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추억.. 그리고 굴욕..ㅠㅠ

uoyevol2009.09.06
조회1,096

이제 20대를 막 끝낸 처자입니다.

그냥 어린시절 생각이 나서 남친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해주다가..

여기다 써볼까..? 하고 써봐요...^^

 

1. 초등학교(사실 저희땐 국민학교였어요.. 고등학교때, 초등학교라는 말이 생겼죠..) 1학년때 일입니다.

저에게는 두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매우 의좋은 남매이긴 하지만..

싸울때는 정말 피터지게 싸웠습니다..

그때는 제가 덩치도 더 크고 힘도 더 쎄고 목소리도 더 크고..

그리고 더 영리했기에..^^V

그넘을 마음껏 패고 그넘은 울며불며 잘못했다고 비는게 전부였죠..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우리남매는 사소한일로 투덕거리기 시작했고....

그날따라 나의 살기어린 포스에도 불구하고

이넘이 굴복하지 않고 덤벼오기에..

저는 늘 그랬듯이

능숙하게 머리채를 휘어잡고자 그넘에게 다가갔습니다!!

어쩐지 쫄지 않던 그넘.. 알고보니..쌍절곤을 준비한겁니다..(문방구에서 파는 플라스틱..) 그넘은 정말 사생결단을 한듯

쌍절곤을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쳐야했죠..

 

생의 첫패배의 순간임을 실감하며..

난감해하고 있을때..

갑자기 동생의 쌍절곤이 저의 스웨터에 틱하고 걸려버리면서

동생은 그만 자신의 무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둘다 잠시 어안이 벙벙했죠..

덜렁덜렁 제 가슴팍에 걸려있던 쌍절곤.. ㅠㅠ 그리고 저의 미소.. ^ㅡㅡㅡㅡㅡ^

처절한 피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동생은 지금도.. 과외를 할때면

학생에게..

사촌동생들이 모여있으면..

동생들에게..

그날의 서러웠던 기억을 말하곤 합니다..

 

지금 동생은 왠만한 트레이너 안부러운 근육덩어리입니다..

일명 근육동생이죠..

그날의 서러웠던 기억이..

20여년이 지난 지금 동생을

근육동생으로 키웠나봅니다..

 

근육동생 인증샷! ㅎㅎ

검은 모자가 제 동생이어요..ㅎ 

 

2. 초등학교 4학년때의 일입니다..

그무렵 저희집엔 장난전화가 자주 와서

식구들이 당황하거나 혹은 약올라하던 때였습니다..

기억들 하시나요?

전화하자마자 "전자있어요?" 라고 묻고..

"아니 없는데요.." 하면 "야 너희집엔 주전자도 없냐? " 하면서 끊던 유치한 장난..

 

그날은 그런 전화가 온날이었습니다.

전 전화를 받았고..

"전자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은 순간,

뭔가 삘을 강하게 받았죠..

"네 있어요.." 라고 대답하니, 상대는 상당히 당황한듯 보였습니다..

잠시후..상대는 좀더 강하게 나오기로 결심했는지..

"그럼 바꿔주시겠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전.. "잠시만요.." 하면서 동생을 쳐다봤죠..

그리고는 입모양으로 주전자..주전자... 라고 말했습니다..

동생은..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외쳤습니다..

"돈데끼리끼리 돈데끼리끼리 돈데끼리끼리 돈데크만~~~~~"

상대는 잠시 뻥져있더니 미친듯이 웃더라구요..

 

돈데크만 기억하시나요? ㅎ

주전자 로봇..

 

제 동생의 재치는 그로 끝나지 않아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사람을 놀래킵니다..

예를 들어.. 도를 아십니까..? 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해줬다고 해요..

"내가~ 미륵이니라.. "

표정도 진지하게 계속해서 "내가! 미륵이니라.."

라고..

 

 

3. 초등학교 5학년때의 일입니다.

그무렵 저는 동생에게 엽기행각을 자주 벌이곤 했는데

주로 이런거였죠..

