 큰길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쪽엔 좀비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안쪽까지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이미 우리 서교동도 죄다 감염됬다는 소리인가?
나는 골목 정찰을 그만두고 근처 다른 집들의 안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안경을 쓴 내 눈으로 이런 거리에서 봐야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켄시로도 아니고 집 밖에서 안에 있는 사람 인기척을 느낄 수야 없으니까 말이다.
"아 망원경!"
이런 상황에서 망원경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빠르게 아버지 스튜디오로 돌아가 익숙한 자리에 놓여있던 망원경을 챙겨와 다시 정찰을 시작했다. 우리집 맞은편 차도의 건너편엔 큰 빌딩이 있는데,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안에 사람들이 보였다. 몇몇 층의 복도가 전신창문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반가운 김에 저쪽에서 보건 말건 마구 팔을 흔들었다. 근데 다음 순간.
와장창
여기서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퍼지며 내가 보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그 사람은 잔디밭에 떨어졌다.
"..미친.."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나는 황급히 망원경으로 그 사람이 떨어진 창문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올려다보려 했다. 그러나..
퍽
퍽퍽
퍽
둔탁한 소리가 계속 이어지며, 차마 망원경을 눈 앞에 가져다대지 못한 내 시야에 사람들이 차례대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깨물며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땅에 떨어져 죽었어야 할 인간들이 부시시 일어나 제일 처음 떨어진 그 사람을 마구 물어뜯기.. 아니, '먹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돼.. 그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는 덜덜 떨면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다시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제발.. 제발.."
뭘 빌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좀비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나 이럴 때 더욱 그렇듯, 내 예상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창에도, 저 창에도 보이는 것들은 살아있는 시체들 뿐. 욕지기가 올라오려는 나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한 좀비가 전신창문에 대고 마구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우린 그저 운이 좋을 뿐이야. 지금 바깥은 완전한 지옥..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머리 한켠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저 저 빌딩이 운이 나쁜 거였을 수도 있어. 다른 곳들은? 우리처럼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거지? 우린 이미 끝인가? 오기로 한 군대는 대체 뭘 하는거야!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다.
불안해서 참을수가 없다.
밖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나는 물끄러미 그 빌딩을 쳐다보았다. 저 빌딩 안은 아비규환이겠지. 이제 머지않아 늘어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찰은 빠를수록 좋겠지.
나는 조용히 일층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 찾았어?"
"어.. 목검 두자루랑 쇠파이프."
"우와!"
태완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목검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쇠파이프를 내려놓고 윤호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아직도 멍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태완아, 너 진검 쓸줄 아냐?"
"어? 응. 신문지밖에 안 잘라봤지만 해봤어. 왜?"
"내가 다니는 도장에 진검이 있어. 그리고 쓸만한 무기들이 있을거야. 관장님 방에 가면 진검 외에 날 달린 무기들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언제까지나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서 운을 시험하느니, 정찰도 할겸 밖으로 나가보는게 어떨까 해서."
"..미쳤어 너?"
태완이가 정색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안 미쳤어. 다만 밖에 저것들은 느리잖아. 해볼만 할까 해서 그러는거야."
"그건 몰라. 저 놈들이 느리기만 할지, 또 다른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놈들이 있을지, 또 어떤 상황에 처해서 우리가 다치게 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미쳐돌아가는 어떤 사고에 휩쓸려 죽게 될지.. 너무 위험하다고. 그걸 넌 다 보장할 수 있어?"
태완이의 말을 듣고 나는 아까의 빌딩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그딴 거 다 보장하고 다니다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거야! 너도 누나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외치자 태완이는 잠시 멈칫하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나와 태완이가 서로 씩씩거리며 쳐다보고 있는데 멍때리고 있던 윤호가 말했다.
"난 갈란다."
"어?"
태완이가 놀라서 쳐다보자 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가져온 쇠파이프를 하나 집어들며 말했다.
"난 진환이랑 나갔다 온다구. 여기서만 죽치고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
"너희들 진짜.."
"사실 진환이 말이 맞아. 안전만 찾고 있다가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결정적일 때 결단을 내리기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윤호는 눈을 매섭게 뜨며 파이프를 꽉 쥐었다.
"저 강아지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지 않고는 열받아서 참을 수가 없어."
"야, 그렇다고 너네 가족이 죽었다는 보장은.."
"그 소리 이제 그만해라. 지쳤으니까."
윤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내게 말했다.
"나가자, 김진환. 저 새끼들 조져보자구. 살아서 걸어다니는 걸 쇠파이프로 때려볼 기회가 흔하겠냐?"
