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제 남은 시간은 이틀 하고 반. 그나마 그 반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틀. 시험공부하기엔 충분하지만 목숨을 건 레이스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마치기엔 조금 촉박한 시간.
여름의 밤은 늦게 오지만, 그 늦게 오는 밤도 왜 이리 빠르게 느껴지는 건지..
순조로운 건지 안 순조로운 건지 모를 회의를 끝마친 우리는, 저번 폭격 이후로 망가졌던 우리 집에서처럼 뚫린 부분으로 적이 침투해온다던가 하는,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없어 제각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잘 사람은 자고 말 사람은 말고. 참고로 나는 조금 있다가 자기로 했다. 아직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3분 미트볼을 데운 것을 들고 가만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Employee Only' 라고 쓰여진 방 안으로 들어가니 태완이가 다시 라디오 앞에 서서 저주파 방송을 찾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태완이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한 번 피식 웃고 녀석의 등을 친 뒤 계단을 올랐다.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 편의점의 정문이 유리라는 것. 정면이 튼튼하지 않은 요새가 오래 갔다는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본 적이 없다. 이틀만 머물 곳이라고 해도 여기가 우리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엔 변함이 없으니 보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문 뿐이 아니라 정면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유리다. 이걸 다 갈아치울 수는 없는 일이고..
뭐 워낙 인적이.. 아니, 인적이 아니지. 좀비적..? 하여간 좀비가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니 미리부터 이런 걱정을 할 필요야 없겠지만, 적어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유리창 이쪽에 녀석들이 걸려 넘어질 물건 정도는 놔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일부러 방어선을 이쪽에 만들기보다, 아예 이 앞의 길목에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쌓아두는 것도 좋겠지.
마음에 걸리는 일 둘, 옥상에서부터의 침투. 우리 수색조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수정형과 내가 내려왔던 건물의 옥상에서 좀비가 떨어질 확률이 있다. 목표물을 향해 움직이기만 하는 놈들이라 해도 편의점의 옥상이 예의 그 건물의 옥상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있는 이상, 우리를 향해 뚝 떨어지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번에 수정형과 부리나케 도망쳐나오느라 체크를 못 했었지만 그 좀비견이 나왔던 건물 안에 다른 좀비가 있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 옥상으로 나오는 문을 막아버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
만약 우리가 차를 찾지 못하면? 만약군대가 더 늦게 온다면? 만약 내일이라도 감염확산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친다면? 만약 우리가 생존자들로 구성된 떼강도를 만난다면? 만약 좀비무리에 의해 편의점 유리가 뚫린다면? 만약.. 만약.. 만약..
이 세상은 확률의 연속. 이세상 60억 그 누구에게도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없기에, 조금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을 연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 만화책을 빌리러 잠옷만 입은 채 슬리퍼를 질질 끌며 엠피를 귀에 꽂고 흥얼거리면서 길을 가고 있다가 '만약 지금 내 위로 벼락이 떨어진다면?' 이라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전 내가 나열한 모든 경우의 수는 충분히 일어날 만 한 일이다. 벼락에 때려맞는 것에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이면서 말이다. 나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즉석 미트볼을 하나 집어먹었다.
"후하.. 뜨거 뜨거."
예전에 이거랑 밥이랑 자주 먹곤 했었다. 부모님과 동생은 미국서 본고장 고기음식들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한국이 이렇게 되었다는걸 알고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음?"
미트볼을 세 개나 입에 우겨넣고 씹어먹고 있으려니, 한 방향으로만 뚫려있는 이쪽 골목의 출구 부분에서 하나의 인영이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미트볼 그릇을 땅에 내려놓고 식칼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밑으로 뛰어내려가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게 태세를 취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림자가 휘청휘청거리는 걸 보아하니 좀비인 듯 했다. 순간 어쩌지? 라고 생각했으나 놈들은 기척을 느끼고 움직이므로 창 안쪽에 있는 우리로선 가만히만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라는 생가깅 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것의 뒤로 서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놈을 마구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닌가!
"어.. 어?"
먼 거리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비척거리는 놈의 뒤로 갑자기 사람 하나가 나타나 몽둥이 같은 것으로 놈을 때려날려 넘어뜨린 후, 비슷한 무기를 든 세 명이 더 나타나 쓰러진 좀비인지 뭔지를 마구 찜질했다. 분명 생존자들일 것이다. 나는 반가운 김에 마구 소리를 지르려다 리스너(Listener)의 존재를 떠올리고 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있으면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저 사람들이 우리와 합류하게 되면 그 일에 차질이 생길 수가 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그들이 바로 우리 편의점의 앞까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이! 안에 누구 있어?"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옥상의 난간 아래에 엎드려서 혼자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내밀고 밑을 쳐다보았다. 투박한 옷차림의 남자들 넷이 어느샌가 앞까지 다가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 역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는지 긴 팔이나 재킷을 일부러 껴입은 모습이었고, 깡마른 스킨헤드의 남자 하나와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남자 하나, 나머지 둘은 비슷한 옷차림에 덩치가 꽤 커 보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폭같아 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일었으나, 이런 상황에선 서로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생존잡니까?"