선풍기를 동생쪽으로 틀어놓고 그 뒤에서 ㅂㄱ 뀌기..(바람이 직방으로 갑니다..)

동생이 목욕하고 있을때 다른 화장실 변기 물내리기..(그때는 그렇게 다른 화장실에서 찬물을 대량 틀면, 다른쪽 화장실 물이 갑자기 뜨거워졌었죠..)

 

엘레베이터에서 못된 장난도 많이 쳤습니다.

왜 엘레베이터 타고 나서 다음사람이 뛰어들어오는 경우 있잖아요..바로 그때,

막 닫힘누르고 올라가 버리고는 전체층을 다 눌러놓는..그런 장난 말이에요..

(이건 주로 동생과 같이..)

혹은 동생과 같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뛰어가서 엘레베이터 타고

닫힘누르고 먼저 올라가기 등등..

 

그날도.. 동생과 함께 문방구에 갔다가 들어오는길에..

마침 엘레베이터가 1층에서 열리길래

동생을 두고 혼자 쌩 올라가서 동생을 기다렸더랬죠..

그리고, 문득, 재미있는 생각에.. 동생이 올라와서 문이 열릴때를 대비,

ㅂㄱ를 모아두고 있었습니다..ㅡ,.ㅡ

엘레베이터가 한층아래에 섰다가 닫히고 올라오더니 우리층에 서더라구요..

저는 정말 허리를 굽혀 엉덩이를 쑥내밀고

발사준비를 마친 상태로 동생을 기다렸습니다..

 

근데.. 문이 열림과 동시에

계단으로 올라오는 동생의 경악스러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놀라 허리를 펴며 돌아섰고..

엘레베이터 안에는 전혀모르는 왠 남학생이 교복을 입고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더라구요.. 

 

동생은..제가 기다릴껄 알고..(물론 그런 엽기적 자세일줄은 모르고..)

한층전에 내려 절 놀래키려고 계단으로 올라왔고..

전 그것도 모른채..

모르는 사람에게 저의 얼굴보다 둔부를 먼저 소개시킨 꼴이 되었죠..

그뒤로 한동안..

동생은 저와 함께 다니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 저희 남매의 엘레베이터 장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픈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날은.. 어머니가 외출하시고

동생과 함께 몰려 문방구에 가서

조립식 로보트를 하나 사서 돌아오는 길이었죠..

엘레베이터에 탔는데 마침 왠 아줌마가

"같이가~" 하면서 뛰어오시는 겁니다..

역시 장난끼가 발동한 우리는

재빠르게 닫힘을 누르고..

엘레베이터 모든 층을 누른뒤

집에 들어와 둘이 신나게 키득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너무나 무서운 표정의 어머니가 들어오시는 겁니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빨간 구두주걱으로 (그당시 우리집 전용 회초리..)

우리남매의 둔부를 무차별 가격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아줌마가 어머니이셨던 거죠..ㅠㅠ

나름 저희를 엄격하게 열심히 교육시켰다고 생각하셨던 어머니는

말로만 들었던 그런 장난을

저희 남매가 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신듯

결국 그날은 반성의 의미로 밥먹을때 빼고는 입도 열 수 없는 벌이 내려졌고..

몇시간을 웃고 떠들거나 TV를 볼 수 없는 형벌속에서 몸부림친 우리남매는..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칠 수 없게 되었죠..ㅠㅠ

 

 

4. 이것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날은 동생이랑 같이 하교를 하다가 뭔가 재미있는 길을 찾고 싶어서

골목 골목을 막 돌아서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왠 사진관 앞에서 꼬마여자아이가 엉엉 울고있더라구요..

딴에는 큰 언니랍시고

그 꼬마아가씨한테 물었습니다..

 

"아가야.. 왜 우니? 엄마 잃어버렸어?"

"우에에에엥"

"엄마 어디있어? 엄마 없어?"

