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제 우산 속으로 한 청년이 들어왔어요!

2NE82009.08.12
조회881

 

안녕하세요?

서울거주, 톡을 즐겨 보고 또 즐겨 쓰는 윙크 2NE8 직장여성입니다.

저는 비가 철철 내리던 어제 저녁 11시 20분쯤 제 우산 속으로 남학생이 들어온,

한편의 CF같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요 ㅋ

 

 

[프롤로그]

 

감동의 극대화를 위해 사건발생 4시간 전인 저녁 7시 20분부터의 저주 받은 제 발자취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응모한 영화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6시반에 슬금 퇴근을 하여 장대비를 뚫고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으로 갔습니다.

7시반 시사회였는데 삼성역에 도착한 것이 7시 20분.

달려서 메가*스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영화같은 하룻밤의 시작이지요.

 

하필 시간도 없는 이 때, 개찰구 이녀석이 제 교통카드를 못 읽는 것입니다 ㅠㅠ

- 역무원과 통화하기 버튼 48회쯤 시도 하였으나 불능.

- 지하철 역 안내 모니터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하였으나 잘못걸었다 함.

- 114에 전화걸어서 삼성역 역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했더니,

  끝쪽에 철문(휠체어나 큰 짐 지나가는 길) 열려있을거니 걸어나오라 함 -_  -

-  그러나 철문 잠겨있어서 또 호출했더니 그제서야 아저씨가 와서 열어주심..

 

뭐 대강 이런 일을 겪은 후에야 공짜영화 한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라르고 윈치'였고요, 기대 안했는데 꽤 재미있었어요. 훈남 주인공사랑)

 

짜증은 났지만.. '난 나름 도덕적인 숙녀야'라고 위안을 삼으며 상큼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삼성역에서 저희 집까지는 마을버스가 다녀요.

지하철역은 집에서 좀 먼데 마을버스는 엄청 가까이 내려줘서 평소 아주 애용하죠.

굳이 악몽의 지하철을 다시 타지 않아도 되어서 기쁜 마음에 버스를 탔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선릉역까지 오는데 1시간 10분이 걸렸네요.. 허걱당황

아무리 비가 와도 그렇지, 우리나라에 비가 한두번만 오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 한 정거장 오는데 1시간이 걸린 겁니다 ㅠㅠ

그 길이 언제부터 그렇게 인기있는 길이 되었나요 흑흑흑

 

이러다 오늘 안에 못자겠구나 싶어서 하는 수없이 선릉에서 버스를 하차,

지하철을 타고 (알머니ㅏ으ㅁㅈㄷ루미ㅏㅇㄹㅋ;ㅣㅇ느 ㅁ.니ㅓㄹㄴ쨰드ㅓㅈ;ㄷ잏ㅁ,.)

교대까지 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양재역으로 도착하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상쾌한 바람만이 저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었어요.

찻길도 아주 한산하니 쌩쌩 잘들 달리더군요................................

전 우산을 펴려다 다시 접어서, 씩씩하게 우산 허리춤 (지팡이<- 이 가운데 쯤)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본론] (앞이 너무 길었네요;;;)

 

11시 10분쯤 되었을거에요.

비도 내리는 밤이었고, 원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거든요.

제 앞에 왠 훤칠한 (키가 좀 심하게 훤칠했음) 남자분이 저벅저벅 가고 계셨는데..

술을 좀 드신 듯 걸음이 너무 느린거에요.

 

저는 옆으로 추월해서 지나가려고 속력을 내서 걸었습니다. 

그 분을 왼쪽을 피해서 슥 앞질러 가는데.................

누가 제 뒤에서 우산을 잡는거에요!!!

(비가 그쳐서 '장'우산을 손에 '가로'로 쥐고 가고 있었거든요)

 

저는 너무 놀래서 뒤를 돌아보며

나: ' 어, 뭐야....?' 띠옹 

 

제 우산을 잡은 것은 바로 그 훤칠한 남학생이었어요.

너무 키가 크시다보니;; 저랑 대화하실땐 허리를 푹 숙여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남자: '그냥... 재밌잖아요... 재미로... 흐흐'

 

씩 웃으면서 '재미로'라고 하시는데..

참 황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싶기도 하고,

뭐 짧은 시간에 31가지 생각 쯤이 들더라고요 ㅋ

 

전 좀 놀란 기색을 감추면서

나: '아..ㅎ..ㅏ..하하...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남자: '아니요! 저 술 안먹었는데.. 많이 드신 건 그쪽이죠..!!'

나: '예??? 예... 가세요...' 하고 우산을 잡아 당겼는데,

 

안 놓는 겁니다 부끄

 

저는 계속 우산을 잡아당기면서 걸었어요. 속으로 제발 좀 놓아주세요를 외치면서..

마침 갈랫길이 나왔습니다.

저희 집은 골목쪽으로 좀 들어가야되는 길이었고,

행인은 당연히 큰길을 쭉 걸어가실 줄 알았지요.

 

나: '저.. 이제 가세요. 가던길 가세요.' 하며 우산을 내챘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가던 길을 안가시고 자꾸 절 따라 오시는 거에요 ㅠㅠ

남자: '아.. 집이 이쪽이세요..?'