그들은 소리를 친 뒤 편의점에서 살짝 떨어져 창 안쪽을 기웃거리다가 내 말을 듣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밤중의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셔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안녕 학생! 우리들, 운좋게 살아남았다가 편의점 불빛을 보고 여기까지 왔어! 괜찮으면 식량이랑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그들의 웃는 얼굴에 안심하고는 반가운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듯한 걸음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만에 보는 사람들이냐!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저 사람들의 외침을 모두가 들었는지 각자 잠을 자거나 쉬고 있거나 하던 일행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수정형이 한쪽 손에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책을 든 채 내게 말했다.
"진환아, 뭐야?"
"생존자예요! 식량을 좀 나눠달라는데, 이야기도 들을 겸 잘됐죠!"
"근데 저 사람들 생긴게 좀.."
나는 서영이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려 문을 열어주었다. 네 사람은 빙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각자 각목과 나무로 된 기다란 자루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무기인 모양이었다. 우리들이 채 인사를 하기 전에 그들이 입을 열었다.
"야아~ 좋은 곳에 있네. 운 좋은데? 너희들."
"여자들도 있고. 짜식들 응큼하기는."
한순간에 바뀐 말투에 나는 조금 놀랐다. 뭔가가 살짝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대로 내쫓아버릴 수도 없거니와, 이미 늦었다. 그리고 뭐, 실제로 나쁘지 않은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나는 카운터에 걸터앉아서 말했다.
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내 말을 의도적으로 씹어버리려는 의도가 묻어나와 대단히 기분이 나빴지만 그렇다고 연장자한테 한순간에 태도를 바꿀 수야 없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윤호가 말했다.
"맥주같은 건 있을거예요. 편의점이니까. 저흰 술 안 먹거든요."
"그야 그렇겠지.. 흠."
그들 중 덩치가 제일 큰 한 사람이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 나영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누나 앞으로 다가가 이상한 눈빛으로 누나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희롱하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나왔다. 나영누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누님 좋은데. 우리랑 가지?"
"네?"
"아~ 거 말귀 못 알아듣네. 이런 애새끼들이랑 있지 말고 우리랑 가자구. 한국이 이렇게 되고 나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 아냐, 응? 욕구불만 아니었어? 응?"
그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엄지손가락을 검지와 중지에 끼고 비비적거리면서 누나에게 치근댔다. 순간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면서 편의점 안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허허. 이놈들 인상쓰는 거 보게."
"떽기. 어른들한테 그러면 못 써요."
실수다. 실수다. 엄청난 실수다. 이런 상황이라고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게 아니었어. 이런 상황이니까 더욱 더 의심해야 하는 거였는데!
조근조근한 말투와는 다르게 무기를 든 손에 힘을 주는 그들을 보며 뒤쪽에 있던 재복이와 수정형이 무기 쪽으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 나는 식칼창을 라디오 있던 방에 두고 온 채라 당장 손에 집히는 게 없다. 하지만 무기가 있다 한들, 이 사람들과 싸워야 하나? 정말로? 뭉쳐야 하는 이 상황에서 꼭 같은 인간들끼리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건가?
더군다나 우리가 가진 무기들은 대 인간용이 아니라 대 좀비용 살상무기다. 날이 달리거나 한 위험한 무기들을 이 사람들한테 휘둘러야 한다고?
그는 방금 전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쪽 다리로 나를 걷어차려 했다. 나는 그의 발이 나오기 전에 몸을 그의 사타구니에 밀어붙혀 그를 제지한 뒤, 수정형을 끌고나왔다. 내 뒤에 선 채라 언제든지 나를 칠 수 있었던 깡마른 남자가 작대기를 흔들며 말했다.
"이새끼들 웃기네? 너희들 자꾸 그러다 아저씨들 화난다."
"가만있어. 저새끼 내가 조진다. 좀만한게 까불어?"
작대기를 까딱거리면서 내게 다가오던 깡마른 남자를 제지한 뒤, 덩치가 겉옷을 벗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무섭다. 내가 저런 건달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쿨럭거리고 있는 수정형을 바로 눕힌 뒤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덩치를 노려보자 깡마른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얼씨구 얼씨구.. 새끼 자세잡는 거 봐라?"
"새꺄!"
화악
욕과 함께 터져나온 내려찍는 주먹. 주비하고 있었기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 하고 그만 둘 아저씨가 아니다. 그는 계속 욕을 내뱉으며 내게 양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세 번쯤을 피한 나는 벽에 몰려 결국 한 대를 얻어맞았다.
퍽
"컥!"
눈앞이 번쩍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뭐야 이거, 학교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랑 싸우는 거야?
퍼억
"쿨럭!"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복부로 들어오는 극심한 통증. 발로 걷어찬 것 같다. 내가 쿨럭거리면서 자리에 주저앉자 덩치는 내게 달려들어 무차별로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새꺄! 뒤져! 씹새꺄! 강아지! 좀만한! 새끼가! 어디서! 개겨! 씹새끼!"
퍽 퍽 퍽 퍽
어디를 맞는지도 모르겠다. 제길, 나는 운동을 왜 배운거야? 이런 상황에 쓰라고 배운 거 아닌가?
배에 맞은 이후로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기에 그닥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나는 땅에 엎어진 채 잔뜩 쫄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열 몇 댄가를 얻어맞았을까,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어왔다. 신나게 얻어맞으며 온 몸에서 울리고 있는 소리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큰 비명소리라, 나와 나를 구타하고 있던 덩치는 동시에 비명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저편을 보니 카운터 근처에서 다른 덩치 한 명이 서영이에게 달려들어 옷을 찢어발기려 하고 있었다.
