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의 오래된 불치병이다. 난 연애를 해도 자유롭고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일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그런 사랑은 없었다. 그런 여자도 없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짧은 연애를 했다. 자유로운 내 영혼에 반해서 날 사랑하게 됐던 그녀들은 결국 자유로운 내 영혼이 힘겨워져 날 떠났다. 처음엔 모두들 이해하겠다고 했다. 나의 불치병까지 사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광주행 열차를 타고 나주역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땅끝 오는 버스를 탔다. '땅끝'이라고 표기된 팻말이 보인다. 그녀 말대로..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되고, 바다가 끝나는 곳에서 육지가 시작되는..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곳, 그래서 시작과 끝이 하나임을 깨닫게 해 주는 곳...땅끝에 도착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녹색의 바다,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여 있는 남도의 섬, 모두가 환상적이다. 모두가 아름답다. 예전에 한 번 땅 끝에 온 적이 있다. 광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그 친구와 함께 땅끝탑에 올랐었다. 그 때 본 바다를 잊지 못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했었다. 그러니까 그녀를 잊기 위해 여기에 온 건 아니다. 그녀가 혼자 이곳을 다녀온 후, 나와의 결별을 결심해서는 절대 아니다. 그냥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온 것뿐이다. 하지만..문득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되듯, 내가 끝나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을까.. 그냥 잠시 궁금해 질 뿐이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감추지 말라고, 아프면 아프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라고...
용산역 -4
아침 일찍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의 오래된 불치병이다.
난 연애를 해도 자유롭고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일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그런 사랑은 없었다.
그런 여자도 없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짧은 연애를 했다.
자유로운 내 영혼에 반해서 날 사랑하게 됐던 그녀들은
결국 자유로운 내 영혼이 힘겨워져 날 떠났다.
처음엔 모두들 이해하겠다고 했다.
나의 불치병까지 사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광주행 열차를 타고 나주역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땅끝 오는 버스를 탔다.
'땅끝'이라고 표기된 팻말이 보인다.
그녀 말대로..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되고,
바다가 끝나는 곳에서 육지가 시작되는..
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곳,
그래서 시작과 끝이 하나임을 깨닫게 해 주는 곳...
땅끝에 도착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녹색의 바다,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여 있는 남도의 섬,
모두가 환상적이다. 모두가 아름답다.
예전에 한 번 땅 끝에 온 적이 있다.
광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그 친구와 함께 땅끝탑에 올랐었다.
그 때 본 바다를 잊지 못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했었다.
그러니까 그녀를 잊기 위해 여기에 온 건 아니다.
그녀가 혼자 이곳을 다녀온 후,
나와의 결별을 결심해서는 절대 아니다.
그냥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온 것뿐이다.
하지만..문득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시작되듯,
내가 끝나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꼈을까..
그냥 잠시 궁금해 질 뿐이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감추지 말라고,
아프면 아프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