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만나서 차 한 잔 하는 지인 A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역시 남자 문제다. 벌써 올해 들어서 열 명의 남자와 소개팅을 했는데도 단 한 명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날 밤 보내주기 싫었던 남자가 둘, 한 번쯤 다시 봤으면 좋을 것 같던 남자가 넷,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남자가 넷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요? 너무 마음에 드는 남자는 나한테 전화번호조차 안 물어봤고, 한 번쯤 다시 봤으면 좋을 것 같던 남자들과는 며칠간 문자만 주고받다가 흐지부지 되었거든요. 그 와중에 제일 화나는 게 뭔지 알아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던 진상 네 명마저도 나한테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분명히 둘 중 하나에요. 남자들이 모두 미쳤거나, 아니면 나한테 정말 큰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남자들이 모두 미친 거라고는 말하기 어렵겠는데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A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 그녀는 소개팅 자리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이상한 주제의 대화라도 꺼낸 걸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옷차림으로 상대 남자를 뜨악하게 만들었던 걸까. 아니면 괜한 잘난 척이라도 하며 남자들의 자존심이라도 긁었던 걸까?
우리가 소개팅으로 만났다면 연애할 수 있었을까?
소개팅으로 만난 것이 문제?
나도 한 때는 A처럼 숱한 소개팅을 하면서도 제대로 애프터 한 번 못 받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난 그때, A와 똑같은 얘기를 했었다. “남자들이 모두 눈이 삐었거나, 아니면 나한테 정말 큰 문제가 있거나”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남자들이 모두 이상한 것도,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제였던 건 내가 남자를 만나는 방식이었다. 즉 내가 소개팅을 통해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야 당당히 고백할 수 있지만, 당시의 나는 사실 좀 별로였다. 솔직히 첫 만남에 남자의 호감을 살 만큼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지금보다 7~8킬로그램이 더 나가 굉장히 건장한 편이었고, 여성스러운 매력은 커녕 보이시한 옷만 입고 다녔으며, 처음 본 남자와 화기애애하게 대화할 수 있는 스킬 혹은 애교 비슷한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었다.
문제는 정작 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이번엔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소개팅 같은 만남을 앞두고 일단 우리가 상상하는 가장 매력적인, 그리고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고 혹시 그런 남자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달콤한 상상을 한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
그런데 남자들은 훨씬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한다는 게 문제다. ‘어떤 여자가 나오든 그 여자와 좋은 대화를 나눠보며 그 여자가 내게 맞는 여자인지 생각해봐야지’라며 열린 생각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오는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된 전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뿐이다. 청순한 외모에, 예쁜 몸매를 보여줄 수 있는 단정한 원피스를 차려입고,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하는 아주 전형적인 여자의 모습 말이다. 유치해서 못 참겠다고? 그게 남자인 걸 어쩌랴.
이렇게 소개팅은 태생적으로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일단 만나기 전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단 몇 시간 만에 상대를 다시 볼 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당히 부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내가 “다시 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에게 속마음을 대놓고 보여주는 셈이 되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니 애프터를 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바로 현재의 A와, 과거의 나 그 자체에 있을 지도 모른다. 단 몇 시간 안에 다시 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만남의 목적이 오로지 ‘연애해볼까, 말까’를 결정해야 하는 소개팅 자리에서 이성을 만나기에 우린 뭔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소개팅이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자’ 타입들에게나 유리한 자리라는 걸 처음부터 꼭 기억해야만 했다. 적어도 한 시간 동안 처음 보는 남자와 마주앉아서 서로를 탐색하는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의 감춰진 매력을 그들이 자연스레 알아차려 줄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접었어야 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매력을 어필하기엔 너무 복잡한, 그러니까 양파 같은 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난 결국 그 이후로 소개팅을 그만두었다. 두세 시간 만에 나를 괜찮은 여자라고 어필해야 하는 소개팅을 통해 운명의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결심 같은 건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오히려 그 후로 나의 연애 라이프는 심플하고 명쾌해졌다. 선택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부담감도, 나를 어떻게 포장해야 하나 하는 머리 굴림도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소개팅에 나가서 버린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찾아보면 이미 많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대가쯤으로 여겼다.
