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즘적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고도화된 현대의 고질적인 정신질환으로서, 개인주의 이기주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일반화되고 당연시 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입니다. 본인 또한 이 장애에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유학생활 중 고난을 겪는 와중에 이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상사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윗권위자를 부추겨 저를 힘들게 한 아랫사람,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성의 이목을 끄는 사람 등등... 그 와중에 그것에 대한 제 대응반응을 보면서, 저 또한 이런 성격장애에 대해 자유롭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서로 비난하기 보다는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올립니다.
이따금 세상이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로 가득 찬 것처럼 보여.” “그 정신병자 때문에 못살겠어.” 적어도 스물다섯을 넘긴 직장 여성이라면, 이런 푸념이 더 이상 TV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극적인 대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생일 케이크의 양초 수가 늘어날수록 인간관계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주변에 ‘사이코’를 지칭하는 이니셜(그녀 혹은 그의 존재는 종종 이니셜로 대치되곤 한다. 안전한 뒷담화를 위해!)의 수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한번이라도 그들을 두고 치료가 필요한 ‘진짜 정신병자’라고 여긴 적이 있던가? 대부분은 그들이 그저 특이한 성격을 지닌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김선희 실장(임상심리학자)은 이 ‘이니셜 사이코들’에게서 어떤 일관된 ‘특징’들이 2년 이상 관찰된다면, ‘성격 장애자’로 단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타인과의 마찰이 가장 큰 신호죠. 그 마찰을 통해 교훈을 얻고 성숙해지지 못하는 이들이 바로 성격 장애자입니다. 일생을 나밖에 모르는 유아적 존재로 살아가기 때문에 성격 장애는 정신 질환, 즉 정신병으로 취급되죠.” 성격 장애자들의 가장 큰 불행은 ‘성숙’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다는 점이다. 어른의 탈을 쓴 어린이 같은 이들의 욕구는 남의 욕구보다 ‘대단히’ 중요하다. 남의 희생을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철부지처럼 바라고 또 바라다가 기대가 좌절되면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거나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성격 장애의 밑바탕에는 ‘심각한 나르시시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물론 나르시시즘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꼭 필요한 요소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다른 이들과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자질이니까.
그러나 성격 장애자들은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데다 성격적인 응집력도 탄탄해서 누구의 충고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심각한 자기애는 남들보다 훨씬 민감한 수치심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이들은 수치심을 건드리는 상황을 참지 못하며,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완벽한 인물을 연기하려 한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공주병, 왕자병도 성격 장애의 마일드한 양상들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특별한 인물들의 심리가 아니다. 이 못 말리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인격적 결함 덕분에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불행이 더욱 문제니까!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임상 심리치료사인 샌디 호치키스는 자신의 저서 <사랑과 착취의 심리>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성격 장애자들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별로 친절하지도 정중하지도 관대하지도 않은 어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장에서 이 성격 장애자들과 상대하면 원한이나 불안에 빠져들고 지치게 되며 업무 스트레스까지 가중된다. 더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는 아주 긴밀한 관계인 가족과 연인이 성격 장애를 지니고 있을 때이다. 한번 잘 생각해보시길. 누군가로 인해 지금, 이곳이 힘들다면, 인생이 고달프게 느껴진다면 적신호라고 봐도 좋다. 자, 우리 주변 ‘특별한 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킨 여러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성격 장애자들의 특성,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상처입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보자.
성격 장애자임이 분명해 보이는 인물들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급수가 높은 성격 장애자일수록 잘살아요. 기능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 많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점점 더 높은 지위로 올라서죠.” 김선희 실장은 이렇게 못박는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권력에 붙어서 끊임없이 아첨하지만 수평관계는 엉망이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이런 인물들을 맞닥뜨리면 3개월을 버티기가 힘들 정도다. 대체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할까?
