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남편의 신비주의(?) 스타일 땜에 10년을 지지고 볶고 싸워도 해결이 안나니 지치네요.
내가 답답한 속을 털어 놓으면 주위 친한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견디며 사느냐고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라 나만 속으로 미치고 화만 돋고 있으니 정말 허탈합니다.
우리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아내인 저에게 이렇게 대합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남편은 10년간 거의 매일 술을 마시지만 누구랑 어디서 무슨 일로 한잔 걸친다~ 이런 멘트 날려준 적 없습니다.
내가 한번씩 지랄을 하면 내 눈치 보면서 마지못해 한 사흘 정도 전화로 오늘 늦어~. 그러고 맙니다.
그럼 남편이 전화를 해도 저는 화가 부글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럼 또 뻔한 전화 멘트가 오고 갑니다.
나: 그래, 누구랑?
남(편): 어, 아는 선배랑
나: 어디서?
남: 그냥~.
나: 오늘 무슨 날이야?
남: 그냥~
나: 오늘 내가 몸이 힘들어서 그러는데(진짜임) 접대 아니면 일찍 올 수 있겠네? 부탁해. 막내 잘 때까지 치다꺼리 힘들어.(이 놈이 매우 늦게 잡니다.)
남: 글쎄...
제 남편은 자기 사업하는 사람이고 특별히 영업이 필요한 직업도 아니라 사업상의 술자리 접대 이런 거 거의 없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고 사실 남편의 설명을 들은 적이 없어서 실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뭘 팔고 수주해오는 직종은 아니니 제 말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도 일찍 오는게 10시 30분, 술 마셨다하면 새벽 2, 3시입니다.
전 정말 이렇게 외롭게 애들 키우고 술 먹고 늦게 오는 놈 뒤처리 하려고 결혼한 거 아닙니다. 아내인 나는 사랑의 유통기한 끝났다 쳐도 아이들한테도 이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친정아버지도, 저도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합니다. 한 두잔에 술자리 길어지고 귀가시간 약속 못하는 거 이해도 가고 그래서 술 먹고 늦게 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생활 10년 동안 지랄을 떨어 본 적 없습니다. 칭찬도 물론 안합니다.
친정아버지도 엄청난 주당이셨지만 그로 인한 집안의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민폐끼치는 주사가 없으신 것도 큰 이유였지만 우리 아버지의 행동때문이었습니다.
친정 부모님들은 새벽 5시 넘으면 안방 문을 열고 두 분이 나란히 누우셔서 잠을 깨시면서 담소를 나누시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도 잠이 깨서 안방과 바로 붙어 있는 내 방에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아버지는 오늘은 무슨 일로 누구와 몇 명이서 어디에서 저녁 약속 술약속이 있어서 늦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그 약속과 관련된 직장의 분위기, 동료의 근황, 내 처신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어머니와 말씀을 나누시고 이해를 구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날 밤에 아버지 해장하실 술국과 홍삼과 꿀을 탄 차 등등 이런 걸 준비해 놓으시고 늦는거에 짜증내시는게 아니라 술 많이 드시고 탈이나 안나실까 걱정하시던게 제가 20년간 살아왔던 풍경입니다.
이런게 부부아닙니까?
나는 걱정되어서 물어봐도 내가 자기를 구속하는 것 마냥 입을 딱 봉해버리고 마니 정말 서운하고 할 말도 없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니 같이 술 먹는 놈들도 어떤 놈들인지도 모르고 요즘 새로 사귄 친구놈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남편의 근황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사무실의 직원이 몇 명인지, 매출은 어느 정도 되는지, 직원이 바뀌었는지, 사무실을 옮겼는지, 사무실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를 시어머니를 통해 한 1년쯤 뒤에 update된 최신 소식을 매번 접했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더욱더 웃기는 건 우리 시어머니도 남편 사무실이 근처 동네라 함 가봤다가 몇 달전에 벌어진 일을 당신 아들도 아닌 직원으로부터 들은 소식이라는 겁니다. 당신 아들이 암말도 안하니까요.
명절쇠러 가면 시어머니가 몇 달 전 일어난 일을 몇 달 후에 들으시고 그리고 또 몇 달 후에 전부치러 온 저에게 이런 저런 남편의 근황(?)을 들려주십니다. 가끔 깜짝 놀랄만한 큰 일을 치룬 얘기를 듣고 놀래는 저에게 시어머니는 그럽디다. 넌 그것도 모르니?
