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네비게이션20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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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타지에 와서

대전에 모 대학에 재학중인

20살 대학생입니다.

 

세달정도 지난 얘긴데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네요 ㅋㅋㅋ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전 평소에

인간 네비게이션,

걸어다니는 지리부도라 자처 하고 다녔습니다. ㅋㅋ

친구들 앞에서도 내가 차몰때 네비게이션 따윈 필요도 없다

내 자신이 네비게이션이다 네비게이션 트렁크에 박아놔 ㅋ

이럴정도로 제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자부하며

친구들앞에서 떵떵거리던 저였습니다.

 

ㅋㅋㅋㅋㅋ 아젠장  남사 시려 어이없네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놀다가 밤이 깊어지자 친구와 빠이빠이를 할때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친구가 지갑을 보더니 하는말이

"헐 육실헐 돈없다" 였습니다.

때마침 저도 돈이 떨어진 터라 당황했습니다.

하는수없이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

택시요금이 6천원 남짓 나오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해가며 45분 정도가 지났을까

친구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12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집앞에 도착한 친구와

몇마디 주고 받았습니다.

"먼거리 데려다 주느냐고 수고했다 집까지 찾아갈수 있냐?ㅋㅋㅋ"

가소롭네 감히 내게 저딴말을 하더니 ㅋㅋㅋ

"니 내가 누구여?"

"자칭 네비게이션 "

"고렇지  나간다 ㅂㅂ"

"ㅇㅇ 집 잘 겨들어가면 전화한통쌔리고"

"오키 어여 겨들어가 난 오줌좀 싸고감 ㅂㅂ"

 

친구를 보낸뒤 오줌보에서 요동을 치는 나으 소변들을

학교 담벼락에 풀어 논뒤     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되돌아 왔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네 집바로 앞을  지름길이랍시고 가로등 하나없는 음침한 길을 걸어왔었는데

겁대가리가 많은 저인지라... 

큰길로 빙 돌아갈 생각을하고 큰길로 나갔습니다.

ㅡㅡ 한순간의 두려움이 빙 돌아간것이 화를 자초한겁니다.

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네이버 지도 발췌-

 


동쪽(우측)에 보이시는 대동 근처에서 출발하여

좌측 하단에 보이시는 문화동에 도착을 했습니다.

대전체육관 앞 큰도로로 오지 않고 충남대병원을 가로질러왔습니다.

그 무서웠던 길에 쫄아서 큰도로로 갔습니다.

그길따라 쭉가면 될것을

가로질러온 샛길의 영향인 탓인지...ㅡㅡ

쭉가다 충남대병원 앞에서 오른쪽으로 틀어버렸습니다.

 

걷다보니 이런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런 젠장할

분명 이딴길은 없었는데...

잘못된길이란건 알고있었으나

그냥 조금 빙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계속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이런 C.............eight 걷다보면 길나오것지 걷자 걷자'

'아나 근데 왜 길이 산으로가...'

혼잣말을 하며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면서 큰 언덕하나를 넘었습니다.

언덕을 끼고 난 6차선도로엔 차한대도 안다니더군요 ㅡㅡ

옆에 산에선 뭔가 푸드덕 푸드덕 거리고

바람도 휑 하니 부니까 솔찍히 무섭더군요 ㅠㅠ

 

불면증에 수면제도 하나 먹고 걸은 터라 눈꺼풀은 무겁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큰산을 하나 넘고 너무 졸리고 무서워서 안되겠다 싶어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아나 이런 개....$!%$!^%@$#@!^$&*%$ 여기가 어딘지 설명좀 해봐"

"ㅡㅡ 뭐여 집에 여태 안갔냐 주변에 뭐보여 설명좀해봐"

"음.. 아무것도 없어 아 있다 이게 뭐냐 xx교회?"

