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11) 수색조

Ruka2009.08.07
조회1,280

 

 

 

 

 

"숨 참아.. 입냄새 맡는다고, 저 새끼."


"하지만.. 학.. 학.. 숨이.. 차서.. 학.. 힘들어요.."


"제기랄.."


아름이와 나는 새로운 변종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놈은 냄새를 맡는다. 귀와 눈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통 좀비들과는 그 신체능력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놈은 빠르고, 높게 뛰고, 강하다. 내가 초인이 아닌 이상 저 놈을 혼자 상대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기관총을 들었다 한들 놈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런지.


나는 벽에 등을 대고 빠르게 게걸음을 해 벽 끝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놈은 5미터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네 발로 엎드려 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고 있었다. 겉모습은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지만 하는 꼴은 그야말로.. 야수.


지금 내가 지닌 무기는 손도끼 뿐. 놈을 죽이려면 기습뿐이다. 놈이 나에게 달려든 후엔 늦는다. 제길, 이럴 때 던지는 나이프라도 있었다면..


"후우.."


나는 평소 싸울때의 버릇대로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그리고 이 쪽을 바라보는 변종 좀비.


한숨을 쉰 뒤에야 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다음 순간 내게로 달려드는 변종 좀비를 볼 수 있었다.


"카하악!!"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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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건빵은 맛없구나."


"야 야 그만 먹어. 내가 들은 얘긴데, 어떤 병사가 밤중에 배가 하도 고파서 병참에 들어가서 건빵을 배터지게 먹었대. 그리고 목이 말라서 물을 한바가지 먹고 잠들었는데, 자는동안 위가 터져서 죽었다잖냐."


"지.. 진짜냐, 그 얘기."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 건빵은 물을 먹으면 5배까지 불거든."


나와 윤호와 태완이는 언제나처럼 잡담을 하고 있었다. 보급품으로 보내준 건빵을 씹으면서.


지금 우리집 마당에 모여있는 생존자 일행의 꼴은 거의 전쟁난민 수준이다. 그나마 옷이 깔끔해서 망정이지, 옷까지 넝마라면 정말 노숙자 그룹이 따로 없을것이다. 폭격으로 목욕탕은 날아갔지.. 샤워는 커녕 세수도 힘들 지경. 그나마 그 옷도 앞으로 하루이틀만 지나면 아주 수건짝이 될 것이다.


뭐 그런 불평은 그때 가서 하자. 아직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슬슬 갈까?"


수정형이 일어나 엉덩이를 털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윤호의 얘기에 웃음을 터뜨리다 말고 모두를 쳐다보았다. 재복이와 여친 서영이, 수정형을 따라온 여자 생존자 아름이와 나현 누님, 모두 준비가 된 듯 싶었다.


아침은 하루 생활의 원동력을 주는 기초연료 주입이라고들 해서,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식수가 여의치 않은 우리들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나마 먹기 편한 통조림이나 과자 등을 여자들에게 양보한 우리들에게 남아돌아온 건 금방 얻은 건빵과 딱딱한 육포 정도. 그렇게 아침을 때운 우리는 드디어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자 그럼, 데덴찌 하자."


"에~ 싫어!"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공평한 편 나누기 방법인 데덴찌를 제안하는데 서영이가 재복이의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하기사 너는 재복이한테서 떨어지기 싫겠지. 이런 상황이기도 하고..


"그럼 너네 둘은 한팀 해. 재복이가 데덴찌해서 된 팀에 너도 들어가는거다. 알았어?"


"알았어."


서영이는 내 제안에 만족했는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배부른 소리네 할 것 없이 팀이라는 건 친한 사람들끼리 모일수록 결속력이 좋아져서 그 시너지효과가 커지는 거다.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른다.


"자 그럼 하자구. 데덴~ 찌!"


"아."


"우후!"


"앗 이런."


손을 내민 친구들은 각자 같은 팀을 짜고 싶었던 사람들을 내심 찍어놓고 있었는지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데덴찌의 결과는 이랬다. 손바닥을 내민 건 나와 태완, 아름이, 수정형. 손등을 내민 건 윤호와 재복이 세트, 나현 누나. 뭐 나름대로 공평한 팀이다. 전투 경험자들이 그럭저럭 섞여있고, 나는 어차피 나가 볼 생각이었으니까. 우리 쪽이 남자가 셋이라 전투력이 높고 아름이 또한 지혜누나를 찾고 싶은 의지가 있으니 도움이 될 터다. 나는 결과에 만족하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팀이 나갈게. 불만없죠?"


"앗.."