하기야 신혼 초(결혼한지 4개월)에 시어머니가 전답을 팔아 빚을 갚았다는 얘기를 동네 정육점 주인 아줌마에게 한 석달 뒤에 듣고는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것 같았었고 정말 나에게 별걸다 비밀로 하는구나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네요.(며느리 첫 생일이라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떡해들고 오신 시어머니가 저희 부부단골인 동네 정육점에서 또 쇠고기를 잔뜩 끊어 오시면서 기다리시는 동안 주인 아줌마에게 신세한탄조로 말씀하셔서 알게되었다고 하시더군요.ㅠㅠ. 졸지에 시어머니 어려움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새색시로 찍혔다는...)
자기 사업일과 본가일이 처에게 소리 들어가는게 아무 득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일이라 남편이 입을 봉했다 쳐도 이건 정말 이해불가입니다.
여름에 언제 휴가인지 말한 적이 10년간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출근안하고 계속 자고 있으면 그게 휴가 시작일입니다.
(이번에도 휴가시작 일주일전에 물어봐도 일정이 아직 안잡혔답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직원들은 여름 계획도 못잡고 속터져서 어떻게 그 놈의 사무실을 직장이라고 다니냐고,)
그러다 갑자기 씻고 어디 나가면 누구랑 술먹고 밥먹는 약속입니다.
매 번 이러니 여름휴가계획이란걸 짜 본적이 없습니다.
내가 화를 엄청내면 여름에 더워서 애들이랑 어디 다니기 힘들다, 휴가가 직원휴가지 사장휴가가 어디있느냐 합니다.
아빠가 이 모양이니 여름이라고 어디 체험학습, 바다, 워터파크, 물놀이, 계곡, 펜션... 이런 걸 애들이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겨울은 어디 눈썰매장이라도 간답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아직 둘째는 네살이지만 큰 딸은 초딩2학년인데 작년까지는 어려서 멋모르고 가만있다가 올해는 징징거립디다. 자기 친구들은 몇박 몇일로 피서를 가고 휴가라는게 있던데 우리는 없냐 합니다. 사장이라 월급을 못받아서 그러냡니다. (우리 딸은 사장이 직원에게 월급주는 사람인줄은 알지만 막상 사장에게는 월급줄 사람이 없다는 거에 낙담하고 있는 순진한 어린이입니다. 매출, 순익 이런 얘기 해줘도 못알아듣습니다.) 뉘집 딸은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왔습디다.
저희 사는 곳 서울 강남입니다. 왕따 당할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습니다.
둘째 놈이 좀 커서 말귀도 알아듣고 안아달라 보채고 안하면 남편빼고 애들데리고 세상 견문을 좀 넓혀주고 싶은 애절한 맘입니다.(제가 남편없이 애 둘을 키우느라 힘들고 몸을 혹사해서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쪽 어깨랑 경추에 통증을 달고 삽니다. 병원에 가니 너무 무리하게 많이 써서 아픈거라고 약도없고 치료법도 없고 그냥 휴식을 취하라니... 그래서 둘째녀석 건사를 지금은 못합니다.)
명절때는 어떠냐하면 이건 정말 참기가 힘듭니다.
한 일주일전부터 이번 추석(설)에는 일정이 어떻게 돼?
그때부터 조잘대던 입 딱 닫습니다.(잔소리대마왕입니다.)
처음엔 바쁜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친정이 대전인지라 열차나 버스가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막힌다 해도 시집에서 친정까지 3시간입니다. 넘 쪼지 말자 다짐하고 속을 꾹꾹 눌러담고 명절 이틀전 애들 데리고 출발합니다.
시집도착하고 죽도록 일하고 일 다 치렀는데 ... 그게 답니다.
친정이 대전이고 시집이 경기도인데 명절 때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한 7년간 지랄을 했더니 3년전부터는 명절때 못가더라도 그 다음주라도 일정을 잡아서 가긴갑니다. 근데 그것도 미리 말 안해주고 출발하기 바로 전에 생색내듯이 말해줘서 나도 이제 친정가는 구나 하고 정신없이 길을 나섭니다.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먼 곳도 아닌 대전인데 명절날 본가와 처가를 애들 데리고 오갈 생각하면 남편은 머리가 터질려나 봅니다.