나: '예.. 저는 이쪽으로 가니까 제발 가던 길 가시라고요.'

남자: '아.. 예 가세요..'

 

하는데....

근데 계속...

 

따라오고 있는거에요...  ㅠㅠ

 

때마침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저는 우산을 펼쳤습니다.

 

남자: ' 어? 나는???'

나: '네..??? 아니 도대체 어디를 가시는 길인데요!!!'

 

아 진짜 비는 오는데 목적지라도 알면 중간까지 제가 우산을 씌워드리려고 했는데..

이대로 집까지 따라올까봐 겁도 나고 그냥은 못 씌워 드리겠는거에요.ㅠ

하지만.. 제가 막 추궁을 하는 동안 그 분은 벌써 허리를 푹 숙여서

한참 아래쪽에 있는 제 우산 속으로 쓰-윽 들어오시는거에요.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어께에 손을 올리시는거죠!

 

나: '아 뭐야 진짜 미쳤나봐!!!!!!!!!!!!!'

하면서 훽 피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약간 당황하면서

남자: '뭘요~ 아니 내가 뭘 어쨌다궁~' 덤덤덤덤 (<-대략 이런 표정)

 

아... 그때부터는 진짜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게 말로만 듣던 치한인가..? 아니면 진짜 영화같은 로맨슨가?

남친도 없는 주제에 '연애불변의 법칙'인가? 하는 생각까지 다 들더군녀..

(티비가 애를 버려놨죠 ㅠ)

 

그렇게 조금 피해가면 또다시 허리를 푹 숙이시구 스윽 우산속으로 들어오고,

또 피하면 또 스윽 들어오길 세 번.

 

나: '도대체 누구세요? 저 알아요?'

남자: '아이.. 지금 제 이름이 중요해요? 제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해요~'덤덤덤덤

나: '제발 좀 저리 가세요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진짜 저희 아파트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같이 왔어요.

 

나: '진짜 여기 저희 집이니까 저 갈거거든요? 가시던 길 가세요'

남자: '저 그냥가요?'덤덤덤덤

나: '그럼요?'

남자:'아니, 같이 근처에서..'덤덤덤덤

나: '가세요.'

 

하지만 그 분은 정말 가던길로는 절대 안가시고,

마치 제 우산이 자기 우산인 마냥 스윽 들어와서 허리를 펴시니

우산이 약 30센치 쯤 위로 올라가 버리더군요.

(제가 160정도에 8센치 힐신고 있었습니다. 190은 족히 되시는 듯)

마치 제 손이 자기 여친 손쯤 되는 듯이 우산을 잡은 제손을 부여잡고,

마치 저희 집이 자기 목적지인 마냥 걸어가는거에요. 성큼성큼.

(한 세발짝 얼떨결에 걸었나 싶네요)

 

남자: '난 이런게 참 좋은거 같애. 멋있잖아요'방긋방긋

나: '............???????????????????? 가...세...요...'당황

남자: '비도 오는데요? 우산도 없는데?'덤덤덤덤

나: '예. 가세요'

 

진짜 경비실 앞에 다다르니 그 분이 멈춰서셨습니다.

 

남자: '악수나 한번 해요.'덤덤덤덤

하면서 손을 쓱 내미시는데..

 

뭐 이런게 다있어? 하는 눈 빛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주시고 돌아섰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설 때 까지는, '무사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었는데..

 

 

왠지 집에 도착하고부터..

 

 

허탈하고 아깝고..

나름 귀여웠는데 그냥 보낸 내가 미친*인가..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느님께서 2NE8 막바지 소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셨는데 내가 그걸 차버린건가 싶기도 하고.

미모라고는 흔적도 찾아볼수 없는 나한테 자주 오는 일도 아닌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너무 잡생각이 많이 드는거에요 ㅠㅠ

 

 

그래서 오늘 이 판을 올려본 것이랍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셨을 로맨스가 없어서 죄송해요..;;;;;;;;;;;)

절반은 솔직히 자랑질이고요.(제가 잘났다고 자랑하는게 아니고, 운빨이 좋았다 정도?)

절반은 혹시나 톡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그 소년 (또는 친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혹시 그 분을 알고 계신 분의 아래의 글을 꼭 좀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누나가 너무 놀래고 설레고 무섭고 그래서 어제는 너를 문전박대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시리구나.

미안하게도 너는 나의 짜증 이빠이나는 하루를 웃으며 지나가게 해주었는데

누나는 우산도 못씌워 줘서 가슴이 아프네.

앞으로 비오는 날 종종 나타나서 cf속 한 장면을 연출해 주렴.

내가 우산도 주고, 술 깨게 차도 한잔 사줄께. 

꼭 좀 또 보자꾸나 사랑해

 

 

--

 

소년의 인상착의는,

190정도 되어보이는 키에, 

풍자만화에 부잣집 아들의 심볼로 자주 등장하는 교정을 하신 ㅋ

유지태씨를 닮은 미소를 가진 남자분. 20대 초반일것 같더라구요.

목격 장소는 양재전화국이고요, 8/11 11시20분쯤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