부하 직원을 항상 무시하는 상사. 상사 K에게 매일 불려가 혼이 납니다. 그녀는 제가 해오는 일들에 전혀 만족하질 못합니다. 어쩌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도, 끝까지 들어보면 자신이 디렉팅을 잘한 탓이라는 결론을 맺습니다. 그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머리가 나쁘며 멍청하다고 흉을 봅니다. 그녀의 입버릇은 ‘이 정도 월급 받으면 이 정도 일하는 게 당연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너희에게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해봐’ 입니다. 2년간 참다 참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사표를 냈더니, 정말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더군요. 늘 일을 못한다고 면박을 주길래 제가 나간다고 하면 너무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J씨, 28세, 금융 컨설턴트)
성격 장애 진단 자기애적 리더는 자신이 가장 완벽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해오는 일에 대한 기대 수준이 턱없이 높다. 문제는 기대 수준 역시 그들의 기분에 따라 기준이 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대를 충족시켜도 딱히 좋은 기분이 아니고, 충족을 못 시키면 몹시 기분 나빠한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성향은 하이테크 산업이나 패션, 방송 등 소위 말하는 화려한 업계에 종사하는 젊은 상사들에게 자주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이 확고해지면 즉 ‘확실한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나쁜 행동들을 규제할 수 있는 수치심마저 잃어버린다’고 김진세 원장(정신과전문의)은 지적한다. “자주 화를 내고 모두의 앞에서 비난을 퍼붓고 흥분하는 행동들이 자주 반복되는 것은 이 때문이죠.” 나간다고 통고했을 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통제력에 타격을 입었다고 여기기 때문. 자기보다 낮은 직위의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주장을 내놓았을 때 받아들이지 못한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상사. 상사 P의 특징은 항상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는 겁니다. “전에 있던 S는 말야, 적어도 이렇게 후지게 해오진 않았다고. 후배 J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아? 그 욕심 많은 J가 좀 있으면 너를 무시하게 될 텐데, 큰일이지 않니?”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그녀는 항상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간질’을 지겹게 되풀이합니다. 저와 동료 몇몇이 늘 겪는 일이죠. 하지만 이 ‘설교’를 듣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항상 칭찬만을 듣습니다. 나이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열정이 있다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희는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도 같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인정을 받아야 자존감이 회복될 것 같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네요. (C씨, 30세, 카피리스트)
성격 장애 진단 자기애적 리더는 자기가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을 이상적인 일꾼으로 치켜세우면서 다른 이들은 못 잡아먹어 안달을 한다. 그의 ‘편’에 들어가면 고통이 해결될 것 같아 열심히 일하지만 한번 갈라진 편은 절대 뒤바뀌지 않는다. 이는 단지 직원들 사이에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모두들 ‘나쁘게 보일까봐’ 불안에 떨게 만드는 허상일 뿐이다. 그는 모두를 조종하기 위해 임의로 편을 갈라서 이용하고 있을 뿐, 결코 칭찬하는 상대 또한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강윤형 원장(정신과전문의)은 지적한다.
성격 장애 진단 H와의 대화에서 지루하고 공허한 느낌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김선희 실장은 지적한다. “대화의 목적이 일반인과 달라요. 대화를 통해 기브앤테이크를 하고 협상점을 찾고 조율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우아함을 드러내기 위한 쇼를 하니까요. 상대는 그저 관람자에 불과하죠.” 이들은 연극 무대에서 대사를 하듯 말을 하고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가 천박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항상 자기 세계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떠든다. ‘내가 더 잘 아는데…’라며 회식에서 누군가의 말을 끊고 얘기를 꺼내는 사람, 후배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척하다가 회의 내내 결국 자기 말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부류이다.
자기애에 빠진 상사가 있는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엄청난 자기 인식과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심리학자 제레미 홈즈는 저서 <나르시시즘>을 통해 충고한다. 사이코와 맞닥뜨릴 때마다 직장을 당장 관둘 생각이 아니라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그에게 인간적으로 굳이 다가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항상 기억할 것. 상사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절대로 그와 경쟁해서 이목을 끌지 말아야 한다. 그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이가 바로 ‘표적’이 되니까. 나의 성취는 그의 상처다.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무심코 그의 질투심을 건드렸다면 얼른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불행히도 공이나 성취를 그에게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고 싶다면 그런 것도 감수하고 저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 그들의 비난이 과장되고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춰진 동기, 그가 나에게 투사한 수치심을 파악하는 게 ‘나의 자존감’을 다치지 않는 비결’이라고 강윤형 원장은 충고한다.
이런 상사나 동료에게 대처하는 가장 좋은 비결은 차분한 자세와 과묵함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 개입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런 모습조차 그들은 시기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이 알 수도 없고 손에 넣을 수도 없는 당신만의 부분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고 ‘포커 페이스’를 만들면 이들과 대적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가족 중 누군가, 특히 정서적 교류가 가장 예민하게 이루어지는 엄마가 성격 장애를 지니고 있을 경우, 그 자녀의 삶은 ‘숙명의 덫에 걸렸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강윤형 원장은 강조한다. 오로지 나에 집중하는 나르시시즘에 갇힌 성격 장애자들은 공감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녀들은 감정을 교류하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다.이들에게 아이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기능할 경우가 많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예쁘게 치장해줄지언정, 진정한 사랑을 쏟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이들의 무정한 이기심에 종종 희생양이 된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있을까?
