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쇠파이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태완이와 윤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무장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무장은 2층에 갔을 때와 완전히 같다. 손에는 면장갑을 끼고 인라인 스케이트용 팔꿈치 보호대를 끼었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 윤호는 내 파카를 빌려입고 신고있던 슬리퍼 대신 내 장화를 신었다. 나와 같이 쇠파이프를 들었다. 태완이는 내 인라인 스케이트용 팔 보호대(손목부터 팔꿈치 아래까지를 보호한다)를 끼고 역시 재킷과 긴 바지와 운동화를 신었다. 무기는 물론 긴 목검. 나는 예비용으로 재킷 안쪽에 수건으로 싼 식칼을 달아놓았다. 나는 태완이에게 넌 키가 작으니 혹시 머리를 물릴 수도 있다고 헬멧을 끼라고 얘기했지만 검 휘두르는 데에 방해된다며 쓰지 않겠다고 했다.
"가자."
우리는 조심스럽게 현관을 열고 나와 대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철문을 닫고 옆을 보니 오른쪽 약 5미터-불과 서너 걸음정도 되는 곳에 아까의 좀비가 보였다. 녀석은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왓!"
"오.. 온다.."
나는 이를 꽉 물며 쇠파이프를 치켜들었다. 겁이 덜컥 나는 동시에 내 머릿속에 갑자기 아까 빌딩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때 느꼈던 떨림과 흥분, 그리고 분노가 기억났다.
"죽여버린다.."
금방까지 이를 꽉 물고 있던 나는 엄청나게 떨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녀석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 뿐인데, 나는 겁을 먹고 이성적인 전략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속이 울렸다. 다리와 팔이 미친듯이 떨렸다. 다 던져버리고 일단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내 친구들을 보았다. 태완이는 검을 앞으로 치켜든 자세로 검끝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지만 역시 다리가 덜덜 떨리는게 보였다. 윤호는 쇠파이프를 늘어뜨린 채 달려들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녀석 역시 미세하게 몸을 떨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어-"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녀석은 바로 내 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기합을 외치며 놈의 이마를 향해 쇠파이프를 힘껏 내리쳤다.
"크아악!"
빠각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지며 좀비의 이마빡이 뭉개졌다. 녀석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며 내 앞에서 비틀거렸다. 타격을 준 것이 분명했으나 나는 손아귀에 힘을 있는대로 쥔 채 때린 탓에, 쇠파이프의 진동이 내 팔로 그대로 전해져 그 고통에 몸을 꼬았다.
"아우우.. 팔아파!"
"어어-"
그 놈은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리다가 아래쪽에서 그대로 나를 덮쳤다. 생각과 너무 달랐다. 앞차기로 놈을 쓰러뜨리고 쇠파이프로 때려? 그딴 걸로 해결될 리가 없었다. 녀석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 미친듯이 때려도 무시하고 일어나 내 팔을 잡아 물어뜯어 버릴 것이다. 별의 별 생각이 다 일었다. 나는 그저 본능적으로 놈의 머리를 뭉개버릴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 쇠파이프 정도로 일격에 두개골을 박살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와 좀비가 달라붙자 내 친구 둘은 나에게서 순간적으로 떨어졌다. 좀비가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나는 패닉에 빠져 쇠파이프를 내던지고 녀석의 손을 뿌리치려고 팔을 흔들었다.
"아 신발! 우아아아! 놔 새꺄!"
"허어- 허어-"
놈은 내 살이 보이는 곳을 물어뜯으려고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으려 했다. 코나 얼굴을 물어뜯으려는 것이었을까? 어깨에 나를 잡은 손아귀의 힘이 정말 엄청났다. 쉽사리 뿌리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당황한 김에 복싱선수들이 가드를 하듯 양 팔을 올려 녀석의 얼굴을 가로막았다. 녀석의 얼굴이 계속 내 팔을 밀더니 갑자기 와득 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임이 멈추었다. 동시에 내 오른팔을 움직일 수가 없는 걸 느꼈다. 나는 고통이 느껴지는지 아닌지 판단도 못하고 미친듯이 소리쳤다.
"우아악 신발! 이 새끼가 내 팔 물었나봐!"
