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4살 대학생입니다. 현재 군복무 마치고 2009년에 복학한 상태고, 군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하면서 본격적인 성당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꽤나 이야기가 기니까.. 소설이나 수필 읽으시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되시겠구요, 장문의 글을 싫어하시는 분은 안보셔도 됩니다. 그냥 사랑을 잘 모르는 저의 이야기가 하고 싶네요~ ㅎ
(독서란? 성당에서 지내는 제사, 즉 미사에서 앞에 제단에 나가서 글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그랬습니다.. 둘다 서로 모르는 것도 많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친하지도 않았기에.. 말을 붙이기에 매우 어렵고 물어보기도 많이 망설였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는 마음은 편했었지요..
네, 그냥 친해지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성당을 다니면 어딘가 성스러운 그런 선입견을 가진 탓이었는지..
내가 그동안 만났던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친구고 이런 틀에 엮이기 싫었고.. 그나마 제대로 된 착하면서도 친근한 친구가 필요했었나봅니다.
하지만 그날도 결국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미사가 끝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한번 못하고 끝나버렸지요.
그리고 저는 초등부 교사회 지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네, 처음엔 귀찮아서 안갈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수로 할때.. 손을 드는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죠..
네, 대부분.. 직장인이고 학생이라도 알바를 미리 구해놓은 사람들이고 해서 여건이 도저히 안되는 겁니다..
이건.. 군대에서 눈치밥을 먹어서일까요? 왠지 내가 손을 들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귀찮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을 들으려 할라는 찰나.. 단장님의 한마디를 듣고 단번에 손을 들어버렸죠.
'아이들이 남자선생님이 많이 없어서 가면 그렇게 좋아한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들을 지켜보러 간 것이죠.
내가 못다한 교사의 꿈때문에.. 군대에서도 교사회를 한 선임들을 보면서.. 난 왜 그런 것조차 이제껏 몰랐나 후회도 많이 했었는데..
아무튼.. 여기서 저는 교사회를 지원하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뭐.. 까짓 2박 3일만 가면 되는데 말이야.. 수영, 헬스 다니면서 도중에 이틀만 빠지면 되겠지.
그렇게 계속 운동을 다니던 어느날.. 초등부 교감선생님이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오고, 만나고 싶다고 날을 잡으라는 군요.
그래서 날을 잡았습니다. 40대의 인상이 푸근하신 아주머니셨지요.
초등부에 들어온지 6년밖에 안됐는데 어쩌다보니 벌써 교감을 맡으셨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요.
첫만남이란... 거의 주로 좋은 말 위주로 오가는게 보통이니..
서로에 대한 칭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대략 계획과 일정등에 대해 듣고서, 교사회 사람들을 소개받았지요. 처음에는 여자들뿐이라 엄청나게 놀랐지만, 사람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같이 밥을 먹으며 누가 누군지 알게 되고.. 그곳에서 유치한 초등부용 안무들을 하루하루 배워갔었죠.
혼자 멋져보이려 한 탓인지 저는 뭐.. 춤은 이미 다 본당에 퍼졌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고.. 마술쇼까지 준비한다고 대뜸 말했었지요. 그리고 그곳의 샘들은 든든한 사람이 와서 교사장기자랑 걱정 안해도 되겠다며 엄청 좋아하셨죠.
(본당이란? 신자가 주로 다니는 성당으로 찾아가서 주민등록신고처럼 교적등록을 하게 되면 그 성당의 신자는 그곳이 본당이 되죠.)
하지만, 그 지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안무연습, 계획 확인 및 정정, 프로그램 심의에 대한 신부님과의 그리고 수녀님과의 엄격한 회의, 교사들의 9일 기도.. 등으로 인해 계속 성당에 나오라고 강요를 잠시 받았습니다. 얽메이기 싫어하는 성격의 저로썬.. 그게 너무 싫었던 지라 한동안 안가기도 했고, 전화를 안받기도 했었지요, 그러다가 주말에 가다..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독서도 함께 했던 그 사람을 말이죠. 계속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길래 도대체 누굴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분명 초등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은 맞는데.. 거기에 지금 있었던 사람인지.. 계속 긴가민가하지만 물어보기도 뭐한.. 그래서 오자마자 환대를 받던 사람이 그 사람.. 그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다시 인사를 나누고.. 있다가 초등부 교감샘께서 저와 그사람을 따로 부르시더니 이번 캠프에서 일단 같은 조니까 친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고, 캠프파이어 행사때 진행을 함께 맡아달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둘다.. 흔쾌히 수락했었습니다.
그리고는 둘이서 함께 대본을 만들어야했는데..
저는 그때 이사람의 특성을 느끼지 못했었죠. 표정은 항상 무뚝뚝하며, 독서때는 딱 할말만 하고는 입을 닫아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절대 그게 소심한 A형의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본을 직접 만드는데 순서를 막 정하는데 말을 되게 밝게 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놀랬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건 제가 하고, 이건 쌔앰~ 그 밑에껀 내가, 그 밑에 이것도 쌔앰~'
'저는 그저 '네네'라며 수긍할 뿐이었지요, 대본을 만들어 오겠답니다. 내가 하는것없어서 죄송하다며, 내가 할일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그랬지요. 처음에는 계속 괜찮아요 라고 하다가, 나중에 대본 보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달라는 군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습의 영향덕인지 대본을 만들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저는 당연히 하루전날 완성해놓은 내 대본을 바로 메일로 날려주었죠. 평일은 실습때문에 성당을 안나와서 못 만나니까요.
그렇게 혼자 유머러스하게 대사하나까지 다 집어넣은 대본을 보내드리고 후에 다시 만나서 생각하기로 했죠.
그리고 다음주에 성당에서 만나서 얘기를 하며.. 생각을 하고 하다보니.. 이 사람은 책상 제자리의 맞은편 옆자리였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부르기보단 미리 눈치를 채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걸 더 좋아하죠. 그런데 이 사람은.. 계속 쳐다봐도 내 시선을 못느끼는지 아님 무시하는 건지.. 저랑 눈을 한번도 안마주치는 거에요. 간혹 마주쳤다 생각했는데 시선이 지나쳐가버리곤 하죠.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빴었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겠구나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 뭐랄까..
어느순간부터 그랬습니다. 지켜주고 싶다고..
그 작고 마른 몸으로.. 그 가녀린 손과 우유빛깔 피부를 보고 있자니.. 점점 빠져듭니다.
저는 요즘 사람얼굴에서 관상은 못보지만..
남녀의 호르몬 비율을 많이 봅니다. 즉, 얼굴에 드러나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어느정도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음.. 제 얼굴은 비율이 한 7:3 정도 되겠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고, 7이 남자호르몬 비율입니다. 그래서 엄마닮았단 소릴 많이 듣지요. 어릴땐.. 상고머리에서 좀 더 길러놓으면 사람들이 쟤 남자에요, 여자에요 많이 물어봤었는데.. 흠흠, 과거는 과거일 뿐 ㅋ
그 사람의 비율은.. 한 7:3 이겠네요.