‘불행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떠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거예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봐 저는 너무나 두려웠고 무서웠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죠. 며칠 고민 끝에 저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엄마, 사귀던 오빠가 있었는데, 얼마 전 헤어졌어요. 그런데 자꾸 자살하겠다며 매일 전화로 협박해요. 너무 겁나요.”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젊었을 때 그런 협박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이 어딨니?” 엄마는 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사실 엄마는 아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때도 늘 이런 식이셨죠. “넌 23년만 그랬지. 난 평생을 당했어. 내 앞에서 아빠 얘기하지 마라.”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대화를 하고 나면 한동안 우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는 겁니다. (L씨, 23세, 대학생)
성격 장애 진단 대부분의 성격 장애자들은 ‘나만 너무 잘났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만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김선희 실장은 조언한다. 왜냐하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사람이 인생에서 입게 되는 첫 번째 상처가 바로 ‘노화’이기 때문이다. 늙어가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들은 나르시시스트에겐 깊은 절망감을 안겨준다 (사실 멀쩡한 사람들도 늙음 앞에서는 주춤하게 마련이다). 그런 와중에 자식들의 눈부신 젊음이 원색적인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고, 가족 구성원 중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는 감정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사실 위와 같은 경우 평범한 엄마라면 ‘왜 그랬어? 걱정하지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라는 말로 딸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애가 강한 엄마는 다르다. 딸의 젊음과 사랑에 대한 엄청난 시기심이 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사건건 가족 모두를 비난하며 자신의 원통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면, 이젠 스스로 늙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며느리만을 무시하는 시어머니 결혼한 지 세 해가 지났고 아들을 하나 두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2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저녁 식사를 함께 해왔죠. 그런데 이 시간이 고문과 같습니다. 결혼할 때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신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시어머니는 여전히 저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식탁에 다같이 둘러앉는 순간 한숨부터 내쉽니다. 그리고 공격이 시작되죠. 결혼하더니 왜 그리 살이 찌냐, 내 아들이 충분히 벌어다 주는데 왜 일을 계속하는 거냐 등등. 심지어 손자한테도 ‘너희 아버지는 어릴 때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면박을 줍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들에 일일이 대꾸하고 반박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또 출장 등으로 인해 방문을 거르게 되면 그 후유증이 엄청납니다. 매일 전화를 걸어서 ‘모두 네 탓’ ‘가만두지 않겠다’ 등등 악다구니를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J씨, 32세, 맞벌이 주부)
성격 장애 진단 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경멸하는 태도에는 질투심이 교묘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강윤형 원장은 분석한다. 한때 시어머니는 아들의 인생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 며느리가 자기 것이었던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질투심이 끓어오르는 것이라고. 며느리는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트집을 잡지만 아들에게는 일체의 비난도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 증거.
이런 사람의 특징은 주변 사람들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무 자르듯 갈라놓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인 것이다. 성격 장애자들은 한 사람에게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맺으면 엄청난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강조하며 강 원장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들이 나이가 들면 자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더욱 드라마틱해지죠.”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라면, 몇 가지 한계를 설정하는 게 좋다고 김진세 원장은 조언한다. ‘내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와 ‘(시)부모의 어디까지 참아줄 것인가?’ 모두를 고려할 것. 우선 자신을 화나게 하고 방어적으로 만들거나 위축시키는 정서적 ‘덫’들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부모의 말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도로 재구성해 볼 것. 예를 들면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속상해할 때 어머니가 하는 비난을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에게 어떤 행동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물론 십중팔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하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는 중요치 않다. 무시당할지라도 꿋꿋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 몇 가지 한계를 정할 때는 ‘존중받지 못할 때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물론 그 결과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단 경계를 세웠다면 절대 물러서지 말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유대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김진세 원장은 못박는다. “자신이 선택한 친구들로 제2의 가족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경험을 쌓아야 하죠. 마땅히 누려야 할 호혜적인 관계는 성인이 되어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성격 장애자들은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김선희 실장은 지적한다. 물론 관계 초반에만 그렇지만. 이들은 대부분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사실 카리스마가 자기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연애 혹은 결혼생활에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자신이 깨지면서 천박함과 공격성이 다 읽히게 되는 시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성격 장애자들은 이때 상대를 엄청나게 비난하면서 가차없이 버린다.
