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도둑넘 취급 당한 사연

궁디팡팡2009.10.15
조회224

예전에 몇년전이었어요

 

동네 친구랑 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저녁 먹고(한 12시쯤) 술 한잔 더 하자!(그 전엔 술 안마셨음) 라며 의기 투합하여 길을 걷고 있었죠

 

동네 일방통행 길이였는데(일방통행 길치고는 좀 넓은 - 가까스로 차 2대가 지나갈만한 크기) 길 왼편에 누가 쓰러져 있는게 아니겠어요?

 

가까이 가보니 정장 차림의 남자분이 휴대폰과 가방을 옆에 놓은채 쓰러져 있는겁니다.

무슨 사고 당했나 싶어서 가보니 그런건 아닌 것 같고

어둡긴 했지만 근처 가로등 불빛과 술냄새가 진동하던 상황을 유추해보건데

술이 너무 취하셔서 걷다가 지쳐 쓰러져서 자다가 -_-;;; 길에 엎어진 듯 보였어요

 

아무리 말을 걸어도 응답조차 하지 않으시고

옆에 토사물 속에 묻혀있던 핸드폰으로 통화목록을 보려 했지만(가장 최근 번호로 연락해서 집을 알아내려고) 비밀번호 잠금....

지나가는 차들은 저희가 길을 막고 서 있으니 계속 빵빵 거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늦은 밤에 건장한 청년 둘이 쓰러져 있는 사람 옆에서 엉기적 대고 있으니 "쟤들 뭐야~" 하는 눈초리인것만 같고,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는 창문 내리고 당신들 여기서 뭐하냐고 그러고;;;

우선 친구 전화로 112에 신고한 후 기다리고 있다가

이 분 때문에 차는 계속 못 지나가지, 우리 보고 차들은 빵빵대지...

급한 마음에 굉장히 난처하더라구요...

 

그냥 옆으로 모실까 했는데 초겨울이긴 했지만 아스팔트는 더 추운데 혹시 건강에 안좋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도로가 일방통행 도로긴 하지만 동네 특성상 양방향 모두 차가 다니는 길이었고, 약간 둔덕이 있다가 내려가는 길목이고 가로등이 그리 밝지 않아서

여차하면 차에 치이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근처에(5분거리) 파출소가 있다는게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이 분을 구해야 한다는 -_-;; 사명감에

제가 그 분을 들쳐업고(토를 하셔서 장난 아니였음)

친구가 가방을 메고 골목길을 내려갔는데

진짜 정신 잃은 사람은 무지하게 무겁더군요

하여간 골목길 끝에 다다랐을때쯤

대로변이 나왔고 마침 순찰차가 저 멀리 지나가길래

막 소리치면서 손흔들어 순찰차를 불렀어요

 

타이밍상이나 분위기 상 신고 받고 온 차는 아니고,

근처 순찰중이다가 마주친 상황 같더라구요

두분이 내리시면서 무슨 일인지 묻더군요

 

'무슨 일이세요?

 

'아~ 네, 저희가 걸어오는데 이 분이 도로 한복판에서 누워서 주무시길래 파출소에 데려다 드릴려구요'

 

'이 분이랑 아는 사이세요?'

 

'아니요, 그냥 오다가 봤는데요? 신고는 했는데 이 분 때문에 차들이 계속 못가서...'

 

'소지품이 뭐 있던가요?'

 

'아 핸드폰이랑 열어보지는 않았고 가방이 옆에 떨어져 있길래... 여기 있어요'

 

이러면서 드렸더니 가방을 열어보더니 지갑을 꺼내시더라구요

 

우리는 주소지 확인을 하려나보다~ 싶었는데

돈을 쭉~ 세시더니 하시는 말...

 

'돈은 다 있네...'

 

순간 저흰 뻥쪄서 @_@

그 때의 뉘앙스가 이 녀석들이 돈 안챙기거 보니 이상한 짓은 안한거 같네...

뭐 이런 분위기... 순간 어찌할바를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그제서야 순찰자 무전기로 주소지 확인하고 신상확인하더니

우리보고 혹시 문제 생기면 부를테니 민증 좀 보자고....

민증 본 후 됐으니깐 가보라고;;;;;

 

 

신고를 안한 것도 아니고(물론 타이밍상 정보 교환이 안됐을 수도 있지만)

법 같은건 잘 모른는 그냥 평범한 직딩들이었고

사람이 다칠까봐 좋은 의미에서 한 행동이었는데

직접적으로 말은 안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말 들으니 참 허탈하더라구요

친구랑 둘이서 '신고하고 그냥갈껄....' 이러면서 술을 더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상 참 각박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