7이 여자 3이 남자호르몬의 비율..
왜냐하면..
이마랑 눈까지만 보면 거의 9:1의 비율이라 할수 있겠으나..
코입의 비율이 좀 엉성하달.. 까요?
그렇습니다. 처음볼때도 어? 언뜻보면 와, 예쁘다 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으면서도 한 2초 보고 있으면 어?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지요.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귀도.. 코알라같은 귀를 가져서 크고 둥글지요.
아무튼 그런 사람이.. 저는 좋아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저는 초등부 저학년 캠프는 같이 못가고, 성가대 MT를 갔었지요, 가서도.. 솔직히 말해 그 사람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물놀이 하고, 재밌게 놀고 밤에도 고기 구워 먹고, 게임하고, 술먹고 재밌게 즐기고 놀면서도 새벽 3시에 나와서 바다를 걸었지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일요일 돌아오는 길에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두번 왔었습니다.
애들 준비물을 대신 챙겨주는데 누가 뭘 가져오는 지를 몰라 물어보는 내용이었는데.. 확확 떠올라 물어보는 그대로 바로 떠올려 가르쳐주었지요. 내가 할일을 대신 해주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그 전화가 내겐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고.. 한마디로 혼란스럽게 만들었었지요.
엠티를 갔다와서 너무나 피곤해서 미사를 마치자마자 다들 집으로 돌아갔었죠. 그런 와중에도 저는 다음날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혼란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술을 마시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었죠. 하지만 약속을 잡자마자 다시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전화해서 친구에게 미안하다하고 바로 파기해버렸죠.
와서 잠이 드는데.. 그땐 모를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 캠프가.. 어쩌면 그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엄청난 자신감이 말이죠..
그렇게 난.. 처음보다 훨씬 어려워진 이 환경에 맞서기위해 혼자서 3개의 가방을 짊어지고 캠프를 떠나게 됩니다.
아침부터 먼저 도착했냐고, 지금 출발해서 늦을 것 같다는 그 사람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6시가 안된 시각에 아침부터 먼저 이렇게 문자가 오는 건 처음 봤기 때문에 상당히 기분좋게 스타트를 했고, 그 기분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막상 성당에 도착해서는 인사만 나누고는 남자들은 짐꾼이 되어 재료를 날르기 바빴죠. 열심히 나르고 있는 사이 그 사람은 수녀님이 모는 봉고에 탑승한 채 선발대로 출발해버린 겁니다.
첫단추가 어긋나버린 느낌이었죠. 첫번째 계획은 틀어지고..
그렇게 애들을 데리고 출발해서 봉화마을로 갑니다.
가자마자 짐풀고 김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때 혼자 어딘가를 갔다오니.. 음.. 이 사람이 우리조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가 왜 이제 오시냐면서 그러더라구요. 머쓱한 웃음을 짓고는..
선생님꺼라면서 싸주시는 김밥을.. 집에서 싸온 김밥과 함께 꾸역꾸역 밀어넣고는.. 배부른 식사를 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물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남자애들은 거침없이 들어오고 우리 남자선생님과 학사님은 아이들이 깊은 곳에 못가게 거길 지키는 소위 안전요원이 되어 있었죠.
하지만 말이 안전요원이지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신나게 놀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각종 레슬링 기술로 멀리 던져버리니 이녀석들이 계속 던져달랍니다. 나중에 힘빠져서 기진 맥진 하고 있으니.. 물놀이 하다 안경이 없어졌다고 저보고 찾아달라는 군요.
다른 아이꺼 수경을 빌려서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학사님을 비롯 다른 쌤들께서는 여자쌤들을 다 빠뜨리고 있었지요, 저는 안경을 찾는 것도 잊은 채 동참해서 열심히 빠뜨렸죠.
간혹 정색하면서 부탁하는 쌤들이 있어 마음이 약해져서 못건드리기도 했지만, 오늘 처음 본 섐도 과감히 빠뜨려버리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유독 그 사람만큼은 절대 못 빠뜨리겠는 겁니다.
왠지.. 이 사람은 내가 손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랄까?
그때 저는 처음으로 망설였습니다. 다른 샘들이 빠뜨릴려 하는데 여기서 내가 그걸 막으면 다른 사람들이 매우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고 본인또한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막지 않았고, 그렇다고 제 손으로는 도저히 할수 없는 그것이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고, 그나마 당하신 분들 중에는 가장 양호하게 돌고래튜브에 탑승하는 것으로 끝이 났었죠.
그리고 첫날 저녁을 해먹는데.. 애들이 칼질을 하고 있어.. 도저히 못보겠는 겁니다. 비록 칼질 몇번 해보지도 않았지만, 선생 체면에 애들 시킬수도 없고! 그래서 애들 하는 걸 뻇어 감자랑 당근을 써는데 못생기게 썬다고 막 머라하는 군요. 그때.. 구세주처럼 내 앞에 나타나주신 분.. 그 사람이군요.
쌤, 제가 할께요.
저는 그때 굳어버렸습니다. 왜 이 사람에겐 날개가 없나? 하며..
기꺼이 넘겨주고 저는 냄비에 물을 받고, 없는 부탄가스를 새로 받아오고, 없는 물건들을 빌려오고.. 그렇게 몸으로 뛰며 일을 했지만, 기분은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카레는.. 다른 어느조보다도 훨씬 나은 아주 맛있는 카레였지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11명, 수저는 10개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랬었지요.
쌤 먼저 드세요.
저는 당당히 말했었지요.
아니에요 쌤 먼저 드세요. 저는 애들 남긴거 먹을려구요.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애들이 안남기면요?
제가 말했죠.
사실 별로 배가 안고파요, 정말 괜찮으니까 많이 드세요.
그러니 결국 그 사람이 아이들을 지도하며 밥을 먹었지요. 우리조 아이들이 남녀가 편별하게 나눠져 있어서..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밥을 따로 제공해야 했구요. 그 사람은 남자애들과 함께 저는 여자애들 옆에 앉아서 체하니까 물도 마시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그랬죠.
하지만 의외로 여자애들이 밥을 많이 남기는 바람에 결국 제가 다 먹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었죠.
이상하게도 그곳에서는 내가 아닌 아이들을 챙기다보니 제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겁니다. 저보다 아이들이 더 잘먹어야 하고, 더 잘놀아야 하고, 더 건강하게 지냈어야 했기에..
저녁엔.. 신부님과 함께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었는데.. 조마다 다른 곳에 가서 그런지 그 큰방에 저랑 신부님, 그리고 20살의 어린 샘이 한분 계셨지요. 그곳에서 신부님과 얘기를 하면서 신부님을 새로이 다시보게 되었고.. 나름 공감대도 형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문득 그 얘길 해버리게 된겁니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주 가까이에..
신부님이 대충 마음을 떠보시다가.. 말하기 싫은 건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전 결심했었죠. 차라리 밝히는 게 속시원할 것 같다. 그래도 왠지 신부님이라면 안심이 될것 같다. 그래서 얘기를 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레짐작을 하고 있었다는군요.
