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고 이기적인 여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비유부남2009.08.13
조회1,476

안녕하세요.

 

여기 게시판에 자주 오는 건 아니지만, 대충 저와 비슷한 사연이 있을까 해서 여기 저기 올려져 있는 사연들을 읽어봤는데, 사람의 처지란 참 다양한 탓인지 딱 맞는 사연은 없는 것 같아서 이렇게 제 사연을 올려봅니다. 

 

얘기가 길어 질 것 같은데, 차근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와 여친은 작년 상견례 이후, 크게 싸우면서 헤어졌었습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10개월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제게는 너무도 힘들었고,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잃었던 시간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는 소중하고 값진 경험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힘들었던 시간이 앞으로의 시간에 큰 밑거름이 될 거라 믿고, 그 동안 부족하고 상처줬던 모습, 서로 많이 감싸주고 이해하고, 또 반성하며 서로 노력하기로 약속하면서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하고 있답니다.  많이 달라진 건 조금씩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는 것.... 그런데 어제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부모님 생활비를 드리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 예전에 여친이 요구했던 모든 것을 양보했습니다.  그 단 한가지란, 부모님을 부양하는 문제인데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부모님 부양하는 문제만큼은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저로서는 어쩔수 없는 현실인 탓에 어떤 방식으로 원만하게 여친이랑 대화를 나눌 지를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문제이기도 하고 입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저의 부모님께서는 며느리에게 부담 줘가면서 같이 살고 싶어 하지도 않으시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그런게 아니지요. 적어도 지금 설명을 드리고 싶은 상황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모시고 살지 못할 바엔, 적어도 생활비를 드리는 것 만큼은 자식 된 도리로 마땅히 해야 일이기에 여친이 이것만큼은 이해해주기를 바랬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여친이 양보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충분한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친은 지금 당장 이런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알아야 하겠다는 눈치이고, 자식 된 도리를 하고자 하는 마음마저 버리고 내어놓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친은  아무런 대안도 없이 자기 입장만 얘기하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참다 못해 제가 조용히 얘기를 했습니다.

 

"이런 고민하게 해서 미안하고, 부담줘서 미안하다구요. 하지만 어쩌겠냐구. 상황이 이러한데... 그런 상황을 얘기하는 내 마음은 오죽하겠냐구.  헤어지기전에 여친이 희망했던 모든 것을 다 양보하지 않았냐구.   그런데 자식으로서 도리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마저 내어놓으라면 너무 욕심이 과한 거 아니냐구.  우리가 버는 게 그렇게 부족하냐구.  그 중에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생활비로 드리는 것이 그렇게 아까우냐구... 예전과 달라진게 없는 늘 똑같은 마음이지만, 여친 부모님도 내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그렇게 대해드리고 싶다구...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철없이 이기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해야겠냐구... 자식 낳아 안 기를 꺼냐구.  돈 문제 때문에 걱정 하기 싫다고 이런 식으로 살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겠냐구."

 

저희들 소개가 빠졌습니다.  저는 올해 34살에 이름을 대면 아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고, 저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은 동갑에 전문직 여성입니다.  제 연봉(작년 기준) 6000 만원 정도이고, 약 1억여 원이 조금 넘는 자산을 모아두었고, 제 여친은 연봉으로 따지자면 4800에 약 7천~8천 정도 모아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모아둔 것은 차치하더라도 둘이 합쳐서 연봉이 1억이 넘는데(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부모님 한달 생활비 30~40십만 원 드리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워해야 할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개인 집안 사정을 얘기하자면 저의 아버님은 지난 35년 동안 집에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분이시기에  집안 경제는 어머님 혼자 도맡아 하셨고, 어머님 혼자서 아버님은 물론 두 아들 뒷바라지 하신다고 정말 안 해본 것 없이 말 그대로 쌩 고생 하시면서(어느 부모님들 안 그러셨겠습니까마는…) 살아 오신 탓에 아무것도 모아둔 재산 역시 없으십니다. 

 

이번에 동생이 대기업에 취직하면서, 힘들게 다니셨던 위험천만한 조선소도 그만 두시고 쉬시면서 건강 검진을 받아봤는데, 건강에 위험 신호가 와서 더 이상 무리한 일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건강하시다고 해도 다시 일자리로 내몰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 동안 그 만큼 고생하셨으니 이제 쉬셔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동생은 이제 막 입사를 해서 벌어 놓은 것도 없는 데다가 또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어 4억~5억 하는 전세집이라도 장만하려면 열심히 모아야 할 판국이라, 부모님께 생활비 보내드릴 형편이 안 되는 게 사실이지만, 대견스럽게도 얼마 정도 분담하여 부모님 생활비에 보태겠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형으로서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 만약 제가 결혼하고 생활비를 보태드리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동생 혼자 제 몫까지 부담해야 할 것이고, 지방에 있는 저희들 보다 더 빠듯한 서울 생활이 더 힘들어 질 것입니다.  고맙게도 동생 여친은 결혼하고 나면 오히려 자기가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다고 할 정도이니 생활비 보태는게 대수겠습니까? 그런데, 형이 되서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천인공노할 짓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친은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힘들어 번 돈으로 자기 위치에 맞게 윤택하게 살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남편 집에서 뭐 해주고 그러는데, 그런 것도 안 해주면서… 왜 생활비로 매번 돈을 드려야 하냐며,  철없고 이기적인 소리를 합니다.  게다가 자기 주변에는 그러지 않아도 손가락질 하는 사람없고, 생활비를 안보태도 잘 지내는 집안도 많다면서 제가 하지도 않을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 전 이런 얘기, 제 여친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도 여친 처럼 따지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이 따질 수 있지만 하지 않을 뿐인데, 이 친구는 어른들이 해야 할 얘기를 자기가 먼저 하는 이런 상황 제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그러나요?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것 마저 양보했습니다.  이제 제겐 더 이상 양보할 게 없습니다. 저의 부모님께 그리고 제 동생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지만 그저 언젠간 철이 들겠지… 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를 걸며 그 마저 양보했습니다. 