(당근 귀찮아서 차 운전도 안 하는 놈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여직원들에게 운전대 잡으라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놈입니다. 시댁에서 뭐 싸주면 콜택시를 불러서 오가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택시기사님들 많습니다. 차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운전면허가 없는 것도 아니고...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이라 운전을 못하겠나 봅니다.)
애들을 위해 계획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단물 다 빠진 마누라를 위해 미리 예매를 하는 건 정말 꿈도 못 꿀 일이지 않겠습니까?
명절이 다가와도 지네 집까지 가는 길은 막히지도 않고 언제든 가도 되니 맘이 아주 편합니다. 계획이란게 필요 없지요.
하지만 이건 계획이 아니라 간단한 계산인지는 몰라도 며느리는 자기 엄마랑 장도 봐야되고 음식도 미리 장만해야 되고 하니 명절날 이틀전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명절날 당일 점심먹고 일어나야 하는데 엉덩이 꿈쩍 안합니다. 시어머니도 가란 말 안합니다. 서방이고 애들이고 팽개치고 나서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저 혼자 그러고 친정은 또 어떻게 갑니까? 대전까지 1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인데 말귀 알아듣는 딸하나만 챙겨서 간다는 것도 친정에서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일입니까?
그래서 명절에 시댁에서 짧아도 3박4일, 길면 4박 5일있다 옵니다. 차례 지내고 바로 그날 오면 시어머니 숨 넘어 갈겁니다. 10년 내내 그러고 삽니다. 설과 추석 양대산맥 다 그럽니다. 4박 5일!!!
남의 속도 모르고 친정의 철딱서니 없는 남동생들과 친정아버지는 그럽니다.
너처럼 사나운 여자를 델꼬 사는 건 00서방, 매형밖에 없다.
지들은 좋겠지요. 처가 식구들에게 가끔(일년에 3회 정도) 거하게 몇 턱 쏘고 몽조리 다 계산해 주면 누군들 좋지 아니하겠습니까? 그것도 안하면 내가 이 넘이랑 왜 산답니까?
마트가서 장보는 것도 생활비에서 해결하라고 카드계산 안해주는 좀팽이 같은 넘인데 남들은 알턱이 없지요.
이래서 부부의 일은 남들은 정말 모른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런 줄 누가 알겠습니까? (시어머니는 아는 것 같습니다. 시아버지가 그랬던 것 같고 어머니가 뭘 물어봐도 아들 셋이 아무도 대꾸를 안합니다. 시어머니가 그럽니다. 내가 이 놈의 집구석에서 속터져서 가족력도 없는데 고혈압이 생긴것 같다고.)
저요, 남편이랑 대학 1학년 때부터 알던 사이이고 친구처럼 지내다가 졸업하고 사귀기 시작해서 5년간 열애하고 결혼한 케이스입니다. 그렇게 자상하게 날 생각하면서 이거저거 챙기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뭔가 계획을 세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학교도 같고 친구도 같고, 그래서 약속도 같고 행사도 같고. 그래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겁니다.
아무 트러블이 없이 지내다가 애 낳고 저도 직장 그만두게 되고 자기도 서울서 있다가 지방내려가서 사업하게 되고 그러면서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표면위로 급격히 부상하게 된 것이지요. 연애랑 생활은 이렇게나 다르더군요.
옛날에 제 남편 동아리 후배이자 저의 과 후배인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이렇게 인간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
오빠들(제 남편과 그의 동아리 친구놈들)이랑 동아리 엠티나 무슨 행사를 하게 되면 계획이란게 없이 그냥 가서 후배들 죽도록 고생시킨다고. 이렇게 불평을 약 16년 전에 하던게 지금 새록새록 가슴에 박힙니다. 휴...
제가 작년에 그랬습니다. 당신 술먹고 사고나거나 내가 혹시 당신의 부재시에 당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나는 아는 사람이 없다. 정말 맘이 불안하니 친구들 연락처좀 알려다오 했습니다. 그래서 세 놈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냈습니다. 맘이 한결 가볍습니다. 제 진심이었으니까요.
매사에 입을 봉하고 사는 신비주의 남편
매일 별 일 아닌 걸로 내 속을 뒤집는 남편을 정말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결혼 10년차 아짐마입니다.
정말 남편의 신비주의(?) 스타일 땜에 10년을 지지고 볶고 싸워도 해결이 안나니 지치네요.