"별로 그럴 의도는 아니다만 나는 어쨌건 나가볼거야. 바깥의 상황을 봐야 앞으로 대처를 어떻게 할 지 결정할 수 있을테니까. 불안해서 말이지."
"아~ 진짜.. 너네 미쳤어."
태완이는 한숨을 크게 쉬고 손톱을 입에 물었다. 우리가 녀석을 빤히 바라보며 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녀석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간다고. 가면 되잖아. 다만 밖에서 위험해지면 너네 때려죽일거야."
"맘대로 하셔. 이래뵈도 나는 공수도 2단에 최강 MMA 천무관의 초단이다. 윤호는 합기도 3단에 유도가 3단이고. 가만 안 있을거라구, 마."
[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3) 첫날
오늘은 이 까지 입니다~ ㅋㅋ
한 번 읽어들 보시고... 괜찮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감사합니다~
<살기위해 뛰어라>
1ȭ : http://pann.nate.com/b200004270
2ȭ : http://pann.nate.com/b200004281
4ȭ : http://pann.nate.com/b200008195
5ȭ : http://pann.nate.com/b200008204
6ȭ : http://pann.nate.com/b200008220
7ȭ : http://pann.nate.com/b200012346
8ȭ : http://pann.nate.com/b200012362
9ȭ : http://pann.nate.com/b200012371
10ȭ : http://pann.nate.com/b200012387
11ȭ : http://pann.nate.com/b200012396
12ȭ : http://pann.nate.com/b200012404
외전 - 1화 : http://pann.nate.com/b200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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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거짓말같이 맑은 햇살이 내 눈꺼풀 속으로 파고들어 동공을 간지르는 바람에.. 뭔 소리냐. 어쨌건 아침일찍인데도 나는 눈이 부셔서 깨어났다. 정말 지옥으로 변하기 일보직전인, 아니 내가 자고있는 사이에 이미 지옥으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를 이 나라를 비웃기라도 하듯 화창한 날씨였다. 나는 등을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별로 손님이라고 우대해주는 성격이 아니라(여자손님이면 모르지) 친구놈들에게 알아서 퍼자라고 한 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내 침대에 들어가 따뜻하게 잘 잤다. 이 놈들은 마루에서 잤든 소파에서 잤든 알아서 잤겠지.. 설마 안방에 들어가 우리 부모님 침대에서 잔건 아니겠지?
"아함.. 굿모닝 여얼."
내가 하품을 하면서 방에서 나오자 곧바로 두 놈의 얼굴이 보였다. 다만 태완이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윤호 혼자 깨어서 소파의 손걸이에 걸터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얼굴색이 안 좋은것이 밤새 잘 자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킬킬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야, 좀비들이 집밖에서 우어어 거리고 있는데 야한 생각이 나냐?"
"그런 거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마. 분명 밤새도록 이따만하게 꼴려가지고 태완이 자는동안 내 컴퓨터로.."
"그런 거 아니라고 자식아!"
윤호가 갑자기 버럭 성을 내며 도끼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자 나는 움찔하다가 내 방 난간에 걸려 뒤로 자빠졌다. 나는 엉덩이를 문지르면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아니면 아닌거지! 아 궁뎅이 아파.."
"부모님이 안 받는단 말야, 여친도.."
"뭐 전화?"
"어.."
윤호는 엄청나게 걱정인 듯한 분위기였다. 아침부터 꿀꿀하게 시작하면 온 하루가 꿀꿀하대서 나는 아침부터 우울한 놈을 보면 가만히 못 두는 주의인데,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태완이는 아버지는 해외출장, 어머니는 대형 빌딩에서 대피중이고 우리 가족은 죄다 미국에 가 있는데 이 녀석만 부모님에다가 심지어 여친까지 연락이 안 된다. 나 같아도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여친같은 건 나중에 만들으라고 했잖.. 아 조크야 조크. 알았으니까 쌍절곤 내려놔. 그거 좀비 때리려고 가져온거지 나 때리라고 가져온 거 아니잖아."
"걱정마 김윤호. 연락이 안 된다고 무조건 어떻게 된 건 아니잖아."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는지 태완이가 부시시 일어나며 윤호에게 말했다. 윤호는 또 성을 내려고 머리카락을 세우다가 이를 꽉 물고 가라앉히며 말했다.
"너는 그렇겠지. 부모님이 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나도 누나랑 연락이 안 돼."