나를 너무 자랑하고 다니는 연인. 그는 친구들 모임이나 파티 등에 항상 저를 동반했고, 제가 유명 연주단에서 일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소개하곤 했죠. 무엇보다도 그가 친한 친구들을 소개하는 게 믿음직스러웠어요. 왜 남자들은 진짜 자기 여자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한다잖아요. 물론 모임에 나갈 때마다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에요. 그는 정말 멋쟁이였고(게다가 뭘 입어도 잘 어울렸죠!) 옷에 대한 취향도 까다로워서 제가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믹스해 입는지에 정말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좀 ‘후지게’ 입고 나가면 그가 살짝 기분 상해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저는 엄청난 신경을 쓰게 됐어요. 하지만 결국 그런 노력도 소용없게 됐죠. 제가 유럽 공연을 다녀온 후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를 비난들을 쏟아놓고는 연락을 끊어버렸거든요. (L씨, 28세, 피아니스트)
성격 장애 진단 성격 장애자들은 다른 이들도 자기가 사랑하는 이성을 찬사해주길 원한다. 때문에 아름답고 지적이며 성공한 사람 혹은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경쟁심과 시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정작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자기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게 된다. 찬사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좋아 보였던 그 상대가 성공할수록, 잘 나갈수록 나중에는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사람들 중 특히 옷에 너무 신경 쓰는 이를 조심하라고 김선희 실장은 조언한다. “자기애의 대표적인 특징이 외향에 과도한 신경을 쓴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사람 브랜드’도 중요시 여겨요. 어떤 대학을 나왔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디에 살며, 누구네 자식인지에 대단히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의 천박함을 감추기 위한 보상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죠.”
너무나 쿨한 연인 뒤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진다는 연애 초반에도 우리는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났을 뿐입니다. 전화도 2∼3일에 한 번 정도 거는 게 고작이고요. 그는 저보다도 다른 여자들과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바람을 피는 건 아닌데, 기분은 무척 나쁩니다. 이럴 때 화를 내면 그는 ‘왜 쿨하지 못하냐?’고 쿨하게(!) 한마디 합니다. 혹은 침묵으로 대응하기도 하죠. 그런 반응들이 점점 감당하기가 힘이 들고 기분이 너무 상해서 어느날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의 반응은 예상대로 쿨했습니다. ‘그래, 잘 가!’ 이후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연락이 없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젠 단 한순간이라도 날 정말 좋아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Y씨, 32세, 학원강사)
성격 장애 진단 쿨한 척 말고, 진심으로 쿨하다는 건 자기애의 다른 표현이라고 김선희 실장은 못박는다. “쿨한 상태는 공허한 감정을 내비치는 거예요. 타인과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다는 의미죠. 연인과 헤어진 사람은 고통이나 번민의 감정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요. 그게 안 된다는 건, 성격 장애라는 신호죠.” 거부당하는 것에 대해 대단한 수치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성격 장애자들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은 심각한 애정결핍을 겪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혹은 비교적 어린 시절에 애정을 구했다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기가 쉽다.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감정’의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목석 같은 인간’이 되는 것. 덕분에 망가지는 꼴, 비참한 꼴을 안 보이며 살 수는 있는데, 한 사람과의 진실한 관계를 위해 올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안정된 관계 또한 형성할 수 없다.