"헤헤헤! 가만 있어봐 좀 신발!"
"꺄아아아악! 자기야!!"
아마도 한 명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흥분상태에 빠져 난리를 치기 시작한 것 같다. 서영이의 비명소리를 들은 재복이가 저편에서 달려와 그 덩치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으아아! 떨어져 강아지야!!"
퍽 퍽
"컥! 야 가만있어봐 이.. 푸컥!"
갑작스런 주먹질에 당황한 그 덩치는 뒤로 주춤주춤 밀리다가 땅에 엎어졌다. 그 위로 올라타 주먹질을 하려는 재복이를, 그들 무리에서 제일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가 확 잡아챘다. 재복이보다 별로 덩치도 커 보이지 않는 그 아저씨는 재복이의 뒷덜미를 잡고 직 끌고가더니 다리춤에 딴지를 걸며 녀석을 자빠뜨려 버렸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땅에 내려쳐진 재복이가 쿨럭거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복이의 복부를 두 번쯤 짓밟았다.
"어린 새끼가.."
콱
"쿨럭!"
"꺄악! 자기야!!"
재복이가 다시 한 번 밟히자 서영이가 달려가 재복이 위에 누웠다. 그 남자는 다시 한번 재복이를 밟으려다 말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가 다리를 내리며 재복이에게 맞아 넘어진 덩치에게 말했다. 덩치는 볼을 살살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투덜거렸다.
"어~ 새끼, 주먹 단단하네. 지 여친 건드린다고 흥분했나봐? 꼴갖잖은 게.. 가만있어봐, 나 때린 게 오른쪽 팔이냐, 왼쪽 팔이냐? 분질러버려야지."
"야 야, 애들인데 그러지 마라."
그들은 완전히 우리를 쫄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확실히 그랬다. 수정형과 나, 태완이와 재복이는 얻어맞아 쓰러져 있고, 남은 것은 윤호 혼자지만 녀석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녀석은 태완이를 부축하고 있는 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들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내가 이를 악물면서 일어나려는 찰나, 엎어져 있던 내 시야에 재복이의 움직임이 보였다. 녀석은 엎어진 채로 한쪽 손을 뻗어 가방 옆에 놓인 서바이벌 나이프를 집어들고 있었다.
내가 소리쳐 녀석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재복이는 나이프가 손에 집히기 무섭게 괴성을 지르며 서영이에게 수작을 걸었던 덩치에게 달려들었다. 재복이를 넘어뜨린 남자가 녀석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파악
"..."
재복이는 험악한 표정을 한 채 말이 없었고, 덩치는 재복이가 달라붙은 자신의 옆구리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수 초 뒤, 그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우.. 아악..!!"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자리에 무너졌다. 서걱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며 재복이가 칼을 거두었다. 녀석은 창백한 얼굴로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재복이의 행동에 깜짝 놀랐는지, 깡마른 남자가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어, 어! 찔렀어? 저 새끼가 사람을 찔렀어?"
"이야아아아!"
"어?"
당황하고 있는 그의 뒤로 윤호가 달려들었다. 너무 놀라서 잠깐 사고가 굳었는지, 그는 '기습 할 때는 소리없이' 라는 불문율을 깨고 자신의 행동을 온 몸으로 알려주는 커다란 괴성을 외치며 달려드는 윤호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윤호는 두 세 걸음을 내달아 알미늄 배트를 그에게 크게 휘둘렀다.
빠각
"우아아아아아악!!"
굉장한 소리가 나면서, 그 깡마른 남자는 윤호에게 얻어맞은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떨어뜨리고 자리에 쓰러졌다. 방금 울린 소리는 뼈가 부러진 소리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소리치고 있는 그의 뒤로 윤호의 방망이가 다시 날아들었다.
뻑
"쿠악! 으아악! 기다려! 팔이! 팔이 부러졌단 말야!"
그는 덜렁거리는 팔을 뒤로하고 손을 내밀어 자비를 구했지만 윤호는 이미 스위치가 나갔는지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오오오!"
뻐어억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깡마른 남자는 비명과 함께 땅에 엎어졌다. 윤호가 본능적으로 그의 머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그는 어깨를 들어 간신히 받아낸 듯 했다. 그러나 이미 묵직한 쇠빳다로 몇 대를 얻어맞은 그는 전투불능 상태에 빠져 자리에서 꿈틀거렸다.
윤호가 정신이 나갔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지금 저 녀석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은 완전 좀비를 죽일 때와 판박이다. 말인즉슨, 녀석은 저 남자를 진짜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눈이 돌아가려 했다. 이들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려 한다. 그럼 좀비나 마찬가지 아닌가?
..죽여도 되는 건가?
이미 재복이 때문에 피를 본 데다 윤호의 미쳐가는 모습을 본 나 역시 머리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온 몸에 열이 오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금 할 일은 일단 이 인간들을 우리 그룹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거야! 한국은 이미 미쳐돌아가니까, 지금은 경찰들도 없고, 그래, 찔러도 되는 건가?
나는 벽을 집고 빠르게 일어났다. 나를 구타하던 덩치는 동료가 순식간에 둘이나 당하자 얼이 빠진 듯 했다. 그는 내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크아아아!!"
나는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는 갑작스런 사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뭐야 이 신발새끼! 아직도 이럴 기운이 남았나?!"
