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엣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2001)

이웅진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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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자끄 아노

출연: 조셉파인즈(다닐로프), 주드 로(바실리 자이체프), 레이첼 웨이즈(타냐)

장르: 정쟁, 드라마, 스릴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부터 관객에게 진실성을 먼저 가져다 준다. 실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실이 누구나 다 아는 거대한 사건이면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으므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표현해야 하는 의무가 더 있기 때문이다. '에너미 엣더 게이트'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러시아와 독일간 스탈린그라드라는 도시에서 벌어진 전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 전쟁 당시 독일 장교를 사살한 러시아(당시소련)의 실존한 저격병 '자이체프'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자이체프'라는 러시아의 저격병을 영웅화 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웅을 중심으로 한 영화는 당연히 그 내용이 영웅을 부각시키려고 과장되고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선 그런 걱정거리를 영화를 감상하기 전부터 덜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러시아 저격병을 다루고 있으므로 러시아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는게 당연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당시 상대 전쟁국이었던 독일이 투자를 했다는 점이 한 쪽으로 치우치려는 요소를 막아준다. 그리고 영화 제작은 프랑스에서 했다. 즉, 러시아 영웅을 그린 영화지만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 거기다가 더 큰 점은 상대국가이고 그 전쟁에서 패한 독일이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쟁 당시 러시아의 강압적으로 전쟁으로 내몰리고 비참하게 죽은 불쌍한 러시아 청년들과 앞뒤 맞지 않고 '안되면 되게 하라'식의 러시아 공산주의 사회를 냉철하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거기다가 전쟁 당시 독일 내부의 상황은 러시아보다 자세히 표현되지 않은 점은 역시 독일이 영화제작에 기여했고, 약간 조심스런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관객이 영화를 감상할 때, 가장 곤두세우는 곳이 어딜까? 바로 시각과 청각이다. 눈을 통해서 스크린의 화면을 보고, 귀를 통해서 그 스크린과 어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 영화는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관객이 알지 모르는 사이에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를 감상하면 알겠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영화속 화면은 어둡운 건물이 즐비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영화의 시작부분 주인공이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로 후송되는 곳과 전투 장면은 폭탄의 검은 연기와 어두운 강물, 어두운 하늘, 어두운 총, 탱크 등등 어두운 부분만 보인다. 어디 하나 밝은 빛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어두운 화면은 영화가 끝나는 아주 막바지 부분까지 지속된다. 이렇게 어두운 화면이 지속되가가 어느 순간에 밝은 태양빛이 보인다. 그런데 이 태양빛이 보이는 부분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태양빛이 보이는 때는 전쟁이 지속되는 순간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독일이 물러나고 난 후다.

 전쟁 중 전투씬이 보여지는 화면에는 당연히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탱크의 폭격이 이뤄지고 하면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그런 소리가 없을 때는 어색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전투장면이 아닌 상황에서도 폭탄 소리는 수시로 들린다. 건물 내부에 있어도 어디선가 폭탄은 계속 터지고 있다. 그 폭탄 소리로 인해 영화 속 인물이 편안한 대화를 하고 있더라도 절대 안정된 상황이 아니라고 관객들은 생각할 수 있다.

 어두운 화면과 전쟁의 대표적 상징인 폭탄소리로 영화는 영화속에서 전쟁의 어둡고 잠깐이라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을 관객에게 말하고 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시각과 청각효과에 의해 무의식 중에 무거운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감독은 이런점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웅은 힘들고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희망이다. 희망은 많은 사람들이 기댈 수 있도록 무너지거나 하면 안된다. 이 영화에서 물론 '자이체프'가 뛰어난 저격술로 많은 독일 장교들을 사살하면서 이길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 러시아인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준 점은 대단하다. 그러나 '자이체프'가 과연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이체프'는 처음에는 자신이 영웅인 양 좋아하고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자신감을 잃어간다. '자이체프'를 상대하기 위해 온 독일의 장교 '코니히'에게 자신이 밀린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자이체프'는 '코니히'의 강함에 두려워한다. 하지만 결국엔 '자이체프'가 이긴다. 그러나 '자이체프'가 이겼어도 이겼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같다. '코니히'는 혼자서 상대했지만 '자이체프'는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는다. 주위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자이체프'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영웅은 그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뜻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 힘을 합친 모두가 영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력한 나치즘의 독일을 상대로 많은 국가들이 1대1상황이었으면 졌겠지만 연합을 해서 결국 독일을 패전국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어느정도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강한자는 강한자를 알아 본다고 했다. 영화 속 내내 두 남자의 대결과 그로 인한 긴장감은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가 없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