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조그만 구멍가게 아들로서...

판을믿어요2009.08.17
조회211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언급이 많지만 이에 대해 실제로 당사자의 입장에서 쓴 글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많이 배우진 못했어도 성실함 하나로 살아오신 저희의 부모님들이 안타까워 부족하지만 저의 경험과 심경을 담아 글을 썻습니다. 한참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도 손에 안잡히고 요거라도 해야 좀 마음이 편할꺼 같아 내일 하루 늦잠 자야겠다 생각하고 늦은 밤에 집에와서 요러고 있네요.  공감해 주시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제 할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ㅜ


 

저희 부모님은 2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슈퍼를 해오셨습니다.

비록 조그마한 구멍가게이지만 20년이 넘게 한 곳에서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노하우도 많이 쌓이시고, 유통부문에서는 꽤나 능력도 있으시다고 인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모님의 성실함과 부지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가게가 가지는 위치는 조그만 가게 하나 따위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 일지라도 동네 사람들과의 약속이시라며 장사가 되든 안되든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365일 쉬는 날 없이 불평하지 않고 항상 묵묵히 자리를 지키셨기에 여유롭진 않지만 우리 한 가족이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사람들의 무시를 당해도, 늦은 밤까지 일하고 오시고도 도둑 걱정에 잠 하나도 편히 못 주무셔도, 가게에 얽매여 번듯하게 남들 다 가는 가족여행 한 번 못가도, 가족에게 웃음 잃지 않고 성실하신 부모님은 비록 많이 배우시진 못하셨어도, 좋은 직업 갖지 못하셨어도 저에게 충분히 자랑스럽고 행복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신문에서 신세계에서 대형마트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소형마트 진출을 선언한 기사를 접하였고, 그 밑에 1호점이 저희 동네에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멍하니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렇게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저희에게도 다가왔습니다. 이에 대하여 공룡 슈퍼-신세계의 ‘이마트 every day' 1호점이 생긴 동네의 조그만 구멍가게 아들로서 의견을 밝혀봅니다.

 

 환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도배된 상큼한 외형, 신나는 음악과 밝은 조명, 깨끗한 내부시설, 많은 종류의 상품, 교육받은 친절함, 효율적인 유통구조와 합리적인 가격, 편안한 배달을 비롯한 전문화된 시스템. 제가 봐도 지금의 저희 가게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머리가 희끗하신 부모님 두 분이서 열심히 가게를 하루 종일 지켜도, 생수한 통까지도 힘든 몸 이끌고 배달을 해 보아도, 가게 하는 입장에서 거기 가기 부끄럽다고 하셔서 주기적으로 제가 대신 가격을 살펴보고 마진을 없애가며 그곳의 가격에 맞추어 보아도, 남는 것은 길 건너기 귀찮은 담배 손님과, 그래도 정 때문에 못 떠나시는 고마운 몇몇 동네 분들 뿐입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노란 이마트 봉지에 양손 가득 물건을 담고 가게 안을 지나시는 모습을 보아도 그들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합리적인 선택을 하시는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슈퍼마켓 연합 조합이 잠시 그들의 개점을 막고, 이를 승리하였다고 표현하는 기사들이 그 일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일시적인 것이며 결국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알고, 또한 저희들의 이익은 법에서 보호하는 이익이 아닌 단지 사익일 뿐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며 원하는 모습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하루하루 자리 비워 결집하기도 힘들고 그런 것을 원하시는 분들도 아니며 그저 힘들어도 가족을 위하여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성실한 이 땅의 부모님들입니다. 따라서 이런 기사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으며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기사들이 나머지 일부의 기사들입니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진심어린 충고의 말씀입니다. 이미 문화는 바뀌었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변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떻게’입니다. 열심히 생각해보고 충고의 말씀도 들어보지만 지금 저희가 가진 것으론 너무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먼저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저희가 열심히 가격을 그곳에 맞추면 경쟁력을 갖출까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대규모 거래가 이루어지는 그들은 유통업에서의 가격 결정자입니다. 저희는 결국 소규모 거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고 매출이 정신없이 늘지 않는 이상 가격 수용자입니다. 가격을 낮추어 가며 따라가 봐야 다른 것이 변하지 않고서는 마진도 줄고 소비도 줄어 결국 이윤만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다면 규모를 늘리고 내부구조를 바꾸면 가능할까요? 저희에겐 그런 목돈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출하여 투자하면 슈퍼마켓의 문화마저 바꾸고 있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또 저는 정치적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지만, 그 분께서 언젠가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어떠하냐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선 굳이 인터넷이 아니어도 이것을 무언가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으로 이해한다고 생각하여 보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생각하여 보면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방송통신대학교도 교대로 졸업을 하시고 두 분 모두 틈틈이 책도 많이 읽으시고 신문역시 빠짐없이 읽으시며 나름대로 제가 생각하기엔 슈퍼를 하시는 분들 속에서 뒤떨어짐 없으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새로운 것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바쁘게 하루하루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개인적 차원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낼 수 없어 가족여행 한 번 못해본 저희들에게 단지 부족하기 때문에 도태되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가혹합니다. 주변에서 그러한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마땅히 없고 그것을 도입하는 일은 한참 젊은 저에게도 너무도 막막합니다.