 

단, 부양 가족소득 공제 대상인 부모님은 동생으로 넘겨주고, 예전처럼 내 부모님 어렵게 대하거나 싫은 내색하지 말고 잘 대해달라는 조건으로 양보했습니다.

 

어쩌면 여자 분들은 그게 뭐? 당연한 거 아니냐!! 하시겠지요? 

압니다.  요즘 여자들에게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좀 더 깊은 사연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얘기는 제 여친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어쩌면 따지고 들지 않았던 문제들 따지려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 얘기할 생각입니다.  그럼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얘기는 그녀를 처음 만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한달 정도 지난 어느 날, 그녀가 제게 충격적인 얘기를 하더군요.   과거에 아팠던 적이 있다구요. 자궁근종으로 수술한 적이 있었고, 아이도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한달 전 여친은 다시 한번 수술을 했습니다.  그간 병원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정기 검진을 받았지만 병원에서는 괜찮다 괜찮다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최근에 간 병원에서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펄쩍 펄쩍 뒤더라는 군요.ㅠㅠ) 

 

아무튼, 그 때 전 너무도 충격적인 얘기를 들어 한동안 깊은 고민과 갈등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친구도 저를 믿고 얘기했을 것"이고, 그런 것이 결혼을 못할 이유가 되기엔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에 받아드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집은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집안이기에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너무도 망설여지고 고민되었습니다.  실제, 부모님께서는 그녀의 외모나, 약해 보이는 마른 체형, 게다가 과거 앓았던 병(솔직히 애를 못 놓을 수 있다는 말씀은 안 드렸습니다), 그리고 33살(1년 전이니까..)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등의 이유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셔서 반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승락을 받아내기 까지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의 고마운 마음에서라도, 게다가 저의 쉽지 않은 결정에라도 여친이 먼저 부모님께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도리임이 분명한데 그러지를 않더군요.  오히려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고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존심이 센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께 그래서는 안되지 않나요?

 

오히려 저의 부모님께서 먼저 마음을 여시고 친 자식처럼 친해지려고, 당신들을 맘 편하게 생각할 수있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하시더군요.  분명 건강상의 이유나 나이의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의 집안도 여친처럼 따지고 들 수 있습니다만 저희는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친의 태도는 그런 것들과 자기가 고려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듯, 항상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저를 실망시키기만 했습니다.

 

제가 부모님 얘기를 꺼낼 때 마다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언잖은 표정에 제 기분도 언잖게 되고,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지는 지 알고 싶어 깊은 대화를 나눠보려고 하면 오히려 대화는 단절되기 일수였습니다.

 

어머니한테 전화가 자주 온다며 부담스럽다는 말부터 시작해서(알고 보니 그렇게 자주 한 것도 아니더군요.  2주에 한번도 할까 말까, 밥 먹었냐?, 일은 힘들지 않느냐? 언제 한번 놀러와라~ 등등 하도 전화도 없고 그러니까 먼저 전화 하신 것 뿐이었습니다.)

 

자녀 양육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양가 부모님이 계신데 굳이 어린이 집, 베이비 시터를 고용해서 하려느냐?  난 가급적이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들 교육에도 그게 좋지 않겠니? 라고 하면 그녀는 “그럼 같이 살자는 얘기냐? 난 부담스러워 못산다.  솔직히 자기 하나만 쏙 빼와서 결혼했으면 좋겠다.” 라며, 부모님께 고마워 해도 모자랄 사람이 “자기 하나만 쏙 빼왔으면 좋겠다” 라는 적어도 말로 저를 너무 실망시킵니다.  그래서 “너 그러면 못쓴다~” 라고 하면, 그녀는 말문을 닫아 버립니다.

 

친척 여동생은 남편 측에서 집을 장만해주던데, 뭐 해주던데 이런 말 하면서 사람을 또 실망시킵니다.   이런 얘기는 부모님들이나 형제들이 할 소리일 텐데... 아무리 제가 자기를 만족스러울 만큼 대접을 못해준다고, 또 자꾸 싸우게 되니까 하는 소리라 하더라도,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나 저의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도의적으로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들 아니겠어요?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그런 섭섭한 얘기들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얘기인데다, 부모님은 몰라도 저는 이미 그런 그녀를 이해하고 용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구하는 문제, 돈 관리 문제(솔직히 여친은 재태크의 재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경제/금융 공부를 많이 해서 여친 보다는 낫습니다.  하지만, 저는 같이 공부하고 서로 가르쳐 주면서 같이 관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자기가 다 관리하겠답니다.), 결혼식 준비 문제, 그외 많지만 중략하고 결론은 여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양보했고, 게다가 간섭받고 싶지 않다며 요구하는 몇몇 아이템들이 있는데, 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모두 약속해줬습니다. 

 

결론은 정말 중요한 문제(건강, 나이 등)를 이해해줬고, 또 원하는 모든 것을 양보해줬는데, 부모님 생활비 보태드리는 것도 양보하라면, 도대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안좋은 얘기만 주저리 해놓은 탓에 혹 제 여친을 비난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좋은 점도 많고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그리고, 서로 부족한 점들, 지금은 분명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예전과는 달라진 부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정말 제가 여친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여친이 정말 철없고 나쁜 생각을 하는 걸까요??  다른 여자분들도 그런가요? 

 

정말 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로서, 낳아 길러준 부모가 있는 자식으로서, 또 자식이 있는 부모로서 제 할 도리 다하고도 행복해 질 수는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