성격 장애자 연인과의 연애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성격 장애자를 택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그런 상대에게 빠져든다면 이는 무의식적인 자기학대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을 크게 좌절시키지 않을 상대를 고를 혜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심리학자들이 성격 장애자를 치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박는다는 점에 주목하자(심지어 ‘벼락’이 치기 전에는 고치기가 힘들다는 표현을 즐겨 쓸 정도다). 성격적 결함은 응집력이 높아서 웬만하면 깨지지 않는다. 자기가 구축한 세계가 공고해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정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 때문에 임상 심리치료사 샌디 호치키스는 ‘성공적인 애정관계를 맺으려면 무엇보다도 나르시스트가 아닌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혹 이미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면, 힘들겠지만 감정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게 현명하다. ‘진정한 대인관계는 관계를 끊는 능력’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나르시즘적 성격 장애에 대한 글
나르시즘적 성격장애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는 고도화된 현대의 고질적인 정신질환으로서, 개인주의 이기주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일반화되고 당연시 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입니다. 본인 또한 이 장애에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유학생활 중 고난을 겪는 와중에 이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상사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윗권위자를 부추겨 저를 힘들게 한 아랫사람,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성의 이목을 끄는 사람 등등... 그 와중에 그것에 대한 제 대응반응을 보면서, 저 또한 이런 성격장애에 대해 자유롭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서로 비난하기 보다는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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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세상이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로 가득 찬 것처럼 보여.” “그 정신병자 때문에 못살겠어.” 적어도 스물다섯을 넘긴 직장 여성이라면, 이런 푸념이 더 이상 TV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극적인 대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생일 케이크의 양초 수가 늘어날수록 인간관계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주변에 ‘사이코’를 지칭하는 이니셜(그녀 혹은 그의 존재는 종종 이니셜로 대치되곤 한다. 안전한 뒷담화를 위해!)의 수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한번이라도 그들을 두고 치료가 필요한 ‘진짜 정신병자’라고 여긴 적이 있던가? 대부분은 그들이 그저 특이한 성격을 지닌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김선희 실장(임상심리학자)은 이 ‘이니셜 사이코들’에게서 어떤 일관된 ‘특징’들이 2년 이상 관찰된다면, ‘성격 장애자’로 단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타인과의 마찰이 가장 큰 신호죠. 그 마찰을 통해 교훈을 얻고 성숙해지지 못하는 이들이 바로 성격 장애자입니다. 일생을 나밖에 모르는 유아적 존재로 살아가기 때문에 성격 장애는 정신 질환, 즉 정신병으로 취급되죠.” 성격 장애자들의 가장 큰 불행은 ‘성숙’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다는 점이다. 어른의 탈을 쓴 어린이 같은 이들의 욕구는 남의 욕구보다 ‘대단히’ 중요하다. 남의 희생을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철부지처럼 바라고 또 바라다가 기대가 좌절되면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거나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성격 장애의 밑바탕에는 ‘심각한 나르시시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물론 나르시시즘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꼭 필요한 요소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다른 이들과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자질이니까.
그러나 성격 장애자들은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데다 성격적인 응집력도 탄탄해서 누구의 충고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심각한 자기애는 남들보다 훨씬 민감한 수치심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이들은 수치심을 건드리는 상황을 참지 못하며,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완벽한 인물을 연기하려 한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공주병, 왕자병도 성격 장애의 마일드한 양상들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특별한 인물들의 심리가 아니다. 이 못 말리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인격적 결함 덕분에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불행이 더욱 문제니까!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임상 심리치료사인 샌디 호치키스는 자신의 저서 <사랑과 착취의 심리>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성격 장애자들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별로 친절하지도 정중하지도 관대하지도 않은 어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직장에서 이 성격 장애자들과 상대하면 원한이나 불안에 빠져들고 지치게 되며 업무 스트레스까지 가중된다. 더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는 아주 긴밀한 관계인 가족과 연인이 성격 장애를 지니고 있을 때이다. 한번 잘 생각해보시길. 누군가로 인해 지금, 이곳이 힘들다면, 인생이 고달프게 느껴진다면 적신호라고 봐도 좋다. 자, 우리 주변 ‘특별한 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킨 여러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성격 장애자들의 특성,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상처입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보자.
성격 장애자임이 분명해 보이는 인물들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급수가 높은 성격 장애자일수록 잘살아요. 기능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 많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점점 더 높은 지위로 올라서죠.” 김선희 실장은 이렇게 못박는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권력에 붙어서 끊임없이 아첨하지만 수평관계는 엉망이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이런 인물들을 맞닥뜨리면 3개월을 버티기가 힘들 정도다. 대체 뭐가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할까?