퍽 퍽 퍽
그는 내 옆구리에 사정없이 팔꿈치를 쳐넣었다. 그러나 무게중심 때문에 양 팔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나는 왼쪽 팔로 그의 팔꿈치를 막으려 노력했다. 그는 마구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들어대었다.
"떨어져! 떨어져!"
"닥쳐.. 닥쳐! 크으으.."
왼쪽 팔로 옆구리를 완전히 가리게 되자, 나는 오른쪽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타고올라가 얼굴에 손을 붙혔다. 그의 입과 코를 가리자 그가 쿨럭거리며 욕을 내뱉었다.
"카학! 이 자식이 뭐 하는.."
나는 손가락을 마치 지네다리의 그것처럼 꾸물럭거리며 그의 이목구비를 확인한 뒤, 한 손가락을 그의 왼쪽 눈에 집어넣었다.
"끄아아아아아!! 이 미친놈아! 놔! 놔!!"
"크으윽!"
뭉클
"아아아아악!!"
포화상태의 풍선이 터질 때의 느낌같이, 뭔가가 꿀럭 하며 뭉개지는 느낌이 내 손가락부터 뒷골까지 퍼져나갔다. 나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당한 덩치는 단말마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 오른손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손톱을 세워 그의 얼굴을 좍 긁으며 다시 한 번 그를 붙잡고 있는 다리에 한 층 더 힘을 가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덩치는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마구 고개를 흔들면서 허리를 흔들어대었다.
"안돼.. 안돼! 뭐 하려는 거야! 안 돼! 용서해줘! 제발!! 으아아아!! 하지 마!!"
나도 내 눈에 힘을 주고 있어서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갔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손이 미끌거린다. 아 그래, 이 자식의 눈깔을 후벼파고 있었지. 관장님이 그랬지, 적을 죽일 때는 확실하게 하라고. 솔직히 한 쪽 눈만 그러면 좀 아쉽잖아. 마저 끝내줘야지.. 응.
내 손이 피의 길을 타고 그의 얼굴 반대편으로 꾸물꾸물 이동하자 그는 고개를 흔들다가 안되겠는지 나를 매단 채 음료수 냉장고로 돌진했다.
"미친새끼! 미친새꺄!! 우아아아!!"
콰장창
"크학!"
무아지경에 빠져 그의 다른 쪽 눈마저 뭉개버리려던 나는 날카로운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매달려있던 덩치와 함께 땅에 자빠진 나는 곧바로 몸을 굴려 일어났다. 잠시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리던 나는 퍼뜩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시큰거림을 느꼈다. 유리조각이 박힌건가?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내 오른손을 확인했다. 투명한 색의 무언가가 검붉은 피와 함께 엉겨 손가락을 감싼 채 적시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 내가 그를 애꾸로 만들었다는 걸.
나는 숨을 한 번 헉 하고 들이키며 나를 구타했던 덩치를 쳐다보았다. 그는 온몸에 유리조각을 붙히고 무릎을 꿇은 채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내 눈! 내 눈이..! 으아아아.."
와장창
나는 내 손가락과 무릎꿇은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 남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뒤편을 쳐다보았다. 깡마른 남자를 구타하던 윤호는 다른 남자에게 제지당했는지 반쯤 일어나있는 태완이와 함께 그를 노려보고 있었고, 재복이는 나이프를 쥔 손을 덜덜 떨며 서영이를 지키고 있었다.
[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23) 폭주
짜잔~!! 나왔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세요~
출처 : 웃대 ^-^
잠깐 퀴즈 하나.
빨리 가라면 늦게 가고, 늦게 가라면 빨리 가는 것은?
정답은 누구나 안다. 시간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이제 남은 시간은 이틀 하고 반. 그나마 그 반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틀. 시험공부하기엔 충분하지만 목숨을 건 레이스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마치기엔 조금 촉박한 시간.
여름의 밤은 늦게 오지만, 그 늦게 오는 밤도 왜 이리 빠르게 느껴지는 건지..
순조로운 건지 안 순조로운 건지 모를 회의를 끝마친 우리는, 저번 폭격 이후로 망가졌던 우리 집에서처럼 뚫린 부분으로 적이 침투해온다던가 하는,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없어 제각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잘 사람은 자고 말 사람은 말고. 참고로 나는 조금 있다가 자기로 했다. 아직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3분 미트볼을 데운 것을 들고 가만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Employee Only' 라고 쓰여진 방 안으로 들어가니 태완이가 다시 라디오 앞에 서서 저주파 방송을 찾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태완이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한 번 피식 웃고 녀석의 등을 친 뒤 계단을 올랐다.
마음에 걸리는 일 하나, 편의점의 정문이 유리라는 것. 정면이 튼튼하지 않은 요새가 오래 갔다는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본 적이 없다. 이틀만 머물 곳이라고 해도 여기가 우리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엔 변함이 없으니 보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문 뿐이 아니라 정면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유리다. 이걸 다 갈아치울 수는 없는 일이고..
뭐 워낙 인적이.. 아니, 인적이 아니지. 좀비적..? 하여간 좀비가 거의 보이지 않는 곳이니 미리부터 이런 걱정을 할 필요야 없겠지만, 적어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유리창 이쪽에 녀석들이 걸려 넘어질 물건 정도는 놔두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일부러 방어선을 이쪽에 만들기보다, 아예 이 앞의 길목에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쌓아두는 것도 좋겠지.
