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간범을 잡았습니다.... 얼떨결에....;;

. 2009.10.10
조회7,276

아직도 손이 후들후들 떨리네요.... 정작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대다수 분들은 알 리가 없는 지명이 마구마구 등장하지만 그냥 봐 주세요....-_-;;

 

회사 끝나고 학원을 갔다가 송내 역에서 8번 버스를 타고 집에 오고 있는데, 원래는 모래내시장 지나서 인천시청까지 직진하는 코스이지만 심야시간대에는 모래내시장 까지만 운행하고 좌회전해서 차고지로 들어가곤 합니다.

 

어지간한 기사님들은 좌회전 후 롯데캐슬 정문 앞에 세워주시곤 하는데.... 가끔씩 깐깐한 기사분들은 그 전 정류정(효성상아아파트)에서 내리게 하거든요.

 

그래서 효성상아아파트에서 내려서 우리 집(롯데캐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대성학원 건물 입구 쪽에서 어떤 여자와 남자가 실랑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흡사 어린 아이가 슈퍼에서 엄마 팔을 붙잡고 떼를 쓰듯이, 남자가 여자의 팔을 잡고 매달려 늘어져 있고.... 여자가 막 뿌리치려고 하고 있더라구요.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처음보는 사람한테 왜 이러세요!"라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듣고선 호기심에 슬쩍 지켜봤지요.

 

여자가 뿌리치면 또 붙잡고, 또 뿌리치면 또또 붙잡고, 나중엔 다리까지 잡고 늘어지더라구요. 쟤 왜 저래? 라는 생각이 들 정로도....

 

남자가 하도 집요하게, 보는 사람이 다 질릴 정도로 매달리니까 결국엔 여자분이 지나가는 아저씨에서 좀 도와달라고 말하더라구요.

 

아저씨 두분이 계속 얘기를 하면서 오고 있었기 때문에 못 들으시고 그냥 지나가는데, 이거 내가 가서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 되는데 둘이 모르는 사이인지 연인관계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어쩔수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죠.

 

결국 그 여자는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는데, 이 남자가 낙담한 듯 그 주변을 서성이더니 여자를 쫓아 뛰어가더라구요.

 

결국 그 여자를 찾지 못했는지 다시 돌아왔는데.... 이 남자가 그곳을 뜨질 않은 채 계속해서 주변을 서성이며 혼자 지나가는 다른 여자분들에게 계속 들이대더라구요.

 

자꾸 노래방 어쩌고 그러면서 여자에게 매달리길래.... 저는 나름대로 생각했던게

 

"무서운 친구(소위 말하는 일진 뭐 그런)가 노래방에서 여자 빨리 아무나 데려오라고 으름장을 놨구나."

 

혹은 "술자리 게임 같은거 지는 바람에 여자 아무나 하나 데려와야 하는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어떻게 하나 보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척 하면서 계속 지켜봤습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이놈의 오지랖....;;

 

이 남자가 계속 여자에게 들이대는데, 하는 말을 가만 들어보니

 

"여기 노래방 아시죠? 여기 여자화장실에 제 휴대폰을 놓고 왔거든요? 근데 제가 들어갈순 없으니까 대신 들어가서 가지고 나오시면 안 돼요?"

 

뭐 이러더라구요.... 그때부터 이상했습니다.

 

아니, 애시당초 여자화장실엔 왜 들어가서 휴대폰을 놓고 오고, 놓고 왔으면 왜 다시 들어가서 못 꺼내오는 거지?

 

몇명의 여자를 그렇게 찝쩍거리다가 거부당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여성분이 알았다며 안쪽으로 들어가더라구요.

 

계속 지켜봤죠. 그런데 이 여성분이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다가 남자가 따라들어오니까 이상하다 느끼고 뿌리치고 나온 모양입니다.

 

그때 확신했죠. 아, 이놈이 뭔 일 저지르려고 하는구나....

 

그 여자분이 버스를 타고 가버리고, 이 남자가 계속 그 주변을 서성거리더니 이번에는 지나가던 여고생을 붙잡고 똑같은 소릴 하더라구요.

 

이 여고생, 아직은 순진했던건지 조금은 머뭇거리다가 같이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슬쩍 따라가서 안쪽을 주시하고 있는데, 바로 앞 보드람 치킨 주인 아주머니가 쪼르르 나오시더니 저에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저 남자,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아까부터 계속 저러고 있던데...."

 

저도 뭔가 이상하긴 하다고 대답했고, 아주머니는 가게로 다시 들어가셨는데.... 그 여고생이 들어간지 1분, 아니 30초도 안 되었을까?