 

 

 이런 모든 상황 가운데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20년 이어온 가게의 문을 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 앞에선 어쩔 수 없다고 되뇌이며....저희보다 훌륭한 많은 분들께서 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과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해결책을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자영업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은 대부분 많이 배우진 못하셨어도, 힘들지라도 성실하게 열심히만 하면 더 나은 삶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일해오신 분들입니다. 많은 걸 바라시지도 않고 그저 작은 것에 만족하시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셨던 분들입니다. 이제는 성실함만 가지고는 이 땅에 설 자리는 없는 것일까요. 조그만 가게마저도 많이 배우고 뛰어난 사람 아니면 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다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한 국가는 그 분께서 말씀하신대로 배우지 못해도 성실한 마음 하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배우지 못한 사람을 위한 공간은 이제 결국 비정규직밖에 없으며, 비정규직 속에서 워킹푸어(일을 하지만 저축이 없고 빈곤한 사람들)로 쳇바퀴 돌듯한 인생을 살다가 결국 몸이 나빠져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고리를 끊을만한 요소가 쉽사리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결국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결론과 사교육 시장의 열풍은 합리적인 우리나라의 부모님들 경험 속에서 나오는 선택일 것이라는 마음만 남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진출은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까요. 기업은 진출에 제동이 걸리자 상생을 외치며 일자리 창출의 효과와 지역경기의 활성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소비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제로섬게임이며 약간의 추가적 소비가 있더라도 그것은 기업의 몫입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의 호황 역시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기업형 슈퍼마켓은 기존 슈퍼의 영역을 넘어 쌀, 떡, 분식, 과일, 반찬, 정육, 생선, 베이커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눈부신 매출을 쌓으며, 그 반대로 기존의 가게들의 매출을 급격히 저하시킵니다(이러한 영역중 소규모로 전문화가 필요해 경쟁력을 갖춘 곳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도 있는 곳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실제 주변 분들에게 들었습니다)

 

 

 결국, 이 많은 영역의 지역 가게들이 피해를 입으며 먼저 돈 없어 임대료를 버틸 힘이 없는 분들께서 가게 문을 닫으실 것이고, 이 많은 영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련 거래처마저 인원 감출을 하여 많이 정리 대상이 되고 계십니다. 또한 건물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도 분명 가게가 망하면 임대 수요가 줄어 편안하지는 않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많은 관련 업종이 잃는 것에 비해 비정규직 몇 명 고용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의 활성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줄기차게 소비자의 편익을 생각해서 진출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떨어지며 이는 여론 선동용 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업은 결국 그 속성이 이윤추구에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그런 이윤추구의 목적이 오히려 사회에 더 나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논지에서 잠시 벗어나지만 국민이 분열되어 싸우는 고통까지 얻어가며 또한 많은 영역의 피해를 감수하며 국가 차원에서 뒷받침을 해주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피해 받은 일부 영역의 피해를 지원해주는 모습은 바라지도 않지만 이익의 원인에 대해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 하나 없이 이 정도는 어느 나라나 지원받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원가를 절감하고, 혁신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이유가 크다 라고 말하는 모습 속에서, 또한 사상 최대의 이익속에서도 부가 나뉘지 않고 세계속에 으뜸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높아진 위상을 이용하여 하청업체들에게 더욱 원가절감을 요구하는 행위 속에서, 기업만을 우선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듭니다.

 

 

 결국 그렇게 축적된 이윤은 기업과 주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똑똑하고 훌륭한 기술을 가지셔서 그런 기업

에 취직한 사람들이 일부 나눌 수 있겠지요. 지금 소형마트 진출을 하고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황속에서 대형 마트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대형 마트에서 얻은 탄탄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소형시장에 군침을 흘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할까봐 너도나도 앞 다투며 그들의 시장에 침투하는 모습은 기업이 보호하고 존경해야 하는 대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이들의 진출을 막는 것은 헌법상 위법하기 때문에 막아봐야 소송에 걸리면 진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고 헌법에서 경쟁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저희의 사익만을 지키기 위하고 싶지 않고 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자유라는 것은 재량을 의미하고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영세 상인들의 최소한의 이익을 위하여 소형마트 시장 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존경스런 기업을 꿈꾸는 것은 단지 꿈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시장에 진출한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해서는 제제가 어렵다고 하자 홍보도 안하고 몰래 오픈해버리는 기업들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대기업은 이윤추구에 앞서 건전한 사회에 이바지해야 할 책임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저희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정착해 버렸기 때문에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앞으로 고통받을 지도 모르는 이 땅의 성실한 많은 부모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하는 마음과 안타까움에 저의 의견을 이렇게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