마음에 걸리는 일 둘, 옥상에서부터의 침투. 우리 수색조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수정형과 내가 내려왔던 건물의 옥상에서 좀비가 떨어질 확률이 있다. 목표물을 향해 움직이기만 하는 놈들이라 해도 편의점의 옥상이 예의 그 건물의 옥상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있는 이상, 우리를 향해 뚝 떨어지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번에 수정형과 부리나케 도망쳐나오느라 체크를 못 했었지만 그 좀비견이 나왔던 건물 안에 다른 좀비가 있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 옥상으로 나오는 문을 막아버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
마음에 걸리는 일 셋,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사실 이게 제일 크다.
만약 우리가 차를 찾지 못하면? 만약 군대가 더 늦게 온다면? 만약 내일이라도 감염확산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친다면? 만약 우리가 생존자들로 구성된 떼강도를 만난다면? 만약 좀비무리에 의해 편의점 유리가 뚫린다면? 만약.. 만약.. 만약..
이 세상은 확률의 연속. 이세상 60억 그 누구에게도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없기에, 조금 뒤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을 연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 만화책을 빌리러 잠옷만 입은 채 슬리퍼를 질질 끌며 엠피를 귀에 꽂고 흥얼거리면서 길을 가고 있다가 '만약 지금 내 위로 벼락이 떨어진다면?' 이라고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전 내가 나열한 모든 경우의 수는 충분히 일어날 만 한 일이다. 벼락에 때려맞는 것에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이면서 말이다. 나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즉석 미트볼을 하나 집어먹었다.
"후하.. 뜨거 뜨거."
예전에 이거랑 밥이랑 자주 먹곤 했었다. 부모님과 동생은 미국서 본고장 고기음식들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한국이 이렇게 되었다는걸 알고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음?"
미트볼을 세 개나 입에 우겨넣고 씹어먹고 있으려니, 한 방향으로만 뚫려있는 이쪽 골목의 출구 부분에서 하나의 인영이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미트볼 그릇을 땅에 내려놓고 식칼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밑으로 뛰어내려가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게 태세를 취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림자가 휘청휘청거리는 걸 보아하니 좀비인 듯 했다. 순간 어쩌지? 라고 생각했으나 놈들은 기척을 느끼고 움직이므로 창 안쪽에 있는 우리로선 가만히만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라는 생가깅 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것의 뒤로 서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 놈을 마구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닌가!
"어.. 어?"
먼 거리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비척거리는 놈의 뒤로 갑자기 사람 하나가 나타나 몽둥이 같은 것으로 놈을 때려날려 넘어뜨린 후, 비슷한 무기를 든 세 명이 더 나타나 쓰러진 좀비인지 뭔지를 마구 찜질했다. 분명 생존자들일 것이다. 나는 반가운 김에 마구 소리를 지르려다 리스너(Listener)의 존재를 떠올리고 내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있으면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저 사람들이 우리와 합류하게 되면 그 일에 차질이 생길 수가 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그들이 바로 우리 편의점의 앞까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이! 안에 누구 있어?"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옥상의 난간 아래에 엎드려서 혼자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내밀고 밑을 쳐다보았다. 투박한 옷차림의 남자들 넷이 어느샌가 앞까지 다가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 역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는지 긴 팔이나 재킷을 일부러 껴입은 모습이었고, 깡마른 스킨헤드의 남자 하나와 평범한 아저씨처럼 보이는 남자 하나, 나머지 둘은 비슷한 옷차림에 덩치가 꽤 커 보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폭같아 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계심이 일었으나, 이런 상황에선 서로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생존잡니까?"
그들은 소리를 친 뒤 편의점에서 살짝 떨어져 창 안쪽을 기웃거리다가 내 말을 듣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밤중의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셔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안녕 학생! 우리들, 운좋게 살아남았다가 편의점 불빛을 보고 여기까지 왔어! 괜찮으면 식량이랑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그들의 웃는 얼굴에 안심하고는 반가운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듯한 걸음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만에 보는 사람들이냐!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저 사람들의 외침을 모두가 들었는지 각자 잠을 자거나 쉬고 있거나 하던 일행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수정형이 한쪽 손에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책을 든 채 내게 말했다.
"진환아, 뭐야?"
"생존자예요! 식량을 좀 나눠달라는데, 이야기도 들을 겸 잘됐죠!"
"근데 저 사람들 생긴게 좀.."
나는 서영이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려 문을 열어주었다. 네 사람은 빙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각자 각목과 나무로 된 기다란 자루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무기인 모양이었다. 우리들이 채 인사를 하기 전에 그들이 입을 열었다.
"야아~ 좋은 곳에 있네. 운 좋은데? 너희들."
"여자들도 있고. 짜식들 응큼하기는."
한순간에 바뀐 말투에 나는 조금 놀랐다. 뭔가가 살짝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대로 내쫓아버릴 수도 없거니와, 이미 늦었다. 그리고 뭐, 실제로 나쁘지 않은 사람들일 수도 있고. 나는 카운터에 걸터앉아서 말했다.
"소개할게요. 우리 일행들. 아홉명이고, 여기부터 윤호, 재복이.."
"통성명같은 건 됐어. 너네 술 있냐?"
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내 말을 의도적으로 씹어버리려는 의도가 묻어나와 대단히 기분이 나빴지만 그렇다고 연장자한테 한순간에 태도를 바꿀 수야 없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윤호가 말했다.
