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정동 P사진관, 그 첫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8.18
조회250

 

 

오빠한테 한 소리 들었어요.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게으르냐고..

 

8월에 친구 커플들하고 다 같이 동남아로 여행가자고,

 

몇 달 전부터 오빠가 여권 만들어놓으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알았다고 대답은 잘 해 놓고,

 

지금까지 미루다가 못 만들었어요.

 

사실 그게 좀 귀찮잖아요,

 

사진도 찍어야 되고, 구청도 가야 되고..

 

그래서 하루 날 잡아서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날짜가 이렇게 가 버린 거예요.

 

 

어제 오빠가 확인 차 묻더라구요.

 

"너 여권은 만들었지?"

 

순간, 거짓말로라도 만들었다고 할까..하다가,

 

그러다가 더 큰 일을 만들 것 같아서 사실대로 얘길 했습니다.

 

눈치를 슬슬 보다가..애교작전으로 어떻게 대충 넘겨보려고 했죠.

 

 

"오빠~~연진이 때찌~해줘!!

 

그렇게 중요한 일을 깜빡하다니..때찌~때찌~~"

 

그런데..순순히 넘어가 주지 않더라구요.

 

 

"너 , 깜빡한 거 아니잖아..미루다 이렇게 된 거..아니야?"

 

 

그 때부터 오빠의 잔소리가 또 시작됐습니다.

 

영어 학원도 매일 지각하고, 학교 과제도 제 때 안 내고..

 

액속시간도 매 번 지 멋대로 늦추는 '나중에 병' 에 걸린 여자라나요?

 

뭐든 다 나중에..이따가..도대체 왜 그러냐며..장장 30분 간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태어나겠다고

 

부지런한 '이연진' 으로 태어나겠다고..굳은 맹세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화가 좀 누그러지더군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여권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바로 사진관에 들러 여권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시간만 기다리면 바로 인화가 된다고 하니까,

 

기다렸다가 바로 구청으로 가려구요.

 

 

오빠한테는 혼났지만..그래도 오빠랑 같이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은 더운 여름날 딸기 빙수처럼 달콤하고 좋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부지런해지라고,

 

부지런한 사람이 연애도 잘 하는 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