내가 답답한 속을 털어 놓으면 주위 친한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견디며 사느냐고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라 나만 속으로 미치고 화만 돋고 있으니 정말 허탈합니다.
우리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아내인 저에게 이렇게 대합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남편은 10년간 거의 매일 술을 마시지만 누구랑 어디서 무슨 일로 한잔 걸친다~ 이런 멘트 날려준 적 없습니다.
내가 한번씩 지랄을 하면 내 눈치 보면서 마지못해 한 사흘 정도 전화로 오늘 늦어~. 그러고 맙니다.
그럼 남편이 전화를 해도 저는 화가 부글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럼 또 뻔한 전화 멘트가 오고 갑니다.
나: 그래, 누구랑?
남(편): 어, 아는 선배랑
나: 어디서?
남: 그냥~.
나: 오늘 무슨 날이야?
남: 그냥~
나: 오늘 내가 몸이 힘들어서 그러는데(진짜임) 접대 아니면 일찍 올 수 있겠네? 부탁해. 막내 잘 때까지 치다꺼리 힘들어.(이 놈이 매우 늦게 잡니다.)
남: 글쎄...
제 남편은 자기 사업하는 사람이고 특별히 영업이 필요한 직업도 아니라 사업상의 술자리 접대 이런 거 거의 없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고 사실 남편의 설명을 들은 적이 없어서 실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뭘 팔고 수주해오는 직종은 아니니 제 말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도 일찍 오는게 10시 30분, 술 마셨다하면 새벽 2, 3시입니다.
전 정말 이렇게 외롭게 애들 키우고 술 먹고 늦게 오는 놈 뒤처리 하려고 결혼한 거 아닙니다. 아내인 나는 사랑의 유통기한 끝났다 쳐도 아이들한테도 이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친정아버지도, 저도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합니다. 한 두잔에 술자리 길어지고 귀가시간 약속 못하는 거 이해도 가고 그래서 술 먹고 늦게 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생활 10년 동안 지랄을 떨어 본 적 없습니다. 칭찬도 물론 안합니다.
친정아버지도 엄청난 주당이셨지만 그로 인한 집안의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민폐끼치는 주사가 없으신 것도 큰 이유였지만 우리 아버지의 행동때문이었습니다.
친정 부모님들은 새벽 5시 넘으면 안방 문을 열고 두 분이 나란히 누우셔서 잠을 깨시면서 담소를 나누시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나도 잠이 깨서 안방과 바로 붙어 있는 내 방에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아버지는 오늘은 무슨 일로 누구와 몇 명이서 어디에서 저녁 약속 술약속이 있어서 늦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그 약속과 관련된 직장의 분위기, 동료의 근황, 내 처신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어머니와 말씀을 나누시고 이해를 구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날 밤에 아버지 해장하실 술국과 홍삼과 꿀을 탄 차 등등 이런 걸 준비해 놓으시고 늦는거에 짜증내시는게 아니라 술 많이 드시고 탈이나 안나실까 걱정하시던게 제가 20년간 살아왔던 풍경입니다.
이런게 부부아닙니까?
나는 걱정되어서 물어봐도 내가 자기를 구속하는 것 마냥 입을 딱 봉해버리고 마니 정말 서운하고 할 말도 없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니 같이 술 먹는 놈들도 어떤 놈들인지도 모르고 요즘 새로 사귄 친구놈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남편의 근황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사무실의 직원이 몇 명인지, 매출은 어느 정도 되는지, 직원이 바뀌었는지, 사무실을 옮겼는지, 사무실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를 시어머니를 통해 한 1년쯤 뒤에 update된 최신 소식을 매번 접했다면 이해가 되십니까?
더욱더 웃기는 건 우리 시어머니도 남편 사무실이 근처 동네라 함 가봤다가 몇 달전에 벌어진 일을 당신 아들도 아닌 직원으로부터 들은 소식이라는 겁니다. 당신 아들이 암말도 안하니까요.
명절쇠러 가면 시어머니가 몇 달 전 일어난 일을 몇 달 후에 들으시고 그리고 또 몇 달 후에 전부치러 온 저에게 이런 저런 남편의 근황(?)을 들려주십니다. 가끔 깜짝 놀랄만한 큰 일을 치룬 얘기를 듣고 놀래는 저에게 시어머니는 그럽디다. 넌 그것도 모르니?