"맥주같은 건 있을거예요. 편의점이니까. 저흰 술 안 먹거든요."
"그야 그렇겠지.. 흠."
그들 중 덩치가 제일 큰 한 사람이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 나영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누나 앞으로 다가가 이상한 눈빛으로 누나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희롱하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나왔다. 나영누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누님 좋은데. 우리랑 가지?"
"네?"
"아~ 거 말귀 못 알아듣네. 이런 애새끼들이랑 있지 말고 우리랑 가자구. 한국이 이렇게 되고 나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 아냐, 응? 욕구불만 아니었어? 응?"
그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엄지손가락을 검지와 중지에 끼고 비비적거리면서 누나에게 치근댔다. 순간 우려가 확신으로 바뀌면서 편의점 안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허허. 이놈들 인상쓰는 거 보게."
"떽기. 어른들한테 그러면 못 써요."
실수다. 실수다. 엄청난 실수다. 이런 상황이라고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게 아니었어. 이런 상황이니까 더욱 더 의심해야 하는 거였는데!
조근조근한 말투와는 다르게 무기를 든 손에 힘을 주는 그들을 보며 뒤쪽에 있던 재복이와 수정형이 무기 쪽으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 나는 식칼창을 라디오 있던 방에 두고 온 채라 당장 손에 집히는 게 없다. 하지만 무기가 있다 한들, 이 사람들과 싸워야 하나? 정말로? 뭉쳐야 하는 이 상황에서 꼭 같은 인간들끼리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건가?
더군다나 우리가 가진 무기들은 대 인간용이 아니라 대 좀비용 살상무기다. 날이 달리거나 한 위험한 무기들을 이 사람들한테 휘둘러야 한다고?
"이 새끼들 안 되겠구만. 가만히 여자들 내 주고 술만 주면 될것을."
나영누님 앞에 서 있던 덩치가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하더니, 갑자기 내 옆에 서 있던 태완이에게 확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앗..!"
빡
우리들 중 가장 체격이 작은 태완이는 무방비 상태에서의 일격에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사람을 때리는 폼이 딱 사람 칠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뭐, 뭐야? 뭐예요 아저씨들!"
나가떨어져 멍한 얼굴로 상처부위를 만지고 있는 태완이를 윤호가 잡아 일으켰다.
콰장창
"히잇..!"
그 덩치의 옆에 서 있던 다른 덩치가 선반 하나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자 옆에 있던 아름이가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가 말했다.
"새끼들아 잘 들어! 지금 여자들 다 내 주고 우리가 꼴리는 대로 먹을 거 가져갈 때 까지 가만 있으면 살려준다! 가만 안 있으면 어디 하나씩 병신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아서들 해!"
"나한테 걸리는 새끼는 거시기 병신 만든다."
옆에 있던 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태완이도 나가떨어지고,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에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앞에 서 있던 덩치가 나영누나의 옷을 거의 찢어질 정도로 휘어잡으며 끌고가기 시작하자 수정형이 나섰다.
"잠깐만요!"
"하아.."
나영누님을 끌고가던 그 남자는 형의 말을 듣고 고개를 팍 떨구며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뒤로 확 돌면서 수정형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다행히도 형은 예상했다는 듯 옆으로 확 빠지며 주먹을 피했다. 덩치는 재밌다는 듯 말했다.
"허허, 피해?"
"우리 대화로 하죠. 왜 이러는 겁니까?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서 군대가 내려올 때 까지 버텨야 할.."
퍼억
"악!"
순간 수정형의 뒤로 돌아간 깡마른 남자가 형의 등에 몽둥이를 휘둘렀다. 형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아까 형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남자가 형에게 다가가 발길질을 했다. 형이 얻어맞는 걸 보며 깡마른 남자가 얘기했다.
"애기야. 피하면 더 다친다는 걸 선생님한테 안 배웠나봐?"
"그러지 마요! 왜 이러는 거예요!"
나영누나가 울먹이면서 덩치에게 매달리자 그는 누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아이구, 알았어. 이놈 그만 때리면 누님이 우리랑 같이 가 줄거야?"
"그.. 그건.."
누나가 대답을 망설이자 그는 다시 인상을 구기며 외쳤다.
"그럼 이렇게 해야지!"
터억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발길질을 가했지만, 그의 다리는 차마 형의 몸통까지 닿지 못했다. 물론 내 제지 때문이었다. 아까 누나와 이 아저씨가 이야기할 때 내가 미리 튀어나갔었다. 반 위협용이라 그의 발차기는 그리 묵직하지 않았다.
"그만 하세요."
몸을 숙인 채 그의 다리를 막고 있는 나를 보며 덩치가 말했다.
"이것들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만. 도대체.. 흑!"
그는 방금 전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쪽 다리로 나를 걷어차려 했다. 나는 그의 발이 나오기 전에 몸을 그의 사타구니에 밀어붙혀 그를 제지한 뒤, 수정형을 끌고나왔다. 내 뒤에 선 채라 언제든지 나를 칠 수 있었던 깡마른 남자가 작대기를 흔들며 말했다.
"이새끼들 웃기네? 너희들 자꾸 그러다 아저씨들 화난다."
"가만있어. 저새끼 내가 조진다. 좀만한게 까불어?"