"아냐 진정해! 그 새끼 니 그거 물었어! 그거, 팔꿈치 보호대!"
나는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팔을 마구 흔들다가 왼팔을 들어 녀석을 보았다. 놈은 초점없는 표정으로 내 팔꿈치 보호대를 힘껏 깨물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세상에 보호대라는 물건이 이렇게까지 내게 희망을 준 건 처음이었다. 나는 놈이 정신차리지 못하게 온몸을 이용해 오른팔을 흔들면서 외쳤다.
"미친 무뇌아시꺄! 놔! 으아아!"
퍼걱
나는 오른팔을 당기면서 왼쪽 팔꿈치의 보호대로 놈의 눈가를 내리쳤다. 와드득 하는 소리가 나며 놈의 내 팔꿈치보호대를 물고 있던 이빨이 우수수 뽑혀 떨어졌다. 힘껏 물고있었던 차에 내가 강한 타격을 주니 물고있던 이빨이 죄다 빠지면서 잇몸 자체가 뭉개진 것이다. 나는 마라톤이라도 뛴 듯 헉헉거리며 내 오른팔을 확인한 뒤 반쯤 울먹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놈이 나에게 다시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아까 시뮬레이션했듯이 온 힘을 다해 놈의 가슴팍에 앞차기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놈은 쉽사리 넘어지지 않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을 뿐이었다. 계산착오였다. 무슨 목각인형이라도 된 듯 놈들의 살은 뻣뻣했고, 무엇보다 힘이 엄청났다. 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놈을 쳐다보며 어디를 쳐야 놈을 넘어뜨릴 수 있을 지 생각했다.
"탓!"
순간적이었다. 내가 잠깐 주저하는 사이 태완이가 한걸음에 놈까지 다가가 내가 아까 파이프로 함몰시킨 부분에 목검을 꽂아넣었다. 뻐걱 하는 기분나쁜 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지며 놈의 머리 파편이 태완이의 정면에 튀었다. 그리고 털썩 하는 소리를 내며 놈은 쓰러졌다. 끝이었다.
"허억.. 허.. 하악! 하악! 하악.. 신발 뒤지는 줄 알았어.."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그렁거리며 힘겹게 말했다. 정말로 무서웠다. 생각과 너무 달랐고 무엇보다 눈앞에 죽음의 공포가 다가오니 이건 정말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었다. 내가 무너지기 무섭게 태완이도 다리를 덜덜덜 떨면서 휘청거리다가 얼굴에 팔을 얹으며 벽에 기대었다.
"께아아악!"
태완이가 숨을 돌리려는 찰나, 이마 윗부분이 두 쪽으로 쪼개져 엎어져 있던 좀비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굴러서 일어나듯 태완이에게 다가가 다리춤을 붙잡았다. 태완이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놀라 완전히 겁에 질려 목검을 떨어뜨리고 발을 버둥거렸다.
"우.. 우와아..!"
태완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놈이 입을 벌리고 태완이의 다리춤을 물려는 찰나 윤호가 괴성을 지르면서 놈에게 달려가 쇠 파이프로 그 놈의 팔을 때렸다. 뿌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놈의 팔은 부러졌고, 덕분에 놈의 이빨은 공기만을 한움큼 깨물었을 뿐이었다. 태완이가 옆으로 굴러 엎어지는 동시에 윤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좀비를 쇠파이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살점과 썩은 피가 튀기며 사방은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했다.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며 떨고 있던 나는, 얻어맞고 있던 놈의 팔이 움찔 하며 다시 움직이는 걸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완전히 정신이 나간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쇠파이프를 다시 집어들고 윤호와 함께 좀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친 신발새끼! 죽어! 죽어! 제발 좀 죽으라고!! 으아아아!!"
머리를 깨야 놈의 움직임이 멈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그 놈의 온 몸을 사정없이 때리기만 했다. 20번쯤 휘둘렀을까, 제풀에 지쳐 팔을 멈춘 우리들의 앞에는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이상한 방향으로 관절이 꺾여있고, 무언가가 몸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인간과 비슷한 형상의 고깃덩이가 엎어져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움직임을 멈춘 좀비를 보며 숨을 헐떡이던 나는 놈의 머리에서 피가 팍 뿜어져나오는 걸 보는 순간 놈이 움직였다고 착각해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품에 넣어놓았던 식칼을 꺼내 놈의 위에 올라타 목을 쑤시기 시작했다.
