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배려! 한국에서는 안 통해

허광빈2009.08.12
조회10,404
  일본식 배려! 한국에서는 안 통해일본 日本/가끔 답답한 일본 2009/06/12 13:33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말이 있다.
그건 '괜찮아요' 이다.

겨우 '괜찮다' 로 '뭐가 어렵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의 '괜찮다' 만큼 다른 말은 없다.

한국사람한테는 말그대로 '괜찮다=괜찮다' 가 되겠지만, 일본사람한테는 괜찮다가 단순하게 괜찮다가 아니다.
일본사람은 상대방을 너무 배려해서 '싫어요! 또는 좋아요!' 직접적인 말로 못하니까 긍정이든 부정이든 '음... 아니요... 괜찮아요...' 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래서 한국사람을 만날 때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일본사람의 속마음을 모르겠다' 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세 번은 거절하고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한국에서는 한 번의 거절은 완전 거절이다.
영. 원. 히.ㅋㅋㅋ

#1
한국 친구들이 우리집에 올 때 항상 전화로 물어본다.
'야! 안주 사가지고 갈까? 족발은 어때?'

나는 그럴 때마다 냉장고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아도 우선 '아아아니.. 괜찮아' 라고 답한다.(아.. 오늘따라 족발이 땡기는데... 두번만 더 물어봐줘..제발)
'그래? 라따~라따~ 아라따~~' (제발 사와라.. 난 오늘 족발이 땡긴다고)
몇 분 후 빈손으로 온 친구들ㅠㅠ
나는 냉동실에서 오래된 냉동만두라도 구워서 '자~ 많이 먹자' 라고 한다.
'뭐야? 족발 사오지 말라면서??'
'뭐야? 알아서 사올지 알았지....'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ㅠㅠ

#2
이번에는 내가 한국친구집에서 초대를 받았을 때.
집주인이 우리 친구들과 나한테 물어본다.
'야! 사야까 배고프지 않아?'
나는 점심을 아직 안 먹어가지고 내심 배고팠지만 남에 집에서 권유하는대로 돼지처럼 막 먹을 순 없지.


우선은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은 '야. 배달해. 난짜장' '난 짬뽕' '오빠~ 탕수육도 추가'
(헐~이것 장난이지? 나한테 지금 장난하는 것지? 그럼 난????)

집주인 : '오케바리~ 다 시켜주겠어~'
장난이 아니었다. 진심이였다ㅠㅠ
와서 탕수육이라도 먹어보라는 친구들한테는 다이어트한다고 하고....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ㅠ
 
#3
이번에는 내가 친구집에서 초대를 받았을 때.
친구식구들과 밥을 먹는데 갈비탕이 정말 최고여서 나는 갈비탕을 한입에 빨아먹어버렸다.
그러자 친구엄마는 '사야까~ 갈비탕 더 먹을래?'
그날 갈비탕은 정말 맛있어서 내심은 더 먹고 싶었지만 우선은 '아니요.. 괜찮아요' 라고 답했다.
그러자.....친구엄마의 대답.
'아니야~ 더 먹어~'
'아아아아...으으으...아아아니니니니에에에요요요..'
(오예! 아줌마 화이팅~ 딱 한번만..딱 한번만 더 물어봐주이소ㅠㅠ)
'그래?' '네. 괜찮아요ㅠㅠ'
난 갈비탕이 먹고 싶다고.......아까비....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ㅠㅠ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 '괜찮다' 만 생각하면 골이 이프다.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 싫으면 '싫다' 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한국사람들이랑 말과 속마음이 통할 것 같은데... 아직 힘들다.
만약에 내가 한국사람이라도 내 속마음을 알고 답답할 것같다.
(답답한 일본사람이지만 잘 부탁합니다ㅠㅠ)

근데 나도 언젠가 한국사람들처럼 속 시원하게 말할거야.
'그래! 족발 콜~' '짜장면 배달해 먹자~' '어머니! 갈비탕 한그릇 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