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9명 살리고 자신은 희생한 영국 조종사

한주영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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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9명 살리고 자신은 희생한 영국 조종사

조선일보 원문

 

 

영국의 한 비행기 조종사가 승객 9명의 생명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 수사 당국은 조종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조종사 로버트 맨셀(32)이 조종하는 제트비행기가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64㎞쯤 떨어진 카리브해 남쪽 큐라쇼섬과 보나르섬 사이에서 오른쪽 엔진에 결함이 생겨 수면에 불시착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9명은 모두 빠져나와 목숨을 구했지만 조종사 맨셀은 탈출에 실패했다.

비행기 기체가 수면 아래로 급격하게 가라 앉는 가운데 근처에 있던 화물선이 접근해 구조를 도왔고, 먼저 빠져나온 승객들이 맨셀을 조종석에서 끌어내려고 했지만 끝내 구해내지 못했다. 승객들은 “맨셀을 끌어내려 안간힘을 다했으나 조종석 벨트 끈이 풀리지 않았다”며 “맨셀이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승객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구명 조끼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라고 소리치면서 정작 자신은 희생했다”고 말했다.

맨셀은 카리브해 비행기 회사인 디비디비 에어(Divi Divi Air)의 조종사였다. 이 비행사는 2001년 카리브해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설립됐으며, 하루에 9번 운행한다. 맨셀은 이날 큐라쇼섬에서 네덜란드 관광객들을 싣고 보나르섬으로 비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비행사의 사이몬 잰젠 대변인은 “그는 영웅이다”며 “모든 승객이 살았지만 그만 실종됐다. 만약 그가 훌륭한 조종사가 아니었으면, 안전하게 물에 불시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승객은 “사고를 당했음에도 그렇게 침착한 조종사는 처음 봤다”며 “승객들을 위해 희생한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과 카리브해 지역지들은 일제히 맨셀을 ‘진정한 영웅’이라며 사고 속보와 상보를 전하고 있다. 아직 비행기 기체와 맨셀의 시신은 찾지 못한 상태다.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