부하 직원을 항상 무시하는 상사. 상사 K에게 매일 불려가 혼이 납니다. 그녀는 제가 해오는 일들에 전혀 만족하질 못합니다. 어쩌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도, 끝까지 들어보면 자신이 디렉팅을 잘한 탓이라는 결론을 맺습니다. 그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머리가 나쁘며 멍청하다고 흉을 봅니다. 그녀의 입버릇은 ‘이 정도 월급 받으면 이 정도 일하는 게 당연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너희에게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해봐’ 입니다. 2년간 참다 참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사표를 냈더니, 정말 사무실이 발칵 뒤집어질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더군요. 늘 일을 못한다고 면박을 주길래 제가 나간다고 하면 너무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J씨, 28세, 금융 컨설턴트)
성격 장애 진단 자기애적 리더는 자신이 가장 완벽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해오는 일에 대한 기대 수준이 턱없이 높다. 문제는 기대 수준 역시 그들의 기분에 따라 기준이 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대를 충족시켜도 딱히 좋은 기분이 아니고, 충족을 못 시키면 몹시 기분 나빠한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성향은 하이테크 산업이나 패션, 방송 등 소위 말하는 화려한 업계에 종사하는 젊은 상사들에게 자주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이 확고해지면 즉 ‘확실한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나쁜 행동들을 규제할 수 있는 수치심마저 잃어버린다’고 김진세 원장(정신과전문의)은 지적한다. “자주 화를 내고 모두의 앞에서 비난을 퍼붓고 흥분하는 행동들이 자주 반복되는 것은 이 때문이죠.” 나간다고 통고했을 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통제력에 타격을 입었다고 여기기 때문. 자기보다 낮은 직위의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주장을 내놓았을 때 받아들이지 못한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상사. 상사 P의 특징은 항상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는 겁니다. “전에 있던 S는 말야, 적어도 이렇게 후지게 해오진 않았다고. 후배 J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아? 그 욕심 많은 J가 좀 있으면 너를 무시하게 될 텐데, 큰일이지 않니?”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그녀는 항상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이간질’을 지겹게 되풀이합니다. 저와 동료 몇몇이 늘 겪는 일이죠. 하지만 이 ‘설교’를 듣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항상 칭찬만을 듣습니다. 나이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열정이 있다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희는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도 같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인정을 받아야 자존감이 회복될 것 같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네요. (C씨, 30세, 카피리스트)
성격 장애 진단 자기애적 리더는 자기가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을 이상적인 일꾼으로 치켜세우면서 다른 이들은 못 잡아먹어 안달을 한다. 그의 ‘편’에 들어가면 고통이 해결될 것 같아 열심히 일하지만 한번 갈라진 편은 절대 뒤바뀌지 않는다. 이는 단지 직원들 사이에 경쟁심을 유발시키고 모두들 ‘나쁘게 보일까봐’ 불안에 떨게 만드는 허상일 뿐이다. 그는 모두를 조종하기 위해 임의로 편을 갈라서 이용하고 있을 뿐, 결코 칭찬하는 상대 또한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강윤형 원장(정신과전문의)은 지적한다.
성격 장애 진단 H와의 대화에서 지루하고 공허한 느낌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김선희 실장은 지적한다. “대화의 목적이 일반인과 달라요. 대화를 통해 기브앤테이크를 하고 협상점을 찾고 조율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우아함을 드러내기 위한 쇼를 하니까요. 상대는 그저 관람자에 불과하죠.” 이들은 연극 무대에서 대사를 하듯 말을 하고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가 천박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항상 자기 세계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떠든다. ‘내가 더 잘 아는데…’라며 회식에서 누군가의 말을 끊고 얘기를 꺼내는 사람, 후배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척하다가 회의 내내 결국 자기 말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부류이다.
자기애에 빠진 상사가 있는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엄청난 자기 인식과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심리학자 제레미 홈즈는 저서 <나르시시즘>을 통해 충고한다. 사이코와 맞닥뜨릴 때마다 직장을 당장 관둘 생각이 아니라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그에게 인간적으로 굳이 다가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항상 기억할 것. 상사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절대로 그와 경쟁해서 이목을 끌지 말아야 한다. 그의 시기심을 자극하는 이가 바로 ‘표적’이 되니까. 나의 성취는 그의 상처다.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무심코 그의 질투심을 건드렸다면 얼른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불행히도 공이나 성취를 그에게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고 싶다면 그런 것도 감수하고 저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 그들의 비난이 과장되고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춰진 동기, 그가 나에게 투사한 수치심을 파악하는 게 ‘나의 자존감’을 다치지 않는 비결’이라고 강윤형 원장은 충고한다.
이런 상사나 동료에게 대처하는 가장 좋은 비결은 차분한 자세와 과묵함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 개입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런 모습조차 그들은 시기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이 알 수도 없고 손에 넣을 수도 없는 당신만의 부분은 그들이 두려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고 ‘포커 페이스’를 만들면 이들과 대적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가족 중 누군가, 특히 정서적 교류가 가장 예민하게 이루어지는 엄마가 성격 장애를 지니고 있을 경우, 그 자녀의 삶은 ‘숙명의 덫에 걸렸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강윤형 원장은 강조한다. 오로지 나에 집중하는 나르시시즘에 갇힌 성격 장애자들은 공감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녀들은 감정을 교류하는 법을 학습하지 못한다.이들에게 아이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기능할 경우가 많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예쁘게 치장해줄지언정, 진정한 사랑을 쏟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이들의 무정한 이기심에 종종 희생양이 된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있을까?
