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앞에서 시장으로 뽑아 달라고 하던 남자.

집에나가200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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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전에서 사는 20대 처자입니다.

 

두 시간 전, 저는 시청에 있는 분향소를 방문했었습니다.

늦은 시각이어서 조문객들은 많지 않았었죠.

 

친구와 함께 국화꽃을 받으러 가는 도중에,

아저씨 한분이 길을 가로막으시며,

"일기장 달라고해, 아무나 안주거든~ 달라고 해야 주니까

의원님이 싸인도 해줘."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아저씨 등뒤로 한 여학생이 노트같은걸 받더군요.

 

아.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일기를 나누어 주는거라고 생각했죠.

 

대통령님의 사진앞에 절도 올리고,

짧은 시간의 묵념이지만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성분이

무슨 의원이라면서 악수를 청하시기에

악수를 하고 일기장을 받았습니다.

 

제 이름을 물으시고 직접 성함을 적어주셨는데,

마치 팬사인회 사인같았지만

그땐 분향소에서 고생하시는데 이름정도는 아는게 당연하겠지라고

생각했었기에 감사히 받고 나왔습니다.

 

제가 일기장을 받고 나오는 것을 보셨는지

아까 그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셨어요.

 

"그 일기장 아무한테나 주는거 아냐~

아까 낮에는 없어서 못줬다니깐?"

 

그냥 그런가요 하면서 지나가려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 일기장 주신분이 OOO의원이신데,

나중에 시장으로 나오면 찍어주시고~"

 

네? 순간 제귀를 의심했죠.

 

세상에 아무리 막장 정치에 막장 선거홍보라지만

분향소에서 차기 시장후보를 거론하다뇨.

 

그말을 듣자마자 일기장을 주시며

악수를 했었던 그 의원님의 모습과

일기장에 싸인했었던게

가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아저씨게 말했죠.

 

"아저씨,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셔서

국민들이 추모하러오는 분향소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아니~그런게 아니라 이왕이면..."

 

"그 의원님께도 그런 말은 도움이 안될텐데요."

 

"허허 그런게 아니래도.."

 

"그냥 제 생각에는요. 다른 분들께는

그런말씀 안하시는게 좋을것같네요."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슬픔과 왠지모를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제가 너무 과민반응한건가요.

 

하지만.. 대통령님의 명복을 빌고나서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의원님들,

분향소 지켜서 얼굴알리실 작정이시라면,

그만 자택에 가셔서 발닦고 주무세요.

누워서 잘 생각해보시죠. 그 분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치 않으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