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운명

미처리20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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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의 자존심이 발끈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신현의 손을 있는힘껏 깨물었다.

[으앗! 너 뭐야?!!]

[친구니까 믿는거야. 내 친구니까]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신현을 쏘아 보는 현주.

어쩌면... 나는 강도윤을 질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그 녀석을...

빼앗아 버릴까?

이 울컥하는 감정은 뭐지?

이상하다...

이 녀석을 보고 있으면 한 없이 평온하다가도 가슴 한 구석이 계속 아려온다.

현주는 조금전 부터 나무에 등을 기댄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현의 눈빛이 부담 스러웠다.

[' 그냥 돌아서 걸어가면 되는데...발이...움직여주질 않아...']

" 딩~동~댕~동~"

그때 둘의 침묵의 시간을 깨우기라도 하는듯 예비종이 울려 퍼진다.

[...저...기...수업...안 받을꺼야?]

[.....]

[그..그럼...저기...난...먼저 갈께]

마치 굳어버린 몸뚱아리를 최면에서 이끌어내듯 현주는 정신없이 자신의 머리속에 명령어를 주입시킨다.

[' 움직여라. 움직여...']

로보트처럼 영 어색한 걸음걸이가 조금씩 리듬을 찾아간다.

[내기 할래?]

이제겨우 막 리듬을 찾은 현주의 발걸음이 신현의 목소리에 다시 멈춰선다.

[뭐?]

[너와 강 도윤...100%신뢰감...어디까지 인지...우정인지...아님 사육인지...궁금하지 않아?]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신현의 입속에서 줄줄이 기어져 나온다.

한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일상들이...지금 신현에 의해 조금씩 깨어나오고 있다.

[왜...그래야 하는데?]

[너희가 진짜라면...친구라는거 나도 좀 해보려고...너희와..대신 이건 너와 나의 비밀이야]

"딩~동~댕~동~"

오후 수업을 알리는 두번째 시작종이 교내가득 울려퍼지는 사이 현주의 두눈은 믿을수 없다는듯 혹은 지금껏 기다렸던 기다림의 보상이 내려진듯 놀라움과 기쁨을 머금고 있었다.

[' 그래...어쩌면 이게 기회일지도 몰라...아마 도윤이도 기뻐할꺼야...']

[' 신현주 니가 모르는게 있어. 아쉽지만...넌 이 게임에서 지금까지 믿어왔던 소중한 친구를 잃을꺼야....그때도 지금처럼 웃을수 있을까?']

멀어져 가는 현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현은 씁쓸한 미소를 흘려 보냈다.

[세상에 100%따윈 존재하지 않아. 그 무엇도]

신현의 중얼거림은 작았으나, 그 눈빛은 매섭고 어두웠다.

[어딜 갔었던 거야? 점심도 안먹고]

[...잠깐...볼일이 있어서...]

현주는 다그치듯 묻고 있는 도윤을 피하듯 시선을 돌려 서둘러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현주의 행동이 도윤은 석연치가 않다.

분명 신현을 만나고 왔을걸 알고 있는데도 입밖에 소리내어 묻지 않는 자신도...그걸 숨기려하는 현주도...

[신현! 오늘 "저스틴"에 갈꺼지?]

[우린 언제 끼워 줄꺼야? 거기 소문에 이 일대 일진들이 다 모인다며? 굉장하다!!]

아이들의 흥분된 웅성임이 시작되고 있다.

[근대...우리학교에선 신현만 가는거야?]

[조용히해 임마! 눈치 없기는...거긴 '아웃사이더'들의 비밀모임이란 말야. 지금 비밀리에 움직이는 숨은 세력들]

[ㅋㅋ 무슨 소설쓰냐? 그런거 아냐]

그들의 황당한 이야길 들으며 신현은 어이없다는듯 가방을 매고 교실을 나선다.

뒤따라 아이들이 우르르 가방을 짊어지고 하나, 둘 그를 쫓아 나가자 현주의 시선이 그대로 이동한다.

[집에 먼저 갈래?]

[오늘도 늦어?]

[곧 축제 쟎아. 3학년 선배들이 마지막이라고 요구하는게 많아서...기다릴래?]

현주는 잠시 망설이다 도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오늘은 엄마가 오실때까지 도윤이네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는게 조금 덜 불편할것이다.

[최대한 빨리 올께]

도윤은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갔다.

텅빈 교실에 덩그라니 혼자 남은 현주는 점심시간에 신현과 나눈 이야길 기억해 냈다.

[내기라...도윤이도 모르게....무슨 내기 일까?...]

현주는 다시 텅빈 교실을 바라보며 신현의 책상을 주시한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다가선다.

그의 책상엔 수 많은 낚서들이 빽빽히 쓰여져 있었다.

모두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한글 한글 써 넣은것.

현주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낚서들을 읽어내려간다.

그리곤 슬며시 펜을 쥐고 작은 공간에 무언갈 새겨 넣는다.

"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진심이야...거절하지 말아줘...아~~~연습은 잘되는데...]

1000번도 더 연습한 단어들이 막상 입밖에 내려하면 생각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신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면 모든 감각들이 일순간 정지하고 머리속은 텅빈 백지가 되버리니...

자신도 이상했다.

도윤과 다른 무엇...??

강하게 자신을 끌고 있는 그것이...뭘까...?

[남의 책상에서 뭐 하냐?]

[으악!!!]

"콰당"

조용한 교실에 시끄러운 굉음이 울려 퍼진다.

놀란 현주는 의자와 함께 그대로 바닦으로 떨어졌고, 교실 뒷문에 기대어 재미있다는 듯 신현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