나랑 윤호는 깜짝 놀라 태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태완이에게는 누나가 있었지. 부모님들 생각 때문에 그건 깜빡했다. 태완이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안 그래도 윤호 니가 가족들이랑 연락 안돼서 어두운 판에 나까지 그러면 더 어두워질 것 같아 얘기는 안 했어. 하지만 이럴때야말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내 경험으론 불행한 상상이 긍정적인 상상보다 맞을 확률이 몇 배 이상 높거든.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고, 우리도 이렇게 잘 있으니까 믿고 기다려보자."
"..알았어."
태완이의 설득 덕에 패닉에 빠지려던 윤호는 마음을 가라앉힌 듯 했다. 역시 이런 이성적인 사람이 있어야 이런 상황에서 그룹이 살아남는다. 아마 지금 나와 윤호 둘뿐이었으면 서로 신나게 싸우고 잘하면 윤호놈이 반쯤 돌아서 무기들고 가족들 구하러 간다고 뛰쳐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럼 다 죽는거지..
나는 아까 윤호가 들어서 나를 치려 했던 쌍절곤을 바라보고 있다가, 내 방으로 돌아가 곤봉을 하나 집어들고 긴팔과 재킷, 두꺼운 스키바지를 입었다. 갑자기 정신없이 부시럭거리는 내 뒤로 태완이가 와서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2층 가서 뭐 좀 챙겨오게. 만에 하나라도 뜰에 좀비가 있을 지 모르고, 혹시 밖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일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하는거야."
"허허.. 이론무장은 대단한데 어디 실전에서도 그렇게 될까?"
"뭐 열나게 팔 휘두르고 눈물콧물 오줌까지 질질 짜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치겠지 뭐. 보나마나."
"하하하핫! 나 니가 그러면 안 도와줄거야. 드러."
"하여간 지금 나가서 살짝 보고, 위층가서 아버지 목검 두자루 가져올게. 아 혹시 촬영기구에 쓰이는 쇠파이프라던가도 있을지 몰라.. 공구통도 있을 거고. 하여튼 밖에 안전해 보이면 부를테니까 얼렁 와서 도와. 알았지?"
아버지는 촬영쪽 일을 하셨다. 웨딩 촬영이나 작은 회사의 광고 등을 만드는 것이 주 일거리다. 사원 둘이 딸린 작은 회사지만 벌이는 꽤 되었다.
태완이는 가만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내게 말했다.
"같이 나가는게 좋지 않아?"
"별로.. 솔직히 없을거야. 마당엔."
그러면서 나는 내 방에 딸린 창문으로 마당을 보았다. 마당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진작에 이렇게 보면 되잖아? 난 바보인가. 아니 그것보다, 혹시 마당에 좀비들이 들어오면 큰일나니 이 창문부터 막는게 급선무겠군.
"아 그리고 윤호좀 잘 부탁해.. 새끼 완전 풀죽었어. 안 그러는데 보통."
태완이는 고개를 돌려 윤호를 슬쩍 한번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나는 피식 웃고 곤봉을 꽉 잡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역시 아직 우리 집 담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폭 쉬며 마당으로 걸어나가 기지개를 폈다. 다행히 오늘은 해가 가려져있어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여름에 재킷에 솜바지라니.. 후끈후끈하다.
"좀비가 다가오면, 일단 앞차기 한방. 엎어지면 곤봉으로 친다."
나는 허공에 앞차기를 힘껏 질러본 뒤, 곤봉을 땅으로 확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걸어다니는 시체에 힘이 있을리 만무하니, 제일 안전하면서도 사정거리가 긴 앞차기로 제압하면 반드시 넘어질 것이다. 그리고 넘어져 버둥거리는 놈을 안전하게 곤봉으로 처리. 수가 많으면 달려서 도망가고.. 대충 그렇게 하면 되겠어. 나는 다시 한번 곤봉을 휘둘러본 뒤, 조심스레 정찰하는 곳으로 다가가 몇 계단을 남겨놓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골목을 쳐다보았다.
"익!"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다시 집어넣었다. 내가 있던 곳 바로 밑에, 좀비 한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옷차림이 눈에 익은 것이 아마 어제부터 계속 여기서 맴돌았던 것 같다. 가만,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다면 혹시..
"우리가.. 있다는 걸 아는건가?"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담 아래를 쳐다보았다. 좀비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였다. 다만 무슨 일을 당해 좀비가 된 건지 뒤통수가 완전히 벗겨져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아니, 혹시 저기 보이는 허연 게 혹시 뇌 피질인가..?
"웁!"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입을 막은 채 다시 녀석을 관찰했다. 옷은 초록색 남방을 입고 있었고, 밑은 반바지. 신발은 신지 않고 있었다. 추측해보건데 아마 슬리퍼를 신고 있었을 것이다. 좀비가 되어 로봇처럼 걸어다니다보니 벗겨졌겠지.