"안 죽어? 어? 이래도 안 죽어? 어디 계속 움직여보시지 신발새꺄! 어? 움직여보라고! 으으으.. 헉! 헉! 움직여보라고.. 헉.."
목에다가 칼을 팍팍 쑤셔넣던 나는 말소리를 줄임에 따라 칼을 휘두는 걸 멈추고 놈의 목을 자르려고 칼로 설근설근 썰기 시작했다. 피가 줄줄 흘러나오면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 뭐지? 구멍? 식도인가? 허연 게 보이는군.. 잘 안 잘리는데..
"으으.. 으히히..?"
나는 괴상한 소리를 흘리면서 목뼈 주변으로 칼을 돌리면서 살점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뭐가 뭔지 모르게 되며 목구멍으로 무언가가 올라오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퍽 하며 눈앞이 번쩍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손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태완이였다. 태완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더니 내 뒤통수를 때린 손을 거두며 말했다.
"정신차려."
그리고 녀석은 비척비척 다가가 벽에 엎어졌다. 나는 멍하니 녀석을 쳐다보고 있다가 무언가에 잔뜩 젖어 질척거리는 내 손을 쳐다보았다.
"우.. 우웨엑! 쿠웨어어억! 카학.."
딱 1초가 지나자 나는 격렬하게 토사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잘라낸 좀비의 목구멍 속으로.
나는 코와 입으로 토사물을 쏟아내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옆으로 굴러 엎어졌다. 내가 누워있는 바로 옆에 윤호가 씩씩거리며 몸을 숙이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씨바.. 헉.. 헉.."
"살면서 이렇게 소리지른 건 처음이다.. 팔 부러진거 맞췄을 때에도 이것보단 덜 소리질렀던 것 같아."
윤호는 이성이 좀 남아있는지 내게 농담을 던졌다.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몸을 뒤척여 태완이를 바라보았다. 태완이는 목검을 힘없이 손에 들고 목검에 묻은 살점을 쳐다보다가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이 미친놈아. 게임 많이하더니 게임같은짓만 한다. 왜 올라타서 그 지랄을 떨어? 괜찮냐?"
나는 팔로 입가와 코를 훔쳐내며 침을 뱉었다.
"몰라 병신아.. 헉.. 헉.. 그나저나 진짜 같이 나오길 잘 했다. 혼자 나왔으면 뒤졌을 거야 분명히. 고맙다 새끼들아."
"뭘."
"별로 안 고마울 수도?"
태완이가 요상한 말투로 내게 말하자 나는 몸을 일으켜 녀석을 쳐다보았다. 태완이는 이 쪽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은 골목 저편으로 가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본 나는 다시 한번 입에서 욕을 터뜨렸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 쪽에선 좀비 두 마리가 이 쪽으로 비척비척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우리가 반쯤 미쳐 마구 소리를 질러댄 탓에 우리들의 소재를 알아챈 듯 했다. 저대로 이 쪽으로 오면 1분도 안 걸린다. 나는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호와 태완이도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집었다. 집앞에서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 어디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 배는 물론 든든하게 채운 뒤다.
"아까 발로 찼을 때, 쉽게 넘어지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땐 가슴 중앙을 찼었거든? 사람 차듯이. 근데 별 효과가 없었으니까 이제부턴 넘어지는 발차기를 할거야. 너희들도 알아둬, 저 새끼들은 고통이 없으니까 명치같은덴 의미가 없어. 내가 지금 실험을 할 테니 넘어지는 즉시 머리를 뽀개는거야."
"실험? 니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 미쳤냐 너?"
"가만 좀 있어봐. 난 아까 저 새끼가 달라붙고 나서라 이제 별로 안 무서워. 저놈들 힘이 무지 좋아. 대신 몸이 뻣뻣하니까 한쪽 사타구니를 치던가 하면 넘어질거야. 오케이?"
"오케이."
