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둔치 , 그 첫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8.06
조회174

 

 

바람이 불어요.

 

습한 바람이긴 하지만, 빌딩 안에 갇혀있는 것 보단 훨씬 자유롭고 시원해요.

 

출렁대는 한강도 보이고, 강 위에 떠 있는 배 모양의 카페도 보여요.

 

 

만약..그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그 사람에겐 이미 끝나버린.. 과거 속의 우리의 사랑이,

 

나에겐 여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안다면, 그는 뭐라고 할까요?

 

추억 속을 헤매며 살고 있는 날 보면,

 

그는 가슴 아파할까요, 아니면 미안해할까요..?

 

 

오늘 낮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헤어진 후 1년에 한 번씩 걸려오는 그의 전화...

 

지난해엔 어머님이 큰 수술을 받으셨다고 전화를 했었고,

 

그 전해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방에 들어간다는 전화였어요.

 

그리고 이번엔 그냥 안부 전화였습니다.

 

 

"잘 지내?.."

 

"어..오빠는..?"

 

"나도..잘 지내..잘 지내라..나도 잘 지낼게.."

 

 

전화를 끊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아..이 사람이 결혼을 하는 구나...

 

결혼이라는 단어는 꺼내지도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숨겨진 의미는...'결혼' 이었어요.

 

그와 친한 선배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더니..역시 그랬어요.

 

선배가..어렵게..말문을 열더군요.

 

 

"준이가 너한테 말 못한 모양이구나..다음 달에..결혼해..준이..

 

소연아..이제 너도 그만해.."

 

 

순간, 그만하라는..선배의 말이 야속하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그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내 의지로 그만 둘 수 있는 일이었으면,

 

몇 년을 방황하며 기다리지도 않았다고..

 

화를 내며 울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선배가 안쓰러웠는지 퇴근시간에 맞춰 문자를 보냈어요.

 

 

[소연아, 오늘 술친구 필요하면 전화해라.

 

내가 준이 얘기 실컷 들어줄게.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할게..]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선배한테 한강 둔치로 와 달라고 할까, 아니면 혼자 조용히 있을까..

 

오늘 저 강물에 다 버려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보내주라고,

 

그래야 다른 사람이 당신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