그리고 저는 그것때문에 그간 살짝 마음고생도 하며 생각도 많이 해봤다는 얘기.. 인간의 성욕보다는 지키고 싶고 아껴주는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는 그런 사람이라고.. 얘기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신부님께서는..
좋아하는 마음정도는 밝히는 것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죠.
그때.. 느꼈습니다. 그래, 바보같이 이렇게 있느니.. 차라리 고백을 해버리자.
그래서 그날을 마무리 지은 듯 했으나, 애들 재우는 문제로 방을 몇번 옮겨다니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담력훈련은 또 해야된다고 해서 6학년만 다 깨워서.. 소위 말하는 얼차려를 주게 되었죠. 조교는 저랑 학사님이.. 나머지 사람들은 가서 놀래키는 귀신 역할을 하고..
저는 처음부터 저의 5분 조교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애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서 그 사람의 역할은 4열종대로 모인 애들을 첫번째코스로 데려가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하다보니.. 준비한 보람도 없이 애들은 담력훈련이 재밌었다면서 웃으면서 돌아오고, 떡볶이같은 간식을 주면서 결국 그날 하루는 잘 마무리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었죠. 아침부터 기상미션을 하고 있고,. 아침을 먹었죠. 역시나 그 사람이 국을 끓이고, 저는 설거지를 비롯하여, 잡일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맨 마지막에 남은 걸 먹었지요. 매식사때마다 맨 마지막에.. 남는 걸 먹었습니다.
이 10명이 모두 식사를 걸 보고서 말이죠. 저는 솔직히 아이들에게 짐을 지워주긴 싫었습니다. 내가 조금 힘들면 되는것이고 내가 잠시 쉴시간 반납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애들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그거 가지고 제대로 안닦았다고 닥달하기는 싫었으니까요..
그때 그 사람이 애들에게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결혼했다는 얘기, 애들이 자꾸 캐물으니까 말 돌려서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 곧 결혼한다는 얘기, 그러다가 또 이제는 남친 군대갔다는 얘기. 자꾸 말을 돌리고 알수없게 돌아가니 저 역시 둘이 있을때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쌤 진짜로 남친 군대에 있어요?
네? 네.
아, 그래요? 그 남친.. 많이 힘들겠다.
아니에요, 사실 없어요.
네? 그래요?
근데요, 저는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그때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무슨 의미일까.. 그것보다 중요한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나름 쾌재를 불렀죠. 사실 그전까지는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 결혼했다는 얘긴 뻥인줄 알았지만은..
그래서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또다시 임하게 되었죠. 그리고 오후에는.. 그때 제가 물에 빠뜨린 처음 본.. 사실 처음 본 건 아니지만은.. 처음 말을 해본 쌤과 얘기를 좀 나눴었죠.
그 사람보단 1살 아래 동생인데.. 초등학교때부터 그사람과 알고 지냈고, 오래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조심스레 그 사람에 대해 물어봤었지요.
그래, 대략 예상하고 있었지만은..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그 표정 때문인지 많이 무뚝뚝해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특성이나 그런거에 대해선 듣지 못했었죠. 도중에 애들이 오는 바람에 끊겨서..
하지만 이때 생각해둔 것또한 있습니다. 지갑속에서 구겨져가는 아웃백 식사권을 보면서.. 이번 캠프가 끝나고.. 이 샘과 그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했었지만.. 결국 못했지요. (이 대목은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개인적으로 밥을 사는게 어쩌면 더 부담이 될수도 있는 거라고..)
그리고 저녁에 저는.. 실행단계까지 온겁니다..
어떻게든 마음은 전하고 싶고.. 하지만 계기는 없고..
그래서 노린 게.. 함께 진행을 하며.. 도중에 빠져서 단독무대를 준비하는 것이었지요..
진행이 처음이었던 저완 달리 매끄러이 진행하는 그 사람은...
평소때의 그 사람답지 않은 완강하고 파워풀한 진행으로 이해져서.. 같이 진행하는 제가 앞으로 나서려다 그냥 꼬리 내리고 빠져있었죠. (저는 점수줬는데 그 사람은 말안듣는다고 무효로 쳐버리니.. 그 조에게 솔직히 너무 미안했음.)
그렇게 저는 어설픈 진행을 하다가 도중에 빠져서 마술쇼와 댄스를 준비했었죠. 마술쇼를 진행하던 참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장미꽃이 나타나는 마술을 보여줬었는데.. 누구에게 줄까요 하고 관중들에게 물었는데.. 문득 옆에서 그 사람이 그랬습니다.
저 주세요..
그러자 애들이 입을 모아서 그러는 겁니다. OO쌤 주세요~ 라고 말이죠.
그때.. 솔직히 말해 날아갈 것 같았지요, 다른 사람이 달라고 하더라도 저는 처음부터 그 사람줄 생각이었으니..
그렇게 건네주고 나서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OO샘, 지금 제 마음 받으신 거 맞죠? 그쵸?
우리 이제 시작하면 되는 겁니까?
그 사람이 팔을 절레 절레 흔듭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와 당황스러운 것이겠지요.
비록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 말을 하기 위해 짜냈던 저의 용기는.. 얼마나 가치가 있었을까.. 의문이 드네요.
결국 그 행위는 모두 장난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사람들의 입에 장난스레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자로서도.. 다 함께 기도하는 그 시간에.. 내 바로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지키게 해달라고.. 이 사람의 소중한 행복을 얻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물론 본인은 알 턱이 없겠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날, 돌아오며,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저는 음료수를 샀었죠. 내가 마실 음료수는 아니었지만, 최소 2개를 사서.. 그 사람에게 하나를 주고, 맞은 편 대화를 하고 있는 다른 샘에게 하나를 갖다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음료수를 사고 나와서 보니 4명이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기다렸죠.. -_-
그러면서 분수대에 앉아서 잠깐 애들하고 장난치고 있으니 어느새 출발한다고 차에 타랍니다. 앗차 싶어 그 자릴 바라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탔고, 그 사람이 뒷정리를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는 겁니다. 얼른 달려가서 불렀죠.
OO샘
??
이거.. 드세요.
네? 아..
그냥 음료수 사다가 OO샘 생각나서 샀어요. 받으세요.
네, 잘마실께요.
그러자 뒤에서 누가 툭 치더군요.
함께 성가대에서 지원나온 저보다 한살 어린 남녀가..
항상 친구로 있었던 그 녀석들이 손을 잡으면서 걸어가면서 우리보고 그림이 좋답니다. 저는 그 상황이 잠시 의아했다가..
혼자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설마.. 영화에서나 보던?
핑크빛 기류? 7월의 여름날.. 꽃들이 화사한 어느 휴게소의 로망스가 눈앞에 펼쳐졌었죠. 혼자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인원확인하러 온 교감샘께 아까 하나 더 샀었던 비타 500을 바로 드렸죠. 왜냐하면, 그분이 아니셨으면 그 사람과 제가 같은 조가 되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렇게 돌아오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돌아와서 다들 피곤한 기색으로 애들을 보내고.. 허전함을 느끼며 정리하고, 교사 뒷풀이 가서 밥도 맛있게 먹고.. 저는 그때 친구랑 약속이 있어 먼저 나왔습니다.. 그 사람은 밥먹으러 가서도 계속 누구랑 문자를 하느라 바빴었고.. 교감샘은 마술쇼의 그 일로 인해 그 사람에게 마음 받아줬냐구 물어봅니다. 그 사람이 부정합니다. 꽃은 어쨌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놔두고 왔답니다.