아름이가 내 말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 나는 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왜, 나가기 싫어? 지혜누나 찾아야지."


"그.. 그래도 그게 좀.."


"뭐야, 이제와서 무서워? 내가 나갈까?"


윤호가 아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내가 화가 나서 뭐라고 하려는데 수정형이 말했다.


"아름아. 어차피 우린 잠시 후에 이사를 갈 거야. 그리고 그 후에는 휴전선까지 올라가게 될지도 몰라. 아마 힘든 여정이 되리라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선 경험을 키워놓는게 중요할걸? 계기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는 것 보다는, 목적을 두고 밖으로 나가는 게 더 나을테고 말야."


"아.. 알았어요. 해볼게요."


수정형의 설득이 먹혔는지 아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체구도 작고 미대입시 준비를 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을 텐데, 이런 결정은 좀 무리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내 식칼창을 내밀었다.


"받아. 이걸 써."


"네? 하지만 이건 오빠꺼잖아요."


"빌려주는 거야. 기니까 쓰기 편하고, 견제하기에도 그만이지. 난 이게 있어."


나는 손도끼와 서바이벌 나이프를 꺼내며 말했다. 비도도 가져가려 했지만, 저번 경험을 살려 태완이의 타정총이 있으니 일단은 두고가기로 했다. 가슴팍에서 자꾸 쩔그렁거려서 신경쓰이기도 했고.


아름이가 피가 떡칠된 식칼창의 위용(?)에 놀라 그걸 손끝으로 겨우 들고 살짝 무서워하는 기색이 보여 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 들어. 너는 기본적으론 전투에서 제외시킬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모두 너를 도울 상황이 되지 못한다면 네 몸은 네가 스스로 지켜야 해. 알아들었지? 그리고 너 또한 전투원의 일부라는 걸 잊지 말고. 만약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고, 그걸 네가 구할 수 있었는데 단지 두려움 때문에 그 사람을 돕지 못해 동료를 잃게 된다면 나는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 네, 네. 노력할께요."


그제야 아름이는 무기를 꽉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완이는 아름이가 식칼창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수정형에게 타정총을 건넸다.


"에? 왜 나한테?"


"형도 무기 없잖아요. 그 화염병 있잖아요? 형은 원거리에서 견제 담당이예요."


수정형이 못총을 받아들고 헤~ 하고 있는데 내가 수정형을 보며 말했다.


"그거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 뭐. 나 사격장 자주 다녔거든. 아마 괜찮을 것 같아."


수정형은 타정총을 양손으로 그럴듯하게 잡더니 한쪽 눈을 감고 어딘가를 조준했다. 그리고 투슉 하며 못 한 발을 쏴보았다. 그리곤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만족할 만 한 결과를 얻은 듯 했다. 나는 손도끼를 어깨에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뭐, 나도 앞에 서려면 태완이 검이 필요하니까."


내 손도끼는 파괴력은 발군이지만 육중하고 아직 쓰기가 불편해서 옆에서 기동성 있는 동료가 받쳐주지 않으면 좀 불안하다. 나는 쇠파이프 하나를 보조무기로 집어들고 말했다.


"그럼 갈까?"


"조심해라."


재복이가 서영이를 옆에 끼고 말했다. 나는 손을 파닥파닥 흔들며 말했다.


"걱정 마. 너도 몸조리 잘 해라. 서영이 조심시키고. 아 그리고, 윤호한테 좀비한테 관한 것 좀 들어둬. 도움이 될 거야. 김윤호 니가 여기 남는 사람들 교육담당이다. 알지?"


"맡겨두고 너나 살아돌아와~ 라면 끓여둘까?"


"너란 놈은.."


나는 투덜거리면서 문을 열고 나왔다. 자 드디어 시작이다.


"일단 근방을 돌아볼까요? 지혜누나 찾으러."


"그래. 그럴겸 근처 위험도도 살펴보고. 그래야 이사를 갈지 안 갈지 정할 수 있을테니까."


"텐트같은 것도 구하면 좋을텐데. 집이 망가졌으니 있을곳은 마당뿐이고.. 비라도 오면 진짜 처량해질거야, 우리."


"아앗 저기!"


나와 수정형, 태완이가 각자 한마디씩을 하고 있는데 아름이가 차도 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인상을 사납게 구기며 쇠파이프를 쳐들고 아름이가 외친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떠들면서 어느새 골목 밖으로 나온 우리가 아름이 덕분에 쳐다본 곳은 빌딩의 입구. 우연인지 필연인지 좀비가 들끓던 빌딩의 입구쪽은 폭탄세례를 받고 쑥밭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쪽엔 좀비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와, 바퀴벌레 같은 새끼."


