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비아그라

김형석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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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비아그라


김형석/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얼마 전에 GS칼텍스재단에서 거제문화예술회관을 방문했다. 우리나라 120여 문예회관 중에 영남권 최초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기에 전국 지자체의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탐방은 수시로 있지만, 기업 문화재단의 답사는 처음이었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시에 있는 기업으로서 여수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 문화 향유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이고자 1,000억 원을 들여 문화회관과 문화예술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그래서 재단 직원들과 추진위원들이 국내외 벤치마킹을 다니는데 올해 10월에 착공예정이며 땅은 여수시가 제공한단다. 특히 설계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가 맡는다고 하니 여수시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GS칼텍스의 복합문화체험공간을 ‘2012 여수세계박람회’ 때 꼭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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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예술단체 결연식. 사진 제공/경남메세나협의회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서 주최한 ‘2009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에서 목포문화예술회관과 지역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의 후원협약체결 성공사례 세미나를 듣고 지역문화공간과 지역 기업의 상생을 위한 문화마케팅을 부러워하며 회관 운영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시점이라 관심이 많이 갔다.

목포문예회관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주먹구구식 생색내기용 일회성 예술 후원이 아니었다. 장기적 공연투자협약서를 체결, 상호협의 하에 매년 우수공연물 2개 작품에 대한 공동투자를 추진하고, 기획공연의 좌석 30%를 구매한다고 했다. 올해 협력하여 추진하는 사업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 원으로 목포문예회관의 연간 기획사업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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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경남메세나협의회

기업은 이윤 창출이 원초적 본능이자 목표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문화예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역사회에 대한 문화적 혜택 제공, 문화 소외지역 및 계층에 대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 마련, 예술교육 등의 문화공헌 활동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기적으로도 문화예술 등에 대한 지원 및 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 공익사업 등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지원활동을 총칭하는 ‘메세나’가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작년 경제위기의 여파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지원금이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자료를 보면 2008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2007년 1,876억 3천만 원과 비교하면 11.5% 감소한 1,659억 8천5백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서울이란 문화특별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남메세나협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10% 이상 증가해 7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제혜택도 주는데, 기업 접대비 지출에서 1할 정도만이라도 향응접대를 문화접대로 바꾼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에 버금가는 문화선진국에 더 빠르게 진입하지 않을까? 문화 참여 및 예술교육 등으로 개인의 인지 및 감성 발달과 더불어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지속가능발전의 토대인 점을 주목하고, ‘사회공헌이 최고의 미덕’이라며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화마인드 있는 실천적 기업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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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블루거제페스티벌. 사진 제공/거제시문화예술재단

“21세기 강대국의 기본인 문화예술은 ‘속옷’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문화예술이 없는 나라는 속옷을 입지 않고 외투만 입은 변태인 노출증환자 ‘바바리맨’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이대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인터뷰 기사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 경쟁력의 기초체력인 문화의 힘을 키우고 창조형 인간을 양성하는 예술을 통한 전인교육도 핵심이다.


양극화, 이념 대립, 소통 부재, 향락과 폐륜이 만연한 이 시대는 공동체와 인간성 회복 및 예술에 대한 불감증 치료를 위해 영혼의 비아그라, 메세나 운동이 필요하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목적이 사회공헌 차원이든, 마케팅전략이나 경영전략 차원이든 ‘창의적 영혼을 위한 비아그라’를 처방받는 환대(歡待)를 시민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