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村色感(Sea village of Colors)

야매박작가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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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처음으로 포항과 한동대 부근 바닷가를 방문했을 때 진한 회색빛으로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거친 바람에 따라 일렁이며 몰아치던 파도가 어찌나 장쾌하게 가슴을 파고들던지 지금도 눈을 감고 회상해보면 그 때의 감흥이 생생하게 밀려온다.  그 때를 시작으로 그간 여덟 차례 포항과 영덕을 아우르는 지역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때마다 일상에 찌들고 메마른 가슴을 신선케 해주는 쉼의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느 덧 경북의 바다는 그렇게 지친 영혼이 언제나 달려가 안길 수 있는 너른 품의 대자연이란 의미로 각인되고 말았던 것이다.

    흔히들 회자되는 ‘환상의 7번국도’인 해안도로를 이동하며 가슴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던 풍광들을 카메라에도 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지난 2007년 봄에 방문하였던 영덕의 한 작은 어촌의 모습들은 특별히 색감(色感)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촌이라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진한 색감이란 필터를 통해 차근차근 투영하였더니 더욱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향취를 품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명암의 대비가 더욱 확연하고 색감이 더욱 진해져서 그런지 배경과 피사체 모두에 대하여 디테일하게 집중력이 더해졌다.

     거친 바다만큼이나 질곡의 세월들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바지런히 그물을 손질하시는 늙은 어부의 모습과 방금 채취한 큼직한 미역꾸러미를 일손을 모아 거뜬히 걷어 올리며 집 앞마당 한 귀퉁이에서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미역을 다듬는 모습 속에서 바다와 함께 삶을 꾸려간다는 의미를 존중감을 가지고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스칠 때마다 서로 부딪히며 상쾌하게 소리내는 조약돌들과 이내 파도가 잦아드는 해변을 잠잠히 지키고 있는 갈매기들, 따뜻해진 해풍에 하늘거리는 화단의 꽃들과 같은 작은 자연 속에 숨겨진 창조주의 지문을 잠깐이나마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보면 볼수록 바다내음 가득 담고 바다를 마주하여 자리를 잡은 여러 어촌의 집구(什具)들과 낡은 담벼락의 모습 속에서 어촌만의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마음껏 맛볼 수 있었다.

    ‘어촌(漁村)’이라는 곳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로서 오랜 세월의 깊이와 무게를 담은 답을 감히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바다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혹은 멋스럽게 공존한다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촌을 더욱 어촌답고 생생하게 음미할 수 있게 도와준 색감이란 필터는 여러 해 동안 경북해안의 매력에 매료되어 있던 필자에게 더할 나위없는 새로운 기쁨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