 

안쪽에서 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서 앞뒤 가리지 않고선 가방을 벗어 내팽개치고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죠.

 

1층 화장실은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조금 후미진 안쪽으로 위치해 있는데, 그 시간대에는 피씨방 드나드는 사람 외에는 거의 왕래가 없기 때문에 좀 음침하기도 한 곳입니다.

 

마치 스프링이 탁 튀듯이 뛰어들어가서는(저도 제가 신기하더라구요....;;) 양철로 된 여자화장실 문을 발로 쾅 걷어찼습니다.

 

안쪽에서 그'새끼'가 여고생의 머리채와 목을 잡고선 커터칼을 목에 들이밀고 있더라구요.

 

제가 문을 박차고 들어서니 그'새끼'가 저에게 커터칼을 휙 들이미는데, 무슨 무술이니 호신술이니 그딴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본능적으로 팔뚝을 잡아서 당겼습니다.

 

그런데 얼래....? 이놈이 반항도 안 하고 쑥 딸려 나옵니다....-_-;;

 

이제와서 생각하건데, 솔직히 그때 그'새끼'가 칼을 휘두르면서 반항했으면 저는.... 자신 없습니다. 어쩌면 도망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놈이 맥아리가 하나도 없이 저의 손에 잡혀서 끌려나왔고, 안쪽의 소란스런 소리에 제 뒤를 따라 들어온 아저씨 몇분이 같이 들이닥쳐서 그'새끼'를 마구 두들겨 패고선 팔을 뒤로 꺾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놈을 제압하기 위해 정신이 하나도 없는 긴박한 찰나에 저를 도와주시던 한 아저씨의 다급한 외침이 좀....;;

 

"근데, 얘가 뭘 했길래 그래요?".......................-_-;;

 

그만큼 무언가 일이 터진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왔다는 말이겠지요....ㅎㅎ

 

어쨌든 그렇게 팔을 잡고선.... 경찰관이 하는 것처럼 팔을 뒤로 꺾어서 돌리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_-;;

 

근데 그러고 말고 할것도 없이, 저를 포함해서 건장한 남자 서너명이 달려드니까 이놈이 아무런 반항도 않고 그냥 손을 잡힌 채 순순히 따라옵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그놈을 양쪽에서 아저씨 둘이 팔목을 잡고 서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술취한 동료 내지는 아들을 택시태워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겠더라구요. 아니면 사육사 손을 잡고있는 동물원의 원숭이....? (대충 상상이 가시죠? ㄲㄲ)

 

그 여고생이 울면서 뛰어가고 있길래, 얼른 쫓아가서....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아 세웠죠.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잡았으니까 괜찮다, 하지만 학생이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경찰을 불렀다고 조심스럽게 달랬죠.

 

이 여고생, 순하고 예쁘고 참해보이는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공황상태가 되어서 집에 전화를 걸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제가 자기를 구해러 왔던 사람인 걸 기억했는지 순순히 따라왔습니다. 바들바들 떨면서 제 손을 꼭 잡고 따라오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분노가 막 밀려오더라구요.

 

그래도 아무래도 남자인 내가 혼자서 옆에 있는것 보다는, 여자가 같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근처에서 구경하던 아주머니 한 분께 이 학생이랑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죠. 아주머니께서 선선히 응해주시더라구요.

 

그렇게 그 여학생을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그'새끼'에게 다시 가보니까 이놈이 아저씨들에게 간간히 맞으면서;;;;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더라구요.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술을 마셨다고 하는데, 눈이 완전히 풀려있고 술냄새도 별로 안 나는데 완전히 맛탱이가 간 것을 보니 마약이나 뭐 그런 걸 한건 아닐까 싶더라구요.

 

정말 죄송해요, 내가 잘못한거 나도 알아요, 경찰서 가서 벌을 받아야죠, 근데 내가 어떻게 하면 죄를 씼을수 있을까요? 제가 술만 마시면 이래요, 근데 때리지는 마세요....;;

 

계속 혼자서 중얼거리고(근데 정말 미안해보이는 표정은 아니었고, 그냥 멍한 표정이었음....) 짜증나게 굴길래 성질이 나서 저도 몇대 손바닥과 주먹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줬습니다....-_-;;

 

여학생의 언니가 달려왔는데.... 처음엔 제가 뭔 짓을 했는줄 알았는지 저를 홱 쏘아보길래 제가 먼저 손사례를 치며 "저는 아니에요...."라고 말했습니다....ㄲㄲ