‘불행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떠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거예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봐 저는 너무나 두려웠고 무서웠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죠. 며칠 고민 끝에 저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엄마, 사귀던 오빠가 있었는데, 얼마 전 헤어졌어요. 그런데 자꾸 자살하겠다며 매일 전화로 협박해요. 너무 겁나요.”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젊었을 때 그런 협박 한번 안 받아본 사람이 어딨니?” 엄마는 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사실 엄마는 아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때도 늘 이런 식이셨죠. “넌 23년만 그랬지. 난 평생을 당했어. 내 앞에서 아빠 얘기하지 마라.”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대화를 하고 나면 한동안 우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는 겁니다. (L씨, 23세, 대학생)
성격 장애 진단 대부분의 성격 장애자들은 ‘나만 너무 잘났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만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김선희 실장은 조언한다. 왜냐하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사람이 인생에서 입게 되는 첫 번째 상처가 바로 ‘노화’이기 때문이다. 늙어가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들은 나르시시스트에겐 깊은 절망감을 안겨준다 (사실 멀쩡한 사람들도 늙음 앞에서는 주춤하게 마련이다). 그런 와중에 자식들의 눈부신 젊음이 원색적인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고, 가족 구성원 중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는 감정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사실 위와 같은 경우 평범한 엄마라면 ‘왜 그랬어? 걱정하지마,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라는 말로 딸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애가 강한 엄마는 다르다. 딸의 젊음과 사랑에 대한 엄청난 시기심이 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사건건 가족 모두를 비난하며 자신의 원통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면, 이젠 스스로 늙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며느리만을 무시하는 시어머니 결혼한 지 세 해가 지났고 아들을 하나 두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는 따로 떨어져 살지만 2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저녁 식사를 함께 해왔죠. 그런데 이 시간이 고문과 같습니다. 결혼할 때 저를 탐탁지 않게 여기신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시어머니는 여전히 저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식탁에 다같이 둘러앉는 순간 한숨부터 내쉽니다. 그리고 공격이 시작되죠. 결혼하더니 왜 그리 살이 찌냐, 내 아들이 충분히 벌어다 주는데 왜 일을 계속하는 거냐 등등. 심지어 손자한테도 ‘너희 아버지는 어릴 때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면박을 줍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들에 일일이 대꾸하고 반박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또 출장 등으로 인해 방문을 거르게 되면 그 후유증이 엄청납니다. 매일 전화를 걸어서 ‘모두 네 탓’ ‘가만두지 않겠다’ 등등 악다구니를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J씨, 32세, 맞벌이 주부)
성격 장애 진단 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경멸하는 태도에는 질투심이 교묘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강윤형 원장은 분석한다. 한때 시어머니는 아들의 인생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 며느리가 자기 것이었던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질투심이 끓어오르는 것이라고. 며느리는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트집을 잡지만 아들에게는 일체의 비난도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 증거.
이런 사람의 특징은 주변 사람들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무 자르듯 갈라놓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인 것이다. 성격 장애자들은 한 사람에게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맺으면 엄청난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강조하며 강 원장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들이 나이가 들면 자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더욱 드라마틱해지죠.”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결심한 게 아니라면, 몇 가지 한계를 설정하는 게 좋다고 김진세 원장은 조언한다. ‘내가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와 ‘(시)부모의 어디까지 참아줄 것인가?’ 모두를 고려할 것. 우선 자신을 화나게 하고 방어적으로 만들거나 위축시키는 정서적 ‘덫’들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부모의 말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도로 재구성해 볼 것. 예를 들면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속상해할 때 어머니가 하는 비난을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에게 어떤 행동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물론 십중팔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장하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는 중요치 않다. 무시당할지라도 꿋꿋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 몇 가지 한계를 정할 때는 ‘존중받지 못할 때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물론 그 결과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단 경계를 세웠다면 절대 물러서지 말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유대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김진세 원장은 못박는다. “자신이 선택한 친구들로 제2의 가족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경험을 쌓아야 하죠. 마땅히 누려야 할 호혜적인 관계는 성인이 되어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성격 장애자들은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김선희 실장은 지적한다. 물론 관계 초반에만 그렇지만. 이들은 대부분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사실 카리스마가 자기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연애 혹은 결혼생활에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자신이 깨지면서 천박함과 공격성이 다 읽히게 되는 시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성격 장애자들은 이때 상대를 엄청나게 비난하면서 가차없이 버린다.
