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죄인 되는 파고*학원

kms2009.09.06
조회422

토익 점수 없이는 졸업도 취업도 힘든 대한민국.
스물 여섯 적지 않은 나이에 토익을 시작했습니다
학원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해 종로로 나갔지요

친구한테 전화해 '토익 어서 들어야돼?' 라고 묻자
'YB*이나 파고* 뭐 이익*도 괜찮지'라고 해서
앞에 두개 학원에 들러 가격과 스케쥴을 물어봤습니다
대학생이라 주말반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가격이 2만원정도
(YB*가 약간 비쌈) 차이가 나더라구요
그것도 그랬고 마침 제가 산 책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다는
파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습니다.


왠지 분위기가 밝고 사람들도 와글거려
'와, 요새 공부 정말 열심히들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급토익700점 반에 들어갔어요
초급이요

첫시간은 L/C였습니다.
열심히 하고자 맨 앞자리에 앉았어요.
너무 친절하고 웃긴 강사님의 수업 덕분에 낯가림이 심한 저도
피식피식 웃으며 집중하면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토익을 처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일거야'라는 생각이
있으셨나봐요, 중간중간 따라해보라며 너무 잘한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쉬는시간에 담배를 하나 피고 올라왔는데
여자 강사(이 여자분이 오늘의 주인공 박주홍)가 기다리고 있는거에요
죄송해서 얼른 앉았어요
토요일 반이라 6명이 수업을 들었는데
2명이 아직 오지 않았었어요
근데 바로 설명을 시작하더라구요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늦게 두명이 들어오자
"죽을래?"
라고 하더라구요
장난인줄 알았습니다.

 

에어컨을 누가 쉬는시간에 잠깐 꺼놨나봐요
전시간에 사실 약간 추웠거든요
근데 "에어컨좀 틀게~" 이러면서 바로 리모컨을 가지러 가더라구요
어떤 여학생이 "선생님 너무 추워요" 라고 하자
"나 더워 죽겠는데? 나 죽어도 돼?"
여기서부터 고개가 갸웃거리더라구요

 

수업이 진행될수록 그 각도가 커지기 시작한게요
너무 빨리 나가는거에요
to부정사와 -ing에 대해 배웠는데
그렇게 열심히 할 맘 갖고 학원 갔는데
지각동사랑 사역동사 두개 기억나네요
그렇게 40분동안 한 20~30여 페이지 진도를 마치더니
"이제 문제 푸세요"
하면서 hand out을 주더라구요
안풀었죠

"왜 안풀어?"
라고 하길래
"모르겠는데요?"
라고 했죠
"그래도 풀어~"
이러길래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서 이해를 못했어요"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하는말이
"그럼 이반 수업 못듣는데 토마토반 들어야돼"
"...................."
얼탱이가 없는거에요

자 이제부터입니다.
박주홍 강사의 원투 스트레이트


스물여섯이면 할 때 된 나이입니다. 토익이며 학점이며
신경쓰지 않는 대학생은 불효자 혹은 철부지 소리를 듣곤하죠
이제 자기 앞가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나이에
시작한 토익

화난다고 열받는다고 깨고 부시고 성질내던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분명 다른 시기에 시작한 토익

그치만 학생이 우선인지 선생이 우선인지 모르는 수업은
그런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른다고 대놓고 나가라고 하는 강사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을 수도 있겠죠
어조가 마음에 안들었을 수도 있겠죠
그치만 나가라니요

꿀꺽 침을 삼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말 한 학생이 제가 처음이에요?"라고 하자
"뭐가?"라고 하더군요
"진도가 빠르다 혹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라는 말을 처음 들으세요?"
또박또박 성질 안내고 차분히 말했습니다.
"아니 몰라도 그냥 풀어 다 이해하고 어떻게 풀어"
라고 하더니
"그게 아니면 나가야지"
라고 하더라구요

코로 한번 웃고
딱 2초 망설이고 나갔습니다
'잠깐 나와보세요.' 라고 할까 말까 한 망설임이었어요.

가서 환불(30% 떼고 줬지만 불만 갖지 않았습니다) 받고
나와서 강사 휴대폰으로 문자를 하나 보냈습니다.


'아까 나간 학생입니다.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 있으니 통화가능하실때 문자주세요'
수업 끝날때쯤 해서 문자가 와서 전화를 했죠
"박주홍입니다."
"우선 아까 무례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네"
"그치만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근데 전 오늘 죄인 된 기분이었습니다."
"뭐가 맘에 안드는건데?"
"학생 위주가 수업이지 선생님 위주가 수업이 아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런건 조율하면 되지"

자꾸 반말을 하는거에요 가뜩이나 가서 한대 칠까 말까 하는데
"근데요 반말은 안하셨으면 좋겠네요."
"어"
"..................."
"저기요 저 오늘 기분 많이 상했으니까요 반말 안하시면 안돼요?"
"나도 기분 많이 상했거든?"
"야 너 돌았냐?"
(사실 여기서 그냥 잠깐 나오라고 했어야 됐는데..)
라고 하자
"야 나도 기분 많이 상했다고 앞으로 파고* 근처에 얼씬 하지마라.
공부 열심히 해라 끊는다."
'뚝 뚝 뚝'

여기까집니다

GOOD LUCK 이라고 보냈어요 문자로
상당히 긴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학원에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박주홍 강사. 선생 자격이 없는 거 같아 이렇게 한번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