당신은 소개팅에 어울리는 사람입니까?
나는 어떤 타입의 여자인지,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가 나에게 정말 호감을 가져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남자들이 소개팅에 나오는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점과 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좀 따져보고 소개팅 자리에 나갈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당신의 매력을 천천히 보여주어 좋은 결과를 맺었을 수도 있는 남자가 소개팅이라는 자리 때문에 당신을 두세 시간 만에 영원히 자기 인생에서 아웃시켜 버린다는 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만난 술자리에서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타입이라면 단체 모임에서 내 남자를 찾아내는 게 성공확률이 높다. 요리에 자신이 있다면 당신이 홈파티의 호스트라도 되어 그 남자를 찾아보자. ‘어쨌든 난 얼굴에 가면 하나씩은 쓰고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아’라고 결론이 났다면 소개팅을 공략하면 된다.
이런 저런 계산 없이 무조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인 소개팅을 통해 남자를 손에 넣으려고만 하진 말길. 남자 탓도 하지 말고, 내 외모 탓, 성격 탓도 하지 말자. 그보다 먼저 당신이 만나는 방식부터 변화를 주는 쪽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Tip 소개팅에서 애프터 못 받는 여자들의 치명적인 공통점
1. 소개팅에서 대화주제나 데이트 코스는 남자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소개팅남이 꺼낸 이야기 주제에 대해 ‘전 그거 관심 없는데’라는 말을 두 번 이상 한다. 3. 상대에게 약간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발견되면 얼굴로 모두 드러낸다. 4. 소개팅은 첫 만남이니까 남자가 모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5.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네, 그러세요”라고만 대답한다.
소개팅에서 애프터 못 받는 여자들의 치명적인 공통점 ...
가끔 만나서 차 한 잔 하는 지인 A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역시 남자 문제다. 벌써 올해 들어서 열 명의 남자와 소개팅을 했는데도 단 한 명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날 밤 보내주기 싫었던 남자가 둘, 한 번쯤 다시 봤으면 좋을 것 같던 남자가 넷,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남자가 넷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요? 너무 마음에 드는 남자는 나한테 전화번호조차 안 물어봤고, 한 번쯤 다시 봤으면 좋을 것 같던 남자들과는 며칠간 문자만 주고받다가 흐지부지 되었거든요. 그 와중에 제일 화나는 게 뭔지 알아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던 진상 네 명마저도 나한테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건 분명히 둘 중 하나에요. 남자들이 모두 미쳤거나, 아니면 나한테 정말 큰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남자들이 모두 미친 거라고는 말하기 어렵겠는데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A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 그녀는 소개팅 자리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이상한 주제의 대화라도 꺼낸 걸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옷차림으로 상대 남자를 뜨악하게 만들었던 걸까. 아니면 괜한 잘난 척이라도 하며 남자들의 자존심이라도 긁었던 걸까?
우리가 소개팅으로 만났다면 연애할 수 있었을까?
소개팅으로 만난 것이 문제?
나도 한 때는 A처럼 숱한 소개팅을 하면서도 제대로 애프터 한 번 못 받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난 그때, A와 똑같은 얘기를 했었다. “남자들이 모두 눈이 삐었거나, 아니면 나한테 정말 큰 문제가 있거나”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남자들이 모두 이상한 것도,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제였던 건 내가 남자를 만나는 방식이었다. 즉 내가 소개팅을 통해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야 당당히 고백할 수 있지만, 당시의 나는 사실 좀 별로였다. 솔직히 첫 만남에 남자의 호감을 살 만큼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지금보다 7~8킬로그램이 더 나가 굉장히 건장한 편이었고, 여성스러운 매력은 커녕 보이시한 옷만 입고 다녔으며, 처음 본 남자와 화기애애하게 대화할 수 있는 스킬 혹은 애교 비슷한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었다.