"또 질질 짜면서 난리치면 안 구해줘."
나는 살짝 찌그러진 내 쇠파이프를 윤호한테 들리고 태완이를 옆에 세운 뒤 좀비들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놈들은 동시에가 아니라 거리를 두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놈이 약 3미터 앞까지 오자 나는 팔로 상체를 가리면서 놈의 왼쪽 사타구니를 힘껏 찼다. 내 예상대로 놈은 허리가 팍 돌아가며 등을 보이고 땅에 엎어졌다. 녀석이 버둥거리며 기어오기 직전 태완이가 목도로 힘껏 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뻐억 하며 뒤통수가 함몰되더니 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까보다 훨씬 깔끔한 결말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우리는 놈이 넘어진 자리에서 살짝 멀어졌다.
"씨.. 씨바 진짜 해냈다."
"야, 한놈 더 오잖아."
철퍼덕
정말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차놀이를 하며 먼저 온 놈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그 놈은 먼젓놈이 엎어진 자리로 계속 다가오더니 그 시체에 발이 걸려 우리의 발치에 확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사태에 어이를 상실한 우리는 잠깐동안 멍하니 그 좀비의 발버둥을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놈의 뒤통수를 부쉈다. 너무도 싱거운 결말이었다. 태완이는 목검을 팍 털어내곤 말했다.
"뒤통수.. 알았다."
"어?"
태완이는 목검으로 엎어져 있는 좀비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저 머리가 약점이 아니야. 소뇌가 약점이지.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소뇌 말야. 이 놈들은 심장은 멈췄지만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소뇌는 살아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움직이고, 힘도 센 거지. 사람은 보통 자신의 힘의 20퍼센트 정도밖에 못 쓰는데 이 놈들은 그런 거 없잖아. 리빙데드(Living Dead)니까. 하여튼 놈들을 한방에 죽이려면 뒤통수를 깨는게 제일 효과적이다 이거야."
"우리 전교1등 시작하셨구만. 그래서?"
태완이는 목검으로 좀비들의 뒤통수와 목의 연결부위를 가리켰다.
"이 부분. 푹 파인 곳. 여기를 비스듬하게 목검 같은걸로 올려쳐 두개골과 함께 부수면 될거야. 거기가 소뇌가 위치한 곳이니까. 아까 진환이랑 내가 이마를 쪼갰잖아? 근데도 움직였으니까.. 확신할 수 있어."
그러면서 태완이는 제일 처음 우리가 처리한 좀비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그걸 가만히 쳐다보더니 입을 가리면서 벽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아.. 죽일땐 머리에 피쏠려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진짜 싫다."
"나는 그래서 안 보고 있지."
"에?"
윤호의 말을 듣고 쳐다보니 녀석은 교묘하게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있었다.
"아까 죽이고 나서 니가 칼로 쑤시는거 볼때 토할뻔했거든.. 그래서 안 볼라구 난."
"치사한 놈."
나는 벽에 무너지듯이 기대며 앉았다. 이제 세 마리 죽였는데 이런 꼴이라면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느리고 멍청한 저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이 퍼졌는지 이제 이해할 것 같다. 저런 게 열 마리정도 밀폐된 장소에 나와 같이 있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4) 첫 외출
반응이 뜨겁던데요? ㅋㅋ 꽤나 재밌나보네요...
저도 꽤나 재밌게 봤답니다 ^-^
요즘 들어 불법으로 출처도 남기지 않고 막 퍼가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출처는 기본 센스랍니다. 매너, 예의구요. 부탁드립니다~
그럼 재밌게 보세요~ ^-^
출처 : 웃대 ^-^
<살기위해 뛰어라>
1ȭ : http://pann.nate.com/b200004270
2ȭ : http://pann.nate.com/b200004281
3ȭ : http://pann.nate.com/b200004294
5ȭ : http://pann.nate.com/b200008204
6ȭ : http://pann.nate.com/b200008220
7ȭ : http://pann.nate.com/b200012346
8ȭ : http://pann.nate.com/b200012362
9ȭ : http://pann.nate.com/b200012371
10ȭ : http://pann.nate.com/b200012387
11ȭ : http://pann.nate.com/b200012396
12ȭ : http://pann.nate.com/b200012404
외전 - 1화 : http://pann.nate.com/b200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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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지?"
