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잠들었어요.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내다보더니...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잔 모양이에요.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눈도 붓고, 얼굴이 영 말이 아니에요. 그래도..그녀에겐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몇 달 만에 전화를 해서는 "나랑 같이 보성 녹차 밭 갈래?" 하고 느닷없이 묻는 그녀에게 "그래..가자.."하고 쿨 하게 대답했을 뿐이에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자..그녀가 대답을 해 줄 리도 없고, 내가 바빠서 못가겠다고 해봤자, '그래..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을 그녀도 아니고.. 그래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습니다. '그녀에게 난 뭘까?'..이런 고민은 안 해요. 그런 고민은 이미 오래전에 끝냈습니다. 난 그녀에게..친구여도 좋고, 머슴이어도 좋고,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어도 좋아요. 그녀 앞에선 자존심 같은 거..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녀를 알았는데..아니,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를 거역한 적이 없어요. 유학 가는 친구 송별회에 있다가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갔고, 누나 결혼식 날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갔고, 멀리 지방에 있다가도 그녀가 부르면 밤새 운전을 해서라도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래요. 그녀가 날 이용하는 거라구요,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가 날 찾을 땐..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일 때라는 걸..난 알거든요.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난 지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나에겐 늘 당당하고, 마음대로고, 할 말 다 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 앞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걸..알거든요. 이번에도 상처를 받은 모양입니다. 참 많이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헤어진 모양이에요.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지만, 그래서 그녀가 조금 더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고 싶지만, 아직 그런 용기는 나지 않네요. 기차가..다음 역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이 기차가 조금 더 천천히 달려주길 바랄 뿐..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용기 내 보라고, 이미 그녀는 당신의 마음에 기대어 쉬고 있다고...
용산역 -3
그녀가 잠들었어요.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내다보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잔 모양이에요.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눈도 붓고, 얼굴이 영 말이 아니에요.
그래도..그녀에겐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몇 달 만에 전화를 해서는
"나랑 같이 보성 녹차 밭 갈래?" 하고 느닷없이 묻는 그녀에게
"그래..가자.."하고 쿨 하게 대답했을 뿐이에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자..그녀가 대답을 해 줄 리도 없고,
내가 바빠서 못가겠다고 해봤자,
'그래..알았어..'하고 전화를 끊을 그녀도 아니고..
그래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습니다.
'그녀에게 난 뭘까?'..이런 고민은 안 해요.
그런 고민은 이미 오래전에 끝냈습니다.
난 그녀에게..친구여도 좋고, 머슴이어도 좋고,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어도 좋아요.
그녀 앞에선 자존심 같은 거..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녀를 알았는데..아니, 좋아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를 거역한 적이 없어요.
유학 가는 친구 송별회에 있다가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갔고,
누나 결혼식 날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갔고,
멀리 지방에 있다가도 그녀가 부르면
밤새 운전을 해서라도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래요.
그녀가 날 이용하는 거라구요,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가 날 찾을 땐..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일 때라는 걸..
난 알거든요.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난 지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나에겐 늘 당당하고, 마음대로고, 할 말 다 하는 그녀가,
다른 남자 앞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걸..알거든요.
이번에도 상처를 받은 모양입니다.
참 많이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헤어진 모양이에요.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지만,
그래서 그녀가 조금 더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고 싶지만,
아직 그런 용기는 나지 않네요.
기차가..다음 역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이 기차가 조금 더 천천히 달려주길 바랄 뿐..
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용기 내 보라고,
이미 그녀는 당신의 마음에 기대어 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