문제는 정작 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이번엔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소개팅 같은 만남을 앞두고 일단 우리가 상상하는 가장 매력적인, 그리고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고 혹시 그런 남자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달콤한 상상을 한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
그런데 남자들은 훨씬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한다는 게 문제다. ‘어떤 여자가 나오든 그 여자와 좋은 대화를 나눠보며 그 여자가 내게 맞는 여자인지 생각해봐야지’라며 열린 생각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오는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된 전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뿐이다. 청순한 외모에, 예쁜 몸매를 보여줄 수 있는 단정한 원피스를 차려입고,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하는 아주 전형적인 여자의 모습 말이다. 유치해서 못 참겠다고? 그게 남자인 걸 어쩌랴.
이렇게 소개팅은 태생적으로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일단 만나기 전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단 몇 시간 만에 상대를 다시 볼 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당히 부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내가 “다시 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에게 속마음을 대놓고 보여주는 셈이 되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니 애프터를 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바로 현재의 A와, 과거의 나 그 자체에 있을 지도 모른다. 단 몇 시간 안에 다시 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만남의 목적이 오로지 ‘연애해볼까, 말까’를 결정해야 하는 소개팅 자리에서 이성을 만나기에 우린 뭔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소개팅이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자’ 타입들에게나 유리한 자리라는 걸 처음부터 꼭 기억해야만 했다. 적어도 한 시간 동안 처음 보는 남자와 마주앉아서 서로를 탐색하는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의 감춰진 매력을 그들이 자연스레 알아차려 줄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접었어야 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매력을 어필하기엔 너무 복잡한, 그러니까 양파 같은 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난 결국 그 이후로 소개팅을 그만두었다. 두세 시간 만에 나를 괜찮은 여자라고 어필해야 하는 소개팅을 통해 운명의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결심 같은 건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오히려 그 후로 나의 연애 라이프는 심플하고 명쾌해졌다. 선택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부담감도, 나를 어떻게 포장해야 하나 하는 머리 굴림도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소개팅에 나가서 버린 에너지와 시간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찾아보면 이미 많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대가쯤으로 여겼다.
당신은 소개팅에 어울리는 사람입니까?
나는 어떤 타입의 여자인지,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가 나에게 정말 호감을 가져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남자들이 소개팅에 나오는 여자들에게 기대하는 점과 내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좀 따져보고 소개팅 자리에 나갈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당신의 매력을 천천히 보여주어 좋은 결과를 맺었을 수도 있는 남자가 소개팅이라는 자리 때문에 당신을 두세 시간 만에 영원히 자기 인생에서 아웃시켜 버린다는 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만난 술자리에서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타입이라면 단체 모임에서 내 남자를 찾아내는 게 성공확률이 높다. 요리에 자신이 있다면 당신이 홈파티의 호스트라도 되어 그 남자를 찾아보자. ‘어쨌든 난 얼굴에 가면 하나씩은 쓰고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아’라고 결론이 났다면 소개팅을 공략하면 된다.
이런 저런 계산 없이 무조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인 소개팅을 통해 남자를 손에 넣으려고만 하진 말길. 남자 탓도 하지 말고, 내 외모 탓, 성격 탓도 하지 말자. 그보다 먼저 당신이 만나는 방식부터 변화를 주는 쪽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Tip 소개팅에서 애프터 못 받는 여자들의 치명적인 공통점
1. 소개팅에서 대화주제나 데이트 코스는 남자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소개팅남이 꺼낸 이야기 주제에 대해 ‘전 그거 관심 없는데’라는 말을 두 번 이상 한다.
3. 상대에게 약간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발견되면 얼굴로 모두 드러낸다.
4. 소개팅은 첫 만남이니까 남자가 모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5.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네, 그러세요”라고만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