다행히 내 예상과는 다른 것 같았다. 녀석은 이곳에 완전히 신경을 끊고 있었다. 그저 이 앞에서 계속 배회했을 뿐이겠지. 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해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약 4미터정도 되는 바깥복도가 있고, 그대로 왼쪽으로 다시 꺾으면 정면으로 이층 문이 보인다. 쇠로 된 현관문이다. 이층 바깥복도에는 화분이 다섯 개가 있는데, 그 중 세 번째 화분의 아래 두껍게 깔린 신문지 속에 사무실 예비열쇠가 있었다. 나는 별로 어렵지 않게 열쇠를 찾아내 현관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검이 어딨더라.. 아 쇠파이프 찾았다."
이층에 들어가면 바로 큰 거실이 있고, 거실 왼쪽에 방이 둘, 정면에 화장실과 녹음실, 오른쪽에 기계들이 가즉 찬 큰 스튜디오가 있다. 운좋게도, 거실의 오른쪽 모퉁이에 기자재 고정용으로 쓰이는 쇠파이프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나는 그중 휘두르기 좋은 크기의 견실한 놈으로 셋을 골라내어 따로 추려놓았다.
일단 무기를 확보한 나는 여기에 올라온 최고 목적인 목검을 찾아 헤맸다. 두 개의 방과 녹음실을 찾아본 나는 녹음실의 스튜디오와 연결된 창문을 통해 목검을 볼 수 있었다. 저 목검 두 자루는 비록 장식용이지만, 호신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단단한 나무로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스튜디오로 건너가 목검을 챙겼다. 하나는 상당히 길고, 하나는 내 팔뚝보다 좀 긴 정도였다. 검은색으로 옻칠이 되어 있고 손잡이에 용 무늬가 새겨져있는 이 목검은 언젠가 썩은 피와 살이 마구 묻어 흉한 몰골이 되리라고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멋진 물건이었다.
"태완이에게 맡기면 되겠군."
태완이는 덩치가 상당히 작고 공부를 잘 한다. 흔히 말하는 범생이다. 하지만 숨겨진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대한검도 2단이라는 사실. 검도 삼배단이라고, 내가 격투기로 작대기 든 태완이 상대하려면 6단은 되야 한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니 더 믿음직하겠지. 무기술이니.. 뭐 상대가 움직이는 사람이라도 목검 들었으면 손목 부러뜨리는거 일도 아닌데 천천히 걸어오는 마네킹같은 좀비라면 10초동안 대가리 15개쯤은 뽀갤 수 있을거다. 이건 나도 무기술을 해 봐서 안다.
"..가만."
쇠파이프와 목검을 들고 다른 무기 쓸만한 게 없나 서성거리던 나는 문득 체육관을 생각해냈다. 분명히 체육관엔 관장님이 쓰시는 진검이 한 자루 있었다. 관장님은 애들을 데리고 급히 나갔기 때문에 분명 남아있을 것이다. 그걸 태완이가 든다면 아마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체육관에 가려면.. 집 앞에 서성거리고 있던 그 녀석을 해치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얼마나 더 만날지 모르지.
나는 목검을 양쪽 다리에 하나씩 끼워넣고, 쇠파이프 뭉치를 왼쪽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리고 들어올 때 처럼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밑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가다 보니 아까 그 좀비가 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벽에 달라붙어 최대한 시야를 넓혀 주변을 살폈다. 너무 갑작스레 닥친 일이라서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집은 골목 안에 위치한 상황. 이 골목은 ㄴ자 모양의 골목인데, ㄴ자의 구석 부분에 우리집이 북쪽을 향해 나 있다. 정면을 바라보면 저 쪽에 큰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보면 다른 골목이 보인다. 잘 보니 큰길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쪽엔 좀비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안쪽까지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이미 우리 서교동도 죄다 감염됬다는 소리인가?
나는 골목 정찰을 그만두고 근처 다른 집들의 안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안경을 쓴 내 눈으로 이런 거리에서 봐야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켄시로도 아니고 집 밖에서 안에 있는 사람 인기척을 느낄 수야 없으니까 말이다.
"아 망원경!"
이런 상황에서 망원경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빠르게 아버지 스튜디오로 돌아가 익숙한 자리에 놓여있던 망원경을 챙겨와 다시 정찰을 시작했다. 우리집 맞은편 차도의 건너편엔 큰 빌딩이 있는데,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안에 사람들이 보였다. 몇몇 층의 복도가 전신창문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반가운 김에 저쪽에서 보건 말건 마구 팔을 흔들었다. 근데 다음 순간.