 

커터칼로 위협을 했다는 대목까지 듣고나니 막 소리를 지르면서 그'새끼'에게 욕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드세 보이는 인상은 아닌데.... 사실 그 상황에서라면 누구나.... 쩝....;;

 

부모님은 현재 지방에 내려가 계시고, 오빠가 지금 오고 있다더군요. 몇분 후 오빠도 도착했는데,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보니 운동선수 같아 보였습니다.(나중에 들어보니 대학교 사체과 학생이라고)

 

자초지종을 들은 오빠가 그'새끼'를 마구 때리려는 것을 주변의 아저씨들이 가까스로 말리고....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에 몸 좋아보이는 또 다른 남자분이 와서 그'새끼'를 툭툭 치면서 진술(?)을 듣더라구요.

 

알고봤더니 보드람 치킨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이웃의 형사분을 부른거라고.... 비번이라서 쉬다가 달려왔는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더라구요....ㅎㅎ

 

저 화장실에서 여학생을 칼로 위협해서 성폭행을 하려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자 이 형사분이 그'새끼'를 가볍게 몇대 쓰다듬어주고 나더니(....-_-;;) "나는 남동경찰서 만월지구대 OOO 형사다, 너는 청소년 성범죄 현행범으로 체포된거야."라고 말하는데, 오우~ 카리스마....ㅎㄷㄷ

 

나중에는 순찰차를 탄 제복 경찰들이 오고, 저와 먼저 온 형사분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는 그'새끼'를 순찰차에 태웠습니다.

 

저에게 현장에서 범인을 잡은 분 맞냐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렸고.... 학생이 겁없이 장한 일을 했다고 어깨를 두드려 주시더라구요.

 

보드람 치킨 아주머니가, 밖이 추우니 학생보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길래 가게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왔지요.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 치킨집은 바깥쪽으로 창문이 달려있어서 치킨을 튀기면서 계속 바깥쪽을 보게 되어있는데, 그'새끼'가 몇십분 전부터 계속 그런식으로 여자들에게 찝쩍대더랍니다.

 

그러더니 결국엔 학생을 데리고 들어가길래 이상해서 밖으로 나와봤고, 그때 저에게 저 사람 이상하지 않냐고 물어보신거고....

 

어쨌든 그'새끼'는 경찰서에 갔고, 그 학생은 먼저 왔던 형사분 차를 타고 같이 서로 갔나....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가해자(피의자)는 척봐도 어려보이는.... 2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놈이었는데

 

아직도 그 눈빛이 어른거리네요.... 저에게 칼을 들이밀 때의 그 눈빛....

 

무섭게 쏘아본건 아니고 그냥 촛점 없는 멍한 눈빛이었는데, 그러니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눈 같이 느껴지고....;; 아, 아무래도 꿈에 나올 것 같습니다.

 

경찰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놈이 중얼거리던 게 아직도 신경이 쓰이네요.

 

"제가 아는 동생이랑 맨날 술을 먹는데요, 얘가 술만마시면 이런거 하거든요. 제가 그걸 보고 배워서 그래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

 

그땐 제가 하도 기가 막혀서 "형도 아니고 동생한테 참 좋은거 배운다 이 시키야~"라면서 뺨을 때렸었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특히 이놈이 말한 그 '아는 동생'이란 놈이....;;

 

어쨌거나 이렇게 좀 진정이 되고선 생각해 보니까.... 솔직히 여고생의 비명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들이닥쳐서, 그'새끼'를 끌고 나올때 까지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예전에 '의인'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머리가 반응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런가 봅니다.

 

앞뒤 잴것 없이 그냥 가방을 내팽개쳐버리고 바로 뛰어들어갔으니까요.... 머릿속에서 뭔가 유리관 같은게 탁 끊어지는 느낌?

 

이걸 뭐 도파민이 끊겨서 순간적으로 위급한 상황 속으로 뛰어드는 메커니즘이래나 뭐래나.... 암튼 그랬던 것 같네요.

 

라고.... 여기까지 썼는데 남동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네요.... 좀 오실 수 없겠냐고....;;

 

내일 아침에 오시면 안 되겠냐는데, 제가 내일 아침엔 출근을 해야 하기에 차라리 지금 가겠다고 했습니다. 전화하신 형사분 내심 좋아하고 계시는거 다 느껴지네요....-_-;;

 

어쨌거나 이쯤 쓰고 저는 경찰서로 갑니다. 설마 택시비 정도는 쥐어주시겠죠....ㄲㄲ

 

길고 두서없고 지루한 글을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