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would things have been different,if I had told you my feelings then?" 여자와 남자가 만난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자신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채,그 감정이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헤어졌던 둘의 만남은,희한하리마치 자연스럽다.마치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둘은 말한다. "Hi."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부터 "행복"에 이르기까지,허진호는 늘 잔인했다. 그 잔인함은 사람이 죽거나,연인이 배신을 하거나,배우자가 외도를 하는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사랑의 행복에 대해서는 그토록 섬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사랑의 이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설명도 덧붙히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그의 사람들은 늘 쉽게 사랑을 시작하지만,끝은 모호하고, 우유부단하고, 비겁하며, 이기적이다.한마디로, 제대로 된 closure를 제공하지 않는다.(나는 오랜시간,이것이 감독 자신의 캐릭터일 것이라 확신해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는다정해 보이기만 했던 사진관 아저씨가자신을 거절한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고,"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는이혼녀에게 있어 감정과 현실의 여건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따라서 자신은 애당초 '열외'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외출"의 손예진과 배용준의 만남은,그 자체가 배우자의 배신의 결과물이며,"행복"의 임수정은 황정민의 떠남을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황정민이 어떤 진정성 있는 '감정'을 발견하는 것은그녀가 외롭게 떠난 후다. 모든 것이(상대를 배려하는)설명의 부재 탓이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연애에 있어 마땅히 설명해야 할 것들을 허진호의 사람들은 과감히 생략하고,"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넌 왜 그렇게 밥을 천천히 먹냐" 정도의함축적인 몇 마디로 사랑의 결말을 알린다. 그의 영화는 아름답지만,늘 어딘가 외롭고 처연했으며,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조차를 부인하고 싶게 했다. '호우시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영화 자체의 완성도 때문은 아니다. 영어를 통한 두 배우의 소통은 몹시 어색하고,정우성의 연기는 여전히 어딘가 사람을 몹시 불안하게 만들며,시공의 제약 탓인지, 허진호답지 않게 울퉁불퉁한 모서리도 많이 눈에 띈다.그렇지만 어딘가,변화의 노력이 감지된다.좀더 관객친화적이고자하는, 그리고 희망적이고자하는. '호우시절'의 둘에게는 서로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없다.그들을 갈라놓았던 것은 너무 일찍 찾아온 사랑이라는 타이밍과 국경 뿐.그들의 사랑은 아직도 '순수'하며, 그들은 '쉽게 사랑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채로 서로를 만난다. 그럼에도 둘은 쉽게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다.아픔을 간직한 그녀에게 그가 내미는 손길에는확신과 함께 신사적인 배려가 배어나온다.세월과 바다를 건너 온 그는 믿음직스럽지만,자신의 우직함을 무기로 쉽게 그녀를 취하려하지 않는다.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밀어내지만,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비겁성보다는그를 향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둘에게는 이전 허진호의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인간에 대한 배려'가 보인다.기다릴 줄 알고,설명할 줄 알고,무엇보다,'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듯이 보인다. 영화는 여전히 예쁘지만,바람부는 숲 속 풍경은 "봄날은 간다"를,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이 영화가 허진호의 '탑'일 수는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를 느끼게하는,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여전히 한국영화 최고-를 외치게하는,썩 마음에 드는 영화 한 편.
호우시절
"May, would things have been different,
if I had told you my feelings then?"
여자와 남자가 만난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자신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채,
그 감정이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헤어졌던 둘의 만남은,
희한하리마치 자연스럽다.
마치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둘은 말한다. "Hi."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부터 "행복"에 이르기까지,
허진호는 늘 잔인했다.
그 잔인함은 사람이 죽거나,
연인이 배신을 하거나,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사랑의 행복에 대해서는 그토록 섬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사랑의 이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설명도 덧붙히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그의 사람들은 늘 쉽게 사랑을 시작하지만,
끝은 모호하고, 우유부단하고, 비겁하며, 이기적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closure를 제공하지 않는다.
(나는 오랜시간,
이것이 감독 자신의 캐릭터일 것이라 확신해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는
다정해 보이기만 했던 사진관 아저씨가
자신을 거절한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는
이혼녀에게 있어 감정과 현실의 여건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따라서 자신은 애당초 '열외'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출"의 손예진과 배용준의 만남은,
그 자체가 배우자의 배신의 결과물이며,
"행복"의 임수정은
황정민의 떠남을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황정민이 어떤 진정성 있는 '감정'을 발견하는 것은
그녀가 외롭게 떠난 후다.
모든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설명의 부재 탓이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연애에 있어
마땅히 설명해야 할 것들을
허진호의 사람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넌 왜 그렇게 밥을 천천히 먹냐" 정도의
함축적인 몇 마디로 사랑의 결말을 알린다.
그의 영화는 아름답지만,
늘 어딘가 외롭고 처연했으며,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조차를 부인하고 싶게 했다.
'호우시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 때문은 아니다.
영어를 통한 두 배우의 소통은 몹시 어색하고,
정우성의 연기는 여전히 어딘가 사람을 몹시 불안하게 만들며,
시공의 제약 탓인지,
허진호답지 않게 울퉁불퉁한 모서리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어딘가,
변화의 노력이 감지된다.
좀더 관객친화적이고자하는,
그리고 희망적이고자하는.
'호우시절'의 둘에게는 서로로 인해 상처받은 기억이 없다.
그들을 갈라놓았던 것은
너무 일찍 찾아온 사랑이라는 타이밍과 국경 뿐.
그들의 사랑은 아직도 '순수'하며,
그들은 '쉽게 사랑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채로 서로를 만난다.
그럼에도 둘은 쉽게 사랑을 시작하지 않는다.
아픔을 간직한 그녀에게 그가 내미는 손길에는
확신과 함께 신사적인 배려가 배어나온다.
세월과 바다를 건너 온 그는 믿음직스럽지만,
자신의 우직함을 무기로 쉽게 그녀를 취하려하지 않는다.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밀어내지만,
그녀의 행동은 자신의 비겁성보다는
그를 향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둘에게는 이전 허진호의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인간에 대한 배려'가 보인다.
기다릴 줄 알고,
설명할 줄 알고,
무엇보다,
'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듯이 보인다.
영화는 여전히 예쁘지만,
바람부는 숲 속 풍경은 "봄날은 간다"를,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가 허진호의 '탑'일 수는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를 느끼게하는,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
여전히 한국영화 최고-를 외치게하는,
썩 마음에 드는 영화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