나는 쇠파이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태완이와 윤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무장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무장은 2층에 갔을 때와 완전히 같다. 손에는 면장갑을 끼고 인라인 스케이트용 팔꿈치 보호대를 끼었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 윤호는 내 파카를 빌려입고 신고있던 슬리퍼 대신 내 장화를 신었다. 나와 같이 쇠파이프를 들었다. 태완이는 내 인라인 스케이트용 팔 보호대(손목부터 팔꿈치 아래까지를 보호한다)를 끼고 역시 재킷과 긴 바지와 운동화를 신었다. 무기는 물론 긴 목검. 나는 예비용으로 재킷 안쪽에 수건으로 싼 식칼을 달아놓았다. 나는 태완이에게 넌 키가 작으니 혹시 머리를 물릴 수도 있다고 헬멧을 끼라고 얘기했지만 검 휘두르는 데에 방해된다며 쓰지 않겠다고 했다.
"가자."
우리는 조심스럽게 현관을 열고 나와 대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철문을 닫고 옆을 보니 오른쪽 약 5미터-불과 서너 걸음정도 되는 곳에 아까의 좀비가 보였다. 녀석은 우리가 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왓!"
"오.. 온다.."
나는 이를 꽉 물며 쇠파이프를 치켜들었다. 겁이 덜컥 나는 동시에 내 머릿속에 갑자기 아까 빌딩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때 느꼈던 떨림과 흥분, 그리고 분노가 기억났다.
"죽여버린다.."
금방까지 이를 꽉 물고 있던 나는 엄청나게 떨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녀석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 뿐인데, 나는 겁을 먹고 이성적인 전략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속이 울렸다. 다리와 팔이 미친듯이 떨렸다. 다 던져버리고 일단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내 친구들을 보았다. 태완이는 검을 앞으로 치켜든 자세로 검끝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지만 역시 다리가 덜덜 떨리는게 보였다. 윤호는 쇠파이프를 늘어뜨린 채 달려들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녀석 역시 미세하게 몸을 떨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어-"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녀석은 바로 내 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기합을 외치며 놈의 이마를 향해 쇠파이프를 힘껏 내리쳤다.
"크아악!"
빠각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지며 좀비의 이마빡이 뭉개졌다. 녀석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며 내 앞에서 비틀거렸다. 타격을 준 것이 분명했으나 나는 손아귀에 힘을 있는대로 쥔 채 때린 탓에, 쇠파이프의 진동이 내 팔로 그대로 전해져 그 고통에 몸을 꼬았다.
"아우우.. 팔아파!"
"어어-"
그 놈은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리다가 아래쪽에서 그대로 나를 덮쳤다. 생각과 너무 달랐다. 앞차기로 놈을 쓰러뜨리고 쇠파이프로 때려? 그딴 걸로 해결될 리가 없었다. 녀석은 고통을 느낄 수 없다. 미친듯이 때려도 무시하고 일어나 내 팔을 잡아 물어뜯어 버릴 것이다. 별의 별 생각이 다 일었다. 나는 그저 본능적으로 놈의 머리를 뭉개버릴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 쇠파이프 정도로 일격에 두개골을 박살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와 좀비가 달라붙자 내 친구 둘은 나에게서 순간적으로 떨어졌다. 좀비가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나는 패닉에 빠져 쇠파이프를 내던지고 녀석의 손을 뿌리치려고 팔을 흔들었다.
"아 신발! 우아아아! 놔 새꺄!"
"허어- 허어-"
놈은 내 살이 보이는 곳을 물어뜯으려고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으려 했다. 코나 얼굴을 물어뜯으려는 것이었을까? 어깨에 나를 잡은 손아귀의 힘이 정말 엄청났다. 쉽사리 뿌리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당황한 김에 복싱선수들이 가드를 하듯 양 팔을 올려 녀석의 얼굴을 가로막았다. 녀석의 얼굴이 계속 내 팔을 밀더니 갑자기 와득 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임이 멈추었다. 동시에 내 오른팔을 움직일 수가 없는 걸 느꼈다. 나는 고통이 느껴지는지 아닌지 판단도 못하고 미친듯이 소리쳤다.