와장창
여기서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퍼지며 내가 보고 있던 바로 그 사람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그 사람은 잔디밭에 떨어졌다.
"..미친.."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나는 황급히 망원경으로 그 사람이 떨어진 창문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올려다보려 했다. 그러나..
퍽
퍽퍽
퍽
둔탁한 소리가 계속 이어지며, 차마 망원경을 눈 앞에 가져다대지 못한 내 시야에 사람들이 차례대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빠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깨물며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땅에 떨어져 죽었어야 할 인간들이 부시시 일어나 제일 처음 떨어진 그 사람을 마구 물어뜯기.. 아니, '먹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돼.. 그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는 덜덜 떨면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다시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제발.. 제발.."
뭘 빌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좀비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나 이럴 때 더욱 그렇듯, 내 예상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창에도, 저 창에도 보이는 것들은 살아있는 시체들 뿐. 욕지기가 올라오려는 나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한 좀비가 전신창문에 대고 마구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우린 그저 운이 좋을 뿐이야. 지금 바깥은 완전한 지옥..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머리 한켠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저 저 빌딩이 운이 나쁜 거였을 수도 있어. 다른 곳들은? 우리처럼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거지? 우린 이미 끝인가? 오기로 한 군대는 대체 뭘 하는거야!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다.
불안해서 참을수가 없다.
밖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나는 물끄러미 그 빌딩을 쳐다보았다. 저 빌딩 안은 아비규환이겠지. 이제 머지않아 늘어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찰은 빠를수록 좋겠지.
나는 조용히 일층으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 찾았어?"
"어.. 목검 두자루랑 쇠파이프."
"우와!"
태완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목검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쇠파이프를 내려놓고 윤호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아직도 멍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태완아, 너 진검 쓸줄 아냐?"
"어? 응. 신문지밖에 안 잘라봤지만 해봤어. 왜?"
"내가 다니는 도장에 진검이 있어. 그리고 쓸만한 무기들이 있을거야. 관장님 방에 가면 진검 외에 날 달린 무기들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언제까지나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서 운을 시험하느니, 정찰도 할겸 밖으로 나가보는게 어떨까 해서."
"..미쳤어 너?"
태완이가 정색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안 미쳤어. 다만 밖에 저것들은 느리잖아. 해볼만 할까 해서 그러는거야."
"그건 몰라. 저 놈들이 느리기만 할지, 또 다른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놈들이 있을지, 또 어떤 상황에 처해서 우리가 다치게 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미쳐돌아가는 어떤 사고에 휩쓸려 죽게 될지.. 너무 위험하다고. 그걸 넌 다 보장할 수 있어?"
태완이의 말을 듣고 나는 아까의 빌딩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마구 흔들면서 말했다.
"그딴 거 다 보장하고 다니다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을거야! 너도 누나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외치자 태완이는 잠시 멈칫하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나와 태완이가 서로 씩씩거리며 쳐다보고 있는데 멍때리고 있던 윤호가 말했다.
"난 갈란다."
"어?"
태완이가 놀라서 쳐다보자 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가져온 쇠파이프를 하나 집어들며 말했다.
"난 진환이랑 나갔다 온다구. 여기서만 죽치고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다."
"너희들 진짜.."
"사실 진환이 말이 맞아. 안전만 찾고 있다가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결정적일 때 결단을 내리기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윤호는 눈을 매섭게 뜨며 파이프를 꽉 쥐었다.
"저 강아지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지 않고는 열받아서 참을 수가 없어."
"야, 그렇다고 너네 가족이 죽었다는 보장은.."
"그 소리 이제 그만해라. 지쳤으니까."
윤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내게 말했다.
"나가자, 김진환. 저 새끼들 조져보자구. 살아서 걸어다니는 걸 쇠파이프로 때려볼 기회가 흔하겠냐?"
"별로 그럴 의도는 아니다만 나는 어쨌건 나가볼거야. 바깥의 상황을 봐야 앞으로 대처를 어떻게 할 지 결정할 수 있을테니까. 불안해서 말이지."
"아~ 진짜.. 너네 미쳤어."
태완이는 한숨을 크게 쉬고 손톱을 입에 물었다. 우리가 녀석을 빤히 바라보며 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자, 녀석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간다고. 가면 되잖아. 다만 밖에서 위험해지면 너네 때려죽일거야."
"맘대로 하셔. 이래뵈도 나는 공수도 2단에 최강 MMA 천무관의 초단이다. 윤호는 합기도 3단에 유도가 3단이고. 가만 안 있을거라구, 마."
"지금 그딴거 따져봤자야. 가자."
그렇게 우리는 첫 사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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