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M 소극장, 그 다섯번째 이야기

주동희200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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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도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둘에게 오늘은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날이 되었다.



보름 전, 그는 인터넷으로 연극 공연을 예매했다.

언젠가 그녀가 스치는 말로 보고 싶다고 했던 공연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가 무심코 한 얘기마저 자신은 귀담아 듣고 있다는 걸.



예매를 마친 후 다시 한 번 좌석을 확인하던 그는

공연 기획사에서 펼치는 이벤트 문구를 발견하였다.

"멋진 프러포즈의 주인공, 바로 당신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올려주는 커플에게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서

프러포즈를 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젠가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갔다가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를 더듬어 기억하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둘의 러브스토리를 게시판에 올렸다.

그 때 무대 위에서 남자의 편지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던 여자의 모습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연 중에

자신이 뽑힐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대를 저버리고 그가 당첨이 됐다.

기획사에서 축하 전화를 받은 후, 그는 사실 조금 망설였다.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벤트 당첨에 응하기로 했다.



오늘 그는 그녀에게 대학로 M극장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녀는 공연 시간이 다 돼서 극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공연 시간 한 시간 전에 극장에 도착해

자신이 준비한 꽃다발과 반지를 공연 스태프에게 맡겼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리허설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벤트 시간이 되자, 그의 심장이 뛰었다.

떨리는 가슴으로 그는 무대 위에 서서 편지를 낭독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였다.

그의 예상대로 그녀는 눈물을 글썽였고,

프러포즈를 받아주었다.



둘에게 오늘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연애는 유치할수록 아름다운 거라고,

연애는 유치할수록 추억을 많이 남기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