"우아악 신발! 이 새끼가 내 팔 물었나봐!"
"아냐 진정해! 그 새끼 니 그거 물었어! 그거, 팔꿈치 보호대!"
나는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팔을 마구 흔들다가 왼팔을 들어 녀석을 보았다. 놈은 초점없는 표정으로 내 팔꿈치 보호대를 힘껏 깨물고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세상에 보호대라는 물건이 이렇게까지 내게 희망을 준 건 처음이었다. 나는 놈이 정신차리지 못하게 온몸을 이용해 오른팔을 흔들면서 외쳤다.
"미친 무뇌아시꺄! 놔! 으아아!"
퍼걱
나는 오른팔을 당기면서 왼쪽 팔꿈치의 보호대로 놈의 눈가를 내리쳤다. 와드득 하는 소리가 나며 놈의 내 팔꿈치보호대를 물고 있던 이빨이 우수수 뽑혀 떨어졌다. 힘껏 물고있었던 차에 내가 강한 타격을 주니 물고있던 이빨이 죄다 빠지면서 잇몸 자체가 뭉개진 것이다. 나는 마라톤이라도 뛴 듯 헉헉거리며 내 오른팔을 확인한 뒤 반쯤 울먹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놈이 나에게 다시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아까 시뮬레이션했듯이 온 힘을 다해 놈의 가슴팍에 앞차기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놈은 쉽사리 넘어지지 않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을 뿐이었다. 계산착오였다. 무슨 목각인형이라도 된 듯 놈들의 살은 뻣뻣했고, 무엇보다 힘이 엄청났다. 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놈을 쳐다보며 어디를 쳐야 놈을 넘어뜨릴 수 있을 지 생각했다.
"탓!"
순간적이었다. 내가 잠깐 주저하는 사이 태완이가 한걸음에 놈까지 다가가 내가 아까 파이프로 함몰시킨 부분에 목검을 꽂아넣었다. 뻐걱 하는 기분나쁜 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지며 놈의 머리 파편이 태완이의 정면에 튀었다. 그리고 털썩 하는 소리를 내며 놈은 쓰러졌다. 끝이었다.
"허억.. 허.. 하악! 하악! 하악.. 신발 뒤지는 줄 알았어.."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그렁거리며 힘겹게 말했다. 정말로 무서웠다. 생각과 너무 달랐고 무엇보다 눈앞에 죽음의 공포가 다가오니 이건 정말 정신을 차릴 여유가 없었다. 내가 무너지기 무섭게 태완이도 다리를 덜덜덜 떨면서 휘청거리다가 얼굴에 팔을 얹으며 벽에 기대었다.
"께아아악!"
태완이가 숨을 돌리려는 찰나, 이마 윗부분이 두 쪽으로 쪼개져 엎어져 있던 좀비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굴러서 일어나듯 태완이에게 다가가 다리춤을 붙잡았다. 태완이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놀라 완전히 겁에 질려 목검을 떨어뜨리고 발을 버둥거렸다.
"우.. 우와아..!"
태완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놈이 입을 벌리고 태완이의 다리춤을 물려는 찰나 윤호가 괴성을 지르면서 놈에게 달려가 쇠 파이프로 그 놈의 팔을 때렸다. 뿌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놈의 팔은 부러졌고, 덕분에 놈의 이빨은 공기만을 한움큼 깨물었을 뿐이었다. 태완이가 옆으로 굴러 엎어지는 동시에 윤호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좀비를 쇠파이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살점과 썩은 피가 튀기며 사방은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했다. 멍하니 그 광경을 쳐다보며 떨고 있던 나는, 얻어맞고 있던 놈의 팔이 움찔 하며 다시 움직이는 걸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완전히 정신이 나간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쇠파이프를 다시 집어들고 윤호와 함께 좀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친 신발새끼! 죽어! 죽어! 제발 좀 죽으라고!! 으아아아!!"