수정형이 중얼거리자 내가 말했다.


"조심해요. 뛰는 놈이면 미치니까. 박력 짱이예요 그 새끼들."


"아 그렇지."


수정형은 어젯밤에 즐겼던 불타는 좀비들과의 경주가 기억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슬슬 경계를 풀려는데 태완이가 내 어깨를 잡아당겼다.


"진환아."


"왜?"


태완이가 나를 돌리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찻길 건너편 오른쪽 끝의 작은 빌라 앞에 모여있는 좀비들. 그것도.. 고개를 무언가에 파묻고.


"꺄악.."


아름이가 비명을 지르려는데 내가 입을 막았다. 나는 인상을 구기면서 말했다.


"비명 지르지 말랬지. 입닫아."


"죄.. 죄송해요.."


나에게서 험한 말을 들은 아름이는 울상이 되어 내게 사과했다. 이번만은 태완이와 수정형도 뭐라 하지 않았다. 집앞에서 나가자 마자 몰살당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얼굴을 파묻고 잇는 좀비들은 대략 세 마리, 아니 네 마리. 게걸스럽게 뭔가를 먹고 있는 놈들의 몸 사이로 길다란 것이 튀어나와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람 다리겠지. 그리고 이건 생각하기도 싫지만.. 운이 나쁘다면 저건 지혜 누나의 다리겠지.


하지만 운이나 감에 의지하고만 있을 순 없다. 확인이 우선이니까. 나는 수정형에게 말했다.


"좀비들은 뒤통수가 약점이예요. 그리고 우리를 알아채는 수단은 기척이고. 형 저놈들이 우릴 알아채기 전에 몇놈 처리할 수 있겠어요?"


"해보지 뭐. 아예 화염병을 던지는게 어때?"


"그럼 시체 확인을 못하잖아요."


다행히도 이 곳은 집 바로 앞이다. 나는 아름이에게 시체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해서 식칼창을 잡고 벌벌 떨고 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아름아, 여기 서서 우리가 위험해지면 안에 사람들 불러. 단 절대 소리지르지는 말고. 시체는 우리가 확인할게."


"네."


아름이는 선뜻 대답을 했다. 뭐 주변엔 좀비도 없고 괜찮겠지. 나는 배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토할 준비 하시고."


"얌마.. 생각하기도 싫은데 벌써부터 겁주냐?"


"우리가 의학도가 아닌 이상 어쩔수 없죠 뭐."


나와 태완이와 수정형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놈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렇게 여유를 두고 조용히 이동하고 있자니 잡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되면 폭격 전이나 후나 별 다를것도 없잖아 미친.. 우리집 물어내 씹새들아!


"쏜다."


수정형이 놈들의 뒤통수가 사정거리에 들어왔는지 조용히 말했다. 나는 형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형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우리 반대편에 있던 좀비 한 놈이 시체를 파먹다 말고 고개를 홱 들어 우리를 쳐다보며 입에 가득 물을 고기를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형이 깜짝 놀라서 못총 쏘기를 망설이자 태완이가 말했다.


"괜찮아요 형. 저놈들 앞을 못 보니까. 그냥 하는 행동일 거예요."


태완이의 말마따나 놈은 다시 시체에 얼굴을 파묻었다. 형은 잔뜩 올렸던 어깨를 천천히 내린 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학


뒤통수 약간 아래에 정확하게 못이 박힌 앞쪽의 좀비는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축 늘어뜨리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상당한 솜씨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놈의 뒤통수에 또 하나.


투슉


놈은 꾸헥 하는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굴렀다. 그 바람에 자세가 흐트러진 좀비 한 놈은 먹던 시체에서 입을 떼고 깜짝 놀라 무언가를 감지하려 벌떡 일어났다. 수정형이 놀라서 그놈의 머리에 못을 쏘려는데 순간 먼저 엎어진 좀비가 팔을 버둥거리자 일어난 좀비가 놈에게 달려들어 엎어진 좀비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우웩.."


"아 미친.."


수정형은 총을 늘어뜨리며 헛구역질을 했고 나는 욕을 내뱉었다. 태완이가 말했다.


"어때, 나머지 둘은 어쩔까?"


아직도 시체에 코를 파묻고 있는 놈은 우리를 정면으로 향한 상태다. 이마에 못을 박아봤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엎어진 좀비를 파먹고 있는 놈은 옆을 향한 상태라 각도가 상당히 애매했다. 나는 수정형에게 말했다.


