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게 있어 중요한 것.

진토닉200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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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직 미술학도를 하고 있던 진토닉씨는, 졸업작품전인 9개 멀티채널 영상 작업을 위해 9인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클럽 DJ, 의사, 일러스트레이터, 건축학도, 헤어 디자이너, 빠티씨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상을 담은 것이었다.

 

그 중 요즘 와서 자꾸 떠오르는 인물은, 당시 자주 다니던 학교 앞의 빵집 스공이었던 19세 아가씨.

"이 업계에서는 학력/경력/나이/성별 다 필요 없어요.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세계죠!"

하며 작고 귀여운 체구로 자신감에 가득차서 당당히 이야기 했다.

"저기 보이는 저 언니는 서른이 됐죠. 하지만, 직급상 제가 위예요.  실력이 되면, 나이가 어리더라고 무시하지 못하죠!

여자라고 얕볼 수도 없어요! 그래서 이 일이 너무나 신나요!"

그러면서도 저~기 보이는 쉐프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유럽을 다니며 기술을 배우셨어요, 반죽을 한 번 만져 보는 것 만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요즘 들어 자꾸 이 아가씨가 생각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요식업계에도 학력/경력 위조 내지는 뻥튀기가 만연하고 있어서다.

아직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그 때의 그 아가씨는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석사도 없고,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지만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의 일을 사랑하며 묵묵히 일을 했는데,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하고, 요리사라는 직업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 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많은 오해,

그리고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범람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쉐프? 요리사?

사실, 이 단어가 헷갈리고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쉐프가 아닌 요리사는 의미가 없다는 속내를 보여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면에서 1등을 하고 싶은 우리 기질이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 불어 단어들과 영어 단어, 그리고 일본어 용어들이 마구 섞이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말을 마구 뱉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모두가 자기 PR 시대

요즘엔 블로그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게 꼭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득 예전의 한 기억이떠올랐다.

 예전에 기획력 강의 수업 중, 회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하던 중,

"제품 홍보"가 잘 되지 못한 원인에 대한 대책으로 "피알PR"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되 묻는다.

"대중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할 일인가요?"

선전宣傳, propaganda  : 어떤 사물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등을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 또는 그 활동.

광고 廣告, advertising :  기업이나 개인·단체가 상품·서비스·이념·신조·정책 등을 세상에 알려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 위해 투자하는 정보활동.

PR Public Relation : 공중(公衆)과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행위 또는 기능.

 

요식업 중에도 맥도날드나 코카콜라, 혹은 매일유업 등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은 대중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 회사의 이미지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요즈음 같이 모두가 <대중>을 의식하는 풍조는 참 독특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에 반하는 한 예로,

최근 미슐랑 도꾜판이 나오면서 별을 거부한 몇몇 식당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고객의 유치도 좋지만, 기존 고객들에 누를 끼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모든 사업에는 대상 고객이 있고, 그 각각의 <나의 손님>은 대중 이상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테크니션 Vs 스따~*

내가 아는 한쿡의 아주 무서운 테크니션 하나는, 홀홀단신으로 프랑스에 와 10여 년을 보내며 여자의 몸으로 조엘호부숑의 스공을 지낸

피에르 갸녜흐 롯테의 이현진氏다.

사실, 왠만한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명함도 못 꺼낸다고 생각한다.

이제껏 그녀가 감당해 온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는 장편소설을 쓰고도 남을 거리라고,,

그런데, 지난 봄 한쿡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이런 얘길 하더군.

"주방에도 모두가 다 석사예요,, 한국서 대학도 안 나왔냐며 이상하게 묻더군요."

 

반면,

최근 한 기사에서는 내가 잘 아는 (심지어 그의 이력서를 어찌어찌 갖고 있는데) 한 요리사가

자신의 경력을 충격적으로 부풀려 광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참 씁쓸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거이 다 쉐프 = 요리사의 오해에서 시작해서,

서양식 직급체계를 모르는 대상 손님들과, "우물 밖 세계는 전혀 모르겠지?"하는 용기?가 불러 일으키는 재앙들 같아 보인다.

 

10년 전 19세의 당당하던 그 빠띠씨에 아가씨의 <자신감>이 그리워 지는 시대다.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즐겁게 대화 나누는 손님들의 표정에서 매일매일의 에너지를 얻는 그런 순수의 시대를....

그리워 하는 나는...

 

옛날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