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를 닮은 그녀와 최악의 소개팅

촌놈2009.09.14
조회2,108

며칠전 친한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 (전화받자 마자)22살 아가씨 어떠냐?

저 : 저야 감사하죠.. (참고로 전 29)

형 : 리틀 손담비야. 이뻐 전화 바꿔줘볼께 인사해봐.

      (저 건너편에서 한번 받아서 안녕하세요 한번 해주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녀 : 안녕하세요.

저 : 네~ 안녕하세요 ^^

형 : 내가 연락처 보내줄테니까 둘이 알아서 잘 만나봐.

저 : 네 고마워요.

 

대충 이런식의 전화였다.

 

그 형의 소개팅 지론은... 남자는 무조건 이쁜여자면 좋아한다 이기에

나느 부푼기대감을 안고 그녀와 연락을 하여 토요일 6시에 강남역에서 보기로 약속했다.

 

약속의 날이 왔고, 6시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4시 30분차를 타기위해 집을 나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버스가 안오는 것이다. 30분이 넘도록 버스가 안오자 발을 동동 구르며 정말 초조해졌다. 처음 만나는 날부터 늦어버리는 남자.... 정말 내가 생각해도 최악이다..

결국 5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기사분께 물어보니 주말은 1시간마다 버스가 있다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버스에 올라타고 제발 도로 사정이 원활하기를 기도했지만.. 역시나 하늘은 나의 편을 들어주질 않았다.. 결국 도로위에서 6시가 넘어버리고, 난 그녀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6시 20분쯤이 되서야 겨우 강남에 들어섰는데. 이게 웬일.....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온다. 버스에서 내려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뛰어갔는데 그녀는 30분을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게다가 우산도 없는 그녀를 보니 더욱 미안해졌다.

 

그녀의 첫인상은 과연 형이 말한것과 같았다. 약간 작은 손담비랄까?

그런데 나를 보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겨우 이런넘을 만나기위해 여기서 30분이나 기다렸단 말야?'

라고 눈으로 말하는것 같았다..

 

너무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고 식사를 하기위해 이동을 했다.

무엇을 먹으러 갈까 뭐를 좋아하냐 물어봤고, 역시나 아무거나 다 잘먹는다는 그녀의 대답에 근처의 사뽀로 라이언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음식을 시키며 맥주 한 잔을 시키자고 했는데..... 그녀는 맥주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 그럼 나는 왜 맥주 전문점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거지?

 

30분 늦은것/그녀의 맘에 들지 않는 첫인상/잘못된 저녁메뉴 선택

처음부터 나는 너무 위축되어 있었다.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못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항상 누구한테든 당당했던 나였는데,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나였는데 왜 그랬을까? 초반부터 너무 잘못된게 많았다.

 

나 : 형 말대로 참 예쁘시네요.

그녀: 하하 감사합니다.

나 : 저는 어때요? 형이 말한대로 인가요?

그녀 : 아~ 들은게 없어서요.그냥 들은건 키가 크다는것뿐.

나 : 예~~

사실 형에게 듣기론 많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키크고/멋있고/능력있고 등의 얘기는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키 크다는 말밖에 못들었다는것은... 나머지는 동의 할 수 없다는 말 아닌가? ㅠㅠ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지만, 그리 길게 가지는 못했고, 결국 1시간 30분만인 8시에 가게에서 나오고 그녀와 나는 각자의 방향으로 길을 돌렸다.

 

그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면서 자책과 패배감에 우울해졌다.

왜 버스시간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을까?

왜 옷은 이렇게 촌스럽게 입었을까? (무조건 깔끔하게만 입는다는 생각에 밸런스를..)

왜 머리를 손보지 않았을까?(이발한지 얼마 안됐다. ㅠㅠ)

왜 당당하지 못했을까...

2주전에 정장을 맞췄는데 금요일에 찾으러 갔었지만 팔길이가 맞지않아 재수선을 해서 입지 못한 상황마저도 (사실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회사형이 나에게 해준말이 생각났다.

"넌 너를 좋아하는 여자들한테는 밀고당기기 잘하면서 잘 리드할지 몰라도, 니가 좋아하는 여자 만나면 아무것도 못할거다."

이 말이 이제야 왜이렇게 맘에 와닿는건지.........

 

아무튼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번 소개팅은..

30대 농촌총각의 도시 아가씨와의 어색한 만남...

이랄까?

슬프다... 다시 만나면 잘 할 수 있을것 같은데..

형에게 연락해보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