작대기를 까딱거리면서 내게 다가오던 깡마른 남자를 제지한 뒤, 덩치가 겉옷을 벗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무섭다. 내가 저런 건달들을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쿨럭거리고 있는 수정형을 바로 눕힌 뒤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덩치를 노려보자 깡마른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얼씨구 얼씨구.. 새끼 자세잡는 거 봐라?"
"새꺄!"
화악
욕과 함께 터져나온 내려찍는 주먹. 주비하고 있었기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 하고 그만 둘 아저씨가 아니다. 그는 계속 욕을 내뱉으며 내게 양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세 번쯤을 피한 나는 벽에 몰려 결국 한 대를 얻어맞았다.
퍽
"컥!"
눈앞이 번쩍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뭐야 이거, 학교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랑 싸우는 거야?
퍼억
"쿨럭!"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복부로 들어오는 극심한 통증. 발로 걷어찬 것 같다. 내가 쿨럭거리면서 자리에 주저앉자 덩치는 내게 달려들어 무차별로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새꺄! 뒤져! 씹새꺄! 강아지! 좀만한! 새끼가! 어디서! 개겨! 씹새끼!"
퍽 퍽 퍽 퍽
어디를 맞는지도 모르겠다. 제길, 나는 운동을 왜 배운거야? 이런 상황에 쓰라고 배운 거 아닌가?
배에 맞은 이후로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기에 그닥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나는 땅에 엎어진 채 잔뜩 쫄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열 몇 댄가를 얻어맞았을까,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어왔다. 신나게 얻어맞으며 온 몸에서 울리고 있는 소리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큰 비명소리라, 나와 나를 구타하고 있던 덩치는 동시에 비명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저편을 보니 카운터 근처에서 다른 덩치 한 명이 서영이에게 달려들어 옷을 찢어발기려 하고 있었다.
"헤헤헤! 가만 있어봐 좀 신발!"
"꺄아아아악! 자기야!!"
아마도 한 명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흥분상태에 빠져 난리를 치기 시작한 것 같다. 서영이의 비명소리를 들은 재복이가 저편에서 달려와 그 덩치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으아아! 떨어져 강아지야!!"
퍽 퍽
"컥! 야 가만있어봐 이.. 푸컥!"
갑작스런 주먹질에 당황한 그 덩치는 뒤로 주춤주춤 밀리다가 땅에 엎어졌다. 그 위로 올라타 주먹질을 하려는 재복이를, 그들 무리에서 제일 평범해 보이는 한 남자가 확 잡아챘다. 재복이보다 별로 덩치도 커 보이지 않는 그 아저씨는 재복이의 뒷덜미를 잡고 직 끌고가더니 다리춤에 딴지를 걸며 녀석을 자빠뜨려 버렸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땅에 내려쳐진 재복이가 쿨럭거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복이의 복부를 두 번쯤 짓밟았다.
"어린 새끼가.."
콱
"쿨럭!"
"꺄악! 자기야!!"
재복이가 다시 한 번 밟히자 서영이가 달려가 재복이 위에 누웠다. 그 남자는 다시 한번 재복이를 밟으려다 말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야 야.. 드라마 찍지 말고 나와라. 나 여자라고 안 봐주는 사람이야. 어이 괜찮아?"
그가 다리를 내리며 재복이에게 맞아 넘어진 덩치에게 말했다. 덩치는 볼을 살살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투덜거렸다.
"어~ 새끼, 주먹 단단하네. 지 여친 건드린다고 흥분했나봐? 꼴갖잖은 게.. 가만있어봐, 나 때린 게 오른쪽 팔이냐, 왼쪽 팔이냐? 분질러버려야지."
"야 야, 애들인데 그러지 마라."
그들은 완전히 우리를 쫄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확실히 그랬다. 수정형과 나, 태완이와 재복이는 얻어맞아 쓰러져 있고, 남은 것은 윤호 혼자지만 녀석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녀석은 태완이를 부축하고 있는 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들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내가 이를 악물면서 일어나려는 찰나, 엎어져 있던 내 시야에 재복이의 움직임이 보였다. 녀석은 엎어진 채로 한쪽 손을 뻗어 가방 옆에 놓인 서바이벌 나이프를 집어들고 있었다.
저자식 설마..
"이.. 이재.."
내가 소리쳐 녀석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재복이는 나이프가 손에 집히기 무섭게 괴성을 지르며 서영이에게 수작을 걸었던 덩치에게 달려들었다. 재복이를 넘어뜨린 남자가 녀석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파악
"..."
재복이는 험악한 표정을 한 채 말이 없었고, 덩치는 재복이가 달라붙은 자신의 옆구리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수 초 뒤, 그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우.. 아악..!!"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자리에 무너졌다. 서걱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며 재복이가 칼을 거두었다. 녀석은 창백한 얼굴로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재복이의 행동에 깜짝 놀랐는지, 깡마른 남자가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어, 어! 찔렀어? 저 새끼가 사람을 찔렀어?"
"이야아아아!"
"어?"
당황하고 있는 그의 뒤로 윤호가 달려들었다. 너무 놀라서 잠깐 사고가 굳었는지, 그는 '기습 할 때는 소리없이' 라는 불문율을 깨고 자신의 행동을 온 몸으로 알려주는 커다란 괴성을 외치며 달려드는 윤호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윤호는 두 세 걸음을 내달아 알미늄 배트를 그에게 크게 휘둘렀다.
빠각
"우아아아아아악!!"
