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앞 S 미용실 -4

주동희2009.10.23
조회303

 

꼭 10년 전의 날 보는 것 같아요.

표정을 보니까..바짝 얼어있네요.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신입 후배에요.

지금 손님 샴푸 중인데..샤워기에 자꾸 손이 가는 것 보니까,

아마도 물 온도에 자신이 없는 거겠죠..?

“물 온도..괜찮으세요?”



역시..내 눈썰미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다행히 손님이 괜찮다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게도 저런 때가 있었어요.

첫 샴푸도 기억나요.

샴푸 양은 얼마나 해야 하는 건지..

마사지는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물 온도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 건지..

수없이 연습하고 또 했던 일인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까...당황되더라구요.

그리고 처음 컷을 하던 날..처음 롤을 말던 날..다 기억이 나요.

아마 저 후배도..오늘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거예요.

10년이 지나도...지금 손끝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샴푸 끝났으면...드라이로 말려만 주세요..”

“네..”



목소리까지 경직되어 있네요.

어깨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목도 꼿꼿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저렇게 첫 주를 지내고나면..어김없이 주말에 꼭 몸살이 나고..심하게 앓게 돼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남자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미용실엔 처음 오신 분 같은데요..



“어서 오세요. 찾는 선생님..계세요?”

“저기..저..유나리 선생님..이요..”

“유나리..그런 분은..”



드라이를 하던 후배가 몸을 돌려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맞아요. 저 후배 이름이 유나리..라고 했어요.



“나리야...나 너한테 머리 자르러 왔어..내가 니 첫 고객이지?”

“저기..나..아직 컷 못해..초본데..”



남자친구인 모양입니다.

아직..가위 들 때는 아니지만..남자친구의 마음을 봐서..

오늘만 특별히 허락을 해 줘야겠어요.



“오늘만 특별히, 저 손님만 특별히..니가 컷 해 봐..”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처음 그 때를 기억하라고,

서투르고 부족했던 처음을 기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