저는 바로 뒤로 넘어갔죠. 그래요, 잊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마음까지 져버렸단 뜻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당시엔 좀 많이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을 빠져나와 친구를 만나고.. 술을 줄기차게 먹고 뻗어버립니다. 그리고 며칠간 운동도 하지 않은채 술먹으며.. 고심을 많이 하죠. 그 친구에게 얘기를 합니다. 나 이사람 좋아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내게 일말의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난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데 그러면 본인은 많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 라며.. 그 좁은 곳에서 결론을 얻으려 계속 대화를 하긴 했습니다만..
이것은.. 혼자의 결론이 커지는 바람에.. 결국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것이지요. 그후로 이제 문자를 보내게됩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문자와 함께.. 괜히 그 말로 인해 피해보는것 같아서 정말로 죄송하다고..
그러니 그 사람이 그랬습니다. 신경쓰지 말라고.. 샘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때 가슴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럼 그때 냈었던 저의 용기는.. 그저그런 장난의 일환일 뿐이란 말인가.. 그렇게 용기를 짜내서 전했던 내 장미꽃은 그 자리에서 머무르게 하고..
결국 내 마음은 그 순간을 장식하기 위해 있었던 한순간의 바람같은 것인가...
네.. 하지만, 좋게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꼭 그렇게 말을 전했었죠.
그 순간.. 그 사람의 말투나 대답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라는 말을 들었었죠. 오해할 행동을 했다면 죄송하다고, 이 때문에 괜히 불편해지지 말자는 그 말.
그래서 저는..
제가 정리할때까지 스스로 가능한한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랬었지요..
그래요, 저는 이제껏..
고백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순간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리곤 스스로 마음을 접자고 생각하며..
정리를 하고 있었죠. 하지만 정리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볼때마다 괴로웠습니다. 차라리 안마주쳤으면 싶고.. 그 때문에 교사회에 남으라는 교감샘의 청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왔었죠.. 아이들은 좋으나..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뒤로 저는 바다를 많이 보러다녔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바다를 보면서 많은 생각 했죠. 마음을 정리가 되니 마니 하면서도 또 마주치면 아무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매주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 다른 성당을 간적이 있었지요. 그때.. 신부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 말이 자꾸 저를 울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나오더군요.
그동안 뭔가 쌓였던 그것들이.. 그 신부님께 배운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본당으로 돌아와서 직접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은 그날 성당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말을 해두고 싶었던 저는 다른 샘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그랬었죠..
저도 이제 마음이 다 정리되었으니..
혹시라도, 행여라도 신경쓰시지 말라고.. 다 괜찮다고..
저도 정말 이런 부탁 하기가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사람에게서 문자가 날아왔었죠.
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샘과 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좀 난감했다고..
그래요, 혼자 사랑하고, 혼자 접고, 혼자 배려한답시고..
이 얘기 저얘기 이리저리 재고.. 머리가 아주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잠결에 보다가 비몽사몽에서 눈이 번뜩 뜨이며..
화가 났습니다. 원래 자다 일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감정적이 되곤 하곤 하는데.. 이땐.. 주저없이 장문의 문자를 적어서 보냈습니다.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실습중인 사람에게 턱없이 전화를 걸어서 뭐라하고 싶진 않았기에.. 뒤늦게라도 보라고 문자로 적었습니다. 제가 일전에 샘을 좋아한다고 했었던 건.. 제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었던 것이지.. 댓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고, 그 말을 한다해서 사귀자는 말을 한것도 아니었고, 그냥 이런 제 마음이라도 알아주길 바랬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혼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그런데 이제는 마음 정리를 하고.. 그 얘길 하고 싶어했는데.. 그간의 제 자신이 싫어서 이제 용서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이 문자라는 매체는 너무 답답하더군요.. 사람을 만나 눈을 보고 얘기해도 모자를 판국에.. 하다못해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며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 문자라는 매체가..
그리고 마지막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샘이 더 피하고 신경쓰는 것 같다고.. 저는 잘되어가는 사람도 있고 샘한테 좋든싫든 별다른 감정 없다고..
네, 저는 거기서 더이상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계속 얘기해봤자.. 서로에 대한 오해가 커질 뿐일테니까요.
그래서 그 덕에.. 요즘은 그저 그러려니 지냅니다. 한가지 웃긴 것은.. 그 이후로 잠깐 성당을 안다니던 사이 그 사람이 본당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 바보같은 제 눈은 그 사람이 어딨나 찾고 있었습니다. 정말 바보같죠? 언제는 매주 보니까 힘들어서 마주치지 싫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는 없으니까 제눈이 멋대로 사람을 찾고 있다는게..
그렇게 2학기가 개강하고.. 우린 서로의 학교로 돌아갔죠. 학교에 오면서부터.. 성가대에도 한번 실망한 적이 있어.. 솔직히 요즘 성당이 소원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얼마뒤면 성당에 있겠네요.. 독서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가톨릭 신자분들은 꽤나 화나실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이성 하나 떄문에 신앙마저 져버리려 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저조차도 의심했었으니까요. 나는 사람때문에 성당을 다닌 것인가? 신앙따윈 믿지도 않으면서 신을 논했던 것인가? 많은 회의도 했지만..
일단 한가지 분명했던 것은 성당을 가던 그 하루에.. 예전같지 않은 사람들. 그 성가대라는 단체를 아예 나가서 차라리 그 시간대를 피해 다른 미사를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저는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신앙이 싫었던 게 아니라.. 나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네, 그 뿐입니다.
사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에 한번 과 선배와 술을 먹다 주량을 넘어 필름이 끊기네 마네 할 때.. 열이 받아 창문을 깨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리조각이니 뭐니 박혀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근데 그때 바보같이.. 새벽2시에 응급실을 가는데.. 그 사람이 제옆에 있는 것 같다고 착각을 한겁니다.. 그 사람이 치료를 해주고 있다 저를.. 제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찌르고 하는데도 아프지 않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답니다.
그걸 생각하니.. 아직도 완전히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네요.
하지만, 이제와서 굳이 잡고 싶단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많이 소원해졌다고 생각이 되니까 말이죠.
그냥 저 하나만 마음 정리하면, 그것로 끝일 테니까요.
이제 우려할 것은..
다시 만나서 다시 또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 하는 것 뿐입니다.
말이 상당히 길어졌군요. 바쁘신 시간을 뻇어 정말 죄송하구요. 이 스크롤의 압박이 드는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당에서 피어난 사랑을 한번 읊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대학생입니다. 현재 군복무 마치고 2009년에 복학한 상태고, 군에서 세례를 받고, 전역하면서 본격적인 성당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꽤나 이야기가 기니까.. 소설이나 수필 읽으시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되시겠구요, 장문의 글을 싫어하시는 분은 안보셔도 됩니다. 그냥 사랑을 잘 모르는 저의 이야기가 하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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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처음 만난 날..