머리를 깨야 놈의 움직임이 멈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그 놈의 온 몸을 사정없이 때리기만 했다. 20번쯤 휘둘렀을까, 제풀에 지쳐 팔을 멈춘 우리들의 앞에는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이상한 방향으로 관절이 꺾여있고, 무언가가 몸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인간과 비슷한 형상의 고깃덩이가 엎어져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움직임을 멈춘 좀비를 보며 숨을 헐떡이던 나는 놈의 머리에서 피가 팍 뿜어져나오는 걸 보는 순간 놈이 움직였다고 착각해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품에 넣어놓았던 식칼을 꺼내 놈의 위에 올라타 목을 쑤시기 시작했다.
"안 죽어? 어? 이래도 안 죽어? 어디 계속 움직여보시지 신발새꺄! 어? 움직여보라고! 으으으.. 헉! 헉! 움직여보라고.. 헉.."
목에다가 칼을 팍팍 쑤셔넣던 나는 말소리를 줄임에 따라 칼을 휘두는 걸 멈추고 놈의 목을 자르려고 칼로 설근설근 썰기 시작했다. 피가 줄줄 흘러나오면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 뭐지? 구멍? 식도인가? 허연 게 보이는군.. 잘 안 잘리는데..
"으으.. 으히히..?"
나는 괴상한 소리를 흘리면서 목뼈 주변으로 칼을 돌리면서 살점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뭐가 뭔지 모르게 되며 목구멍으로 무언가가 올라오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퍽 하며 눈앞이 번쩍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손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태완이였다. 태완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더니 내 뒤통수를 때린 손을 거두며 말했다.
"정신차려."
그리고 녀석은 비척비척 다가가 벽에 엎어졌다. 나는 멍하니 녀석을 쳐다보고 있다가 무언가에 잔뜩 젖어 질척거리는 내 손을 쳐다보았다.
"우.. 우웨엑! 쿠웨어어억! 카학.."
딱 1초가 지나자 나는 격렬하게 토사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잘라낸 좀비의 목구멍 속으로.
나는 코와 입으로 토사물을 쏟아내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옆으로 굴러 엎어졌다. 내가 누워있는 바로 옆에 윤호가 씩씩거리며 몸을 숙이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씨바.. 헉.. 헉.."
"살면서 이렇게 소리지른 건 처음이다.. 팔 부러진거 맞췄을 때에도 이것보단 덜 소리질렀던 것 같아."
윤호는 이성이 좀 남아있는지 내게 농담을 던졌다. 나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몸을 뒤척여 태완이를 바라보았다. 태완이는 목검을 힘없이 손에 들고 목검에 묻은 살점을 쳐다보다가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이 미친놈아. 게임 많이하더니 게임같은짓만 한다. 왜 올라타서 그 지랄을 떨어? 괜찮냐?"
나는 팔로 입가와 코를 훔쳐내며 침을 뱉었다.
"몰라 병신아.. 헉.. 헉.. 그나저나 진짜 같이 나오길 잘 했다. 혼자 나왔으면 뒤졌을 거야 분명히. 고맙다 새끼들아."
"뭘."
"별로 안 고마울 수도?"
태완이가 요상한 말투로 내게 말하자 나는 몸을 일으켜 녀석을 쳐다보았다. 태완이는 이 쪽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은 골목 저편으로 가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본 나는 다시 한번 입에서 욕을 터뜨렸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 쪽에선 좀비 두 마리가 이 쪽으로 비척비척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우리가 반쯤 미쳐 마구 소리를 질러댄 탓에 우리들의 소재를 알아챈 듯 했다. 저대로 이 쪽으로 오면 1분도 안 걸린다. 나는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호와 태완이도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집었다. 집앞에서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 어디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 배는 물론 든든하게 채운 뒤다.
"한마리 죽인거 까짓 두마리 더 해보지 뭐.."
"거 진심이냐?"
"..솔직히 나는 더는 싫다.."
가만히 무기를 쥐고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야 잘 들어봐.. 쿨럭! 아 입에서 구린내 난다.."
"병신 그러게 왜 혼자 주접떨다가 토하고 난리치냐? 나도 토할뻔 했지만."
"아 닥치고 들어봐."
