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동의 청개구리

서오능200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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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해거름녁에
집사람과 청계천 황학동 곱창골목에가서
곱창 안주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곁에서 상추와 깻닢을 씻고있던
젊은 주인 아낙네가
에구머니나~~~하고 비명을 지른다.

왜 그래요?
저거...저거...개구리...청개구리가!
씻고있던 깻닢 푸대속에서 조그마한 청개구리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온것이다.

허,그것참...웬 청개구리라니!
내가 달려가 잡을 새도없이
그 놈은,
잡다하게 쌓여있는 노점 상품더미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밭에서 직접 따서 가져온 채소부대속에 아마도 묻어온것이리라...

내일부터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시작한다고해서
마지막으로 청계천가서 구경이나 해 둘까...해서
마눌 대동하고 곱창집에 앉아있었던 터인데...

뜻밖의 진객이 나타나서
젊은 아낙을 혼비백산케하더니
저 쇳가루와 철제 주방설비들만 가득 쌓여
어디 풀 한 포기 하나 없는
메마른 땅위로 사라져 버린것이다.

나는 그 놈의 안위가 걱정되어
잠시동안 숙연해 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방 둘러 보아도
청개구리를 용납할 만한
손바닥만큼의 아량도 보이지않는
완고한 이 땅에서
아마도 그 놈은 몇시간도 안되어 말라 죽고야 말리라...

이 놈이 혹시
청계천 복원한다는 뉴스를 듣고
40여 년 전 즈이 조상들의 터전이었을
이 곳을 그리워한 나머지
조바심에 너무 일찍 현장 확인하러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것 아녀?
가련 불쌍하구나...청개굴아...
네가 나를 닮았느냐...
내가 너를 닮았느냐...

곱창집에서 얼마 떨어지지않은 노상에서는
청계천 복원으로 인하여
생업의 터전을 잃게될 노점상들이
차일치고 북과 꽹가리를 두들겨대며
당국의 사후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있었다.

불쌍한 청개구리와
북치고 꽹가리쳐가며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노점상인들...
두 가지 영상이
나의 뇌리에 오버랩되며...
착잡한 생각을 금할 수 없는데...

어쨋거나
몇년 후면
이 척박한 동네에
수양버들 늘어진 개울이
졸졸...흘러...

오늘 비명에간
오!
불쌍한
이 청개구리의
원혼을
위로해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