저는 그냥 저보다 어린 친구가 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성가대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 채
(성가대란? 성당에서 성가를 - 일명 찬송가- 부르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런 이유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독서를 한번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란? 성당에서 지내는 제사, 즉 미사에서 앞에 제단에 나가서 글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그랬습니다.. 둘다 서로 모르는 것도 많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친하지도 않았기에.. 말을 붙이기에 매우 어렵고 물어보기도 많이 망설였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는 마음은 편했었지요..
네, 그냥 친해지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성당을 다니면 어딘가 성스러운 그런 선입견을 가진 탓이었는지..
내가 그동안 만났던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친구고 이런 틀에 엮이기 싫었고.. 그나마 제대로 된 착하면서도 친근한 친구가 필요했었나봅니다.
하지만 그날도 결국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미사가 끝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한번 못하고 끝나버렸지요.
그리고 저는 초등부 교사회 지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네, 처음엔 귀찮아서 안갈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수로 할때.. 손을 드는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죠..
네, 대부분.. 직장인이고 학생이라도 알바를 미리 구해놓은 사람들이고 해서 여건이 도저히 안되는 겁니다..
이건.. 군대에서 눈치밥을 먹어서일까요? 왠지 내가 손을 들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귀찮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을 들으려 할라는 찰나.. 단장님의 한마디를 듣고 단번에 손을 들어버렸죠.
'아이들이 남자선생님이 많이 없어서 가면 그렇게 좋아한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에 아이들을 지켜보러 간 것이죠.
내가 못다한 교사의 꿈때문에.. 군대에서도 교사회를 한 선임들을 보면서.. 난 왜 그런 것조차 이제껏 몰랐나 후회도 많이 했었는데..
아무튼.. 여기서 저는 교사회를 지원하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뭐.. 까짓 2박 3일만 가면 되는데 말이야.. 수영, 헬스 다니면서 도중에 이틀만 빠지면 되겠지.
그렇게 계속 운동을 다니던 어느날.. 초등부 교감선생님이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오고, 만나고 싶다고 날을 잡으라는 군요.
그래서 날을 잡았습니다. 40대의 인상이 푸근하신 아주머니셨지요.
초등부에 들어온지 6년밖에 안됐는데 어쩌다보니 벌써 교감을 맡으셨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요.
첫만남이란... 거의 주로 좋은 말 위주로 오가는게 보통이니..
서로에 대한 칭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대략 계획과 일정등에 대해 듣고서, 교사회 사람들을 소개받았지요. 처음에는 여자들뿐이라 엄청나게 놀랐지만, 사람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같이 밥을 먹으며 누가 누군지 알게 되고.. 그곳에서 유치한 초등부용 안무들을 하루하루 배워갔었죠.
혼자 멋져보이려 한 탓인지 저는 뭐.. 춤은 이미 다 본당에 퍼졌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고.. 마술쇼까지 준비한다고 대뜸 말했었지요. 그리고 그곳의 샘들은 든든한 사람이 와서 교사장기자랑 걱정 안해도 되겠다며 엄청 좋아하셨죠.
(본당이란? 신자가 주로 다니는 성당으로 찾아가서 주민등록신고처럼 교적등록을 하게 되면 그 성당의 신자는 그곳이 본당이 되죠.)
하지만, 그 지원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안무연습, 계획 확인 및 정정, 프로그램 심의에 대한 신부님과의 그리고 수녀님과의 엄격한 회의, 교사들의 9일 기도.. 등으로 인해 계속 성당에 나오라고 강요를 잠시 받았습니다. 얽메이기 싫어하는 성격의 저로썬.. 그게 너무 싫었던 지라 한동안 안가기도 했고, 전화를 안받기도 했었지요, 그러다가 주말에 가다..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독서도 함께 했던 그 사람을 말이죠. 계속 그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길래 도대체 누굴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분명 초등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은 맞는데.. 거기에 지금 있었던 사람인지.. 계속 긴가민가하지만 물어보기도 뭐한.. 그래서 오자마자 환대를 받던 사람이 그 사람.. 그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다시 인사를 나누고.. 있다가 초등부 교감샘께서 저와 그사람을 따로 부르시더니 이번 캠프에서 일단 같은 조니까 친하게 지내도록 노력하고, 캠프파이어 행사때 진행을 함께 맡아달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둘다.. 흔쾌히 수락했었습니다.
그리고는 둘이서 함께 대본을 만들어야했는데..
저는 그때 이사람의 특성을 느끼지 못했었죠. 표정은 항상 무뚝뚝하며, 독서때는 딱 할말만 하고는 입을 닫아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절대 그게 소심한 A형의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대본을 직접 만드는데 순서를 막 정하는데 말을 되게 밝게 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놀랬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건 제가 하고, 이건 쌔앰~ 그 밑에껀 내가, 그 밑에 이것도 쌔앰~'
'저는 그저 '네네'라며 수긍할 뿐이었지요, 대본을 만들어 오겠답니다. 내가 하는것없어서 죄송하다며, 내가 할일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그랬지요. 처음에는 계속 괜찮아요 라고 하다가, 나중에 대본 보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달라는 군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습의 영향덕인지 대본을 만들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저는 당연히 하루전날 완성해놓은 내 대본을 바로 메일로 날려주었죠. 평일은 실습때문에 성당을 안나와서 못 만나니까요.
그렇게 혼자 유머러스하게 대사하나까지 다 집어넣은 대본을 보내드리고 후에 다시 만나서 생각하기로 했죠.
그리고 다음주에 성당에서 만나서 얘기를 하며.. 생각을 하고 하다보니.. 이 사람은 책상 제자리의 맞은편 옆자리였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부르기보단 미리 눈치를 채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걸 더 좋아하죠. 그런데 이 사람은.. 계속 쳐다봐도 내 시선을 못느끼는지 아님 무시하는 건지.. 저랑 눈을 한번도 안마주치는 거에요. 간혹 마주쳤다 생각했는데 시선이 지나쳐가버리곤 하죠.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빴었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겠구나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 뭐랄까..
어느순간부터 그랬습니다. 지켜주고 싶다고..
그 작고 마른 몸으로.. 그 가녀린 손과 우유빛깔 피부를 보고 있자니.. 점점 빠져듭니다.
저는 요즘 사람얼굴에서 관상은 못보지만..
남녀의 호르몬 비율을 많이 봅니다. 즉, 얼굴에 드러나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어느정도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음.. 제 얼굴은 비율이 한 7:3 정도 되겠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고, 7이 남자호르몬 비율입니다. 그래서 엄마닮았단 소릴 많이 듣지요. 어릴땐.. 상고머리에서 좀 더 길러놓으면 사람들이 쟤 남자에요, 여자에요 많이 물어봤었는데.. 흠흠, 과거는 과거일 뿐 ㅋ
그 사람의 비율은.. 한 7:3 이겠네요.