"거긴 어뎌 ㅡㅡ"

"아 모르니까 전화했지"

"니 인간 네비게이션이라며 꼴통아 ㅋㅋ"

"아나 몰러 아 짱나 어뎌 여긴 ㅆl x 택시비도 없고 걸어댕기는 사람도없어"

그때 그말이 끝나자마자 보이는곳

 

경. 찰. 서.

 

"야 끈어 폴리스 스테이션이다"

뚝 뚜 뚜 뚜 뚜

 

전화를 끊자마자 후다닥 달려갔습니다.

경찰 아저찌 한테 자초지종 얘기하고

뭐 경찰차까진 안태워주겠지만 지도나좀 보고 광명찾자

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어 제끼려했습니다.

 

근데 왠걸 잠겨있네 ㅡㅡ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개 C...........xxxxxxxxxxx"

실망감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혼자 욕을 막 하면서 걷고있는데

오밤중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연인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달려가서 길을 물었습니다.

"거시기 죄송한데요 여기서 대전역 가려면 얼루 가야하나요"

"헐 대전역이요 심각하게 먼데.. 오신방향 반대편으로 가셔야해요"

"ㅡㅡ"

"?"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왔던길은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멍청한 신념때문인지,

넘어왔던길이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다시는 되돌아 가고 싶지 않더군요 ㅡㅠ

 

 

 

그때 시간이 1시 40분 쯤이였습니다.

 

 

 

하천 하나를 지나 남쪽으로 한참 걷던 순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하면 집에 영영못간다는 불안감이 확 들더군요...ㅡㅡ;;

왔던길을 한참 되돌아가다가

도중 버스정류장에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주변에 사람들도 없것다 저아줌마한테 길이나 물어보자

"저기...거시기 아주머니.."

ㅡㅡ 아줌머니께서 술을 한잔 하시고 졸고 계셨던지

제가 말을 걸기가 무섭게 옆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황급히 챙기더니

"예? 예? "

이러시는 겁니다..

내가 뭐 강도로 보이나..ㅡㅡ

(그때 복장이 좀 그렇긴 했습니다. 단추 두개 풀어헤친 딱달라붙는 카라티에

목걸이, 푹눌러쓴 모자였으니..ㅡㅡ)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 저기 아주머니 대전역 가려면 얼로 가야하나요?"

아주머니는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어느 한쪽을 가르치시더군요

"저기 저기"

" 아 예 감솨함돠~"

말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반대편으로 뛰어가시더군요..

흠.. 살다보니 별일다있네..;

 

 

 

아주머니가 갈켜주신 방향으로 한치의 의심없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ㅡㅡ 근데 이게 뭐여 기찻길이네

 

울 집 앞에있는게 경부선이니까

이게 경부선 철도는 아닐테고

그럼 호남선이라는 소린데 ㅡㅡ

 

그순간 제 귀에선 펄떡펄떡이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신발 낚였구나 젠장 아놔 진짜 "

겁에 질리신 아주머니에게 낚인거죠 ㅠㅠ

 

에휴 별수없이 기찻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열라 낭만적이네 기찻길을 옆에끼고 걷고

 내가 바라던 시츄에이션이네 음훼훼는 G롤 아놔!!!!!!!!여기가 또 어댜 엄마!!! '

 


대전역을 물어봐서는 안대겠다.

여기선 서대전역이 더 가깝겠다고 생각한 저는

한참 걷던도중 그토록 그리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다짜고짜 달려갔죠

(그분도 움찔하더군요 ㅡㅡ..)

"저기 뭐냐 아저씨 여기서 서대전역 가려면 얼마나 가야하나요?"