"끄떡 우에엥 끄떡 우엥"

눈물 콧물 찌든 아이가 엄마가 없다고 울어대니

저와 동생은 적잖이 당황을 했고..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파출소에 데려다 주어야겠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그리고..꼬마아이 한쪽 손을 잡으니..

금방 울음을 그치더라구요..

그때 팔던 50원짜리 시원이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물려주고..

동생과 함께 그때느낌에는 매우 먼 길을 걸어..

파출소에 그 아이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뿌듯했죠.. 매우..

그리고 저희는 집에 막 가려다가..

문득 그아이 엄마가 그 근처에서 아이를 찾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진관을 향해 걸어갔고..

꽤 많이 걸었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은 정말 발걸음도 가볍게 하더군요..

주변에는 아이를 찾는듯한 아줌마는 없어보였습니다..

 

그냥 갈까..하다가

다시한번 사진관에 이야기를 해놓으면 좋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합니다..

사진관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주인아줌마는 어딘가 다급하게 전화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아줌마.. 요 앞에 울던 아이요.." 했더니..

아줌마 갑자기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엄청 큰 목소리로

"아이? 누구? 여자애?" 하시면서 우리 앞으로 달음질쳐 오셨습니다..

"네.. 요만한 애요.. 울길래 저희가 파출소 데려다 줬는데요.."

"아니 걔를 왜 거기다 갔다놔???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마구 화를 내시는 아주머니..

저희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파출소로 달음질쳐 가셨습니다..

그런거죠..

저희는.. 집앞에서 엄마한테 혼나서 울던애를

파출소에 얌전히 모셔다 놔준겁니다..

애가 없어지니까 엄마는 놀래서 계속 찾고 계셨던 거구요...ㅠㅠ

 

아줌마.. 놀래셨다니 죄송해요..

그래도..저희는 선행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학교는 매주 선행어린이도 뽑았었다구요..ㅠㅠ

 

5. 역시 또 5학년때의 일입니다..

동감하실분 있을지 모르겠네요..

왜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미끄럼틀 같은거.. 예전엔 맡아놓고 놀았잖아요..

그냥 뭔가 다른애들 오면 텃새같은거 생기고..

미끄럼틀은 요새가 되고..

 

그때도 동생과 미끄럼틀 하나를 전세내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때 왠 여자아이 두명이 다가왔죠..(좀더 큰애, 작은애..자매같았어요..)

저희는 슬슬 뭔가 적대감을 가지기 시작했구요..

경계하기 시작했죠..

서로 상대방의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뭔가..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문득, 뭔가 약간의 적대감과 공격성이 상대에게서 보였다고 느낀 순간,

(그쪽에서 뭔가 아이씨.. 이런종류의 말을 중얼거렸더랬죠..)

저는 그시절 최대의 무기

"너 몇학년이야?" 를 외쳤습니다..

한음절 한음절 힘을 실어..외치는게 중요했죠..

나름 5학년은 지는일보다 이기는일이 많은 학년이었구요..

역시 상대는 쫄았습니다..

좀더 큰 여자아이가 "언니한테..그런거 아니에요.." 하는데

작은 여자아이가 "우리 언니 5학년인데.." 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조금 무안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기고자 했어요..ㅠㅠ

"그럼 됐어.." 라고 말하면서 얼버무리던 찰나

아직 어리고 눈치없는 동생넘이

"우리 누나도 5학년인데.." 라고 말해버립니다..ㅠㅠ

 

저는 그 무안함을 어쩌지 못하고

조용히 그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참 많은 추억과 재미있는일들이 있는것 같아요..

특히 동생과의 기억이라면

정말 손꼽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정말 성인이 되어버린 지금까지도

동생과 저는

간만에 만나면..(둘다 아직 학교를 다녀서 제가 집에서 나와삽니다..)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더 나이가 들어서 각자의 가정이 생기더라도..

이런 사이가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생은 최근에 졸업반이면서, 인턴쉽에 이어 비정규직 채용이 되면서

건축현장에서 감독일을 하고 있어요..

늘 더운데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내동생..

항상 누나가 사랑하고 또 응원하고 있단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