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번호따였다가 죽고싶었습니다.

하철녀2009.10.12
조회292,273

 

 

 

 

안녕하세요

톡을 즐겨 보는 20살 여대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맨날 눈팅만 하다가 글쓰려니 뭔가 오글거리네요

 

아.. 대학 입학하고 뭔가 핑크빛 블링블링 캠퍼스 라이프를

꿈꿔오던 저에게 현실은 .. 시궁창ㅋ. 이였습니다 ㅋㅋ

스무살되고 반년을 솔로부대 일병생활을 하고있습죠- ,.-

 

그러나 나름대로 솔로부대 탈영을 위한 시도도 해봤습니다 +   +(둑흔)

소개팅도 여러번해보고

미팅은 딱 한번 나가봤지만 ...

 

..애프터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신촌에가도 명동에가도 헌팅의 메카의 건대에서 아무리 헤매도 그 흔한

헌팅한번,-_- 심지어 여자라면 붙잡고 보신다는 무도회장 홍보하시는분들도

'언니 한번 놀다가'라며 잡지를 않으시더군요

 

 

... 그래요 저 그런 여자입니다...흑 ㅜㅜ

 

 

그렇게 솔로탈출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지내던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생겼으니,

바로 친한친구들의 집단 솔로부대 탈영.  '집단'

 

서로를 보듬어가며 천년만년 우리는 영원히 함께라던 친구들의 잇다른 배신에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뭐, 장거리연애, 헌팅, 연하, 소개팅, 교회친구, 군바리,

참 버라이어티하게도 연애질들을 시작하더군요-.,-

백년해로를 맹세했던 친구들이 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나면서

저도 뭔가 결심을 했습니다. (!!) 나도 올 가을에 하고야 만다 연애-_-

 

 

.. 라고는 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잠시 눈물좀 닦고.ㅜ

 

 

그래서 시도한 것이 바로 연애질 시작한 친구들 사이에서 엣지있는 아이템으로

꼽힌 '인조 속눈썹' 이였습니다.

평소에 인조 속눈썹은 커녕-_-

프라이머와 파데, 아이섀도는 범접금지, 먼 나라 이야기이며,

비비와 아이라이너 하나로 버티던 저에게

인조 속눈썹이란 뭔가 신세계+_+ ,

오옷 저 붙이기만 하면 미니마우스 뺨을 날린다는 인조 속눈썹.

올리브영에서 구경만 했던 삼천오백원짜리 인조 속눈썹.

저걸 붙이고 집단으로 솔로부대를 탈영한 인간들이 속출해던 그 인조 속눈썹.

(물론 속눈썹때문만은 아니겠지만ㅜ 흑)

 

무튼 그 미니마우스의 생명을 내돈주고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숙달된 조교인 친구의 친절한 설명과 시범을 한번 듣고

자신감 100퍼센트 충만한 저는 다음 날 한 시간동안 속눈썹 풀을 눈두덩이에

도포해서 쌍커풀이 사라지고, 다시 떼고 붙이기를 수십번을 거듭해서 결국

붙였습니다.ㅋ

 

 

드디어 본론이네요.

네, 저 이대에서 친구들과 속눈썹으로 서로 부채질 해주기 놀이를 하다

집에 오는 길에서 번호 .. 따였습니다.  드디어 제 인생공식에서 헌팅이란게 성립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헌팅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많은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엠피쓰리를 들으며 노래에만 심취해있었습니다.

그러다 운좋게도 몇 정거장 안가, 제 바로 앞자리에 자리가 나서 냉큼 앉았습죠 +  +

속눈썹붙인 두 눈꺼풀이 매우 거슬렸지만, 미니마우스 포스를 위해서 그냥 참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맞은편 좌석을 보니 지치신 아주머니 아저씨들 사이에서 뭔가 굉장히 괜춘하신 남자분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앉아계시더군요 ,, 흠! ㅋㅋ

속으로 우왕 괜찮다+  +  난 언제 저런분하고 연애해보나 -_-....

라고 약 2초간 생각후 다시 포미닛의 대대대대대댄싱뮤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근데 어엇 이것봐라! 그 남자분이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두시고 자꾸 제쪽을

쳐다보시는 겁니다;; ㅋㅋㅋㅋ 헐 이거 뭐지..ㅋㅋㅋㅋㅋ

훈훈한 얼굴에 뭔가 부드러운 지후선배의 웃음을 띄곤 자주 저와 아이컨택!을

시도하시는 겁니다. 앗 이것참 쑥쓰러워서 전 엠피쓰리 노래 목록을 괜히

샅샅히 뒤지며 노래찾는 척을 했드라지요. 하지만 그 참을 수없는 쑥쓰러움 ㅋㅋ

 

점점 제가 내려야할 동대문운동장은 다가오고, 이거 뭔가

'저 이번에 내려요'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전 그냥 내렸습니다.-_-

아,, 그런데 그 분도 내리셨더군요!

이분도 환승하시는구나- -.. 라고 생각하고 제 갈길 가는데 뭔가 그 분이 말을

거시고는 +_+!!! 아까부터 계속 봤는데, 저기 번호좀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고전적인 헌팅방법을 시전하시는게 아닙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감동의도가니.

뭐 일단 인생 처음 헌팅이라는 거에서 감동 두배.

드디어 나의 부채질 가능한 속눈썹의 효과에 감동 세배.

 

번호를 가르쳐주고 뭔가 어색하게 환승하는 곳까지 떨어져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그분의 뒷태를 보면서 핸드폰을 쥐고는 두근두근 걸어갔습니다.

4호선 환승역까지 와서 저만치 떨어진 헌팅남을 보며 흐뭇하게 서있는데

갑자기 그분이 핸드폰을 꺼내서 뭔가 문자를 하시는 겁니다.+    +

바로 울리는 저의 핸드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스무살 살면서 쪽팔려서 죽고싶었던건 비오는 날 학교계단에서 슬라이딩 한 후로 두번쨉니다.

 

 

'저기,, 죄송한데요. 제가 아까 말씀드리려다가 불편해하실까봐 말 못했는데ㅜ 얼굴에 속눈썹붙으셨어요 ㅜㅜ '

 

 

깜놀한 저의 부끄러운 손이 뺨을 스치자 만져지는 미니마우스의 생명.

 

그렇습니다. 헌팅남은 헌팅을 하려고한게 아니라, 아이컨택을 시도한것이 아니라,

신촌에서부터 속눈썹을 얼굴에다 보란듯이 붙이고 온 안쓰러운 저에게 말해주려 왔던 것입니다-_-... 도도하게 돌아보며 그러면서도 뭔가를 기대하는 초롱거리는 눈빛에 차마 말못하고 번호만 딴거죠-_-

 

저 그날 바로 딱 한번 붙여본 속눈썹, 미련없이 버렸습니다.

속눈썹붙이기 강의를 해준 친구들에겐 차마 말 못했습니다... ㅜㅜ 아우 진짜..

올해도 저는 그냥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렵니다..

 

 

아 뭔가 굉장히 길게 썼네요 ㅜㅜ 비루한 저는 수업때문에 이제 그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성분을 어떻게 속눈썹 안떨어지게 잘 붙이고 다니시나요 ㅜㅜ 비법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