"우리가 저 새끼 처리할테니까 저 자기 친구 뜯어먹는놈 좀 어떻게 해 봐요."


"알았어."


형의 대답을 들은 내가 손도끼를 들고 앞의 좀비를 처리하려는데 태완이가 나를 막았다.


"내가 할게."


태완이는 검을 왼쪽 허리춤에 끼우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한 걸음으로 앞의 좀비에게 다가갔다. 놈은 밥을 먹느라 태완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 상태였다. 태완이는 검을 칼집에 꽂은 채 놈에게 다가가더니, 팔의 각도를 살짝 숙이며 엄청난 속도로 칼을 꺼내며 좀비의 이마에 가로로 칼집을 넣었다.


쩌걱


다음순간 놈의 눈가에 가로줄이 난 것이 보였고, 놈은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놀라서 입을 쩍 벌리며 태완이를 쳐다보는데 옆에서 자기 친구를 먹고 있던 놈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태완이의 검이 더 빨랐다. 태완이는 정확하게 놈의 정수리에 검을 꽂아 그 머리를 세로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깜짝 놀라 덩달아 총을 쏜 수정형의 못이 그 좀비의 가슴팍에 세 개 꽂히며 마무리.


나는 입을 벌리고 있다가 말했다.


"나 이제 너랑 안 싸울래."


"하하.. 진검을 들었으니까 그런 거지 뭐. 애라도 칼 들면 전쟁에서 쓸 수 있다잖아."


태완이는 칼을 팍 털어낸 뒤에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태완이의 칼에서(정확히는 우리 관장님의 칼에서) 뿌려진 기다란 타원형의 핏자국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검도 삼배단이란 소리가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나는 오늘 칼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새삼 깨달았다. 나도 검도나 할까? 종합격투기 때려치우고.


나는 눈가에 가로줄이 난 채 죽어버린 좀비의 머리를 발끝으로 톡톡 건드려 보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머리가 가로로 갈라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으며 말했다.


"이게 발도술이라는 거냐? 졸라 무섭네."


"칼을 꺼내면 기척이 느껴질 것 같아서, 언젠가 배웠던 걸 흉내 한 번 내 봤어. 신문지는 잘라봤는데 좀비들 머리통을 그렇게 자를 수 있을 줄은 몰랐지. 하하."


하하라니? 사람 머리를 반으로 갈라놓고 잘도 웃음이 나오겠다. 제일 위험한건 이 녀석 아냐?


"웁.. 우웨억! 쿨럭!"


좀비들에게 처참하게 뜯어먹힌 시체를 본 수정형이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토를 하기 시작했다. 오 다행이군.. 나도 금방 시선을 내려서 시체를 보려고 했는데 형이 대신 봐줄 줄이야. 나는 형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어때요? 그 누나예요?"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말을 던진 나는 다음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형이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형을 다그쳤다.


"지.. 진짜예요? 진짜 그 누나예요?"


"어.. 옷이 그 사람이야. 확실해."


"말도 안돼! 사람 찾으려 밖으로 나와서 제일 처음 본 시체가 그 사람이라니 뭐 이런 엿같은.. 아 썅!"


나는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의미없는 확인을 위해 그 시체를 쳐다보았다. 시체는 온몸에 이빨자국이 나 있고 다리 한 쪽이 없는데다 배가 다 터져있는 여자의.. 그야말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평소같았으면 금방 욕지기가 올라왔겠지만 지금은 머리에 열이 뻗쳐 별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름이를 데려오지 않기를 잘 했군. 다리가 한 쪽이 없고 아랫배가 그을려있는 걸 보니 아마 여기서 바로 폭격에 당한 듯 싶었다. 나는 쇠파이프를 땅에 집어던지며 다시 욕을 내뱉었다. 땅을 쳐다보고 있는 내 귀에 다시 수정형의 구역질 소리가 들려왔다.


태완이가 한숨을 쉬며 인도의 난간에 걸터앉아 말했다.


"김빠진다.. 아름이한텐 뭐라고 하지?"


나는 힘없이 고개를 돌려 아름이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길 건너편에서 우리에게 팔을 흔들었다. 사실을 들으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려는지 짐작도 안 간다.


좀비사태가 난지 사흘만에 우리는 동료를 하나 잃고 말았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 역시 나름대로 삶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다시 내 눈 앞에서 이 꼴을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전의 준비를 하고 발걸음을 뗀지 딱 10분만에 나는 모든 의욕을 잃고 말았다.











최후의 생존까지, 아직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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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위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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