하기야 신혼 초(결혼한지 4개월)에 시어머니가 전답을 팔아 빚을 갚았다는 얘기를 동네 정육점 주인 아줌마에게 한 석달 뒤에 듣고는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것 같았었고 정말 나에게 별걸다 비밀로 하는구나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네요.(며느리 첫 생일이라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떡해들고 오신 시어머니가 저희 부부단골인 동네 정육점에서 또 쇠고기를 잔뜩 끊어 오시면서 기다리시는 동안 주인 아줌마에게 신세한탄조로 말씀하셔서 알게되었다고 하시더군요.ㅠㅠ. 졸지에 시어머니 어려움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새색시로 찍혔다는...)
자기 사업일과 본가일이 처에게 소리 들어가는게 아무 득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일이라 남편이 입을 봉했다 쳐도 이건 정말 이해불가입니다.
여름에 언제 휴가인지 말한 적이 10년간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출근안하고 계속 자고 있으면 그게 휴가 시작일입니다.
(이번에도 휴가시작 일주일전에 물어봐도 일정이 아직 안잡혔답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직원들은 여름 계획도 못잡고 속터져서 어떻게 그 놈의 사무실을 직장이라고 다니냐고,)
그러다 갑자기 씻고 어디 나가면 누구랑 술먹고 밥먹는 약속입니다.
매 번 이러니 여름휴가계획이란걸 짜 본적이 없습니다.
내가 화를 엄청내면 여름에 더워서 애들이랑 어디 다니기 힘들다, 휴가가 직원휴가지 사장휴가가 어디있느냐 합니다.
아빠가 이 모양이니 여름이라고 어디 체험학습, 바다, 워터파크, 물놀이, 계곡, 펜션... 이런 걸 애들이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겨울은 어디 눈썰매장이라도 간답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아직 둘째는 네살이지만 큰 딸은 초딩2학년인데 작년까지는 어려서 멋모르고 가만있다가 올해는 징징거립디다. 자기 친구들은 몇박 몇일로 피서를 가고 휴가라는게 있던데 우리는 없냐 합니다. 사장이라 월급을 못받아서 그러냡니다. (우리 딸은 사장이 직원에게 월급주는 사람인줄은 알지만 막상 사장에게는 월급줄 사람이 없다는 거에 낙담하고 있는 순진한 어린이입니다. 매출, 순익 이런 얘기 해줘도 못알아듣습니다.) 뉘집 딸은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왔습디다.
저희 사는 곳 서울 강남입니다. 왕따 당할 날이 얼마 안남은 것 같습니다.
둘째 놈이 좀 커서 말귀도 알아듣고 안아달라 보채고 안하면 남편빼고 애들데리고 세상 견문을 좀 넓혀주고 싶은 애절한 맘입니다.(제가 남편없이 애 둘을 키우느라 힘들고 몸을 혹사해서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쪽 어깨랑 경추에 통증을 달고 삽니다. 병원에 가니 너무 무리하게 많이 써서 아픈거라고 약도없고 치료법도 없고 그냥 휴식을 취하라니... 그래서 둘째녀석 건사를 지금은 못합니다.)
명절때는 어떠냐하면 이건 정말 참기가 힘듭니다.
한 일주일전부터 이번 추석(설)에는 일정이 어떻게 돼?
그때부터 조잘대던 입 딱 닫습니다.(잔소리대마왕입니다.)
처음엔 바쁜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친정이 대전인지라 열차나 버스가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막힌다 해도 시집에서 친정까지 3시간입니다. 넘 쪼지 말자 다짐하고 속을 꾹꾹 눌러담고 명절 이틀전 애들 데리고 출발합니다.
시집도착하고 죽도록 일하고 일 다 치렀는데 ... 그게 답니다.
친정이 대전이고 시집이 경기도인데 명절 때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한 7년간 지랄을 했더니 3년전부터는 명절때 못가더라도 그 다음주라도 일정을 잡아서 가긴갑니다. 근데 그것도 미리 말 안해주고 출발하기 바로 전에 생색내듯이 말해줘서 나도 이제 친정가는 구나 하고 정신없이 길을 나섭니다.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먼 곳도 아닌 대전인데 명절날 본가와 처가를 애들 데리고 오갈 생각하면 남편은 머리가 터질려나 봅니다.
(당근 귀찮아서 차 운전도 안 하는 놈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여직원들에게 운전대 잡으라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놈입니다. 시댁에서 뭐 싸주면 콜택시를 불러서 오가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택시기사님들 많습니다. 차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운전면허가 없는 것도 아니고...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이라 운전을 못하겠나 봅니다.)