7이 여자 3이 남자호르몬의 비율..
왜냐하면..
이마랑 눈까지만 보면 거의 9:1의 비율이라 할수 있겠으나..
코입의 비율이 좀 엉성하달.. 까요?
그렇습니다. 처음볼때도 어? 언뜻보면 와, 예쁘다 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으면서도 한 2초 보고 있으면 어?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지요.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귀도.. 코알라같은 귀를 가져서 크고 둥글지요.
아무튼 그런 사람이.. 저는 좋아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저는 초등부 저학년 캠프는 같이 못가고, 성가대 MT를 갔었지요, 가서도.. 솔직히 말해 그 사람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물놀이 하고, 재밌게 놀고 밤에도 고기 구워 먹고, 게임하고, 술먹고 재밌게 즐기고 놀면서도 새벽 3시에 나와서 바다를 걸었지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일요일 돌아오는 길에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두번 왔었습니다.
애들 준비물을 대신 챙겨주는데 누가 뭘 가져오는 지를 몰라 물어보는 내용이었는데.. 확확 떠올라 물어보는 그대로 바로 떠올려 가르쳐주었지요. 내가 할일을 대신 해주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그 전화가 내겐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고.. 한마디로 혼란스럽게 만들었었지요.
엠티를 갔다와서 너무나 피곤해서 미사를 마치자마자 다들 집으로 돌아갔었죠. 그런 와중에도 저는 다음날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혼란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술을 마시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었죠. 하지만 약속을 잡자마자 다시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전화해서 친구에게 미안하다하고 바로 파기해버렸죠.
와서 잠이 드는데.. 그땐 모를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 캠프가.. 어쩌면 그간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엄청난 자신감이 말이죠..
그렇게 난.. 처음보다 훨씬 어려워진 이 환경에 맞서기위해 혼자서 3개의 가방을 짊어지고 캠프를 떠나게 됩니다.
아침부터 먼저 도착했냐고, 지금 출발해서 늦을 것 같다는 그 사람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6시가 안된 시각에 아침부터 먼저 이렇게 문자가 오는 건 처음 봤기 때문에 상당히 기분좋게 스타트를 했고, 그 기분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막상 성당에 도착해서는 인사만 나누고는 남자들은 짐꾼이 되어 재료를 날르기 바빴죠. 열심히 나르고 있는 사이 그 사람은 수녀님이 모는 봉고에 탑승한 채 선발대로 출발해버린 겁니다.
첫단추가 어긋나버린 느낌이었죠. 첫번째 계획은 틀어지고..
그렇게 애들을 데리고 출발해서 봉화마을로 갑니다.
가자마자 짐풀고 김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때 혼자 어딘가를 갔다오니.. 음.. 이 사람이 우리조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가 왜 이제 오시냐면서 그러더라구요. 머쓱한 웃음을 짓고는..
선생님꺼라면서 싸주시는 김밥을.. 집에서 싸온 김밥과 함께 꾸역꾸역 밀어넣고는.. 배부른 식사를 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물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남자애들은 거침없이 들어오고 우리 남자선생님과 학사님은 아이들이 깊은 곳에 못가게 거길 지키는 소위 안전요원이 되어 있었죠.
하지만 말이 안전요원이지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신나게 놀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각종 레슬링 기술로 멀리 던져버리니 이녀석들이 계속 던져달랍니다. 나중에 힘빠져서 기진 맥진 하고 있으니.. 물놀이 하다 안경이 없어졌다고 저보고 찾아달라는 군요.
다른 아이꺼 수경을 빌려서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학사님을 비롯 다른 쌤들께서는 여자쌤들을 다 빠뜨리고 있었지요, 저는 안경을 찾는 것도 잊은 채 동참해서 열심히 빠뜨렸죠.
간혹 정색하면서 부탁하는 쌤들이 있어 마음이 약해져서 못건드리기도 했지만, 오늘 처음 본 섐도 과감히 빠뜨려버리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유독 그 사람만큼은 절대 못 빠뜨리겠는 겁니다.
왠지.. 이 사람은 내가 손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랄까?
그때 저는 처음으로 망설였습니다. 다른 샘들이 빠뜨릴려 하는데 여기서 내가 그걸 막으면 다른 사람들이 매우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고 본인또한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막지 않았고, 그렇다고 제 손으로는 도저히 할수 없는 그것이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고, 그나마 당하신 분들 중에는 가장 양호하게 돌고래튜브에 탑승하는 것으로 끝이 났었죠.
그리고 첫날 저녁을 해먹는데.. 애들이 칼질을 하고 있어.. 도저히 못보겠는 겁니다. 비록 칼질 몇번 해보지도 않았지만, 선생 체면에 애들 시킬수도 없고! 그래서 애들 하는 걸 뻇어 감자랑 당근을 써는데 못생기게 썬다고 막 머라하는 군요. 그때.. 구세주처럼 내 앞에 나타나주신 분.. 그 사람이군요.
쌤, 제가 할께요.
저는 그때 굳어버렸습니다. 왜 이 사람에겐 날개가 없나? 하며..
기꺼이 넘겨주고 저는 냄비에 물을 받고, 없는 부탄가스를 새로 받아오고, 없는 물건들을 빌려오고.. 그렇게 몸으로 뛰며 일을 했지만, 기분은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카레는.. 다른 어느조보다도 훨씬 나은 아주 맛있는 카레였지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11명, 수저는 10개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랬었지요.
쌤 먼저 드세요.
저는 당당히 말했었지요.
아니에요 쌤 먼저 드세요. 저는 애들 남긴거 먹을려구요.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애들이 안남기면요?
제가 말했죠.
사실 별로 배가 안고파요, 정말 괜찮으니까 많이 드세요.
그러니 결국 그 사람이 아이들을 지도하며 밥을 먹었지요. 우리조 아이들이 남녀가 편별하게 나눠져 있어서..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밥을 따로 제공해야 했구요. 그 사람은 남자애들과 함께 저는 여자애들 옆에 앉아서 체하니까 물도 마시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그랬죠.
하지만 의외로 여자애들이 밥을 많이 남기는 바람에 결국 제가 다 먹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배불리 먹었죠.
이상하게도 그곳에서는 내가 아닌 아이들을 챙기다보니 제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겁니다. 저보다 아이들이 더 잘먹어야 하고, 더 잘놀아야 하고, 더 건강하게 지냈어야 했기에..
저녁엔.. 신부님과 함께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었는데.. 조마다 다른 곳에 가서 그런지 그 큰방에 저랑 신부님, 그리고 20살의 어린 샘이 한분 계셨지요. 그곳에서 신부님과 얘기를 하면서 신부님을 새로이 다시보게 되었고.. 나름 공감대도 형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문득 그 얘길 해버리게 된겁니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주 가까이에..
신부님이 대충 마음을 떠보시다가.. 말하기 싫은 건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전 결심했었죠. 차라리 밝히는 게 속시원할 것 같다. 그래도 왠지 신부님이라면 안심이 될것 같다. 그래서 얘기를 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레짐작을 하고 있었다는군요.