굉장한 소리가 나면서, 그 깡마른 남자는 윤호에게 얻어맞은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떨어뜨리고 자리에 쓰러졌다. 방금 울린 소리는 뼈가 부러진 소리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소리치고 있는 그의 뒤로 윤호의 방망이가 다시 날아들었다.
뻑
"쿠악! 으아악! 기다려! 팔이! 팔이 부러졌단 말야!"
그는 덜렁거리는 팔을 뒤로하고 손을 내밀어 자비를 구했지만 윤호는 이미 스위치가 나갔는지 그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오오오!"
뻐어억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깡마른 남자는 비명과 함께 땅에 엎어졌다. 윤호가 본능적으로 그의 머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그는 어깨를 들어 간신히 받아낸 듯 했다. 그러나 이미 묵직한 쇠빳다로 몇 대를 얻어맞은 그는 전투불능 상태에 빠져 자리에서 꿈틀거렸다.
윤호가 정신이 나갔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지금 저 녀석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은 완전 좀비를 죽일 때와 판박이다. 말인즉슨, 녀석은 저 남자를 진짜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눈이 돌아가려 했다. 이들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려 한다. 그럼 좀비나 마찬가지 아닌가?
..죽여도 되는 건가?
이미 재복이 때문에 피를 본 데다 윤호의 미쳐가는 모습을 본 나 역시 머리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온 몸에 열이 오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금 할 일은 일단 이 인간들을 우리 그룹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거야! 한국은 이미 미쳐돌아가니까, 지금은 경찰들도 없고, 그래, 찔러도 되는 건가?
나는 벽을 집고 빠르게 일어났다. 나를 구타하던 덩치는 동료가 순식간에 둘이나 당하자 얼이 빠진 듯 했다. 그는 내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크아아아!!"
나는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그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는 갑작스런 사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뭐야 이 신발새끼! 아직도 이럴 기운이 남았나?!"
퍽 퍽 퍽
그는 내 옆구리에 사정없이 팔꿈치를 쳐넣었다. 그러나 무게중심 때문에 양 팔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나는 왼쪽 팔로 그의 팔꿈치를 막으려 노력했다. 그는 마구 소리를 지르며 몸을 흔들어대었다.
"떨어져! 떨어져!"
"닥쳐.. 닥쳐! 크으으.."
왼쪽 팔로 옆구리를 완전히 가리게 되자, 나는 오른쪽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타고올라가 얼굴에 손을 붙혔다. 그의 입과 코를 가리자 그가 쿨럭거리며 욕을 내뱉었다.
"카학! 이 자식이 뭐 하는.."
나는 손가락을 마치 지네다리의 그것처럼 꾸물럭거리며 그의 이목구비를 확인한 뒤, 한 손가락을 그의 왼쪽 눈에 집어넣었다.
"끄아아아아아!! 이 미친놈아! 놔! 놔!!"
"크으윽!"
뭉클
"아아아아악!!"
포화상태의 풍선이 터질 때의 느낌같이, 뭔가가 꿀럭 하며 뭉개지는 느낌이 내 손가락부터 뒷골까지 퍼져나갔다. 나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당한 덩치는 단말마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 오른손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손톱을 세워 그의 얼굴을 좍 긁으며 다시 한 번 그를 붙잡고 있는 다리에 한 층 더 힘을 가했다. 그리고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덩치는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마구 고개를 흔들면서 허리를 흔들어대었다.
"안돼.. 안돼! 뭐 하려는 거야! 안 돼! 용서해줘! 제발!! 으아아아!! 하지 마!!"
나도 내 눈에 힘을 주고 있어서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갔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손이 미끌거린다. 아 그래, 이 자식의 눈깔을 후벼파고 있었지. 관장님이 그랬지, 적을 죽일 때는 확실하게 하라고. 솔직히 한 쪽 눈만 그러면 좀 아쉽잖아. 마저 끝내줘야지.. 응.
내 손이 피의 길을 타고 그의 얼굴 반대편으로 꾸물꾸물 이동하자 그는 고개를 흔들다가 안되겠는지 나를 매단 채 음료수 냉장고로 돌진했다.
"미친새끼! 미친새꺄!! 우아아아!!"
콰장창
"크학!"
무아지경에 빠져 그의 다른 쪽 눈마저 뭉개버리려던 나는 날카로운 고통에 정신을 차렸다. 내가 매달려있던 덩치와 함께 땅에 자빠진 나는 곧바로 몸을 굴려 일어났다. 잠시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리던 나는 퍼뜩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시큰거림을 느꼈다. 유리조각이 박힌건가?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내 오른손을 확인했다. 투명한 색의 무언가가 검붉은 피와 함께 엉겨 손가락을 감싼 채 적시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그제서야 나는 알아챘다. 내가 그를 애꾸로 만들었다는 걸.
나는 숨을 한 번 헉 하고 들이키며 나를 구타했던 덩치를 쳐다보았다. 그는 온몸에 유리조각을 붙히고 무릎을 꿇은 채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내 눈! 내 눈이..! 으아아아.."
와장창
나는 내 손가락과 무릎꿇은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 남자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뒤편을 쳐다보았다. 깡마른 남자를 구타하던 윤호는 다른 남자에게 제지당했는지 반쯤 일어나있는 태완이와 함께 그를 노려보고 있었고, 재복이는 나이프를 쥔 손을 덜덜 떨며 서영이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이게 다 저 인간들 탓인가?
이 미친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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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2화 : http://pann.nate.com/b200015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