애들을 위해 계획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단물 다 빠진 마누라를 위해 미리 예매를 하는 건 정말 꿈도 못 꿀 일이지 않겠습니까?
명절이 다가와도 지네 집까지 가는 길은 막히지도 않고 언제든 가도 되니 맘이 아주 편합니다. 계획이란게 필요 없지요.
하지만 이건 계획이 아니라 간단한 계산인지는 몰라도 며느리는 자기 엄마랑 장도 봐야되고 음식도 미리 장만해야 되고 하니 명절날 이틀전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명절날 당일 점심먹고 일어나야 하는데 엉덩이 꿈쩍 안합니다. 시어머니도 가란 말 안합니다. 서방이고 애들이고 팽개치고 나서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저 혼자 그러고 친정은 또 어떻게 갑니까? 대전까지 1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인데 말귀 알아듣는 딸하나만 챙겨서 간다는 것도 친정에서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일입니까?
그래서 명절에 시댁에서 짧아도 3박4일, 길면 4박 5일있다 옵니다. 차례 지내고 바로 그날 오면 시어머니 숨 넘어 갈겁니다. 10년 내내 그러고 삽니다. 설과 추석 양대산맥 다 그럽니다. 4박 5일!!!
남의 속도 모르고 친정의 철딱서니 없는 남동생들과 친정아버지는 그럽니다.
너처럼 사나운 여자를 델꼬 사는 건 00서방, 매형밖에 없다.
지들은 좋겠지요. 처가 식구들에게 가끔(일년에 3회 정도) 거하게 몇 턱 쏘고 몽조리 다 계산해 주면 누군들 좋지 아니하겠습니까? 그것도 안하면 내가 이 넘이랑 왜 산답니까?
마트가서 장보는 것도 생활비에서 해결하라고 카드계산 안해주는 좀팽이 같은 넘인데 남들은 알턱이 없지요.
이래서 부부의 일은 남들은 정말 모른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런 줄 누가 알겠습니까?
(시어머니는 아는 것 같습니다. 시아버지가 그랬던 것 같고 어머니가 뭘 물어봐도 아들 셋이 아무도 대꾸를 안합니다. 시어머니가 그럽니다. 내가 이 놈의 집구석에서 속터져서 가족력도 없는데 고혈압이 생긴것 같다고.)
저요, 남편이랑 대학 1학년 때부터 알던 사이이고 친구처럼 지내다가 졸업하고 사귀기 시작해서 5년간 열애하고 결혼한 케이스입니다. 그렇게 자상하게 날 생각하면서 이거저거 챙기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뭔가 계획을 세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학교도 같고 친구도 같고, 그래서 약속도 같고 행사도 같고. 그래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던 겁니다.
아무 트러블이 없이 지내다가 애 낳고 저도 직장 그만두게 되고 자기도 서울서 있다가 지방내려가서 사업하게 되고 그러면서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표면위로 급격히 부상하게 된 것이지요. 연애랑 생활은 이렇게나 다르더군요.
옛날에 제 남편 동아리 후배이자 저의 과 후배인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이렇게 인간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
오빠들(제 남편과 그의 동아리 친구놈들)이랑 동아리 엠티나 무슨 행사를 하게 되면 계획이란게 없이 그냥 가서 후배들 죽도록 고생시킨다고. 이렇게 불평을 약 16년 전에 하던게 지금 새록새록 가슴에 박힙니다. 휴...
제가 작년에 그랬습니다. 당신 술먹고 사고나거나 내가 혹시 당신의 부재시에 당신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나는 아는 사람이 없다. 정말 맘이 불안하니 친구들 연락처좀 알려다오 했습니다. 그래서 세 놈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냈습니다. 맘이 한결 가볍습니다. 제 진심이었으니까요.
저는 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제발 제가 어떻게 하고 살아야 숨을 쉬고 살 수 있을까요?
답답해서 정말 숨쉬기 힘들때도 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한겁니까? 제가 뭘 어떻게 해야합니까? 이해를 더 해야 합니까?
답글을 보여주면 남편이라는 작자가 좀 깨우칠까요?
아침부터 속을 뒤집고 가서 참다참다 톡톡에 질러봅니다.
흑흑, 후웃후웃, 후우후우, 휴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