나를 너무 자랑하고 다니는 연인. 그는 친구들 모임이나 파티 등에 항상 저를 동반했고, 제가 유명 연주단에서 일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소개하곤 했죠. 무엇보다도 그가 친한 친구들을 소개하는 게 믿음직스러웠어요. 왜 남자들은 진짜 자기 여자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한다잖아요. 물론 모임에 나갈 때마다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에요. 그는 정말 멋쟁이였고(게다가 뭘 입어도 잘 어울렸죠!) 옷에 대한 취향도 까다로워서 제가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믹스해 입는지에 정말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좀 ‘후지게’ 입고 나가면 그가 살짝 기분 상해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저는 엄청난 신경을 쓰게 됐어요. 하지만 결국 그런 노력도 소용없게 됐죠. 제가 유럽 공연을 다녀온 후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를 비난들을 쏟아놓고는 연락을 끊어버렸거든요. (L씨, 28세, 피아니스트)
성격 장애 진단 성격 장애자들은 다른 이들도 자기가 사랑하는 이성을 찬사해주길 원한다. 때문에 아름답고 지적이며 성공한 사람 혹은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경쟁심과 시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정작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자기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게 된다. 찬사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좋아 보였던 그 상대가 성공할수록, 잘 나갈수록 나중에는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사람들 중 특히 옷에 너무 신경 쓰는 이를 조심하라고 김선희 실장은 조언한다. “자기애의 대표적인 특징이 외향에 과도한 신경을 쓴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사람 브랜드’도 중요시 여겨요. 어떤 대학을 나왔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디에 살며, 누구네 자식인지에 대단히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의 천박함을 감추기 위한 보상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죠.”
너무나 쿨한 연인 뒤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진다는 연애 초반에도 우리는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났을 뿐입니다. 전화도 2∼3일에 한 번 정도 거는 게 고작이고요. 그는 저보다도 다른 여자들과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바람을 피는 건 아닌데, 기분은 무척 나쁩니다. 이럴 때 화를 내면 그는 ‘왜 쿨하지 못하냐?’고 쿨하게(!) 한마디 합니다. 혹은 침묵으로 대응하기도 하죠. 그런 반응들이 점점 감당하기가 힘이 들고 기분이 너무 상해서 어느날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의 반응은 예상대로 쿨했습니다. ‘그래, 잘 가!’ 이후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연락이 없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젠 단 한순간이라도 날 정말 좋아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Y씨, 32세, 학원강사)
성격 장애 진단 쿨한 척 말고, 진심으로 쿨하다는 건 자기애의 다른 표현이라고 김선희 실장은 못박는다. “쿨한 상태는 공허한 감정을 내비치는 거예요. 타인과 감정 이입을 할 수 없다는 의미죠. 연인과 헤어진 사람은 고통이나 번민의 감정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요. 그게 안 된다는 건, 성격 장애라는 신호죠.” 거부당하는 것에 대해 대단한 수치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성격 장애자들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은 심각한 애정결핍을 겪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혹은 비교적 어린 시절에 애정을 구했다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기가 쉽다.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감정’의 교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목석 같은 인간’이 되는 것. 덕분에 망가지는 꼴, 비참한 꼴을 안 보이며 살 수는 있는데, 한 사람과의 진실한 관계를 위해 올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안정된 관계 또한 형성할 수 없다.
성격 장애자 연인과의 연애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성격 장애자를 택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그런 상대에게 빠져든다면 이는 무의식적인 자기학대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을 크게 좌절시키지 않을 상대를 고를 혜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심리학자들이 성격 장애자를 치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박는다는 점에 주목하자(심지어 ‘벼락’이 치기 전에는 고치기가 힘들다는 표현을 즐겨 쓸 정도다). 성격적 결함은 응집력이 높아서 웬만하면 깨지지 않는다. 자기가 구축한 세계가 공고해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정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 때문에 임상 심리치료사 샌디 호치키스는 ‘성공적인 애정관계를 맺으려면 무엇보다도 나르시스트가 아닌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혹 이미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면, 힘들겠지만 감정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게 현명하다. ‘진정한 대인관계는 관계를 끊는 능력’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