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신문광고는 바람직한가 ?

김수지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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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영국의 QS사와 손잡고 ‘아시아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언론사 대학평가 시대에 진입했다. 대학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 선택의 기준이 될 정보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매번 발표될 때마다 낮은 순위 대학들은 낮은 순위대로 높은 순위 대학들은 높은 순위대로 대학 간 순위에 대한 업그레이드 경쟁이 치열해져 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대학의 경쟁력 순위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대학평가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발표하는 ‘미국 최고대학(America’s Best Colleges)’랭킹이다. 1983년 시작된 이 평가는 여러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미국 대학 랭킹을 받아서 보도하는 전 세계 언론 덕분에 인지도 상승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 대학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진학 가이드를 발행해 추가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잡지사는 이에 머물지 않고 고등학교 순위, 미국 병원 순위, 자동차 순위, 직업 순위 등 다양한 랭킹 장사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성공 신화 뒤로 미국에서도 <포브스>, <워싱턴 먼슬리>, <뉴스위크>, <포린어페어스> 같은 몇몇 언론사가

대학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서 언론사들이 본업과 큰 상관이 없는 대학평가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쉽게 말해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1999년 로날드 에렌버그(Ronald G. Ehrenberg)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대학 랭킹이 떨어진 학교는 다음 입학년도에 지원자 경쟁률과 입학생 SAT점수는 낮아지고, 합격생의 입학 포기비율은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미국 학생과 학부모의 상당수도 대학의 순위에 연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별대학은 대학평가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광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대형서점에 대학입학 안내서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관련 정보에 대한 소비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어 대학 랭킹 산업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공적으로 발표되는 언론사의 대학순위발표는 사람들의 인식구조 자체에 대학을 서열화 시킨다. 자신의 점수에 갈 수 있는 대학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줄을 세워놓은 배치표를 보면 이미 대학은 서열화 되어 있고, 학생들은 그 서열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학생들은 서열화 된 대학 순위에 따라 대학을 지원해 낮은 순위 대학에는 지원자가 몰리지 않는다. 따라서 높은 순위 대학에 좋은 인재가 몰릴 수밖에 없으며 좋은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 대학이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대학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대학을 종합 순위 평가한다면 상위권 대학은 둘째 치고 하위권 대학이나 순위조차 들지못한 각 대학은 어쩌란 말인가?

이번 2010학년도 주요 대학 수시모집 경쟁률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대학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다고 하지만 지방 국립대의 경쟁률은 서울권 대학 경쟁률보다 현저히 낮음을 보였다. 부산대는 2913명 모집에 1만 6479명이 지원해 5.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경쟁률 6.0대 1보다 하락한 수치다. 경북대도 수시 1차 1991명 모집에 9949명이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지난해 경쟁률 5.2대 1보다 다소 하락함을 보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소장은 “지방 국립대의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는 최근 상위권학생들이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에 대거 지원하는 흐름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한순위발표는 학생들에게 있어 서열화 된 배치표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올해 대학평가 순위 발표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대학을 특성에 따라 ‘인문사회 중심대학’, ‘이공계 중심대학 대학’, ‘종합계열 중심대학’ 이라는 기준으로 세분화한 평가를 진행하고 교육중심대학 평가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하나의 잣대로 대학을 서열화한다는 결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중앙일보라는 매체 자체가 평가하는 대학순위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을 유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기업에 의해 유도되는 대학평가는 국가에서 수행하는 것보다 신뢰성과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기업의 대학순위 판정 과정에서 암묵적인 거래가 전혀 없을 것이다.’ 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거래가 있다 하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나 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종합대학 하나가 움직이는 경제 단위도 천문학적인데다가 대학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학 순위 상승이 대학에 가져다주는 이미지 쇄신 효과를 생각하면 로비에 대한 유인(incentive)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쉽게 말해 학교 순위 상승으로 수시 원서 접수가 증가하면 원서비로 들어오는 금액은 상상치 못할 정도이다. 이와 함께 각 지방 대학들은 자율화와 입학 정원 부족으로 재정란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그 해법으로 신문에 학생 유치 전략을 위한 광고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실제 광고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대학 간 경쟁이 심화되고 대학이 브랜드화 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단순한 입학 안내를 넘어 대학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광고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대학광고의 특성은 인쇄광고가 주를 이룬다는 것과 입시철에 가장 활기를 띠는 계절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대학광고는 서울지역보다 지방대학의 광고활동이 더 활발하고 인지도가 낮은 대학일수록 광고를 통해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1994년에 <중앙일보>가 처음 대학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코웃음 쳤던 일이 지금은 대학들이 앞다퉈 '톱 10'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이런 현실에 한 수도권 사립대 홍보팀장은 "일부 대학교수들이 언론사가 대학을 볼모로 '장사'를 한다거나 평가를 잘 받으려는 대학은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 아니냐(광고 협조를 해야 한다는 뜻)며 불만을 터뜨린다." 고 이같이 말했다. 광고수익을 위한 콘텐츠로 대학평가를 사업화하는 특정 언론사와 대학들 간의 관계, 즉 역순환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기업에게 대학순위 평가를 맡겨두는 것 자체가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줄어들지 않았던 한국의 사교육 문제. 그만큼 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겁고 교육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민감한 한국에서 대학순위 책정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서열화의 문제, 대학평가 지표 자체의 문제, 대학평가 주최자 자격의 문제 등 대학순위 발표에는 여러 논쟁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할 사실이 있다. 종이매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언론사 입장에서 대학평가는 학부모와 대학이라는 큰 독자와 광고주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겠지만 대학을 상품의 대상으로 랭킹장사를 벌인다며 앞으로 점차 대학평가의 신뢰도는 낮게 평가 될 것이고 심리적 반발과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