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사나운 제자의 이야기..

몹쓸제자2009.10.06
조회520

처음 써보는 판이네요. 처음 쓰는 이야기인데 반성과 넋두리만 늘어놓게

 

됐어요. 저는 현재 24살의 평범한 사회인입니다. 군대도 다녀왔고,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있어요. 군대를 다녀온지 1년정도 되가는데,

 

집에서 백수생활을 한 적도 꽤 길었고, 게으른탓에 집안 식구들 눈치도 봐야했

 

습니다. 이렇게 노력하지 않고 공상만 늘어가다보니, 문득 잊고지낸게 너무 많

 

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건 저의 아버지와도 같은 중학교 3학

 

년 시절의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은사님을 제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라고 표현

 

한 이유는 제 인생의 처음으로 길잡이가 되어주신 분이기 때문인데요.

 

키도작고, 마른체격의 저를 유독 늘 예뻐해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

 

셨어요. 그때 내가 왜이리 이쁨을받는지도 모른채 마냥 그렇게 선생님의 사랑이

 

좋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저의 은사님께서는 굉장히 인기가 많고 재밌

 

는 분으로 학교에서 유명하셨거든요. 유머감각도 남다르셨고, 체벌보다는 대화

 

로 제자를 다스리셨던 분이었지요. 저의 생일날엔 늘 책을 주곤 하셨는데 책장

 

첫페이지는 선생님의 자필과 함께 사랑한다는 문구가 늘 적혀있었어요, 저를 아

 

껴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저는 늘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친 아버지께서

 

도 저에게 이렇게까지 다정하지 않으셨는데...라고 느껴질만큼 말이죠.

 

그렇게 중학교3학년 시절을 따뜻하게 간직한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선생님

 

과의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연락도하고, 집으로 초대도 해주셔서

 

식사도 같이하고...늘 한결같이 저를 대해주셨습니다. 처음봤던 그 모습 그대로

 

말이죠. 공부를 썩 잘하지도 못했고 놀기를 잘 논것도 아니지만, 내곁에 든든한

 

버팀목처럼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만큼은 누구하나 부럽

 

지 않았습니다. 어영부영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성인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스무살엔 놀 수 있는대로 실컷 놀아가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

 

음해 추운 겨울 12월에 군에 입대했죠. 나름 훈련도 힘들었고, 군생활도 편치 않

 

은터라 심신이 지쳐있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듯, 사

 

회에 다시 나가서도 무엇인가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흘렀습니다. 그런데 군에서야 사회인이 아니라는 핑계로 누군가를 잊고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이나 선생님께도 연락을 자주하지 못했지

 

요. 전역만하면 다 해야지..해야지..하면서 꿈에그리던 전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역후에 그 수많은 다짐들을 뒤로한채 놀기바빴고, 집과 밖을 수시로 드나들

 

며 무의미한 생활을 꽤 오래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생활을 다 청산했지만요.

 

그렇게 몇개월이 흐르니 문득문득 내가 잊고지낸 사람들이 하나 둘 생각 나더라

 

구요. 그중 제가 가장 면목없고, 전화드리기 힘들었던 분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예전엔 그렇게 거리감없던 선생님께 스승의 날 찾아뵙기는커녕 전화한통 드리

 

지 못했으니까요..거리감이 생겼다기 보다 죄송스런 마음이 훨씬 컸습니다.

 

늘 생각은 하고있지만 차마 수화기를 들 수 없는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그렇게

 

또 미루고 미루다가 벌써 전역한지 1년가까이 되었을때에 선생님께 문자한통이

 

도착했습니다. 다름아닌 선생님의 모친께서 상을 당하셨다는 소식과 함께말이

 

죠. 순간 뭔가모를 아찔함과 소름이 동시에 빗발치더군요. 마치 내가 무슨짓을

 

저지른 놈처럼 느껴졌습니다. 죄송하기론 두말할것도 없었고, 무슨말을 해드려

 

야할지 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화기만 잡고 발을 동동 구르던 저에

 

게 몇분이 채 지나지않아, 전화한통이 걸려왔습니다. 한참 울고 난 후의 목소리

 

로 말이죠. 목이 메이는 듯 하면서도 밝게 말씀하시려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감

 

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XX아 잘 지내지?? 이놈새끼 왜이리 연락이안돼,

 

쌤이 XX이한테 뭐 잘못한거있니? 쌤은 지금까지 그생각 딱 하나들더라...이놈자

 

식아 이럴때 아들같은 너희가와서 좀 거들면 좀 좋겠니...쌤이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경황도없고, 장례 다 치르고나서야 너한테 연락하는구나...X

 

X아...잘 지내지??" 저는 절대, 감히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말을 하든

 

전 죄인같은 놈이었으니까요. 눈물이 절로 핑 돌았습니다. 평소에 말도 잘하던

 

놈이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됐느냐고 제 자신에게 묻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

 

께서는 또 한번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격한 상황에서도 저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꼴사납기 그지없는 못난 제자에게 말이죠..얼마 후 선생님께 연

 

락이 왔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계모임을 하자고 하시면서 말이죠. 저는 제

 

가 무슨 자격이 있겠느냐며 물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뼈속까지 전해

 

지는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 이놈아, 쌤은 널 한번도 제자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아들처럼...너가 그런소리 한번만 더하면 쌤 진짜로

 

너 안본다" 저를 또 한번 벙어리로 만드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렇게 제 불찰로 인한 소동이 끝나고 이번주에는 선생님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지만, 지난날은 잠시

 

덮어두고 앞으로 선생님을 예전처럼 뵈려합니다. 염치없는 건 알지만서도, 저도

 

은사님 이상으로 때론 아버지처럼, 때론 가장친한 친구처럼...그렇게요.

 

혹,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있는, 하셨던 분이라면 지금당장 그분께 전화를 드

 

렸으면 합니다. 지금 그 순간이 후회로 쌓이기 전에요.

 

지금까지 꼴사나운 제자의 넋두리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