그리고 저는 그것때문에 그간 살짝 마음고생도 하며 생각도 많이 해봤다는 얘기.. 인간의 성욕보다는 지키고 싶고 아껴주는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는 그런 사람이라고.. 얘기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신부님께서는..
좋아하는 마음정도는 밝히는 것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죠.
그때.. 느꼈습니다. 그래, 바보같이 이렇게 있느니.. 차라리 고백을 해버리자.
그래서 그날을 마무리 지은 듯 했으나, 애들 재우는 문제로 방을 몇번 옮겨다니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담력훈련은 또 해야된다고 해서 6학년만 다 깨워서.. 소위 말하는 얼차려를 주게 되었죠. 조교는 저랑 학사님이.. 나머지 사람들은 가서 놀래키는 귀신 역할을 하고..
저는 처음부터 저의 5분 조교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애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서 그 사람의 역할은 4열종대로 모인 애들을 첫번째코스로 데려가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하다보니.. 준비한 보람도 없이 애들은 담력훈련이 재밌었다면서 웃으면서 돌아오고, 떡볶이같은 간식을 주면서 결국 그날 하루는 잘 마무리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었죠. 아침부터 기상미션을 하고 있고,. 아침을 먹었죠. 역시나 그 사람이 국을 끓이고, 저는 설거지를 비롯하여, 잡일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맨 마지막에 남은 걸 먹었지요. 매식사때마다 맨 마지막에.. 남는 걸 먹었습니다.
이 10명이 모두 식사를 걸 보고서 말이죠. 저는 솔직히 아이들에게 짐을 지워주긴 싫었습니다. 내가 조금 힘들면 되는것이고 내가 잠시 쉴시간 반납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애들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그거 가지고 제대로 안닦았다고 닥달하기는 싫었으니까요..
그때 그 사람이 애들에게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결혼했다는 얘기, 애들이 자꾸 캐물으니까 말 돌려서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 곧 결혼한다는 얘기, 그러다가 또 이제는 남친 군대갔다는 얘기. 자꾸 말을 돌리고 알수없게 돌아가니 저 역시 둘이 있을때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쌤 진짜로 남친 군대에 있어요?
네? 네.
아, 그래요? 그 남친.. 많이 힘들겠다.
아니에요, 사실 없어요.
네? 그래요?
근데요, 저는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그때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무슨 의미일까.. 그것보다 중요한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나름 쾌재를 불렀죠. 사실 그전까지는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 결혼했다는 얘긴 뻥인줄 알았지만은..
그래서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또다시 임하게 되었죠. 그리고 오후에는.. 그때 제가 물에 빠뜨린 처음 본.. 사실 처음 본 건 아니지만은.. 처음 말을 해본 쌤과 얘기를 좀 나눴었죠.
그 사람보단 1살 아래 동생인데.. 초등학교때부터 그사람과 알고 지냈고, 오래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조심스레 그 사람에 대해 물어봤었지요.
그래, 대략 예상하고 있었지만은..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그 표정 때문인지 많이 무뚝뚝해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특성이나 그런거에 대해선 듣지 못했었죠. 도중에 애들이 오는 바람에 끊겨서..
하지만 이때 생각해둔 것또한 있습니다. 지갑속에서 구겨져가는 아웃백 식사권을 보면서.. 이번 캠프가 끝나고.. 이 샘과 그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했었지만.. 결국 못했지요. (이 대목은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개인적으로 밥을 사는게 어쩌면 더 부담이 될수도 있는 거라고..)
그리고 저녁에 저는.. 실행단계까지 온겁니다..
어떻게든 마음은 전하고 싶고.. 하지만 계기는 없고..
그래서 노린 게.. 함께 진행을 하며.. 도중에 빠져서 단독무대를 준비하는 것이었지요..
진행이 처음이었던 저완 달리 매끄러이 진행하는 그 사람은...
평소때의 그 사람답지 않은 완강하고 파워풀한 진행으로 이해져서.. 같이 진행하는 제가 앞으로 나서려다 그냥 꼬리 내리고 빠져있었죠. (저는 점수줬는데 그 사람은 말안듣는다고 무효로 쳐버리니.. 그 조에게 솔직히 너무 미안했음.)
그렇게 저는 어설픈 진행을 하다가 도중에 빠져서 마술쇼와 댄스를 준비했었죠. 마술쇼를 진행하던 참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장미꽃이 나타나는 마술을 보여줬었는데.. 누구에게 줄까요 하고 관중들에게 물었는데.. 문득 옆에서 그 사람이 그랬습니다.
저 주세요..
그러자 애들이 입을 모아서 그러는 겁니다. OO쌤 주세요~ 라고 말이죠.
그때.. 솔직히 말해 날아갈 것 같았지요, 다른 사람이 달라고 하더라도 저는 처음부터 그 사람줄 생각이었으니..
그렇게 건네주고 나서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OO샘, 지금 제 마음 받으신 거 맞죠? 그쵸?
우리 이제 시작하면 되는 겁니까?
그 사람이 팔을 절레 절레 흔듭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와 당황스러운 것이겠지요.
비록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 말을 하기 위해 짜냈던 저의 용기는.. 얼마나 가치가 있었을까.. 의문이 드네요.
결국 그 행위는 모두 장난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사람들의 입에 장난스레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자로서도.. 다 함께 기도하는 그 시간에.. 내 바로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지키게 해달라고.. 이 사람의 소중한 행복을 얻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물론 본인은 알 턱이 없겠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날, 돌아오며,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저는 음료수를 샀었죠. 내가 마실 음료수는 아니었지만, 최소 2개를 사서.. 그 사람에게 하나를 주고, 맞은 편 대화를 하고 있는 다른 샘에게 하나를 갖다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음료수를 사고 나와서 보니 4명이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기다렸죠.. -_-
그러면서 분수대에 앉아서 잠깐 애들하고 장난치고 있으니 어느새 출발한다고 차에 타랍니다. 앗차 싶어 그 자릴 바라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탔고, 그 사람이 뒷정리를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는 겁니다. 얼른 달려가서 불렀죠.
OO샘
??
이거.. 드세요.
네? 아..
그냥 음료수 사다가 OO샘 생각나서 샀어요. 받으세요.
네, 잘마실께요.
그러자 뒤에서 누가 툭 치더군요.
함께 성가대에서 지원나온 저보다 한살 어린 남녀가..
항상 친구로 있었던 그 녀석들이 손을 잡으면서 걸어가면서 우리보고 그림이 좋답니다. 저는 그 상황이 잠시 의아했다가..
혼자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설마.. 영화에서나 보던?
