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취업해야만 할까?

김은희200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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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학기 '근대정치사상'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요즘 수업에서 배웠던 어떤 사상이 자꾸 내 머리속에 맴돈다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수업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들 보기만해도 드래그해버릴 재미없는 내용이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가 왜 그렇게 취업에 목매달아야 하는지 그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여담 하나 :)

 

* 헤겔(Left) & 마르크스(Right)

모두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헤겔'이라는 사상가는 또 우리가 잘 들어본 마르크스의 스승이다

둘다 게이였는데 모 마르크스는 너무 못생겨서 헤겔도 눈이 있어 둘이 썸씽은 없었을거다라는

출처도 불분명했던 교수님 얘기가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얘기는 헤겔의 '노동'에 대한 생각이다.

잘 설명할 자신이 없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잘 읽어주길!

 

헤겔은 '미학'에서

"인간은 실천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형성한다. 왜냐하면 그는 즉각적으로 주어진 일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인정하도록 촉구되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위 이야기는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나타나는데

그는 '노동'을 자신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구원의 수단, 해방의 도구임을 강조했다.

 

그 내용을 보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삶을 즐기던 주인은 세계와 자기 사이에 노예를 두었고

뭐...결국 아무 일도 할 줄 모르게 되고 반대로 노예는 처음에는 '살기 위해' 노동을 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노동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노예의 상태

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용인 즉슨 노동은 물질을 정신적인 것으로 만드는 정신이라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노동은

물질과 정신 사이에 위치한 인간의 실존을 상징한다. 인간은 행동하는 한에서만 존재한다.

인간에게서 일을 끝낸 후 느끼는 기쁨과 자부심은 다른 유흥의 기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지다.

 

여기서 자꾸 나를 괴롭히는 건 노동이 즉 삶의 기쁨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일을 해야 기쁨을 느낀다.

 

나는 작년까지 한 회사의 AMD(Assistant Merchandiser)로 일했었다.

 

처음엔 역시나 '처음'이라 즐거웠다. 더구나 나는 21살 막내여서 팀내에서 귀여움을 받았었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남들에겐 고역이었으나, 나에겐 즐거움이었다.

 

솔직히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오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무슨 옷이 들어왔는지 신상들을 확인하고, 맡은 일을 조금 하다가 나를 예뻐라 해주시는

MD님이랑 커피 마시고 조금 노가다를 까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일하는 언니들이랑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또 내가 좋아하는 옷도 보고 맡은 일도 하다가 좀 졸기도;(개념이 없었던)

하고 장난 치고 휴게실가서 땡땡이도 좀 치고 또 일하다 보면 6시가 다되고 그럼 눈치보다가

칼퇴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오직 초기에만 그랬다. 그러다 나는 점점 사회 생활이 왜 다들 힘들다고 하는 지

점점점점점점 깨닫게 되었고, 집에서 여러날들 울기도 했고 또 그것을 핑계 삼아서 말도 안되는

오춘기를 겪기도 했었다. 너무 철이 없었던 지라, 난 윗 분에게 반항 아닌 반항도 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이 빨개져 지우고 싶은 행동들도 많았었다. 나는 AMD 이기에 정규직 사원보다는

책임감이 덜 했고 내가 몸담고 있는 내 회사라는 의식도 약했었다. 하지만, 윗 분이 나를 믿고 맡겨

주는 업무가 생기면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괜스레 좋아졌다. 그리고 정말

잘해서 '짠'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막막막 생겨서 정말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일도 있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1년이 다되어갈 때에는 "내가 이러고 있을 때, 다른 애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조급하게 만들어 결국 일을 그만두고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난 지금 그 때가 제일 행복했었구나 라고 생각한다.

 

'노동 없는 기쁨은 비천하다'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요즘 내 안에는 '열정'이란 것이 없다.

나를 항상 강하게 만들어 주던 그것이 이제 내겐 없다.

하는 것없이 조급한 마음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나았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조급한 마음 때문에 만들었던 욕심을 다 버리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내 욕심을 버리고 그 '노동'에 온 열정을 다 하고 싶다.

 

그래서 그로 인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간절하다.

 

지금에서야 알았다.

누군가 내게 책임을 준다는 것, 내가 이 곳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그 알 수없는 감정은

바로 헤겔이 말했던 그것이었음을.

 

우리 모두 취업난에 허덕이며 말도 안되는 경쟁률에서 싸워야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가 왜 그래야 할까.

 

먹고 살기 위해서?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아니기에 다들 돈이 되는 직업을 하라고 넌 너무 실속없다고 하지만

단지 내가 하고 싶기에 그것을 하면 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기에

박봉이라는 MD가 되길 원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더니 갑자기 두통이 왔다. 내 머리도 한계인건가

 

나는 요즘 행복하지가 않다.

또 4학년이라 그런지 자꾸 '취업'이란 글자만 눈에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내 학점?' 난 1~2학년때 너무 '극단적'으로 놀았다 ㅎㅎㅎㅎ;

학생회며 응원단이며 성당 교사 활동이나 과외 등등 나는 욕심이 너무 '과'했다.

고등학교 때 처럼 대충해도 학점이 잘 나올거라는 알 수 없는 자신감만 있었을 뿐이고.

또 3학년 때는 또 괜한 '욕심'으로 일을 하면서 야간 수업을 수강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눈치보며 칼퇴해서 학교에 가면 8시였다.

8시에 수업 하나를 들으면 10시반 집에오면 거의 1시였다. 그리곤 침대에 쓰러지고.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생각. 그건 처음부터 채울 수 없는 욕심이었다.

학점은 물론 회사 생활도 제대로 신경쓸 수 없었다. 난 실속없는 욕심쟁이였으니까.

 

지금에서야 열심히 안간힘을 쓰고 있긴하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요즘에는 학점 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여러가지 나의 모습 때문에 힘들다.

도전만 있고 결과는 없는 사람. 하는 것 없이 마음만 조급한 사람. 힘들다.

 

내 자신을 돌보기 보단 자꾸 내치고 있는 것 같다.

 

힘든건지 무언지, 그래서인지, 그리고 항상 '왜'인지를 생각해야한다는 얼마전 교수님이

하신 말씀 때문인지 헤겔의 노동에 관한 사상과 작년 이맘때의 내가 생각났다.

 

결론은 없다. 이 글엔 주장도 없다. 혹여나 "그래서 난 이제부터 열심히 살거나"라거나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열정을 다하여 취업을 꼭 하겠다"같은 말은 삼가겠다.

단지 '노동' 또는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아마도 내가 쓴 글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내용이 있었던 글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하나더 :)

이렇게 끄적끄적대기전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 안되기에 혹여나 잘못된 지식을

썼다가 망신당할까봐; 우리의 친구 네이버에 헤겔과 노동에 대해서 검색해봤다.

 

그러다가 알게 된 명언들이다. 지금의 내겐 정곡을 찌르는 말들(특히 마지막;)

잘 읽어보고 나중에 유식한 척; 해보시길


When men are employed, they are best contented.
사람들은 고용되었을 때 최상의 만족을 느낀다.
Benjamin Franklin(벤자민 프랭크린)[美정치가/철학자, 1706-1790]

 

Work banishes those three great evils, boredom, vice and poverty.
노동은 세개의 큰 악, 즉, 지루함, 부도덕, 그리고 가난을 제거한다.
Goethe(괴테)[독일 작가, 1749-1832]

 

The hardest work is to go idle.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다.
Jewish proverb(유대인 격언)