"이길로 쭉 가면대요 음.. 택시로 한 오천원 거린디...걸어가면 꽤 멀어요"

",,,, 네 감사합니다"

 

 

 

 

 

 

 

막상 서대전역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위치조차 가늠할수 없는 이시점에

막막 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걸은후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아직도 걷냐?ㅡㅡ(자는데 깨웠다는 듯한 엄청 짜증난 목소리)

 

"응 ㅠㅠ 미칠꺼같아 이젠 욕도 안나와 너무 힘들어서"

 

"으이고 ㅡㅡ 긍까 되돌아가랄때 돌아갔으면 벌써 집이잖아"

 

"아 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반가운 장소가 눈앞에 확들어오더군요

 

"야 끊어 뽜이어 스테이션이다"

 

"머?"

 

뚜 뚜 뚜 뚜

 

 

 

 

 

 

소방서였습니다...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그때 시간이 2시 15분쯤..)

 

'하.... 이번엔 소방서구나... 뭐.. 다른건 안바란다 문이나 열려있어라'

하는 생각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쾅 쾅 쾅!

 

졸고 계시던 소방관님이 화들짝 놀라서 문을 열어줍니다.

 

"무슨일이시죠?"

 

반쯤 울먹이는 말투로 저도 모르게 이런말이 튀어나오더군요.

 

"살려주세요 ㅠㅠ"

 

"왜그러세요 차근차근 설명해 보세요"

 

"길을 잃었어요오 ㅠㅠ"

 

"ㅡㅡ;;;;;; 어이쿠 대전사람 아니세요?

 

"네 아니에요 여기가 어디에요 ㅠㅠ 지도좀 보여주세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대동이요 ㅠㅠ"

 

"어이쿠야........택시 타셔야겠는데요? 너무 먼데요?"

 

"택시비 없어요 이젠 오기 생겨서 걸어갈꺼에요 ㅠㅠ"

 

쓰윽 웃으시더니

 

"젊음이 좋긴 좋구먼 허허 약도 그려 드릴테니 조심해서 가세요"

 

친절하시게도 약도를 그려주시는 아저씨...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그렇게 소방서를 나온뒤...또 열라게 걸었죠

30분정도 걷다보니까 처음에 길을 잘못들었던 충남대학교 병원에 도착하더군요.

 

세상을 다 산듯한... 이 허무함이란.....

 

이번엔 제대로 된 길을 걷기 시작했죠.

"졸려 졸려 졸려 졸려 집에 가야되 가야되 가야되 가야되"

너무 졸린나머지 혼잣말도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더라구요 ㅋㅋㅋ

 

한참을 걷다가 예방차원으로 한번더 물어봤죠

지나가는 할머니 붙들고..

 

"할무니 요기에서 대전역 갈라면 어디로 가야대요?"
"잉? 대전역 그긴 왜 그기 멀어"

"아뇨 가야할일이있어서요 ㅠㅠ 어딘가요?"

"쪼~~길로 쭉가면대 어디서오는길이여?"

"산성동이요 ㅠㅠ"

"어이고야 대단한 젊은이네..어여 가봐"

"네 감사합니다..ㅠㅠ"

 

그렇게 방향을 다시 잡은뒤 한시간쯤 걸었을까..

 

그토록 찾아해매던 대동오거리가 보이더군요..

 

저도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ㅠㅠ

울면서 집앞 편의점에 들어가 배가 너무 고파서 2천원 들어있는 현금카드로

과자 두봉다리를 삿네요 ㅠㅠ 그리고

4시 반에집에와서 그거 먹으면서 한없이 울먹였네요..

 엄청 걸었겠다. 과자 먹으며 울다가 지친 전 저도 모르게 침대에 걸터앉아 잠들었네요 ㅋㅋ

다음날 수업에 지각하게 이게 뭔...새벽2시 대전한복판에서 길잃었어요.......

 뭐 어쨌든 이날 걸은 총 키로수가 네이버 지도로 따져보니 25km네요..

컹...ㅡㅡ

 

으이구 이젠 내머릿속 네비게이션은 영원히 빠이빠이 해야겠네요.ㅜㅜ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주셨던 아줌마 아저씨 형 누나들 그리고 소방관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리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