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들, 문화축제와 열애 중

김형석20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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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들, 문화축제와 열애 중


 


김형석/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서울 출장 중, 1360억 원이 투입된 축제와 78억 원 예산이 든 축제를 보고 왔다. 윤후명 소설가의 작품 ‘팔색조’ 배경이 된 섬이며, 작가의 실제 러브스토리가 결실을 맺은 지심도를 미술과 문학의 만남으로 스토리텔링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 부남미술관에서 초대를 받아 출장을 간 김에 인천세계도시축전과 서울디자인올림픽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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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展 출품작/ 장태묵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는 2010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ㆍWDC) 지정을 계기로 서울시가 세계 디자인·문화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마련한 세계인의 디자인문화 종합축제이다. 88서울올림픽 주무대였던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도시가 중심이 되어 디자인을 활용하여 경제를 발전시키며, 디자인을 통해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축제를 마련했다.


작년에 이어 잠실종합운동장과 서울도심에서 열린 제2회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컨퍼런스, 전시회, 공모전, 페스티벌로 ‘디자인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일상생활 속에서 어우러지는 디자인, 일반 시민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주제어는 ‘i DESIGN’으로 ‘나는 디자인 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확장하면 ‘나는 디자이너, 너도 디자이너,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뜻이란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다같이 꾸면 현실이 된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서울이 이제는 디자인의 기적으로 도시 브랜드와 경쟁력을 높여 세계도시로 우뚝 설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정의 핵심 역량을 디자인에 쏟아붓고, 디자인을 통해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바꾸려 한단다. 창의와 혁신의 디자인을 매개로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품격 있는 세계적 도시로 만들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이 축제를 통해 소통하려 한 것 같다.

산만한 운동장 시설이라는 시공간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재미있는 놀이, 순수예술, 첨단 정보기술과의 결합, 생활에 유익한 실용, 그리고 재생용품을 활용한 친환경 디자인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다같이 꾸면 현실이 됩니다.”라는 에어돔에서 본 서울디자인올림픽 영상물 메세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축제의 물결 속을 걸으며 디자인 안목을 키워 줄 교육과 놀이를 통한 미래지향적 체험 현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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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자인올림픽


‘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빛나는 내일(Lightening Tomorrow)’이라는 주제를 내건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지난 8월 초 개막되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의 장’, ‘축제의 장’을 펼쳤다. 인천시가 주최한 이 축제의 취지는 2003년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의 1단계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인천’의 성장 잠재력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외자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


총 사업비가 1400억 원에 달하며 3년간의 준비 끝에 완성된 이 도시축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내 축구장 33개 크기(24만7000㎡)의 행사장에 세계도시관, 녹색성장관, 로봇사이언스미래관,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등 10여 개 동의 상설전시관과 각종 공연 및 이벤트 시설로 꾸며졌다.


인천시는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도시축전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생산유발 1조 1500억 원, 부가가치유발 5300억 원, 고용유발 1만여 명, 소득유발 3000억 원 등으로 조사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차별화된 방향성 부족과 잡다한 백화점식 행사장을 둘러보니 그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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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도시축전


‘세계일류 명품도시’ 건설을 주장해오고 있는 안상수 인천시장과 인천시는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도시의 생존과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과 항만 등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인천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세계일류 명품도시'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고, 2009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아시안게임 개최라는 국제행사를 통해 품격 높은 국제도시로 변모시키려는 것이다.


서울시는 디자인올림픽을, 인천시는 세계도시축전을 개최하고, 여수시는 엑스포를, 광주시는 문화중심도시를 기획하는 등 지자체들 마다 지역 문화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도시들은 ‘문화와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기반 문화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도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태어나게 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


전시행정 사업 일색, 정치성 이벤트 등 말들은 많지만 결실의 계절에 두 가을축제를 둘러보며, 감성의 일탈을 즐기는 문화에 굶주린 대중들을 목도했다.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국제경쟁력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 고민하는 ‘긍정의 힘’을 지닌 리더들과 함께 하는 도시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했다. 축제를 보니 오래 살고 싶어졌다. 예산이 풍족한 특별한(?) 도시의 리더들이 제시하는 희망찬 미래상이 행복한 결혼생활인지? 짝사랑으로 끝나는지? 불륜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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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C 드라마 '선덕여왕'

서투른 결론은 내렸지만 곁가지 하나 더 추가하자. 서울에서 인천 가는 길에 모 방송국 앞을 지났었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고 시대의 주인이 된다’는 방송국 사옥 전면에 붙은 역사드라마 대형 걸개사진이 자꾸 떠오른다. 화려한 금관과 보석 등으로 치장을 한 미모의 그녀들이 하향식 구애를 하는 듯한 유혹의 눈빛과 광고 카피가 기억에 선명하다. 과거 유배지에서, 세계 1위 조선산업도시로 상전벽해(桑田碧海)한 섬으로 돌아와 후기를 쓰는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