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동화책의 공주님이었다?.......

하얀손200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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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동화책의 공주님이었다?.......


그녀는 동화책 속의 공주였다. 사진 속의 그녀는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얼굴의 피부는 하얗고 매끄러워 보였다. 한눈에 보기 드문 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있는 사진들을 다른 사람들이 스크랩을 못하도록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여러분들에게 직접 보여 줄 수는 없다. 이제 나도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없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화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화려한 미니홈피의 궁궐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나의 기억 속에 그녀는 드레스를 입고 각종 서양식 음식이 준비된 대리석 식탁에 앉아 사진을 찍기 위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잔잔하고 감미롭다. 그녀는 서양식 요리를 만드는 취미가 있고, 그림도 그린다. 나는 그녀가 만든 음식을 직접 먹어본 적이 없어 달리 평가할 수 없지만, 그녀의 그림솜씨는 매우 탁월하다. 초상화는 정교하여 실제 인물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또한 그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솜씨도 제법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캐나다의 큰 저택의 실내를 배경으로 자신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아서, 다른 사람과 쉽게 대화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감미롭다. 한국에서 교사로 지낸 적도 있는 그녀는 영어 구사능력도 뛰어나다. 자신의 저택에 놀러온 백인 소년들에게 떠들지 말라고 타이르는 목소리마저 은근하고 조용했다.


그녀는 소박하고 마음씨도 아주 착했다. 캐나다의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살면서, 가끔씩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 아들을 돌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너무 오랫동안 그녀는 혼자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이 두렵다고 했다. 자신의 침대에 어떤 누구라도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대형 침대에 혼자 누워 잠들다가 일어나, 향긋한 모닝커피를 마시고 캐나다의 우거진 숲속을 산책하며 여생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가끔씩 그녀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오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캐나다의 저택에 머물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나는 국내여행을 하면서, 어느 지방에 담배냄새 모락모락 피어나는 PC방에서 자판기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나의 미니홈피의 방명록에 남겼던 글을 다시 살피기 위해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성격처럼, 방명록에 자신의 글도 모조리 삭제해 놓았는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불현듯 나는 그녀가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떠올렸다. 그러나 발신인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일까? 그녀는 내가 손닿을 수 없는 동화책 속에 공주님으로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랐던 것일까. 더 이상, 나는 그녀를 찾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화려한 궁궐에서 쫓겨나 삭막한 유배지를 전전하는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골에 한 청년이 가난을 비관하다 농약을 마시고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 왔다. 그의 늙은 노모는 의사에게 “우리 아들 살릴 수 있냐?”고 묻는다. 의사는 “아들은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노모는 “됐다.”며 아들을 그냥 집에 데려가려고 했다. 의사는 놀라서 “그래도, 아드님인데, 위세척 수술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노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 네가 수술비 안 받을래?”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가난으로 아들이 농약을 마시고 죽어가고 있었지만, 가난으로 아들의 수술도 포기하는 비참한 현실. 결국 노모는 죽어가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의사는 뛰어가서 노모의 손에 택시비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는 노모의 행동을 몰래 지켜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노모는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아들과 함께 떠났다고 했다. 나는 위세척비용과 한국에서 캐나다까지 비행기 값이 얼마인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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