나는 좀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 발로 찼을 때, 쉽게 넘어지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땐 가슴 중앙을 찼었거든? 사람 차듯이. 근데 별 효과가 없었으니까 이제부턴 넘어지는 발차기를 할거야. 너희들도 알아둬, 저 새끼들은 고통이 없으니까 명치같은덴 의미가 없어. 내가 지금 실험을 할 테니 넘어지는 즉시 머리를 뽀개는거야."
"실험? 니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 미쳤냐 너?"
"가만 좀 있어봐. 난 아까 저 새끼가 달라붙고 나서라 이제 별로 안 무서워. 저놈들 힘이 무지 좋아. 대신 몸이 뻣뻣하니까 한쪽 사타구니를 치던가 하면 넘어질거야. 오케이?"
"오케이."
"또 질질 짜면서 난리치면 안 구해줘."
나는 살짝 찌그러진 내 쇠파이프를 윤호한테 들리고 태완이를 옆에 세운 뒤 좀비들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놈들은 동시에가 아니라 거리를 두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놈이 약 3미터 앞까지 오자 나는 팔로 상체를 가리면서 놈의 왼쪽 사타구니를 힘껏 찼다. 내 예상대로 놈은 허리가 팍 돌아가며 등을 보이고 땅에 엎어졌다. 녀석이 버둥거리며 기어오기 직전 태완이가 목도로 힘껏 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뻐억 하며 뒤통수가 함몰되더니 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까보다 훨씬 깔끔한 결말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우리는 놈이 넘어진 자리에서 살짝 멀어졌다.
"씨.. 씨바 진짜 해냈다."
"야, 한놈 더 오잖아."
철퍼덕
정말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차놀이를 하며 먼저 온 놈의 뒤를 졸졸 따라오던 그 놈은 먼젓놈이 엎어진 자리로 계속 다가오더니 그 시체에 발이 걸려 우리의 발치에 확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사태에 어이를 상실한 우리는 잠깐동안 멍하니 그 좀비의 발버둥을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놈의 뒤통수를 부쉈다. 너무도 싱거운 결말이었다. 태완이는 목검을 팍 털어내곤 말했다.
"뒤통수.. 알았다."
"어?"
태완이는 목검으로 엎어져 있는 좀비의 뒤통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저 머리가 약점이 아니야. 소뇌가 약점이지.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소뇌 말야. 이 놈들은 심장은 멈췄지만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소뇌는 살아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움직이고, 힘도 센 거지. 사람은 보통 자신의 힘의 20퍼센트 정도밖에 못 쓰는데 이 놈들은 그런 거 없잖아. 리빙데드(Living Dead)니까. 하여튼 놈들을 한방에 죽이려면 뒤통수를 깨는게 제일 효과적이다 이거야."
"우리 전교1등 시작하셨구만. 그래서?"
태완이는 목검으로 좀비들의 뒤통수와 목의 연결부위를 가리켰다.
"이 부분. 푹 파인 곳. 여기를 비스듬하게 목검 같은걸로 올려쳐 두개골과 함께 부수면 될거야. 거기가 소뇌가 위치한 곳이니까. 아까 진환이랑 내가 이마를 쪼갰잖아? 근데도 움직였으니까.. 확신할 수 있어."
그러면서 태완이는 제일 처음 우리가 처리한 좀비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그걸 가만히 쳐다보더니 입을 가리면서 벽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아.. 죽일땐 머리에 피쏠려서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진짜 싫다."
"나는 그래서 안 보고 있지."
"에?"
윤호의 말을 듣고 쳐다보니 녀석은 교묘하게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있었다.
"아까 죽이고 나서 니가 칼로 쑤시는거 볼때 토할뻔했거든.. 그래서 안 볼라구 난."
"치사한 놈."
나는 벽에 무너지듯이 기대며 앉았다. 이제 세 마리 죽였는데 이런 꼴이라면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느리고 멍청한 저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이 퍼졌는지 이제 이해할 것 같다. 저런 게 열 마리정도 밀폐된 장소에 나와 같이 있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후우우우.."
나는 길게 한숨을 뽑아내었다. 세상이 이렇게 된 뒤로 한숨을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도장까지 잘도 가겠구만.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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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http://pann.nate.com/b20000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