핑크빛 기류? 7월의 여름날.. 꽃들이 화사한 어느 휴게소의 로망스가 눈앞에 펼쳐졌었죠. 혼자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인원확인하러 온 교감샘께 아까 하나 더 샀었던 비타 500을 바로 드렸죠. 왜냐하면, 그분이 아니셨으면 그 사람과 제가 같은 조가 되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렇게 돌아오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돌아와서 다들 피곤한 기색으로 애들을 보내고.. 허전함을 느끼며 정리하고, 교사 뒷풀이 가서 밥도 맛있게 먹고.. 저는 그때 친구랑 약속이 있어 먼저 나왔습니다.. 그 사람은 밥먹으러 가서도 계속 누구랑 문자를 하느라 바빴었고.. 교감샘은 마술쇼의 그 일로 인해 그 사람에게 마음 받아줬냐구 물어봅니다. 그 사람이 부정합니다. 꽃은 어쨌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놔두고 왔답니다.
저는 바로 뒤로 넘어갔죠. 그래요, 잊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마음까지 져버렸단 뜻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당시엔 좀 많이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을 빠져나와 친구를 만나고.. 술을 줄기차게 먹고 뻗어버립니다. 그리고 며칠간 운동도 하지 않은채 술먹으며.. 고심을 많이 하죠. 그 친구에게 얘기를 합니다. 나 이사람 좋아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내게 일말의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난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데 그러면 본인은 많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 라며.. 그 좁은 곳에서 결론을 얻으려 계속 대화를 하긴 했습니다만..
이것은.. 혼자의 결론이 커지는 바람에.. 결국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것이지요. 그후로 이제 문자를 보내게됩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문자와 함께.. 괜히 그 말로 인해 피해보는것 같아서 정말로 죄송하다고..
그러니 그 사람이 그랬습니다. 신경쓰지 말라고.. 샘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때 가슴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럼 그때 냈었던 저의 용기는.. 그저그런 장난의 일환일 뿐이란 말인가.. 그렇게 용기를 짜내서 전했던 내 장미꽃은 그 자리에서 머무르게 하고..
결국 내 마음은 그 순간을 장식하기 위해 있었던 한순간의 바람같은 것인가...
네.. 하지만, 좋게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꼭 그렇게 말을 전했었죠.
그 순간.. 그 사람의 말투나 대답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라는 말을 들었었죠. 오해할 행동을 했다면 죄송하다고, 이 때문에 괜히 불편해지지 말자는 그 말.
그래서 저는..
제가 정리할때까지 스스로 가능한한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랬었지요..
그래요, 저는 이제껏..
고백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순간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리곤 스스로 마음을 접자고 생각하며..
정리를 하고 있었죠. 하지만 정리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볼때마다 괴로웠습니다. 차라리 안마주쳤으면 싶고.. 그 때문에 교사회에 남으라는 교감샘의 청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왔었죠.. 아이들은 좋으나..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 뒤로 저는 바다를 많이 보러다녔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바다를 보면서 많은 생각 했죠. 마음을 정리가 되니 마니 하면서도 또 마주치면 아무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매주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 다른 성당을 간적이 있었지요. 그때.. 신부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 말이 자꾸 저를 울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나오더군요.
그동안 뭔가 쌓였던 그것들이.. 그 신부님께 배운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본당으로 돌아와서 직접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은 그날 성당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말을 해두고 싶었던 저는 다른 샘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그랬었죠..
저도 이제 마음이 다 정리되었으니..
혹시라도, 행여라도 신경쓰시지 말라고.. 다 괜찮다고..
저도 정말 이런 부탁 하기가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사람에게서 문자가 날아왔었죠.
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샘과 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좀 난감했다고..
그래요, 혼자 사랑하고, 혼자 접고, 혼자 배려한답시고..
이 얘기 저얘기 이리저리 재고.. 머리가 아주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잠결에 보다가 비몽사몽에서 눈이 번뜩 뜨이며..
화가 났습니다. 원래 자다 일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감정적이 되곤 하곤 하는데.. 이땐.. 주저없이 장문의 문자를 적어서 보냈습니다.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실습중인 사람에게 턱없이 전화를 걸어서 뭐라하고 싶진 않았기에.. 뒤늦게라도 보라고 문자로 적었습니다. 제가 일전에 샘을 좋아한다고 했었던 건.. 제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었던 것이지.. 댓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고, 그 말을 한다해서 사귀자는 말을 한것도 아니었고, 그냥 이런 제 마음이라도 알아주길 바랬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혼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그런데 이제는 마음 정리를 하고.. 그 얘길 하고 싶어했는데.. 그간의 제 자신이 싫어서 이제 용서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이 문자라는 매체는 너무 답답하더군요.. 사람을 만나 눈을 보고 얘기해도 모자를 판국에.. 하다못해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며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 문자라는 매체가..
그리고 마지막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샘이 더 피하고 신경쓰는 것 같다고.. 저는 잘되어가는 사람도 있고 샘한테 좋든싫든 별다른 감정 없다고..
네, 저는 거기서 더이상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계속 얘기해봤자.. 서로에 대한 오해가 커질 뿐일테니까요.
그래서 그 덕에.. 요즘은 그저 그러려니 지냅니다. 한가지 웃긴 것은.. 그 이후로 잠깐 성당을 안다니던 사이 그 사람이 본당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 바보같은 제 눈은 그 사람이 어딨나 찾고 있었습니다. 정말 바보같죠? 언제는 매주 보니까 힘들어서 마주치지 싫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는 없으니까 제눈이 멋대로 사람을 찾고 있다는게..
그렇게 2학기가 개강하고.. 우린 서로의 학교로 돌아갔죠. 학교에 오면서부터.. 성가대에도 한번 실망한 적이 있어.. 솔직히 요즘 성당이 소원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얼마뒤면 성당에 있겠네요.. 독서를 해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가톨릭 신자분들은 꽤나 화나실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이성 하나 떄문에 신앙마저 져버리려 하느냐?
네, 그렇습니다. 저조차도 의심했었으니까요. 나는 사람때문에 성당을 다닌 것인가? 신앙따윈 믿지도 않으면서 신을 논했던 것인가? 많은 회의도 했지만..
일단 한가지 분명했던 것은 성당을 가던 그 하루에.. 예전같지 않은 사람들. 그 성가대라는 단체를 아예 나가서 차라리 그 시간대를 피해 다른 미사를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저는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신앙이 싫었던 게 아니라.. 나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싫었습니다. 네, 그 뿐입니다.
사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에 한번 과 선배와 술을 먹다 주량을 넘어 필름이 끊기네 마네 할 때.. 열이 받아 창문을 깨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리조각이니 뭐니 박혀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근데 그때 바보같이.. 새벽2시에 응급실을 가는데.. 그 사람이 제옆에 있는 것 같다고 착각을 한겁니다.. 그 사람이 치료를 해주고 있다 저를.. 제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찌르고 하는데도 아프지 않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답니다.
그걸 생각하니.. 아직도 완전히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네요.
하지만, 이제와서 굳이 잡고 싶단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많이 소원해졌다고 생각이 되니까 말이죠.
그냥 저 하나만 마음 정리하면, 그것로 끝일 테니까요.
이제 우려할 것은..
다시 만나서 다시 또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 하는 것 뿐입니다.
말이 상당히 길어졌군요. 바쁘신 시간을 뻇어 정말 죄송하구요. 이 스크롤의 압박이 드는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도..
작지만 아름다운 행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